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bstractObjectiveThis study aimed to develop and examine the effectiveness of a school-based gatekeeper training program for suicide prevention among upper-grade elementary school students. The program aimed to enhance the identification of suicide warning signs and suicide-risk situations, as well as promote suicideprevention (gatekeeper) behaviors.
MethodsTo evaluate the effectiveness of a school-based gatekeeper training program, a pretest-posttest control group design was used. A total of 230 5th- and 6th-grade elementary school students from 12 classes were randomly assigned to either experimental (n = 114) or control (n = 116) group after a pretest. The experimental group participated in a one-session gatekeeper training program, while the control group received no intervention. Posttests were administered to both groups after program completion. The final analytic sample comprised participants from the experimental (n = 101) and control (n = 107) groups. The data were analyzed using independent-samples t-tests, two-way repeated measures ANOVA and
ResultsThe program comprised two core components: (a) training children to identify suicide warning signs and suicide-risk situations, and (b) fostering gatekeeper behaviors. Children in the experimental group demonstrated significant improvements in both the accurate identification of suicide warning signs/risk situations and the adoption of gatekeeper behaviors. In contrast, the control group exhibited no significant changes on either outcome.
ConclusionThis study outlines the content and core components of a school-based gatekeeper program based on children’s developmental characteristics. Furthermore, the program significantly enhanced children’s identification of suicide warning signs and suicide-risk situations while promoting the adoption of gatekeeper behaviors.
Introduction우리나라 교육 현장에서 학생 정신건강 문제가 점차 심각해지고 있는 가운데, 최근 학생자살의 증가는 가장 시급한 대응이 필요한 과제로 대두되었다. 특히, 자살 위험이 아동기까지 확대되는 양상이 확인되면서 초등학생을 포 함한 아동기 전반에 예방적 접근의 필요성이 증대되고 있다. 국회 교육위원회에 보고된 전국 시・도교육청 자료에 따르면, 학생자살자 수가 2014년 118명에서 2023년 214명으로 10년 사이에 81% 증가하였으며, 이 중 초등학생은 같은 기간 114% 급증한 것으로 나타났다(S. H. Kim, 2024). 그럼에도 다수의 선행 연구들에서는 적절하고 효과적인 노력을 통하여 자살이 충분히 예방 가능하다는 점이 반복적으로 제시되고 있다(Haroz et al., 2020; Mann et al., 2005). 이러한 흐름을 반영하여 아동의 자살 문제를 보다 적극적으로 예방하기 위해 ‘자살예방 및 생명존중문화 조성을 위한 법률’이 개정되었으며, 2024년 7월부터 전국의 모든 초・중・고등학교에서 매년 1회 이상 자살예방교육을 실시하도록 의무화되었다.
그러나 이와 같은 학생자살 문제에 대한 조기 개입의 필요성에도 불구하고 지금까지 국내 초등학교 현장에서는 자살예방 자체보다 생명존중에 초점을 맞춘 교육이 운영되어 왔다. 물론 아동을 대상으로 자살을 직접적으로 다루는 교육에 대해서는 신중한 검토가 필요하지만, 이러한 우려와는 별개로 이미 아동기에서 청소년기로의 전환기에 해당하는 10세에서 14세 사이의 아동 자살 사망이 지속적으로 보고되고 있다(S. H. Kim, 2024; Kõlves & De Leo, 2014). 이는 자살예방에 대한 개입을 중학교 시기 이후로 한정하기보다 초등학교 고학년 단계에서부터 아동기의 발달적 특성을 고려한 교육적 접근이 요구됨을 시사한다. 이처럼 초등학교 아동 대상 자살예방교육의 필요성에 따라 발달적 특성에 적합한 교육을 실시하기 위해서는 먼저 이들에게 필요한 교육의 내용이 무엇인지 살펴볼 필요가 있다. 초등학교 고학년 시기 아동은 사회인지와 타인에 대한 정서이해가 발달함에 따라 또래의 말이나 행동에서 드러나는 정서적 단서를 더욱 정확하게 변별할 수 있게 된다(Riddell, Nikolić, Dusseldorp, & Kret, 2024). 이러한 발달적 변화는 또래관계에서 나타나는 심리적 어려움이나 위험징후 등을 인지하는 데에 중요한 기반이 될 수 있다. 다만, 아동은 아직 청소년이나 성인에 비해 자살 위험의 심각성에 대해 독립적으로 평가하고 직접적인 개입을 수행할 수 있는 역량은 제한적이다. 따라서 이 시기의 자살예방교육은 아동에게 적극적 개입자로서의 역할을 부여하기보다는 위험징후를 인식하여 성인 등의 지원 체계로 연계하는 수준의 행동 증진을 목표로 하는 것이 타당할 것이다(Gulliver, Griffiths, & Christensen, 2010).
