단일 언어 사용 2-3세 아동의 외국어 단어에 대한 이해

Monolingual 2- to 3-Year-Old Children's Understanding of Foreign Words

Article information

Korean J Child Stud. 2016;37(4):159-168
Publication date (electronic) : 2016 August 31
doi : https://doi.org/10.5723/kjcs.2016.37.4.159
1Department of Psychology, Yonsei University, Seoul, Korea
2Department of Occupational Therapy, Soonchunhyang University, Asan, Korea
이현아1orcid_icon, 김은영2orcid_icon, 송현주1orcid_icon
1연세대학교 심리학과
2순천향대학교 작업치료학과
Corresponding Author: Hyun-joo Song, Department of Psychology, Yonsei University, 50 Yonsei-ro, Seodaemun-gu, Seoul, Korea E-mail: hsong@yonsei.ac.kr
Received 2016 June 30; Revised 2016 August 24; Accepted 2016 August 28.

Trans Abstract

Objective

This study investigated the age at which monolingual children can understand that different languages are different conventional systems of communication. In particular, we investigated when children can suspend using the mutual exclusivity (ME) assumption that a label solely refers to one category when interpreting novel words from foreign languages.

Methods

Two-year-olds (n = 16) and 3-year-olds (n = 16) participated in the procedure, which consisted of three blocks. In the first block, a Korean speaker taught the children a novel word, muppi, referring to a novel object. The children were presented with two objects, muppi and another novel object. The Korean speaker then asked the children to find a referent of either muppi or the other novel Korean label, kkati. In the second block, a foreign language (either English or Spanish) speaker asked children to find the object for a foreign novel word, sefo, presenting two objects: muppi and the third novel object, which had not been presented before. The procedure of the third block was identical to that of the first block.

Results

Three-year-olds exploited the ME assumption when interpreting a Korean novel word but not when interpreting a foreign novel word. In contrast, 2-year-old children did not use the ME assumption when interpreting native and foreign words.

Conclusion

Children acquire an understanding that native and foreign languages have different words for an object at least by 3 years of age.

서론

당신이 친구와 길을 가는데 길가에 국화와 처음 보는 꽃이 함께 피었다고 생각해보자. 친구가 꽃들을 향해 “부용이 피었네!”라고 말한다면 당신은 부용이 가리키는 대상은 국화가 아니라 처음 보는 꽃이라고 생각할 것이다. 반면 당신이 베트남 여행을 가서 말이 전혀 통하지 않는 현지인의 안내를 받고 있다고 생각해 보자. 현지인과 같이 길을 가는데 국화와 함께 처음 보는 이름 모를 꽃이 함께 피어있다. 현지인이 꽃밭을 보면서 “Hoa cuc!”라고 말한다면, 당신은 Hoa cuc이 가리키는 대상이 어떤 꽃인지 확신할 수 없을 것이다.

위의 예시는 화자가 자신의 모국어를 사용하는 사람인지 아닌지에 따라 새로운 단어 의미의 해석이 달라짐을 보여준다. 이미 명칭을 알고 있는 사물과 명칭을 모르는 사물이 있는 상황에서 나와 같은 모국어를 사용하는 화자가 새로운 단어를 말한다면 우리는 새로운 단어가 명칭을 모르는 사물을 지칭할 것이라 생각한다. 하지만 외국어 화자가 새로운 단어를 말한 다면 우리는 새로운 단어가 이름을 모르는 사물을 가리킬 수도 있지만 이미 이름을 알고 있는 사물을 가리킬 수도 있다고 생각한다. 서로 다른 언어는 한 가지 지시체에 대해 서로 다른 명칭을 가진다는 것을 이해하고 있기 때문이다. 본 연구는 아동들이 이러한 언어의 본질에 대해 이해할 수 있는지 알아보고자 했다. 아동들은 언제부터 단어에 대한 지식이 모국어 화자 간에는 공유되지만, 모국어와 외국어 화자 간에는 공유되지 않음을 이해할까?

기존 연구에서는 이러한 연구 문제에 대해 상호배타성 과제를 사용하여 접근해왔다(Au & Glusman, 1990; Byers-Heinlein, Chen, & Xu, 2014; Haryu, 1998). 상호배타성 가정은 사물과 명칭이 일대일로 연결될 것이라는 가정으로, 이러한 가정에 근거하여 아동들은 화자가 새로운 단어를 말했을 때 단어의 지시체가 새로운 사물일 것이라고 이해한다(Ghim, 1994; Lee, 2005; Markman & Wachtel, 1988; Markman, Wasow, & Hansen, 2003; Merriman, Bowman, & MacWhinney, 1989). 예를 들어, 아동이 이름을 알고 있는 사물(예: 신발)과 이름을 알지 못하는 사물(예: 효자손)이 함께 있는 상황에서 새로운 명칭(예: 효자손)을 들었을 때 아동들은 새로운 명칭의 지시체를 이름을 알지 못하는 사물로 이해하는 경향을 보인다.

청자가 화자의 의사소통 의도를 추론하는 과정에서 이러한 상호배타성 원리가 사용될 수 있다는 이론적 관점이 존재한다(Clark, 1987). 예를 들어 친숙한 사물인 신발과 전혀 본 적이 없는 새로운 사물이 있는 상황에서 화자가 새로운 단어인 미도를 발화할 때 청자는 다음과 같은 추론 과정을 거칠 수 있다.

  • 1) 나는 신발이 ‘신발’이라 불리는 것을 알고 있다.

  • 2) 화자가 신발에 대하여 말하고자 했다면 ‘신발’이라고 말했을 것이다.

  • 3) 하지만, 화자가 ‘신발’이라고 하지 않고 미도라고 말했다.

  • 4) 화자는 신발이 아니라 저 새로운 물건을 말하려는 의도일 것이다.

