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론
사회환경의 변화 및 신경화학적 요인과 맞물려 주의 산만, 과잉행동, 충동성으로 인해 일상적인 기능에 문제를 갖게 되는 주의력결핍과잉행동장애(Attention Deficit Hyperactivity Disorder [ADHD]; American Psychiatric Association [APA], 2013) 아동의 수는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Health Insurance Policy Research Institute, 2015). 실제로 우리나라의 ADHD 유병률은 6.5% 이상으로 높은 편이며, 상담에 의뢰되는 아동의 주 호소 중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하는 문제 역시 ADHD인 것으로 확인된다(Lim, Kim, & Shin, 2015). ADHD 아동은 주의력 결핍, 과잉행동 및 충동성과 관련한 어려움으로 학교와 가정 등에서 학습 문제를 비롯한 다양한 사회.정서적 문제를 경험한다. 또한 진단받은 아동의 상당수가 초기 성인기까지 지속적으로 행동상의 어려움을 경험한다는 보고들을 고려할 때(Faraone, Biederman, & Mick, 2006; Koh & Jeong, 2013; Yang, Cheong, & Hong, 2006), ADHD 아동에 대한 치료적 개입의 중요성이 강조된다.
이와 관련해 기존의 연구들을 살펴보면, 정신의학적 관점의 약물치료접근이 67% 이상으로 주를 이루는 추세이다(Koo, Choi, & Kwon, 2012; S. H. Lee, 2009). 더불어 최근 약물치료가 근본적인 변화 또는 장기적 효과를 기대하기 어렵다는 한계가 지적되면서(Majewicz-Hefley & Carlson, 2007; Weyandt, 2001) 비약물 중재의 접근 및 병행을 위한 시도도 증가하고 있다. 특히 근거기반치료가 강조되면서 행동수정, 인지행동치료, 부모 훈련 등이 측정과 매뉴얼화의 용이성과 맞물려(S. Lee, 2014) 비교적 과학적이고 안정적인 개입으로 연구되고 있다(Choi, 2012; H. S. Kim, 2013; Koh & Jeong, 2013). 그런데 다른 한편으로는 공존장애로 적대적 반항장애가 동반된 ADHD 아동의 경우, 높은 공격성 등으로 인해 행동치료 또는 인지행동치료 접근이 그다지 효과적이지 않을 수 있다는 이견이 제시되기도 한다(J. W. Kang et al., 2012; J. Y. Kim et al., 2005). ADHD 아동의 중재에서 공존장애의 여부 및 종류를 고려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J. W. Kang et al., 2012).
적대적 반항장애는 ADHD와 가장 흔하게 공존하는 질환으로 불복종, 공격행동, 반항 등의 행동 특성이 수반된다. 몇몇 연구에서는 ADHD 아동의 60% 이상에서 확인될 만큼(J. W. Kang et al., 2012; K. Kim & Yun, 2015; J.-R. Lee & Kang, 2012; Young & Amarasinghe, 2010) ADHD에서 적대적 반항장애의 공병율은 높은 수준으로 확인된다. 선행연구들에 따르면 적대적 반항장애가 동반된 ADHD 아동은 공존장애가 없는 경우에 비해 사회적 관계를 형성하는데 더 큰 어려움을 경험하는 것으로 확인된다(Barkley, 1990; H. S. Kim, 2013). 또한 적대적 반항 장애가 공존된 ADHD 아동일수록 사회성 부족, 전반적 행동 문제 역시 더욱 심각한 것으로 보고되고 있다(H. S. Kim, 2013; J. Y. Kim et al., 2005). 이러한 관점을 반영하여 이 연구는 적대적 반항장애가 동반된 ADHD 아동을 위한 비약물 중재의 일환으로 아동중심놀이치료를 통한 접근에 주목하고자 한다.
아동중심놀이치료는 인간중심상담에 근간을 두어 치료자가 아동을 가치롭게 생각하고 수용하는 놀이치료 접근법이다(Landreth, 2012). 아동중심놀이치료자는 친밀하고 수용적인 관계를 통해 놀이치료에서 아동이 온전히 존중받는 경험을 하도록 돕는다(E. K. Lee, 2016). 그 가운데 아동은 안전하고 일관된 환경에서 자신이 주도하는 놀이를 통해, 정서표현 및 좌절된 욕구 충족과 함께 자신의 강점을 발견하는 기회를 경험한다(S. Kim, 2016). 그리고 스스로 자신의 문제에 관해 책임감과 자기통제력 등을 형성하며 성장해 나가게 된다(Landreth, 2012). Brassett-Harknett과 Butler (2007)는 적대적 반항장애, 품행장애, 관계문제 등의 공존장애가 지속적으로 주변의 부정적 피드백을 유발함으로써, ADHD 아동의 자아 손상과 부정적 정서가 더욱 심각해질 수 있다고 보고한바 있다. 이를 고려할 때 관계라는 치료적 요소 안에서 존중과 수용을 통해 자발적 성장을 도모하는 아동중심놀이치료는 적대적 반항장애를 동반한 ADHD 아동에게 적합한 개입이 될 것으로 생각된다.
실제로 Bratton, Ray, Rhine과 Jones (2005), Lin과 Bratton (2015)의 ADHD 중재에 대한 메타분석 연구에서는 아동중심 놀이치료가 보드게임 등을 포함하는 인지행동적 놀이치료, 부모 병합치료와 함께 효과적인 중재로 확인되고 있다(S. Kim, 2016). 그리고 J.-S. Lee, Lee와 Mun (2006)은 적대적이고 반항적인 아동의 경우 단기적인 인지행동적 접근에 거부감을 보일 수 있음을 언급하며, 오히려 상징적인 놀잇감을 통해 자신의 억압된 정서를 자유롭게 표출하고 카타르시스와 치료적 관계를 경험하는 아동중심놀이치료가 용이한 접근이 될 수 있다고 주장하였다. Chae (2005) 역시 아동의 공격성과 우울감 등 부정적 정서의 표출 및 완화에 아동중심놀이치료가 효과적이며, Kenny와 Winick (2000)은 외상 경험이 있는 아동 상담에서 아동중심놀이치료 기법을 탄력적인 비언어적 의사소통의 수단으로 적용하는 것이 효과적이라고 제시하고 있다(S. Kim, 2016). 요컨대 아동중심놀이치료는 부정적 정서와 관계적 트라우마를 경험하는 적대적 반항장애를 동반한 ADHD 아동에게 정서적, 관계적 측면에서 효과적인 개입이 될 것으로 예측할 수 있다.