앞서 살펴본 바에 따라 초등학교 고학년 아동 대상의 자살예방교육 내용으로 전문적 개입보다는 조기 식별과 연계에 초점을 두는 ‘생명지킴이(gatekeeper) 양성’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생명지킴이란 타인의 자살 경고신호를 인지하여 자살 고위험군을 조기에 발견하고 그들에게 도움을 제공할 수 있는 사람을 의미하며, 여러 연구들을 통해 자살률을 가장 효과적으로 감소시킬 수 있는 예방교육 프로그램으로 평가받고 있다(Gould & Kramer, 2001; Tompkins, Witt, & Abraibesh, 2010). 실제 자살 고위험군에 대해 전문가가 직접 개입하여 치료를 제공하는 방식은 시간, 비용, 인력 자원 등의 제한으로 인해 모든 대상을 포괄적으로 지원하기 어렵다. 그러므로 생명지킴이 교육 및 훈련을 통해 주변의 위험징후를 보이는 또래나 동료를 전문적인 지원체계로 연계할 수 있는 예방적 인프라를 형성하는 것이 필수적이라고 할 수 있다(Schlichthorst et al., 2023). 이와 더불어 생명지킴이 양성 프로그램은 참여자가 직접적으로 위기에 개입하는 것을 전제로 하지 않기 때문에 전문적 개입자로서의 역할을 수행하기 어려운 아동에게도 적용이 용이하다는 장점이 있다.
이러한 생명지킴이 양성 프로그램의 핵심목표는 자살 위험이 있는 개인을 식별하여 치료 및 상담 전문가에게 연계하는 것으로, 일반적인 주요 구성요소는 다음과 같다. 첫째, 자살의 유병률이나 오개념 등에 대해 소개하고 자살 위험징후, 보호요인 그리고 자살 경고신호 등에 대한 지식을 제공함으로써 주변의 자살 위험군을 돕기 위하여 자살에 대한 기본적인 이해도를 높인다(Isaac et al., 2009). 둘째, 구체적인 자살 위험을 인지하는 경우, 자살 위험군으로 식별된 대상자와의 대화를 통해 이들의 생각을 공감적으로 경청하고 자살생각에 대해 구체적으로 질문하는 방법에 대해 학습한다. 이 과정에서는 위험을 정확하게 식별하고 적절한 의사소통 기술에 초점이 맞추어져 있는데, 학습효과를 높이기 위한 방법으로 주로 동영상 시청이나 시나리오 등을 통한 역할극 실습 등이 활용된다(Nair et al., 2021; Patel, Mehta, Dave, & Chaudhary, 2021; Wyman et al., 2008). 셋째, 위기 상황에서 안전을 확보하기 위한 방법을 제시하고 대상자를 전문가에게 연계하기 위한 전문기관 등의 상담자원 탐색 및 의뢰 절차에 대해 이해하고 실천하도록 한다. 넷째, 자살 위험군에 대한 개입 동기와 행동의 지속성을 향상시키기 위하여 동료 피드백, 사례 토의 등을 활용한다(Mueller-Williams, Hopson, & Momper, 2023). 이러한 생명지킴이 양성 프로그램의 구성은 자살예방을 위한 지식, 태도 및 기술을 통합적으로 향상시킴으로써 실제 자살 위험군을 조기에 발견하여 개입하고 연계하기 위한 행동 변화를 효과적으로 유도한다.