이러한 이론적 관점에 의하면, 상호배타성 원리에 근거하여 단어의 의미를 추론하고 학습하는 능력은 타인의 의도를 파악하는 능력, 즉 마음이론 발달과 밀접하게 관련되어 있다(Bloom, 2000; Song, 2006).

상호배타성 원리가 적용되려면 단어에 대한 지식이 화자와 청자 간에 공유된다는 가정이 성립되어야 하며, 화자와 청자가 서로 다른 언어를 사용하는 경우에는 상호배타성 가정이 단어의 적절한 의미를 추론하는데 도움이 되지 않을 수 있다. 청자가 화자와 서로 다른 언어를 사용한다면 “화자가 신발에 대하여 말하고자 했다면 ‘신발’이라고 말했을 것이다.”라는 2단계가 성립하지 않기 때문에 ‘미도’를 새로운 사물과 배타적으로 연결할 수 없다. 이렇듯 외국어를 사용하는 상황에서 상호배타성 가정을 보류할 수 있는 능력은 모국어와 외국어가 상이한 의사소통 체계이며, 언어에 대한 지식이 모국어 사용자와 외국어 사용자 간에는 공유되지 않음을 이해하는 데서 출발한다.

모국어 화자와 외국어 화자를 구분하는 능력은 영아기부터 존재하는 것으로 보인다. 예를 들어 14개월 영아들은 외국어 사용 행위자가 하는 행동보다 모국어 사용 행위자의 행동을 더 잘 모방하는데(Buttelmann, Zmyj, Daum, & Carpenter, 2013), 이는 영아들이 모국어 사용자를 외국어 사용자와 구분하고, 모국어 사용자를 사회 학습의 준거로 선택함을 보여준다. 모국어 사용자와 외국어 사용자간에 단어가 공유되지 않을 것이라는 기초적인 기대도 영아기에 존재한다. 13개월 영아들은 모국어 화자와 외국어 화자가 동일한 대상에 대해서 같은 단어를 사용할 경우 응시시간이 증가하는데, 이는 다른 언어 사용자들은 동일한 대상에 대해서 같은 단어를 사용하지 않는다는 기대로 인해 나타나는 결과인 것으로 추정된다(Scott & Henderson, 2013). 이상의 결과들은 영아들도 모국어와 외국어를 구분하는 능력과 각 언어에는 서로 다른 단어 체계가 있음을 이해함을 시사한다.

이에 비해 모국어와 외국어 단어를 이해할 때 다른 단어가 반드시 다른 사물을 지시하는 것은 아니라는 이해, 즉 상호배타성 가정을 보류하는 능력에 대한 증거는 유아기 아동들에게서 일관되게 발견된다. 기존 문헌에 따르면 모국어 단어들 간에는 각기 다른 단어가 다른 사물을 지시하지만, 모국어와 외국어 단어들 간에는 이와 같은 원리가 반드시 적용되는 것은 아니라는 것에 대한 이해가 4세 이후에야 나타난다. 예를 들어, Haryu (1998)의 연구에서는 3, 4, 5세의 일본 아동들에게 일본어 사용 실험자 한 명이 등장하여 친숙사물과 비친숙사물을 제시한 후 영어를 사용하는 인형이 mose를 갖고 싶다고 하면서 이 새로운 단어의 지시체로 두 사물 중 한 사물을 선택하도록 했다. 그 결과, 3세 아동은 상호배타성 가정을 사용하여 비친숙사물을 고른 반면(40명 중 36명), 4–5세 아동은 두 물체를 우연수준으로 선택하였다(비친숙사물 선택 4세: 40명 중 28명, 5세: 40명 중 17명). 이 연구 결과는 외국어의 새로운 단어의 지시체 추론에 있어서 상호배타성 가정을 보류하는 능력이 4세에서 출현함을 제안한다.

이와 같이 서로 다른 언어 간 상호배타성 가정을 보류할 수 있는 능력은 4세 전후의 아동에게서는 언어 환경에 상관없이 나타나는 것으로 보인다. 4세의 단일언어 사용, 이중 언어 사용 미국 아동들 모두 단일언어 혹은 이중언어 화자가 영어의 새로운 단어를 발화할 때는 상호배타성 원리를 사용하여 명칭을 알 수 없는 사물을 선택하였다. 반면, 이중 언어 사용 화자가 스페인어로 새로운 단어를 발화할 때는 이미 명칭을 부여받은 사물과 명칭을 알 수 없는 사물을 비슷한 비율로 선택하였다(Au & Glusman, 1990). 이것은 4세 아동들이 화자의 언어가 달라지는 경우에는 상호배타성 가정을 보류하여 영어와 스페인어의 다른 단어가 같은 대상을 가리킬 수도 있지만 서로 다른 대상을 가리킬 수도 있음을 이해함을 보여준다.

최근 연구는 좀 더 어린 아동에게서는 언어 환경에 따라 상호배타성 원리를 적절하게 사용 또는 보류할 수 있는 능력의 발달이 달라짐을 보였다. Byers-Heinlein 등(2014)의 연구에서 영어 실험자는 먼저 아동과 영어로 상호작용하면서 세 가지 비친숙사물(A, B, C)을 보여주고 그중 첫 번째 사물(A)에 대해 fep이라는 명칭을 알려주었다. 그 후 영어 실험자는 첫 번째 사물(A)과 명칭을 알려주지 않은 사물 B를 제시하고 아동에게 wug를 찾아보게 하였다. 이 시행에서 아동들은 사물 B를 선택하였고 이는 상호배타성 가정과 일관되는 반응이었다. 다음 단계에서는 중국어 실험자가 아동과 상호작용하며 기존에 영어 실험자가 명칭을 알려주었던 사물 A와 명칭을 알려주지 않은 사물 C를 아동에게 제시하고 kuo라는 새로운 단어의 지시체를 찾아보게 하였다. 그 결과, 2세 단일 언어 사용 아동의 경우 사물 A를 고른 아동보다 사물 C를 고른 아동이 유의미하게 더 많았다. 이것은 2세의 단일 언어 사용 아동들이 중국어 화자가 물체의 영어 명칭에 대해서 무지하다는 것을 인지하지 못하고 모국어 화자와 외국어 화자 간에 물체들의 명칭이 공유될 것이라고 기대, 즉 외국어 단어에도 상호배타성 가정을 사용하여 이해함을 시사한다. 반면, 이중 언어 사용 아동들은 중국어 시행에서 사물 A와 사물 C를 비슷한 비율로 선택하였고, 이는 이중 언어 환경에 있는 2세 아동들의 경우 외국어 단어에는 상호배타성 가정을 적용하지 않음을 보여준다.