이와 관련해 H. S. Kim (2013)은 초등학교 3학년 남아 대상의 사례연구에서 부모훈련을 병합한 비지시적 놀이치료 접근이 적대적 반항장애를 동반한 ADHD 아동의 공격성 완화 및 관계 문제 개선에 효과가 있음을 보고하였다. 실제 임상현장에서도 통상적인 치료(usual care)로 아동중심놀이치료는 ADHD 또는 적대적 반항장애 아동에게 보편적으로 적용되고 있는 실정이다(J.-S. Lee et al., 2006). 이에 본 연구에서는 놀이 치료에 적합한 단일사례연구(single-case design)를 통해(S. Lee, 2014; Ray, 2008; Ray, 2010; Urquiza, 2010), 적대적 반항장애를 동반한 ADHD 아동에게 아동중심놀이치료가 실시되는 과정 및 아동의 변화 양상을 살펴보고자 한다.
한편 놀이치료에서 치료효과에 기여하는 핵심적인 요소는 놀이이다. 따라서 놀이치료의 과정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놀이 자체에 대한 객관적인 분석이 필수적으로 이루어질 필요가 있다(S. Lee, 2014). 특히 VanFleet, Sywulak과 Sniscak (2011)은 놀이치료의 과정을 보다 면밀히 이해하기 위해 놀이주제를 탐색할 것을 제안하였다. 놀이주제란 놀이치료 과정에서 나타나는 놀이의 주된 내용으로(Ray, 2010), 놀이주제에는 좌절된 아동의 내적 욕구나 심리적 상태가 반영되어 나타날 수 있고(Drewes, Bratton, & Schaefer, 2011), 치료자의 입장에서는 놀이주제 분석을 통해 아동의 문제를 개념화할 수 있다(Benedict & Hastings, 2002; Woo, 2005). 또한 놀이패턴과 반복적인 주제의 이해를 통해 진행단계의 전환과 아동의 변화를 감지할 수 있으며(Benedict, 2003; Benedict & Hastings, 2002; K. Kim & Yun, 2015), 아동의 심리적 상태 및 욕구 충족을 파악할 수 있다(VanFleet et al., 2011). 즉 놀이주제에 대한 탐색은 아동의 심리적 경험 및 치료과정을 보다 객관적으로 이해하고, 촉진적인 치료관계를 형성하는데 도움이 되는 일이라 볼 수 있다. 이와 관련해 S. Lee (2014)는 치료효과와 연결될 수 있는 놀이주제, 구성, 놀이방식 등에 대한 측정을 통해(Baggerly & Bratoon, 2010; Phillips, 2010) 놀이치료의 과정과 놀이 자체에 대한 객관적인 이해를 넓히려는 시도의 필요성을 제기한바 있다.
이렇게 놀이주제 탐색의 효용성이 부각되면서 관련 연구 또한 점차 증가하는 추세이다. 간략히 살펴보면 성 학대를 포함한 피학대 아동(Y. Lee, 2016; Woo, 2005), 가정폭력을 목격한 아동(Y. Kim, 2012), 반응성애착장애 아동(M. H. Kang & Woo, 2011), 습관적 자위행동을 보이는 아동(Kwon & Lee, 2015), 교통사고 피해 아동(K. Kim & Lim, 2014) 등을 대상으로 놀이치료를 진행하고 놀이주제를 분석한 연구들이 보고되고 있다. 그 결과 전반적으로 초기에는 통제감을 확인하는 등의 놀이주제, 중기에는 아동의 주호소와 관련된 주제, 종료 단계에는 보호. 양육의 놀이주제 등, 놀이치료 단계에 따라 일정한 변화 양상이 나타나는 것으로 확인된다. 이에 본 연구에서는 적대적 반항장애를 동반한 ADHD 아동에 대한 아동중심 놀이치료 과정에서 나타나는 단계별 놀이주제 및 흐름 또한 탐색해볼 가치가 있을 것으로 보고, 상기 연구들과의 비교가 가능하도록 Benedict 등(1998)의 놀이주제 분류체계를 근거로 놀이치료 단계에서의 놀이주제를 정리해보고자 한다.
정리하면 이 연구에서는 적대적 반항장애를 동반한 ADHD 아동에게 아동중심놀이치료를 실시하고 진행과정 및 내용을 살펴보아 아동중심놀이치료를 통한 아동의 변화를 확인하고자 한다. 나아가 단계별로 나타나는 주된 놀이주제 및 흐름을 파악함으로써 적대적 반항장애를 동반한 ADHD 아동의 아동중심놀이치료에서 나타나는 치료과정 및 특성에 대한 이해를 높이고자 한다. 이는 적대적 반항장애를 동반한 ADHD 아동에 대한 아동중심놀이치료의 적용 가능성을 확인하고, 치료과정을 보다 면밀히 이해하는데 기여하는 의미 있는 일이 될 것이다. 이상의 연구목적을 위해 다음의 연구문제를 설정하였다.
연구방법
연구대상
기본정보
연구대상 아동은 치료시작 당시 만 7세 1개월인 초등학교 1학년 남아로, 심각한 충동성, 주의산만 및 집중력 부족과 폭력적인 언행으로 인해 담임교사와 학급의 학부모들, 그리고 학교 측으로부터 심리치료를 권고 받았다. 모의 보고에 따르면 아동은 외동으로 부모 및 조부모와 함께 살고 있으며, 배우의 직업을 가진 모의 상황으로 인해 만 1세 이후 줄곧 조모와 함께 시간을 보내며 성장하였다. 아동의 모 역시 아동기부터 이어진 성인 ADHD 소견이 있었으며, 연구기관 내원 당시 우울증으로 약물치료를 받고 있었다. 아동의 모는 아동이 걸음마기 이전부터 과도한 활동량이 두드러져 따라다니기 힘들었으며, 만 3세경에는 부주의, 충동성 등의 행동특성과 관련해 기관보육시설에서 통제가 어렵다는 호소로 어린이집을 3회 이상 옮기는 등 불안정한 환경변화가 있었음을 보고하였다. 이후 놀이치료 시작 당시까지 과잉행동, 주의산만, 충동성 및 공격성으로 인해 또래관계를 형성하지 못하였으며, 학원이나 체육교실 등의 교육기관에 줄곧 적응하지 못해 강제로 퇴출되는 경험을 반복하였다. 아동의 모는 아동의 영유아기 행동특성에 대해 자신의 ADHD가 유전된 것으로 생각하며 죄책감을 느끼고 있었다. 아동은 만 6세에 정신건강의학과에서 ADHD로 진단을 받고 약물치료를 1년가량 진행하였으나, 뚜렷한 증상의 완화를 경험하지 못하고 중단했던 것으로 보고된다.