실제로 국내외에서 널리 운영되고 있는 대표적인 생명지킴이 양성 자살예방교육 프로그램으로는 ‘Question, Persuade, Refer’ (QPR; Quinnett, 2026), ‘Applied Suicide Intervention Skills Training’ (ASIST; Living Works Education Inc., 2026), ‘보고 듣고 말하기’ (Careful observation, Active listening, and Risk evaluation and Expert referral [Suicide CARE]; Korea Association for Suicide Prevention, 2011) 등이 있다. 그러나 이렇게 지금까지 개발된 대다수의 프로그램들은 성인(Korea Association for Suicide Prevention, 2011; Quinnett, 2026; Wyman et al., 2008)이나 청소년(E.-J. Lee et al., 2024; S. W. Park, Seo, Lee, & Jeon, 2020)을 교육 대상으로 하였다는 점에서 아동에게 그대로 적용하기에는 어려움이 있으며, 아직까지 국내 초등학생을 대상으로 한 생명지킴이 양성 자살예방교육 프로그램은 찾아보기 어렵다. 일부 초등학생 대상의 생명지킴이 양성 프로그램을 개발하기 위한 시도는 있었는데, Incheon Metropolitan City Office of Education (2024)에서 중・고등학생용 생명지킴이 양성 자살예방교육 프로그램인 ‘안전한 테두리의 나 On-Keep’ (안테나 O-K)을 개발하면서 초등학생을 위하여 일부 내용을 수정해 아동용 프로그램을 출시한 바 있다. 그러나 해당 프로그램은 앞서 언급한 것처럼 청소년용 프로그램의 내용을 아동에게 동일하게 적용한 것으로 아동 자살예방에 대한 이론적 배경이나 근거가 충분하지 않으며, 아직 그 효과가 체계적으로 검증되지 못하였다는 한계가 존재한다.
이상에서 제시한 선행 프로그램들의 제한점을 보완하고 아동 생명지킴이 양성을 통해 실제 자살예방 행동을 효과적으로 증진시키기 위해서는 아동의 발달적 특성을 고려한 근거기반(evidence-based) 프로그램이 필요하다. 이러한 목적을 달성하는 데 있어 중요하게 고려되어야 할 점은 아동기의 자살 위험징후에 대해 정확하게 분석하여 이를 프로그램에 반영하는 것이다. 특히, 아동의 자살은 청소년이나 성인 자살과는 전혀 다른 양상을 보이기 때문에 자살 경고신호나 자살 위험성을 높이는 상황에 있어서도 큰 차이가 존재한다(Becker & Correll, 2020; Dilillo et al., 2015). 예를 들어, Sheftall 등(2016)은 자살로 사망한 아동이 청소년에 비해 우울보다 과잉행동 및 충동성 문제를 더 많이 보였으며, 이성문제보다는 가족이나 또래관계 문제를 더 많이 경험한 것으로 보고하였다. 따라서 초등학생 대상 생명지킴이 양성 프로그램에서는 이와 같이 아동기에 고유하게 나타나는 자살 경고신호를 반영하고, 이러한 위험징후들을 아동이 명확하게 식별할 수 있도록 구체적으로 교육하여야 할 것이다.
한편, 초등학생을 위한 자살예방교육에서 또 한 가지 중요하게 고려해야 할 사항은 교육의 방법과 절차이다. 우선 자살예방교육은 개인, 학교, 지역사회 등 다양한 수준에서 이루어질 수 있지만, 학교기반(school-based)으로 실시될 경우 특히 효과적인 것으로 보고되고 있다(Katz et al., 2013; Tompkins et al., 2010; Zalsman et al., 2016). 학교는 초등학교 아동이 자살예방교육을 받은 후 실제로 교육의 내용을 적용하여야 하는 장소이므로, 아동은 학교에서의 자살예방교육 프로그램을 통하여 자살예방이나 이를 위한 행동을 실천하는 방법에 대해 학습한 후 자살 위기에 있는 또래를 직접 도울 수 있다. 특히 이러한 학교 기반의 개입은 행동 변화의 일반화 측면에서 효과적이며 즉, 사회적 타당도가 높은 방법인 동시에 교육에 필요한 시간과 비용 측면에서도 효율적인 방법이 될 수 있다. 실제 국내에서도 중・고등학생을 대상으로 ‘청소년을 위한 보고 듣고 말하기’ (Suicide CARE for Adolescents; E.-J. Lee et al., 2024), ‘생명사랑 틴틴교실’ (Gyeonggi Provincial Center for Suicide Prevention, 2017; Yoon et al., 2015) 등 학교기반의 자살예방교육 프로그램들이 활발하게 개발되어 활용되고 있으나, 초등학생을 위한 프로그램은 이에 비해 드물다. 그 중 Hwang, Lee와 Lee (2018)가 학교 현장의 수요를 반영하여 개발한 초등학생 생명지킴이 양성 자살예방교육 프로그램 ‘Tell-Who, How, Organization’ (Tell-WHO)가 있다. 그러나 해당 프로그램은 생명의 소중함과 생명존중의 방법, 그리고 스트레스 및 위기 상황에서 본인의 대처 행동을 교육하는 것으로 생명존중의식과 스트레스 대처행동에 초점을 맞추어져 있어 생명지킴이의 양성과 이에 따른 직접적인 자살예방 효과에 있어서는 제한적이다.