이러한 기존 자료에 기초하여 본 연구는 상호배타성 가정을 동일한 언어 내에서는 사용하지만 서로 다른 언어 간에는 사용하지 않는 능력의 연령에 따른 발달 양상을 규명하고자 하였다. Byers-Heinlein 등(2014)은 언어 환경의 영향을 규명하였지만, 본 연구는 연령의 증가에 따라 단일 언어 사용 아동이 이러한 능력을 어떻게 발달시키는지 보고자 한다. 선행연구들을 종합해보면, 외국어 단어에 대하여 상호배타성 가정을 보류할 수 있는 능력은 단일 언어 사용 아동의 경우 2세에는 나타나지 않지만(Byers-Heinlein et al., 2014), 4세 전후에는 안정되게 나타나는 것으로 보인다(Au & Glusman, 1990; Haryu, 1998). 하지만, 3세 아동의 경우는 선행 연구에 따라서 비일관적인 결과를 제시한다. 3세 연령을 포함하여 3세 4개월∼5세 7개월(평균 4세 7개월) 아동의 전체 수행을 보고한 Au와 Glusman (1990)의 연구에서는 아동들이 외국어 단어에 상호배타성 가정을 보류하는 반면, 3세 아동의 자료를 분리해서 보고한 Haryu (1998)의 연구에서는 3세 아동들은 모국어 단어뿐만 아니라 외국어 단어에 대해서도 상호배타성 가정을 적용한다.

본 연구에서는 Byers-Heinlein 등(2014)의 패러다임을 사용하여 3세 단일언어 사용 한국 아동이 외국어 상황에서 상호배타성 가정을 보류하는지를 규명하고자 한다. 타 연구들에서는 모국어 화자가 발화하는 모국어의 문장 안에 포함된 외국어 단어의 의미를 추론하는 과제(예: “이 중에 어느 장난감이 영어로 mose일까?”와 같은 방식으로 질문)를 사용한 반면(Haryu, 1998), Byers-Heinlein 등(2014)의 연구에서는 모국어(영어) 사용 실험자는 모국어만, 외국어(중국어) 사용 실험자는 외국어만을 사용하였고 검사 과제에서는 단어를 단독으로 제시하여 아동들이 외국어 단어를 좀 더 쉽게 인식할 수 있도록 하였다. 이처럼 언어 화자 간의 대비를 명확하게 하고 문장 처리의 부담을 최소화한 과제를 사용한다면 기존 연구(Haryu, 1998)에서와는 달리 3세 아동도 외국어 단어 이해 시 상호배타성 가정을 보류할 수 있을 것이라 가정하였다. 또한 2세 한국 아동도 같은 과제에서 검사하여 Byers-Heinlein 등(2014)의 결과를 반복 검증할 수 있는지 살펴보고자 하였다.

연구 결과에 대한 예측은 다음과 같다. 만약 아동들이 상호 배타성 가정이 한 언어 내에서만 적용되고 서로 다른 언어 간에는 적용되지 않는다는 것을 이해한다면, 한국어 화자가 발화한 새로운 단어는 이름을 알 수 없는 사물을 지시하는 것으로 이해하는 반면, 외국어 화자가 발화한 새로운 단어에 대해서는 이러한 이해를 보이지 않을 것이다. 구체적으로, 한국어 실험자에 의해서 알게 된 사물과 이름을 알지 못한 사물이 제시되었을 때 한국어 실험자가 낯선 단어를 언급하면 상호배타성 가정을 사용하여 이름을 알지 못하는 건넬 것이나, 유사한 상황에서 외국어 실험자가 낯선 단어를 언급하면 아동들은 낯선 단어가 이름을 알지 못한 사물도 될 수 있지만 이미 한국어 이름이 있는 사물도 될 수 있다고 생각하여 상호배타성 가정을 사용하지 않아 특정한 반응 편향을 나타내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아동들이 새로운 단어가 속한 언어에 따라 상호배타성 가정 적용의 여부가 결정된다는 것을 이해하지 못한다면, 한국어뿐 아니라 외국어에 대해서도 새로운 단어를 듣고 이름을 알려주지 않은 사물과 연결시킬 것이다.

연구방법

연구참여자

본 연구에는 2세 아동 16명(평균 월령: 29.5개월, 범위: 24.6–33.5개월, 남아 8명, 여아 8명)과 3세 아동 16명(평균 월령: 41.7개월, 범위: 34.7–57.2개월, 남아 8명, 여아 8명)이 참가하였다. 이외에도 14명의 아동이 실험에 참가하였으나 아동의 어휘수준이 MCDI-K 고위험군(Pae, Kwak, Kim, Lee, & Jung, 2008)에 속하는 경우(4명), 적어도 한 블록 전체 4시행에서 물체 선택을 거부한 경우(9명), 실험 과정에서 실험자의 오류가 발생한 경우(1명)는 최종 분석에서 제외하였다. 연구에 참가한 아동들은 모두 한국어를 모국어로 사용하였으며, 이중에서 외국어 사용자를 주기적으로 만나는 아동은 없었다. 36개월 이하 아동의 어휘 수준은 Pae 등(2008)이 개발한 MCDI-K 축약판을 사용하여 측정하였다. 참가자 모집은 연구실 홈페이지 및 육아 관련 인터넷 사이트를 통한 홍보로 이루어졌고, 참가 아동에게는 그림책과 같은 기념품이 제공되었다.