심리평가
놀이치료 시작에 앞서 아동에 대한 보다 종합적이고 객관적인 이해를 목적으로 임상심리전문가에게 KEDI-WISC (Korean Educational Development Institute-Wechsler Intelligence Scale for Children), SCT (Sentence Completion Test), Rorschach 검사, HTP (House-Tree-Person test), KFD (Kinetic Family Drawing test), BGT (Bender-Gestalt Test), 부모면담을 포함한 종합심리평가를 의뢰하여 진행하였다. 평가 결과 아동은 보통 수준의 지능(Full Scale Intelligence Quotient [FSIQ] = 104, Verbal IQ [VIQ] = 98, Performance IQ [PIQ] = 110; 지적 잠재력은 우수 수준으로 추정됨)으로, 지능검사와 정서검사에서 주의집중력 부족, 높은 충동성, 욕구 충족 좌절로 인한 내면의 분노, 적개심, 반항심 및 높은 공격성이 두드러진 특징으로 확인되었다. 이에 검사 결과를 바탕으로 임상심리전문가에 의해 적대적 반항장애를 동반한 ADHD로 진단되었다.
사례개념화
개별면담을 통한 모의 보고 및 임상심리전문가의 종합심리평가 결과를 통합적으로 살펴볼 때, 아동은 기질적인 요인에 환경적인 영향이 더해진 ADHD로 학교생활 부적응 및 또래관계 형성에 어려움이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또한 잦은 실수와 과잉행동, 충동적인 행동양상으로 인해 어린 시절부터 부정적인 피드백을 줄곧 받아오는 가운데, 내면에는 분노와 공격성 등의 부정적 정서와 자아상, 낮은 자존감이 형성된 것으로 보인다. 한편 부모의 맞벌이로 아동은 생애 초기부터 주로 조부모와 함께 시간을 보냈으며, 특히 모의 ADHD 및 우울증으로 안정된 모-자 관계 및 일관되고 안정된 양육환경을 경험하지 못하는 가운데 심리적 불안정감이 형성된 것으로 파악된다. 이러한 기본적인 신뢰감의 결여와 내면에 누적된 부정적 감정이 2차적으로 아동의 적대적 반항장애 형성에 기여한 것으로 보인다. 이에 본 연구에서는 친밀하고 수용적인 치료적 관계 가운데 아동 주도적 놀이를 통해 아동이 자기 자신을 수용.존중하고 긍정적 정서를 경험하며, 책임감 가운데 직면한 문제에 대한 창의적이고 풍부한 대응능력과 자기 통제력을 형성하여 성장하도록 돕는(Landreth, 1993) 아동중심놀이치료 중재를 시도하였다.
연구도구
아동중심놀이치료
놀이치료 과정 아동에게 Rogers의 인간중심상담이론에 기반하고 있는 Axline (1969)의 아동중심놀이치료를 실시하였다. 놀이치료는 놀이치료 및 아동상담관련 전문 자격을 보유한 연구자가 직접 실시하였으며, 주 1회씩 총 62회기의 놀이치료를 1년 5개월에 걸쳐 연구자가 속한 상담소의 놀이치료실에서 진행하였다. 세션은 40분간의 놀이치료 실시 후, 모와 면담 또는 전화통화로 20분의 부모상담을 진행하는 구조로 구성하였다.
놀이치료 목표 아동에 대한 사례개념화를 바탕으로 다음과 같이 아동중심놀이치료의 목표를 설정하였다. 첫째, 치료자와의 일관되고 안정된 관계경험을 통해 정서적 안정감 및 신뢰감을 형성하도록 돕는다. 둘째, 내면의 부정적 감정을 안전한 놀이상황 가운데 수용 가능한 방법으로 발산하고 해소하도록 돕는다. 셋째, 수용 및 공감적 지지를 통해 자존감을 높이고 긍정적 자아상을 형성하도록 돕는다. 넷째, 이를 바탕으로 자기조절능력 향상과 사회적 상황에 대한 적절한 대처능력을 형성하도록 돕는다. 다섯째, 부모상담을 통해 부모의 아동에 대한 이해를 높이고, 일관되고 안정적인 양육환경이 제공되도록 돕는다.
놀이주제 분류체계
놀이치료에서 나타난 놀이주제를 파악하기 위하여 Benedict 등(1998)의 놀이주제 분류체계(Benedict Play Therapy Analysis System [BPTAS])를 사용하였다. 놀이주제는 ‘힘과 공격성’, ‘가족과 양육’, ‘통제와 안전’, ‘탐색과 숙달’, ‘성적인 놀이’의 5가지 영역으로 분류되며, 각 영역은 Table 1과 같은 세부 주제들을 포함한다. 놀이주제를 인식하는 기준은 회기 내에 반복되는 특정한 놀이, 다양한 놀잇감으로 유사하게 반복하는 놀이, 강렬한 정서가 표현되는 놀이, 여러 회기에 걸쳐 연결되는 놀이, 갑작스러운 변화가 나타나는 놀이로, 아동에게 특정한 의미가 있는 놀이 활동이 이에 해당한다(Benedict et al., 1998).
연구절차
본 사례는 교육복지우선지원사업으로 해당 지역 교육지원청의 지원 가운데 아동의 학교 교감, 담임교사 및 지역사회전문가의 추천, 그리고 아동 모의 합의 하에 연구자가 속한 상담소로 의뢰되었다. 놀이치료 시작 전, 연구자는 아동, 아동의 모, 담임교사와 각각 개별면담을 진행하였으며, 이 과정에서 아동에 대한 놀이치료가 연구과정으로 진행되는 것에 대해 아동과 모에게 동의를 구하였다. 이때 연구 참여에 동의하지 않더라도 놀이치료는 동일하게 진행됨을 안내하였다. 아동에게는 구두로 익명성 보장의 원칙하에 놀이치료의 기록과 녹취, 이후 연구 자료의 사용 및 자료 보관과 폐기에 대해 이해할 수 있는 수준으로 설명하였으며, 아동의 이익과 자유의사를 최우선으로 하여 연구 참여 여부에 대한 동의를 구하였다. 그리고 모에게도 동일한 과정을 통해 서면으로 동의를 구하였으며, 아동이 속한 학교의 지역사회전문가에게 연구진행 여부를 알리고 연구를 시작하였다. 이후 놀이치료의 모든 회기는 아동과 모의 동의하에 녹취하였으며, 진행과정 및 놀이주제 양상의 분석을 위해 매회 놀이치료가 종료된 직후 연구자가 회기별 기록지를 상세히 작성하였다. 회기별 기록지의 내용에는 아동이 선택한 놀이, 놀이에서의 정서, 몰입의 정도, 놀이와 관련한 의미 있는 대화, 다른 회기와의 차이 또는 특징적인 점, 놀이내용 평가, 치료자와의 상호작용 등(Bratton, Landreth, & Homeyer, 1993)이 포함되었다.