연구도구

본 실험에는 친숙사물 4개(곰인형, 동화책, 신발, 칫솔)와 비친숙사물 3개(Table 1)가 사용되었다. 비친숙사물은 일반적인 용도를 파악하기 어려운 낯선 모양으로 제 1저자가 직접 제작하였고, 따라서 아동들이 이전에 접해 보지 못한 새로운 사물들이었다. 모든 사물은 아동들이 쉽게 잡을 수 있는 크기와 무게였다.

Order and Types of the Trials

연구절차

실험은 연세대학교 내에 위치한 실험실이나 어린이집 혹은 키즈카페의 조용한 독립된 공간에서 진행되었다(실험장소는 아동의 목표 사물 선택의 차이를 유발하지 않았다; Fisher’s exact test, ps > .66). 본 실험의 절차는 Byers-Heinlein 등(2014)을 따라 구성되었으며, 한국어 원어민 실험자와 영어 또는 스페인어 원어민 실험자가 실험을 진행하였다(단, 2세 4명, 3세 2명에 대해서는 스페인어 원어민실험자로 진행되었으나 외국어 실험자의 언어 종류는 아동의 목표 사물 선택의 차이를 유발하지 않았다; Fisher’s exact test, ps > .87). 실험에 앞서 아동은 실험자들과 친숙해지기 위하여 보호자가 동의서를 작성하는 동안 대기실에서 실험자들과 함께 그림을 그리는 등 10분가량의 놀이 시간을 가졌다. 이때 외국어 실험자는 언어를 전혀 사용하지 않은 채 놀이에 참여하였으며 한국어를 이해하는 듯한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

한국어 실험자는 아동에게 비친숙사물 A를 소개하고 이 사물의 이름(예: 무삐)을 알려주었다. 비친숙사물 B는 아동이 상호배타성 가정을 사용하여 모국어의 새로운 단어를 이해하는지 알아보기 위해 한국어의 새로운 단어(예: 까티)를 들려주는 한국어 검사 시행에서 사용되었다(단, 2세 5명, 3세 3명에 대해서는 학습단어가 또루로 제시되었고, 모국어의 새로운 단어가 솜삐로 제시되었으나 무의미단어의 종류는 아동의 목표 사물 선택의 차이를 유발하지 않았다; Fisher’s exact test, ps > .32). 비친숙사물 C는 아동이 상호배타성 가정을 사용하여 외국어의 새로운 단어(예: sefo)를 이해하는지 알아보는 외국어 검사 시행에서 사용되었다. 세 비친숙 사물들이 A, B, C로 사용되었고, 어느 사물이 A, B, 혹은 C로 소개되는지는 참가자 간 부분 역균형화되었다.

1차 한국어 단계

친숙화 단계 아동은 한국어 실험자와 함께 독립된 방으로 들어가고 외국어 실험자는 대기실에 남아있었다. 2세 아동의 경우 보호자가 동반하였고 보호자는 실험이 진행되는 동안 말을 삼가 달라는 요청을 받았다. 아동은 작은 책상을 가운데에 두고 한국어 실험자와 마주 앉았다. 한국어 실험자는 세 가지 비친숙사물을 책상 위에 올려놓고 1–2분 간 아동이 세 가지 사물을 모두 자유롭게 탐색할 수 있게 하였다. 아동의 비친숙사물 탐색이 끝나면 한국어 실험자는 비친숙사물 세 가지를 책상 밑으로 내리고 네 가지 친숙사물을 책상 위에 올려 각 사물에 대해 두 번씩 언급하였다(예: “여기 작은 칫솔이 있네. 정말 멋진 칫솔이다.”).

단어 학습 단계 한국어 실험자는 세 가지 비친숙사물 중 한 사물(A)을 책상 위에 올려두고 사물의 명칭에 대해서 다섯 번 언급하였다(예: “이게 뭔지 알아? 이건 무삐야! 무삐라고 말해볼까? 그래, 이건 무삐라고 해. ○○는 무삐가 마음에 들어? 응, 무삐가 마음에 (안) 드는구나.”). 한국어 실험자는 나머지 두 가지 비친숙사물(B, C)도 차례대로 책상 위에 올리고 각각의 사물에 대해 특별한 명칭을 부여하지 않은 채 다섯 번씩 언급하였다(예: “이건 뭘까? 여기 이런 게 있네. 이거 한번 볼까? 그래, 이거 봐 보자. ○○는 이게 마음에 들어? 응, 이게 마음에 (안) 드는구나.”).

연습 단계 연습 단계에서는 아동이 실험의 절차를 익힐 수 있도록 친숙사물 네 가지를 대상으로 연습 시행을 실시하였다. 한국어 실험자는 두 가지 친숙사물(예: 칫솔과 동화책)을 책상 위에 올려 아동이 팔을 뻗어 닿을 만 한 거리(약 30cm 간격)로 제시하고 예를 들어 “칫솔이 어디 있지? 칫솔 주세요.”라고 말한 뒤 두 사물 가운데로 두 손을 내밀어 두 사물 중 한 가지 사물(목표사물)을 건네 달라고 요청하였다. 이 과정은 네 시행으로 진행되었으며 각 시행마다 서로 다른 쌍의 친숙사물이 제시되어 모든 사물이 한 번씩 목표사물에 할당되었다. 네 시행 중 목표사물이 아동의 오른쪽에 위치한 시행이 두 번, 목표사물이 아동의 왼쪽에 위치한 시행이 두 번이었다. 마지막 친숙사물 시행에서는 목표사물의 명칭을 문장이 아닌 단어 단위로 제시하여(예: “곰돌이! 곰돌이!”) 추후의 학습단어 시행 및 검사시행의 단어 제시 방식에 아동이 익숙해지도록 하였다. 한국어 실험자는 매 시행에서 아동이 목표사물을 잘 건네주면 스티커를 주었고, 목표사물이 아닌 다른 사물을 건넨 경우 한 번의 기회를 더 주었으며 두 번째 기회에서는 어떤 사물을 건네도 스티커를 제공하였다.