자료분석
수집된 자료에 대한 분석은 2단계에 걸쳐 진행되었다. 우선 아동중심놀이치료가 진행되는 과정에서 1차적으로 녹음자료의 축어록 또는 완전어록을 작성하여 매월 놀이치료 슈퍼비전을 진행하였으며, 이를 통해 아동중심놀이치료의 실시과정을 점검하고 단계별 흐름과 내용을 분석하였다. 이때 놀이치료 회기에 나타나는 아동의 반응에 따라 놀이치료 단계를 분류할 것을 제안한 Nordling과 Guerney (1999)의 견해를 수용하여, 놀이치료 과정을 ‘친밀감 형성 단계’, ‘공격 단계’, ‘퇴행 단계’, ‘종료 단계’로 구분하고 정리하였다.
다음으로 단계별 놀이주제 양상과 흐름을 분석하기 위해 아동중심놀이치료가 종료된 이후, 1차 분석에 사용한 축어록 및 완전어록을 포함한 녹음자료와 회기별 기록지를 바탕으로 놀이주제 분류체계(BPTAS)에 따라 놀이주제를 분석하였다. 이때 놀이주제의 최종 분류는 신뢰도와 타당도 확보를 위해 삼각검증법(triangulation; Mathison, 1988)으로 연구자와 아동 상담 및 놀이치료 전문가 2인이 함께 모여 자료를 반복적으로 검토하는 가운데 모든 자료에 대해 세 명의 의견이 일치되는 방향으로 합의하여 분류하였다.
연구결과
놀이치료 단계별 진행과정
본 연구의 놀이치료 진행과정은 1–5회기 친밀감 형성 단계, 6–27회기 공격 단계, 28-57회기 퇴행 단계, 58–62회기 종료 단계로 구분된다(Nordling & Guerney, 1999). 단계별 진행과정 및 결과는 다음과 같다.
친밀감 형성 단계(1–5회기)
이 시기에 아동은 놀이치료실을 탐색하고 치료자와 라포(rapport)를 형성하였다. 1–2회기에는 놀잇감을 둘러보며 “이거 우리 집에도 있어요.”, “이마트에서 샀어요. 선생님은 어디서 샀어요?”라고 묻는 등 치료자와 놀잇감에 관심을 보였다. 3–5회기에는 찰흙으로 핫케이크를 만들어 초를 1개 꼽고 소중히 간직하거나 텐트에 들어가 치료자를 초대하고, 트랜스포머 로봇을 이용한 선과 악의 싸움 놀이를 시작했다.
주로 선택한 놀잇감은 총, 칼, 활, 자동차, 로봇, 블록으로, 각각을 꺼내어 이것저것 살펴 만져보고 탐색하는 모습이었다. 대체로 부산스럽게 움직이고 놀잇감을 만지며 “망했다.”, “잔소리”라는 말을 습관적으로 되풀이하기도 했다. 놀이치료 의뢰 당시 학교와 모의 주 호소 문제였던 욕을 하거나 규칙에 어긋나는 행동 등은 전혀 보이지 않았다.
부모상담에서 보고된 내용은 아동이 학교에서 학급의 다른 학부모들에게 지속적으로 부정적인 피드백을 받고 있으며 수시로 “죽어버릴 거야.”, “자살할 거야.” 등의 말을 되풀이한다는 것이었다.
공격 단계(6-27회기)
아동은 안전한 공간, 안전한 관계를 바탕으로 점차 다양한 주제의 놀이를 진행하였으며, 주 호소와 관련한 문제행동들이 놀이치료실 및 놀이과정에서 나타나기 시작했다. 6 –27회기 전반에 걸쳐 로봇을 변신시키는 ‘트렌스포머’ 놀이. ‘죽음의 아파트’라는 제목의 연재만화 그리기, 학교를 꾸미고 그곳에서 짜증이 난 학생을 탈출시키는 놀이, 폭주족이지만 착하고 학교를 잘 안다니는 학생이 주인공으로 등장하는 학교놀이, ‘고스트 라이더’라는 영웅을 통해 치료자를 구해주는 놀이, 공룡과 괴물의 싸움놀이 등을 진행하면서 본격적인 공격 단계의 모습을 보였다. 그리고 이러한 흐름의 중간에는 학교놀이를 하면서 치료자에게 자신을 위해주는 교사 역할을 시키거나 집과 마을을 꾸미기, 엄마 공룡과 자식 공룡을 짝지어 주기 등 양육 및 돌봄의 욕구 충족과 관련된 놀이가 등장하기도 했다.
이 단계에서 아동은 “재미없다.”라며 놀잇감을 던지거나 규칙을 어기는 행동을 하고 치료자의 반응을 살피는 모습을 보이기 시작했다. 그리고 한 가지 놀이를 5분 이상 지속하지 못하거나, 치료자에게 짜증과 신경질적인 반응을 보이며 놀이 치료실 문을 발로 차는 행동이 잦았다. 22–27회기에는 모와의 분리를 힘들어하고 놀이치료실에 들어가기를 거부하거나, 물건을 던지고 욕을 하며 폭발적으로 화를 표출하는 모습이 나타나기도 했다.
부모상담시 보고된 내용을 살펴보면, 초반에는 집에서 부모의 이야기를 끝까지 듣고 대답하거나 할머니 할아버지에게 예의 바르게 행동하는 등 좋아지는 모습이 나타나기 시작했으나, 학교에서는 여전히 욕하는 것 때문에 자꾸 부정적 피드백을 듣고 있다고 했다. 그런데 중반으로 접어들면서 잘못한 것이 있을 때 이를 설명하면 잘 수긍하는 모습이 생겼다는 보고와 함께, 주변의 친척들이나 오래간만에 만난 사람들로부터 아동이 많이 점잖아졌다는 이야기를 듣게 되었다고 하였다. 그리고 모와 있는 동안에는 욕을 하지 않는다는 보고도 있었다. 한편 이 시기에 학교의 담임 선생님은 아동이 화내는 모습이 줄어들고 알아듣고 이해하는 모습이 생겼으나, 가끔씩 돌발적으로 공격적, 충동적 행동을 보인다고 보고하였다.
퇴행 단계(28-57회기)
퇴행 단계로 접어들면서 아동은 ‘스머프 마을’ 등을 소재로 이야기를 꾸미고, 역할놀이를 통해 지지와 수용을 반복적으로 경험하는 놀이양상을 보였다. 28–32회기에는 치료자에게 검은 고양이 역할을 시키고 마을을 꾸며 아동의 마을과 치료자의 고양이가 서로 상호작용 하는 놀이를 진행하였으며, 33–36회기에는 스머프 마을을 꾸미고 가가멜이 ADHD라고 하며, “가가멜이 결국 마음을 바꿔 가가멜의 성에도 꽃이 피었어요.”라고 하거나, “가가멜에게는 왜 사랑과 평화가 없을까요?”라고 하며 가가멜이 스머프를 도와주는 놀이를 반복적으로 진행했다. 37–57회기에는 지속적인 스머프 마을 놀이와 함께 공룡과 괴물의 싸움, 집과 새로운 마을 꾸미기, 노래 부르기, 자신이 좋아하는 게임 이야기 나누기, 스머프로 친구 사귀기 놀이가 이루어졌다.
퇴행 단계에서도 중간 중간 짜증을 내며 놀잇감을 던지는 행동은 간헐적으로 있었으며, 우발적으로 욕을 하거나 화를 내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그러나 이전과 달리 충동적으로 분노 표출 행동을 한 뒤에는 곧 스스로 수습하는 모습을 보이기 시작했다. 그리고 이 시기에 배우의 직업을 가진 모가 새로운 작품을 시작하게 되어 매일 저녁 출근을 하는 상황이 되었는데, 이에 대해 치료자에게 “엄마가 매일 일하러 가서 저녁에는 아빠랑 할머니랑 있는데 엄마 보고 싶어서 힘들어요.”라고 자신의 마음에 대해 구체적으로 표현하기도 했다. 점차 놀이에 이야기와 흐름이 생기고 놀이 지속시간이 길어지는 양상으로, 실생활에서도 처음으로 학교에 친구가 2명 생겼다고 치료자에게 이야기하며 뿌듯해하는 모습을 보였다.
부모상담의 내용을 살펴보면, 아동에게 친구가 생기고 좋은 모습이 많아지고 있다고 했다. 다른 사람의 제안을 수긍하는 모습이 생겼으며, 짜증내는 횟수는 비슷하나 감정을 못 이겨 소리를 지르는 행동과 소소한 실수가 눈에 띄게 줄었다고 했다. 학교에서는 의젓한 모습으로 칭찬을 받기도 하고, 다른 반 친구들과도 많이 어울려 놀고 있으며, 아동에 대한 주변의 피드백이 좋아졌고 아동의 눈치 보는 행동과 모의 사랑을 확인하는 모습이 줄었음도 보고 되었다. '죽고 싶다'는 말은 이제 하지 않으며, 생활에서 식사량이 많아졌고 잠도 늘었다고 했다. 집단 활동을 하는 곳에서는 늘 쫓겨나기 일쑤였는데, 이즈음부터 공부방도 잘 적응하며 다니게 되었다. 그리고 모는 이 시기에 자신의 심리상태와 양육행동이 아동에게 미치는 영향에 대한 통찰이 있음을 보고하였다.
종료 단계(58-62회기)
합의하에 종결을 계획하고 진행하는 가운데 아동은 스스로 자신의 놀이를 정리하였다. 58–59회기에는 도둑잡기 등의 규칙이 있는 게임놀이와 스머프들에게 이제껏 가가멜에게 스트레스 받은 것들을 이야기해 보도록 시키며 관계를 개선하는 놀이를 진행하였다. 60회기에 아동의 보고 및 놀이치료 과정에서의 변화 양상, 모의 보고, 학교의 보고를 토대로 아동과 종결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었으며, 아동과 합의를 통해 2회기 뒤 종결을 계획하였다. 종결을 준비하며 아동은 로봇 변신 놀이, 기차놀이, 종이인형 만들기 놀이 등을 진행하였다.
이 과정에서 충동적으로 반말이나 공격적인 행동을 보이기도 했으나, 스스로 이를 인식하고 사과하거나 적절히 대처하는 모습을 일관되게 보였다. 또한 부탁, 수용 등 상황에 맞는 적절한 정서, 행동 및 언어적 표현이 증가한 모습이 확인되었다. 그리고 자신이 사용한 놀잇감을 정리하는 모습이 나타나기도 했다. 이에 62회기, 아동의 변화와 성장을 정리하고 축하하며 놀이치료를 종결하였다.
부모상담에서 모는 종결을 앞두고 아동이 학교에서 번호 순서대로 짝을 지어 자리를 배치하는 과정에서 인원이 맞지 않아 어쩔 수 없이 혼자 앉게 되었는데, 그 장면을 보면서 외톨이가 되면 어쩌나 싶은 염려가 들었다며 다소의 불안감을 호소하기도 했다. 그러나 아동이 자신이 구구단을 잘 외우는 것을 치료자에게 말해달라고 했다는 이야기와 함께 아동의 성장을 기특하게 여기는 등 전반적으로 아동의 변화를 인정하는 모습이었다.
정리하면 아동중심놀이치료의 과정을 통해 아동은 치료자와의 신뢰로운 관계와 수용을 경험하면서 긍정적 자아상과 자존감을 형성하였다. 그리고 이를 바탕으로 자기통제력 및 사회적 상황에 적절히 대처하며 조절하는 모습이 증가하였다. 그리고 놀이를 통해 부정적 감정을 안전하게 발산하고 긍정적 정서를 경험하는 가운데 공격적이고 반항적 행동이 감소하였으며, 자신의 감정을 인식하고 사회적으로 수용 가능한 방법으로 표현하기 시작하면서 대인관계 및 사회적 상황에서의 적응적인 모습 또한 증가하였다.
놀이주제 변화
단계별로 놀이치료 과정에서 나타난 놀이주제의 빈도를 분석한 결과를 Figure 1과 Table 2에 제시하였다. 친밀감 형성 단계에서 나타난 놀이주제는 통제와 안전 14회(50.0%), 탐색과 숙달 7회(25.0%), 가족과 양육 4회(14.3%), 힘과 공격성 3회(10.7%)의 순이었다. 공격 단계에서는 통제와 안전이 38회(40.0%), 힘과 공격성 34회(35.8%), 탐색과 숙달 13회(13.7%), 가족과 양육 10회(10.5%), 퇴행 단계에서는 통제와 안전 40회(34.5%), 힘과 공격성 38회(32.8%), 가족과 양육 29회(25.0%), 탐색과 숙달 9회(7.7%) 순으로 확인되었다. 그리고 종료 단계의 놀이주제는 가족과 양육 6회(30.0%), 통제와 안전 및 탐색과 숙달이 각각 5회(25.0%), 힘과 공격성 4회(20.0%)로 나타났다. 전 회기에 걸쳐 성적인 놀이는 관찰되지 않았다.