검사 단계 연습 단계가 끝나면, 한국어 실험자는 세 가지 비친숙사물을 사용해 두 번의 학습단어 시행과 두 번의 한국어 검사 시행을 진행하였다. 학습단어 시행에서는 한국어 실험자가 단어 학습 단계에서 이름(예: 무삐)을 알려준 비친숙사물 A와 이름을 알려주지 않은 비친숙사물 B를 제시하고 학습단어인 무삐를 달라고 요청하였다(예: “무삐! 무삐!”). 한국어 검사 시행에서는 학습단어 시행에서와 마찬가지로 한국어 실험자가 아동에게 비친숙사물 A와 B를 제시하고 새로운 단어인 까티를 달라고 요청하였다(예: “까티! 까티!”). 네 시행은 학습단어 시행 1회, 한국어 검사 시행 2회, 학습단어 시행 1회(무삐-까티-까티-무삐) 순으로 진행되었고 첫 시행에서 목표 사물의 위치는 아동마다 역균형화 되었으며, 매 시행마다 목표 사물의 위치가 바뀌었다. 네 시행이 모두 끝나면 한국어 실험자는 아동에게 스티커 네 개를 제공한 뒤 방을 떠났다.

외국어 단계

친숙화 단계 외국어 실험자는 한국어 실험자가 떠나자마자 실험이 진행되는 방으로 들어와 아동에게 외국어로 인사하였고, 아동을 마주보고 책상 앞에 앉았다. 외국어 실험자는 외국어로 말하며 아동과 함께 1–2분간 비친숙사물 세 가지를 자유롭게 탐색하였다. 비친숙사물 탐색이 끝나면 외국어 실험자는 비친숙사물을 책상 아래로 내리고 네 가지 친숙사물을 책상 위로 올려 각 사물에 대해 외국어 문장 및 독립된 단어로 언급하였다(예: “Here’s a little toothbrush. That’s a nice toothbrush. A toothbrush!”).

검사 단계 검사 단계에서 외국어 실험자는 한국어 실험자가 이전의 단어 학습 단계에서 이름(예: 무삐)을 알려준 비친숙사물 A와 한국어 새로운 단어 검사 시행에서 사용되지 않았으며 이름을 알려주지 않은 비친숙사물 C를 제시하고 무의미단어를 말하며 지시체를 건네 달라고 요청하였다(예: “Sefo! Sefo!”). 이 과정은 총 4시행으로 진행되었으며 첫 번째 시행의 목표사물의 위치는 아동 간 역균형화되었고 두 시행이 끝난 뒤에는 목표사물의 위치가 바뀌었다. 네 시행이 모두 끝나면 외국어 실험자는 아동에게 스티커 네 개를 제공한 뒤 방을 떠났다.

2차 한국어 단계

외국어 단계가 끝나고 외국어 실험자가 방을 떠나자마자 한국어 실험자가 다시 아동이 있는 방으로 들어와 학습단어 시행 2개와 한국어 검사 시행 2개를 진행하였다. 목표사물의 위치가 반대였다는 점을 제외하고는 처음 진행된 한국어 검사 단계와 동일하였다. 2차 한국어 단계는 Byers-Heinlein 등(2014)과 동일하게 아동이 외국어 단계 이후까지도 학습단어를 기억하고 있는지 확인하기 위한 목적으로 실시되었고, 한국어 검사 단계가 반복됨으로써 두 언어 모두 검사시행이 총 4시행으로 구성되었다.

자료분석

각 시행에서 아동이 실험자의 요청에 따라 실험자에게 건넨 사물이 무엇이었는지를 비디오 녹화 자료를 통해 식별하였다. 아동이 실험자에게 어떤 사물도 건네지 않았을 경우에는 손으로 가장 먼저 만진 사물을 아동의 선택으로 간주하였다. 아동이 제시된 두 사물을 동시에 잡고 실험자에게 건넨 경우 또는 어떤 사물도 만지지 않은 경우에는 해당 시행을 누락으로 기록하였고, 이 기준에 따라 연습시행의 0%, 학습단어 시행의 2%, 한국어 검사 시행의 5%, 외국어 검사 시행의 9%가 누락으로 분류되었다. 녹화된 자료를 관찰하며 두 명의 관찰자가 아동의 반응을 기록하였고, 두 관찰자 평정치 간 일치도에 대한 Cohen kappa 계수는 1이었다.

시행의 종류별로 각 연령대 수행 결과에 대하여 Shapiro-Wilk 정규 분포도 검정을 실시하였을 때, 2세의 외국어 검사시행을 제외한 나머지 시행의 결과가 비정규분포를 이루는 것을 확인하였으므로(p < .05) 모수 검정을 실시하지 못하고 비모수 검정인 Fisher’s exact test를 통해 가설을 확인하였다. Byers-Heinlein 등(2014)의 방식에 따라 시행의 종류별로 개별 아동들의 반응을 목표사물 선택을 기준으로 분류하여 우연 수준의 분포와 차이가 있는지 확인하였다. 연습시행의 목표사물은 실험자가 발화한 친숙 단어의 정확한 지시체였으며, 학습단어 시행의 목표사물은 단어 학습 단계에서 학습한 비친숙사물 A였고, 한국어 검사 시행과 외국어 검사 시행의 목표사물은 이름을 알려주지 않은 사물(비친숙사물 B 또는 비친숙사물 C)이었다. 검사 시행의 목표 사물 선택은 상호배타성 가정을 사용하는 것을 나타낸다. 한국어 1차 단계와 2차 단계가 모두 자료에 포함되었기 때문에, 연습 시행, 학습단어 시행, 한국어 검사 시행, 외국어 검사 시행의 수는 각각 4개로 동일하였다. 시행별로 총 4개의 시행 중 목표사물을 선택한 시행 수와 비목표 사물을 선택한 시행 수가 동일한 아동은 ‘우연수준 반응 아동’으로 분류하였고, 목표사물을 선택한 시행 수가 비목표사물을 선택한 시행 수보다 많은 아동은 ‘목표사물 선택 아동’으로 분류하였으며, 비목표사물을 선택한 시행 수가 목표사물을 선택한 시행 수보다 많은 아동은 ‘비목표사물 선택 아동’으로 분류하였다(Table 2). 각 유형의 아동 수는 아동들이 각 시행에서 우연 수준으로 반응했을 경우 기대되는 각 유형의 분포와 비교되었다. 이항분포를 가정할 경우 아동들이 각 시행에서 무작위로 반응하였을 때 우연수준 반응 아동은 37.5%, 목표사물 선택 아동은 31.25%, 비목표사물 선택 아동은 31.25%가 될 것이라는 영가설이 도출되었다. 추후 분석에서는 각 검사시행에서 아동들의 선택이 영가설을 기각하는지 알아보고자 하였다.