단계별로 세부적인 놀이주제 및 영역별 가장 높은 빈도를 보인 놀이주제의 예를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첫째, 1–5회기의 친밀감 형성 단계에서는 통제와 안전 주제로 자동차를 세워놓고 울타리를 치는 등 안정과 보호가 3회로 가장 많았다. 다음으로 매장과 익사, 망가트리기, 건설하기가 각각 2회씩, 고치기, 불안정, 엉망진창으로 만들기, 분류하기 및 구조하기가 1회씩 확인되었다. 다음으로 탐색과 숙달 주제는 비눗방울이나 그림그리기 도구들을 살펴보는 탐색이 5회로 빈번했으며, 숙달이 2회 확인되었다. 가족과 양육 주제는 텐트에 들어가 자신을 찾아보게 하는 등의 항상성과 아기 인형을 위해 생일 케이크를 만드는 등 양육이 모두 2회씩 관찰되었다. 마지막으로 힘과 공격성 주제는 스파이더맨과 검정색의 악당이 싸우는 등 선과 악의 대결이 2회였으며, 힘이 1회 확인되었다.
둘째, 6 –27회기의 공격 단계에서는 통제와 안전과 관련해 기찻길과 도로를 만드는 등의 건설하기가 9회로 가장 많았으며, 망가트리기 6회, 엉망진창으로 만들기 및 안정과 보호 각 5회, 구조하기 4회, 불안정 3회, 분류하기 3회, 매장과 익사 2회 및 회피 1회의 놀이주제가 나타났다. 힘과 공격성 주제는 보보인형을 때리거나 “조용히 해!”라고 소리치며 경찰차를 던지는 등 공격성이 11회 확인되었고, 그 외 힘 10회, 선과 악의 대결 8회, 도움청하기 3회, 자연적 상황으로 인한 죽음이 2회 있었다. 다음으로 탐색과 숙달 주제는 블록을 쌓아올리는 등의 숙달이 11회로 압도적으로 많았으며, 탐색이 2회 관찰되었다. 가족과 양육 주제로는 아동이 로봇을 자기라고 하며 치료자에게 잡아보도록 하는 등 항상성이 5회였으며, 그밖에 양육 3회, 긍정적 자기양육 1회 및 사고팔기 놀이가 1회 나타났다.
셋째, 28–57회기에 걸친 퇴행 단계에서는 통제와 안전 주제로 스머프 마을과 가가멜 집을 만들고 연결하는 등의 건설하기가 14회로 가장 많았으며, 다음으로 안정과 보호 9회, 망가트리기 8회, 엉망진창으로 만들기 5회, 불안정 2회, 그리고 매장과 익사와 회피가 각 1회씩 있었다. 힘과 공격성 주제는 가가멜이 다른 로봇을 만들고 뿌듯해하는 등 힘이 14회, 그 외 선과 악의 대결 13회, 공격성 6회, 도움청하기 3회 및 공격으로 인한 죽음이 2회 확인되었다. 가족과 양육 주제로는 치료사에게 검정색 고양이 인형을 주고 아동이 돌보아 주는 등 양육이 12회, 그밖에 사고팔기 놀이 10회, 항상성 4회, 긍정적 자기 양육 3회로 파악되었으며, 탐색과 숙달 주제는 능숙하게 비눗방울을 만들어내는 등의 숙달 7회, 탐색이 2회로 확인되었다.
넷째, 58– 62회기의 종료 단계에서 가족과 양육주제는 스머프가 검정색 아기 고양이를 돌봐주는 등 양육이 5회로 가장 많았고, 그 외 사고팔기 놀이가 1회 나타났다. 통제와 안전 주제로는 스머프 마을과 가가멜의 집을 연결하는 통로를 만드는 등의 건설하기가 3회 관찰되었으며, 다음으로 청소하기 및 안정과 보호가 1회씩 있었다. 탐색과 숙달 주제는 복잡한 게임 세팅하기를 반복하는 등의 숙달 4회, 그리고 탐색이 1회 확인되었다. 마지막으로 힘과 공격성 주제로는 공격 상황이라며 놀잇감을 던지는 등의 공격성이 2회, 힘과 도움청하기가 각각 1회씩 나타났다.
단계에 따른 놀이주제별 변화 양상을 보면 첫째, 적대적 반항장애를 동반한 ADHD 아동의 아동중심놀이치료 과정에서 전반적으로 가장 많이 나타난 놀이주제는 통제와 안전이었다. 그리고 이 주제는 놀이치료가 진행되고 단계가 전환되면서 상대적으로 점차 빈도가 감소하는 양상을 보였다. 둘째, 힘과 공격성은 친밀감 형성 단계에서 낮은 빈도로 나타나던 것이 공격 단계로 접어들면서 확연히 증가하고, 이후 퇴행 단계와 종료 단계에 걸쳐 상대적으로 빈도가 감소하는 흐름을 보였다. 셋째, 가족과 양육 주제는 친밀감 형성 단계 및 공격 단계에서 낮은 빈도로 나타나던 것이 퇴행 단계와 종료 단계에서 급격히 증가하는 양상이었다. 마지막으로 탐색과 숙달 주제의 경우 초기와 말기에 해당하는 친밀감 형성 단계와 종료 단계에서 비교적 높은 빈도로 나타나며, 중기에 해당하는 공격 단계와 퇴행 단계에서는 출현 빈도가 현저히 감소하였다.
논의 및 결론
이 연구의 목적은 적대적 반항장애를 동반한 ADHD 아동에게 아동중심놀이치료를 진행하고 놀이치료의 단계별 진행과정 및 놀이주제의 양상을 살펴봄으로써, 아동중심놀이치료를 통한 적대적 반항장애를 동반한 ADHD 아동의 변화와 아동중심놀이치료 과정에서의 놀이주제에 대한 이해를 높이는 것이다. 이를 위해 초등학교 1학년의 적대적 반항장애를 동반한 ADHD 남아에게 주1회씩 총 62회기의 아동중심놀이치료를 실시하고, 진행과정 및 놀이주제를 살펴보았다. 연구의 결과를 정리하고 논의하면 다음과 같다.
첫째, 아동중심놀이치료가 진행되는 가운데 본 연구대상 아동의 주호소 문제가 해소 또는 완화되었다. 놀이치료의 과정, 학교 및 부모의 보고를 통해 확인된 변화를 살펴보면, 아동의 공격적이고 반항적 행동이 감소하고 긍정적 자기보고 및 안정적인 정서표현이 증가하는 가운데 긍정적 자아상 및 자존감이 형성된 것으로 확인되었다. 또한 스스로 의지를 가지고 자신의 행동을 적응적으로 조절하고자 시도하거나 규칙을 수용하는 등 통제력이 증가한 모습을 보였다. 사회적 상황에 적절히 대처하며 자신의 감정과 욕구를 언어적으로 표현하거나 사회적으로 수용 가능한 방법으로 표출하고 충족하는 등, 사회적 기술과 적응적 모습도 향상되었다. 그리고 모와 안정된 관계를 형성하는 것에서 나아가 학교에서 친구를 사귀고 갈등에 적절히 대처하며 관계를 잘 유지해 나가는 등 대인관계능력이 향상되면서 주변으로부터의 긍정적 피드백이 증가하였다. 이는 ADHD 유아에게 아동중심놀이치료를 적용하여 효과를 보고한 K. Kim과 Yun (2015)의 연구와 일치하는 결과로, 이상의 변화는 아동중심놀이치료의 치료적 요인과 긴밀하게 연결된다.
아동중심놀이치료는 치료적 관계를 중요시 한다(Landreth, 1993). 안전한 환경 가운데 아동이 중심이 되어 치료의 방향을 주도하고 책임을 경험하는 과정 안에서, 아동은 자기 통제력과 내적 성장을 경험하게 된다. 또한 치료자와의 치료적 신뢰관계 및 수용과 존중 경험은, 아동이 내면의 부정적 감정을 해소하고 왜곡이나 거부 없이 세상을 바라보며 타인과 다시 연결되도록 돕는다. 즉 아동중심놀이치료의 핵심적 가치와 이를 통한 아동의 내적 성장 과정은 ADHD 아동의 부주의, 충동성 등의 1차적 문제 완화는 물론, 부정적 자아상 및 낮은 자존감, 사회적 관계 및 학교 부적응 등의 2차적 문제 해소와도 밀접하게 맞닿아있는 것으로 볼 수 있다(Landreth, 2012; E. K. Lee, 2016; Ray, 2010).
특히 본 연구에서는 실제 임상 및 교육 현장에서 빈번히 관찰되는(D. Kim, An, & Koo, 2016) 적대적 반항장애를 동반한 ADHD 아동에 대한 아동중심놀이치료의 긍정적 효과를 확인하였다. 이는 아동중심놀이치료가 아동의 공격성과 반사회적 행동을 감소시킨다는 T. I. Kim (2003)의 주장을 지지하는 결과로, 이는 아동중심놀이치료가 가지는 안전한 환경 및 아동에게 제공되는 놀이의 발달 적합성과 관련된 부분으로 생각해 볼 수 있다. 일관되고 수용적인 환경은 아동으로 하여금 놀이를 기반으로 보다 편안하게 억압된 부정적 정서를 표출하고 해소할 수 있도록 돕는다. 나아가 여기에서 경험하는 자기에 대한 신뢰를 바탕으로 아동은 타인과 세상에 대한 신뢰 및 긍정적 정서와 태도를 키워갈 수 있게 된다(Landreth, 1993). 환언하면 아동중심놀이치료의 치료적 요인과 과정은 적대적 반항장애를 동반한 ADHD 아동의 심리.행동적 문제의 완화 및 성장과 적응에 도움이 되는 것으로 생각해 볼 수 있다. 이를 입증한 이 연구의 결과는, 최근 더욱 강조되고 있는 비약물 중재(Koh & Jeong, 2013)를 고려함에 있어 아동중심놀이치료만으로는 긍정적 변화를 이끌어내기에 역부족이라는 일부의 우려(S. Kim, 2016)와 달리, 적대적 반항장애를 동반한 ADHD 아동의 경우 아동중심놀이치료 역시 효과적인 방안이 될 수 있음을 보여준다.
둘째, 본 연구대상 아동의 아동중심놀이치료 단계에서 나타난 놀이주제의 내용을 살펴보면, 친밀감 형성 단계에서 아동은 케이크를 만들어 1개의 초를 꼽고 소중히 다루거나 텐트에 들어가 치료자를 초대하는 등 치료자와의 치료적 관계 구축 및 자아 형성과 관련한 놀이(Green, Crenshaw, & Langtiw, 2009)로 치료의 시작을 알렸다. 그리고 선과 악으로 편을 구분해 싸우는 놀이 가운데 낮은 자존감과 통제력, 자신에 대한 이분화(긍정적.부정적)된 이미지를 내어놓으면서(J. S. Lee, 2012) 중기 전반에 해당하는 공격 단계로 접어들었다.
공격 단계에서 아동이 주로 선택한 놀이는 피겨를 사용한 학교놀이로, 짜증이 난 학생을 학교에서 탈출시키거나 치료자에게 아동을 지지하고 수용하며 돌보아주는 교사 역할을 지시했다. 아동의 주 호소 및 발달력을 고려할 때 이는 아동이 실제 생활에서 경험한 부정적 정서와 관계에 대한 은유적 표현인 동시에 심리적 결핍을 충족해 나가는 과정(Green et al., 2009)으로 볼 수 있다. 놀이치료가 진행되면서 놀이에 나타나는 중 인공의 이미지는, 폭주족이고 학교를 잘 안다니지만 착한 학생으로 묘사되는 등 점차 부정적 자기와 긍정적 자기가 통합되어가는 양상(J. S. Lee, 2012)을 띠었다. 그리고 자신이 ‘고스트 라이더’라는 영웅적 인물이 되어 세상을 구하는 놀이를 반복하면서 힘과 통제력을 확인하고 자아를 강화시켜 나가는 모습(Benedict & Hastings, 2002)을 보였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공룡과 괴물의 싸움을 주제로 한 놀이가 병행되는 등 불안정한 자아 및 위협적으로 여겨지는 외부 환경으로 인한 불안정감(Benedict & Hastings, 2002)도 공존하는 양상이었다. 이렇게 분열과 통합이 공존하는, 혼돈 및 보상적 재경험을 반복하는 과정을 지나 공격 단계의 후반에서 퇴행 단계로 전환되는 시점에는, 집과 마을을 꾸미고 엄마 공룡과 자식 공룡을 짝지어 주는 등 안정감을 구축하고 긍정적 양육과 모자관계의 형성을 바탕으로 자아를 강화시키는 놀이(Benedict & Hastings, 2002)의 비중이 높아졌다.
퇴행 단계에서 아동은 스머프 마을을 꾸미고 치료자에게 고양이 역할을 시켜 자신을 돌보게 하거나 친구가 되는 놀이를 반복하면서 자아를 강화시켜 나가는 모습(Benedict & Hastings, 2002)이었다. 또한 부정적 자기상에 해당하는 가가멜이 좋은 마음을 갖게 되어 가가멜의 성에 꽃이 피거나, 긍정적 자기상을 나타내는 스머프와 가가멜이 친구가 되어 하나의 마을을 꾸미는 등 자신의 부정적, 긍정적 이미지를 통합하고 성장(J. S. Lee, 2012)하는데 주력하였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공룡과 괴물의 싸움 놀이 등 다소 불안정한 상태를 보여주는 놀이(Benedict & Hastings, 2002)도 여전히 간간히 등장하였다. 이후 새로운 마을 꾸미기, 스머프로 친구 사귀기 놀이의 비중이 높아지는 가운데 자아강화가 안정적으로 이루어지면서, 노래 부르기나 자신이 좋아하는 게임 이야기 나누기 등 현실 놀이(Green et al., 2009)가 나타나기 시작하였다. 이에 자연스레 종료 단계로 접어들어 종결을 준비하게 되었다.