Number of Children Applying Each Strategy Across Different Trial Types

연구결과

연습 시행

총 4회의 연습시행에서 실험자가 발화하는 친숙 단어의 정확한 지시체를 선택한 횟수가 3시행 이상인 경우를 목표사물을 선택한 것으로 간주하였을 때, 3세 아동 16명과 2세 아동 16명 모두 목표사물을 선택한 것으로 분류되었다. 이것을 통해 모든 아동이 실험자가 말하는 단어의 지시체를 고르는 과제의 지시를 이해하고 수행할 수 있음을 확인하였다.

학습단어 시행

학습단어 시행은 아동이 단어 학습 단계에서 학습한 비친숙사물 A의 명칭(예: 무삐)을 기억하는지 확인하기 위해 시행되었다. 한국어 실험자가 말하는 학습단어를 듣고 A (목표사물)를 선택한 횟수가 B (비목표사물)을 선택한 횟수보다 많은 경우를 목표사물을 선택한 것으로 간주하였을 때, 3세 아동 14명과 2세 아동 12명이 목표사물을 선택한 것으로 분류되었다. 나머지 2명의 3세 아동은 A와 B를 선택한 횟수가 동일하였다. 나머지 4명의 2세 아동 중 A와 B를 선택한 횟수가 동일한 경우가 2명, 비목표사물을 목표사물보다 더 많이 선택한 경우는 2명이었다. Fisher’s exact test를 통해 3세 아동들의 선택은 우연 수준의 반응과 유의미하게 달랐고(p < .01), 목표사물을 비목표사물보다 유의미하게 더 많이 선택하였음을 확인하였다(p < .01). 이것을 통해 3세 아동들이 학습단어를 충분히 학습하였음을 확인할 수 있었다. 2세 아동들의 선택은 우연수준의 반응과 유의미하게 다르지 않았으며(p = .07), 목표사물 선택 아동의 수와 비목표사물 선택 아동의 수 간에 유의미한 차이가 없었다(p = .052).

검사 시행

한국어 검사 시행

Fisher’s exact test 분석 결과, 한국어 검사 시행에서 3세 아동의 반응은 우연 수준의 반응과 유의미하게 달랐다(p < .05). 사후분석을 통해 3세 아동의 선택을 분석하였을 때, 목표사물 선택 아동의 수가 비목표사물 선택 아동의 수보다 유의미하게 많았다(p < .05). 이는 3세 아동들은 한국어 검사 시행에서 상호배타성 가정을 사용하여 새로운 단어의 지시체를 추론함을 보여준다. 그러나 2세 아동의 반응은 우연 수준의 반응과 다르지 않았으며(p = .10), 사후 분석 결과, 목표사물 선택 아동의 수와 비목표사물 선택 아동의 수 간에도 차이가 없었다(p = .30).

외국어 검사 시행

외국어 검사 시행은 아동들이 외국어의 새로운 단어가 가리키는 지시체를 추론하는 과정에서 상호배타성 가정을 사용하는지 또는 보류하는지 알아보기 위해 시행되었다. 외국어 검사 시행에서 3세 아동의 반응(p = .44)과 2세 아동의 반응(p = .56) 모두 우연 수준의 반응과 유의미한 차이가 없었다. 사후분석에서 목표사물 선택 아동의 수와 비목표사물 선택 아동의 수를 비교하였을 때, 그 차이가 역시 유의미하지 않았다(3세: p = .41; 2세: p = .58). 이는 2세와 3세 아동 모두 새로운 외국어 단어의 지시체를 추론할 때 상호배타성 가정을 일관되게 사용하지 않았음을 보여준다.

논의 및 결론

본 연구는 한국어를 단일 언어로 획득하는 2–3세 아동을 대상으로 상호배타성 가정을 모국어와 외국어 간에 유연하게 적용할 수 있는 능력이 언제쯤 발달하는지 알아보고자 하였다. 3세 아동의 경우 새로운 단어가 한국어 단어인지 외국어 단어인지에 따라 상호배타성 가정을 사용하여 해석하는 여부가 결정되었다. 한국어의 새로운 단어의 지시체를 찾는 과제에서는 상호배타성 가정을 사용하였지만, 외국어의 새로운 단어 지시체를 찾는 과제에서는 그러한 경향성을 보이지 않았다. 반면, 2세 아동의 경우 모국어와 외국어 모두에서 새로운 단어의 지시체를 찾을 때 상호배타성 가정을 일관되게 사용하지 않았다. 이는 언어 간 유연하게 상호배타성 가정을 사용할 수 있는 능력이 2세에서 3세 사이에 발달함을 보여준다.

본 연구는 3세 아동들이 화자와 언어적 지식을 공유하지 않을 때 상호배타성 가정을 보류하는 것을 보여주며, 이는 아동기의 상호배타성 가정이 절대적인 언어적 제약이 아닌 화용적 원리로 설명됨을 뒷받침 한다. 외국어 검사 시행에서 아동들은 다음과 같은 추론 과정을 거칠 수 있다.