종료 단계에서는 자신의 긍정적, 부정적 자기상을 상징적으로 표현하는 스머프와 가가멜이 서로 마음을 터놓고 대화하며 통합해 나가는 자기통합의 놀이(J. S. Lee, 2012)와 함께, 규칙이 있는 게임놀이 등 현실놀이(Green et al., 2009)가 잦아졌다. 그리고 로봇 변신 놀이, 기차놀이, 종이인형 만들기 놀이 등 자기 통제력과 유능감, 에너지를 확인하는 놀이(Green et al., 2009)가 이루어지는 가운데 아동의 놀이치료 과정은 마무리되었다.
셋째, 놀이치료의 단계별로 놀이주제의 빈도 양상을 살펴 본 결과 일정한 흐름이 확인되었다. 초기에 해당하는 친밀감 형성 단계에서는 통제와 안전 및 탐색과 숙달 주제의 놀이가 주로 이루어졌다. 그리고 중기의 전반이라 볼 수 있는 공격 단계에서는 힘과 공격 주제의 놀이 비중이 압도적으로 많아지고, 이후 중기의 후반부인 퇴행 단계에 접어들면서 가족과 양육 주제의 놀이 빈도가 높아졌다. 그리고 말기의 종료 단계에서는 다시금 탐색과 숙달 주제의 놀이가 증가하는 양상으로 확인되었다. 이러한 흐름은 학대로 인한 PTSD (Post-Traumatic Stress Disorder) 아동(Y. Lee, 2016), 습관적 자위행동을 보이는 아동(Kwon & Lee, 2015) 등 다른 주 호소로 놀이치료를 진행한 연구들에서도 유사하게 나타나는 경향으로, 놀이치료 진행 과정에서 일반적인 단계별 놀이주제의 변화 양상이 존재할 가능성을 생각해볼 수 있다.
놀이치료 초기 단계에서는 일반적으로 새로운 놀잇감과 놀이 환경을 살펴보고 적응하는 가운데 탐색과 숙달 주제가 주로 나타날 수 있다(Benedict et al., 1998). 이후 치료환경에 적응하게 되면서 아동의 치료과정은 중기로 넘어가게 되고, 이때 아동은 치료자와 형성한 라포를 바탕으로 안심하고 자기 마음을 표현하는 가운데 공격적이고 힘을 분출하는 놀이주제를 보일 수 있다(Jung, 2008), 이러한 격랑의 시기를 넘어서면서 아동의 놀이주제는 자연스럽게 스스로 자신을 돌보고 양육하거나 치료자에게 돌봄을 요청하는 등 애착과 양육으로 전환되기도 한다(Nordling & Guerney, 1999). 그리고 퇴행적 놀이가 잦아들면서 마지막으로 다양한 유형의 숙달 주제가 등장하는 종료 단계에 접어들게 된다(VanFleet et al., 2011). 이 연구에서도 탐색과 숙달 주제의 놀이는 친밀감 형성 단계와 종료 단계, 즉 초기와 말기에 주로 나타났다. 특히 친밀감 형성 단계에는 탐색 주제의 놀이, 종료 단계에서는 숙달 주제의 놀이 빈도가 높았다. 그리고 힘과 공격 주제의 놀이는 공격 단계에 접어들면서 나타나기 시작해 점차 증가하다가 이후 퇴행 단계에서부터 서서히 감소하여 종료 단계에서는 현저히 줄어든 양상을 보였다. 가족과 양육 주제의 놀이는 퇴행 단계부터 증가하여 종료 단계까지 높은 빈도로 확인되었다.
정리하면 적대적 반항장애를 동반한 ADHD 아동의 놀이 치료 진행 과정은 초기 탐색과 숙달 주제의 놀이에서 힘과 공격 주제의 놀이가 증가하는 가운데 중기로 접어들고, 이후 힘과 공격 주제 놀이의 상대적 감소와 가족과 양육 주제 놀이의 증가 양상을 거쳐, 말기에 이르러서는 다시금 탐색과 숙달 주제의 놀이가 증가하는 일정한 흐름이 있을 것으로 생각해 볼 수 있다. 그렇다면 치료자는 아동이 보이는 놀이의 주제를 인식하고 이해하는 과정을 통해 놀이치료의 진행 단계, 전환, 아동의 심리적 변화 등을 보다 기민하게 감지할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그에 맞춰 아동의 성장을 도울 수 있는 보다 효과적인 개입 방안도 동시적으로 모색해 볼 수 있을 것이다.
한편, 본 연구의 적대적 반항장애를 동반한 ADHD 아동의 놀이치료 전반에서 가장 많이 확인된 놀이주제는 ‘통제와 안전’으로, 이는 후반으로 갈수록 점진적으로 감소하는 경향을 보였다. 이상의 결과는 ADHD 유아를 대상으로 실시된 놀이 치료 과정에서 초기부터 중기에 이르기까지 통제의 주제가 빈번히 등장한 K. Kim과 Yun (2015)의 연구와 유사한 한편, 앞서 기술한 일반적인 놀이주제 흐름과는(Jung, 2008; VanFleet et al., 2011) 다소 상이한 양상이다. 본 연구가 초등학교 1학년 남아를 대상으로 한 단일사례 연구임을 감안하더라도, 적대적 반항장애를 동반한 ADHD 아동의 경우 놀이치료 과정에서 주 호소와 관련해 통제와 안전의 놀이주제가 보다 의미 있게 자주 등장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또한 놀이치료에서 나타나는 놀이주제에 성차가 존재한다는 Yoo (1997)의 견해를 고려할 때, 이후 다양한 성별과 연령의 반항성 장애를 동반한 ADHD 아동으로 대상을 확대하여 지속적인 연구를 시도할 필요가 있을 것이다.
외현화 문제를 보이는 아동의 놀이치료 중재에 대한 실증적 연구의 필요성은 점점 더 강조되는 추세이다(Choi, 2012). 이에 본 연구는 적대적 반항장애를 동반한 ADHD 아동에게 아동중심놀이치료를 진행하고 변화 과정을 확인하였다. 그리고 단계별 놀이주제를 살펴봄으로써, 적대적 반항장애를 동반한 ADHD 아동의 아동중심놀이치료 과정을 이해하는 경험적 기초자료를 마련하였다는데 의의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