  • 1) 나는 무삐(A)가 ‘무삐’라 불리는 것을 알고 있다.

  • 2) 화자는 나와 다른 언어를 쓰는 사람이므로 그는 무삐(A)가 ‘무삐’임을 모른다.

  • 3) 화자가 sefo를 달라고 말했다.

  • 4) 화자는 A를 달라는 의도일 수도, B를 달라는 의도일 수도 있다.

3세 아동이 모국어 화자 상황과 외국어 화자 상황에서 상호배타성 가정을 다르게 사용했다는 것은 두 화자의 지식 체계를 별도로 표상하고 의도를 다르게 추론했음을 가리킨다. 즉, 3세 아동의 외국어 단어에 대한 상호배타성 가정의 보류는 의도추론 능력을 나타내기도 한다.

본 연구 결과는 선행 연구에서 밝혀진 것보다 더 어린 연령대에서 모국어와 외국어 간 상호배타성 가정을 달리 사용하여 단어를 이해하는 능력이 존재함을 보여준다. 본 연구의 3세 아동의 결과는 평균 연령 4세 7개월의 아동들이 언어 간 상호배타성 가정 사용을 보류한 것으로 보고한 Au와 Glusman (1990)의 결과와 일치한다. 하지만 Haryu (1998)의 3세 아동들의 결과와는 다소의 불일치를 보인다. Haryu (1998)의 연구에서는 3세 아동이 외국어 단어에 대해서도 상호배타성 가정을 사용하는 결과를 보인 반면 본 연구의 3세 아동은 외국어 단어에 대해 상호배타성 가정을 보류하였다. 이러한 결과의 차이는 실험 절차상의 차이에서 기인하는 것일 수 있다. 본 연구에서는 외국어를 사용하는 실험자가 직접 아동과 외국어로 상호작용하며 새로운 외국어 단어(예: sefo)를 들려준 반면, Haryu (1998)의 연구에서는 모국어 실험자가 아동에게 모국어로 “영어를 사용하는 난쟁이 인형이 mose를 갖고 싶다고 말했는데 어떤 장난감이 영어로 mose일까?”와 같이 외국어 단어를 모국어 문장에 삽입하여 질문하였다. 이와 같이 모국어 실험자가 모국어를 사용하여 외국어 단어의 의미를 질문하는 과제는 아동이 외국어 단어를 처리하는 데 혼란을 가져오게 했을 수 있다. 본 연구에서는 화자 간 대비를 명확하게 하고 새로운 검사 단어를 단어 자체로만 제시함으로써 아동의 인지적 부담을 줄였기 때문에 3세 아동이 언어 간 상호배타성 가정을 유연하게 사용할 수 있음을 관찰하였을 가능성이 있다.

본 연구의 2세 아동의 결과는 모국어와 외국어 시행 모두에서 상호배타성 가정을 사용함을 보인 Byers-Heinlein 등(2014)의 결과와 일치하지 않는 점이 있다. 먼저, 학습단어의 학습이 잘 이루어지지 않았다. 이 결과는 적은 샘플 수에서 기인한 것일 수 있다. 16명 중 12명이 목표사물 아동으로 분류되었으나, 통계적 유의미성을 가지는 수준에 이르지 못했다. 그러나 학습단어 시행에서 학습단어를 학습하는 데에 성공했다고 볼 수 있는 목표사물 선택 아동(n = 12)에 대해서만 분석한 결과, 전체 아동 분석에서처럼 한국어 검사 시행(p = .18)에서도, 외국어 검사 시행(p = .25)에서도 우연 수준과 유의미한 차이가 없는 수행을 보였다. 따라서 한국어 및 외국어 검사 시행의 수행이 단순히 단어 학습의 어려움에 기인한 것은 아닌 것으로 보인다. 그리고 Byers-Heinlein 등(2014)의 연구에서는 학습단어가 1음절이었던 반면(예: fep), 본 연구에서는 2음절 단어(예: 무삐)로 제시되어 본 연구에 참가한 아동들이 더 많은 음절을 기억해야 했으므로 이것이 2세 아동의 학습단어 학습률 저하에 영향을 미쳤을 수 있다.

또한, 2세 아동 역시 외국어 단어를 이해할 때 상호배타성 원리를 일관되게 사용하는 패턴을 보이지 않았다. 이러한 결과는 한국 아동들이 언어에 따라 상호배타성 가정 적용 여부가 달라짐을 캐나다 아동보다 더 이른 시기에 이해함을 보여줄 수도 있지만, 한국어 시행에서 상호배타성 가정의 사용이 통계적으로 유의미하지 않았으므로 이러한 가능성을 지지해주지 않는다.

본 연구의 2세 집단은 왜 한국어 검사 시행에서조차 통계적으로 유의미한 수준으로 상호배타성 원리를 사용하는 것을 보이지 못했을까? 한 가지 가능성은 본 연구의 샘플 수가 적은 것에 기인할 수 있다. 16명 중 10명이 한국어의 새로운 단어지시체로 명칭을 모르는 사물을 선택하는 패턴을 보여, 다수가 상호배타성 원리를 적용하는 것으로 보이나 통계적으로 유의미한 수준에 도달하기 위해서는 더 많은 샘플이 필요한 것으로 추정된다.

또 다른 가능성은 인지적 부담을 줄인 과제를 적용하였지만 2세 아동에게 어려운 과제의 요소가 남아있었을 수 있다. 본 연구에서 시행의 순서는 1차 한국어 단계, 외국어 단계, 2차 한국어 단계로 구성되었는데, 2차 한국어 단계에서 아동들이 인지적 부담을 가진 것으로 보인다. 이는 1차 한국어 검사 시행과 2차 한국어 검사 시행의 결과를 따로 분리하여 첫 시행을 비교하였을 때 나타나는 차이로 추정될 수 있다. 1차 한국어 단계의 첫 번째 한국어 검사 시행에서는 이름을 모르는 사물을 고른 아동의 수는 16명 중 13명(81%)이었던 반면, 2차 한국어 단계의 첫 번째 한국어 검사 시행에서 이름을 모르는 사물을 고른 아동의 수는 16명 중 8명(50%)이었다. 이것은 외국어 단계에서 친숙하지 않은 외국어 사용 실험자와 친숙하지 않은 사물들을 가지고 상호작용 하는 것이 2세 아동들에게 사회·인지적으로 부담스러운 과정이었고, 이로 인해 2차 한국어 검사 단계에서의 수행이 저하되었을 가능성을 보여준다. 외국어 검사 시행에서 인지적 부담이 있었다는 것은 누락된 시행(아동이 제시된 두 사물을 동시에 잡고 실험자에게 건넨 시행 또는 어떤 사물도 만지지 않은 시행) 수로도 추정할 수 있다. 2세 아동의 누락된 시행의 수를 비교하였을 때 한국어 검사 단계에 포함된 시행(학습단어 시행, 한국어 검사 시행)의 누락 비율은 3.9%였던 것에 비해 외국어 검사 시행의 누락 비율은 12.5%로 3배 이상 차이가 났다.

이는 본 연구의 과제보다 더 많은 요소의 인지적 부담을 감소시킨 패러다임으로 실험을 진행한다면, 2세 또는 더 어린 아동들도 3세 아동과 유사하게 모국어 내에서는 상호배타성 가정을 적용하지만, 서로 다른 언어 간에는 상호배타성 가정을 보류하는 체계적인 패턴을 보일 가능성을 시사한다. 응시시간 측정을 이용한 최근 연구는 이러한 가능성을 지지하고 있는데, 영아들도 서로 다른 언어 간에는 단어의 의미가 공유되지 않음을 이해하는 것을 보여주는 연구들이 존재한다. 예를 들어, Scott와 Henderson (2013)의 연구에서는 13개월 영아들이 서로 다른 언어는 단어의 의미를 공유하지 않는다는 것을 이해한다는 증거를 제시하였다. 이 연구에서는 13개월 영아들에게 두 가지 물체가 제시된 상황에서 모국어(영어) 화자가 한 가지 물체를 잡고 medo라고 말하는 장면을 여러 번 보여주었다. 그 후, 외국어(프랑스어)를 말하는 화자가 등장해 모국어 화자가 선택한 물체와 같은 물체를 잡고 medo라고 말하는 장면을 보여주거나 모국어 화자가 선택하지 않은 다른 물체를 잡고 medo라고 말하는 장면을 보여주고 두 장면에 대한 13개월 영아들의 응시 시간을 비교하였다. 그 결과, 외국어 화자가 medo라고 말한 뒤 모국어 화자가 이전에 선택했던 동일한 물체를 잡는 장면에 대한 13개월 영아들의 응시시간이 증가하였다. 즉, 13개월 영아들이 서로 다른 언어를 사용하는 화자 간에 단어의 의미가 공유되는 것을 놀랍게 여기는 것이다. 영아들이 13개월에 이미 서로 다른 언어의 의미 체계에 대한 민감성을 가지고 있다면, 추후 연구에서는 암묵적인 과제를 통해 서로 언어 간 단어 의미 공유에 대한 이해와 유연한 상호배타성 가정의 사용을 결합시키는 능력의 발달 과정을 검증해볼 수 있을 것이다.

본 연구는 외국어 단어에 대한 상호배타성 가정 보류의 발달적 출현을 알아보고자 하였으며, 서로 다른 언어 간에는 상호배타성 가정이 적용되지 않는다는 이해는 2세에서 3세 사이에 발달함을 보였다. 본 연구의 결과는 적어도 3세 아동들은 서로 다른 언어는 의미 체계를 공유하지 않는다는 지식에 근거해 언어 간 유연하게 상호배타성 가정을 사용할 수 있음을 보여준다. 향후 연구에서는 한국에서의 외국어 학습 경험이 이러한 발달 과정에 영향을 주는지를 검증함으로써, 한국에서의 외국어 학습의 발달적 영향에 대한 연구(Han & Lee, 2013)와 함께 외국어 단어 학습의 적절한 시기에 대한 근거를 제시할 수 있으리라 기대된다.

Acknowledgements

This work was supported in part by the Yonsei University Futureleading Research Initiative (2015-22-0121) and in part by National Research Foundation of Korea Grant funded by Korean government (NRF-2009-361-A00027).

Notes

A part of this article was presented as a poster at the 9th Biennial Meeting of Cognitive Development Society.

Notes

No potential conflict of interest relevant to this article was reported.

Referenc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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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rticle information Continued

Table 1

Order and Types of the Trials

Block Trial Type Label Sample object pair Number of trials
1 First Korean block Familiar label E.g. toothbrush Toothbrush vs. book 4
Taught label E.g., muppi 2
Korean test E.g., kkati 2
2 Foreign language block Foreign language test E.g., sefo 4
3 Second Korean block Taught label E.g., muppi 2
Korean test E.g., kkati 2

Table 2

Number of Children Applying Each Strategy Across Different Trial Types

Inconsistent responders Target choosers Distracter choosers p
Familiar label trials
 3-year-olds 0 16 0 n/a
 2-year-olds 0 16 0 n/a
Taught label trials
 3-year-olds 2 14 0 .003**
 2-year-olds 2 12 2 .052
Korean test trials
 3-year-olds 3 12 1 .027*
 2-year-olds 1 10 5 .297
Foreign language test trials
 3-year-olds 9 5 2 .413
 2-year-olds 3 7 6 .582

Note. Reported p values are for one-tailed comparisons between target choosers and distracter choosers. No statistical comparison was needed on the trials where there were no children classified as distracter choosers.

*

p < .05.

**

p < .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