정리해보면, 지금까지 초등학생을 대상으로 한 자살예방교육은 생명존중을 중심으로 이루어지는 경우가 많으며 특히 학교기반으로 또래의 자살 위험징후를 인식하여 도움을 연계하는 행동 역량을 직접적으로 증진시키는 프로그램은 절대적으로 부족한 실정이다. 또한 일부 프로그램은 청소년 대상 교육 내용의 일부만을 수정하여 적용하는 형태로 개발되었기 때문에 아동의 발달적 특성과 아동기의 자살 위험징후를 충분하게 반영하지 못했다는 제한점이 존재한다. 다시 말해, 초등학교 고학년 아동의 발달적 특성에 적합한 자살예방교육은 아동기에 나타날 수 있는 자살 경고신호를 정확하게 식별하여 이러한 신호를 보이는 또래를 효과적으로 도울 수 있도록 하는 학교기반의 생명지킴이 양성 프로그램이라고 할 수 있다. 따라서 본 연구는 초등학교 5, 6학년 학생을 대상으로 한 학교기반 생명지킴이 양성 자살예방교육 프로그램을 개발하고, 교육 프로그램의 효과를 검증하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 본 연구의 결과는 아동기 발달적 특성을 반영한 학교기반 자살예방교육의 초기 모델을 제시하고, 실제 초등학교 현장에서 활용가능한 다양한 예방적 개입 방안을 마련하는 데 기여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이상과 같은 연구의 필요성과 목적에 따라 설정한 연구문제는 다음과 같다.
Methods학교기반 초등학생 생명지킴이 양성 자살예방 교육 프로그램 개발본 연구에서는 초등학교 5, 6학년 아동을 위한 학교기반 생명지킴이 양성 자살예방교육 프로그램을 개발하기 위하여 총 일곱 단계의 과정을 거쳤다.
첫째, 후기 아동기의 발달적 특성을 고려하여 자살예방교육의 구체적인 목표를 도출하고 프로그램의 내용을 구성하기 위한 이론적인 근거를 마련하였다. 이 단계에서 생명지킴이 양성을 핵심 교육목표로 설정하고 교육 내용과 관련하여 아동 자살을 다룬 선행 연구 및 프로그램들을 고찰한 후, 아동기의 발달적 특성에 따른 자살 경고신호(예: 평소와 다르게 지각이나 결석이 많아지는 것, 예전과 비교하여 수업에 잘 참여하지 않는 것, 갑자기 짜증이 나 화를 자주 내는 것 등), 자살 위험성을 높이는 상황(예: 학업 스트레스가 심한 상황, 가족이나 친구 등 가까운 사람의 사망을 경험한 상황 등) 및 자살예방 행동 목록을 추출하여 정리하였다. 둘째, 학교기반의 초등학생 자살예방교육임을 고려하여 학교 현장에서 필요한 자살예방교육의 형식적 측면에 대해 알아보기 위해 근무경력이 10년 이상이며, 자살예방교육 또는 상담 관련하여 전문성을 보유한 현직 초등학교 교사 및 전문상담교사 4명을 대상으로 표적집단면접(focus group interview [FGI])을 실시하였다. 셋째, 앞서 마련한 이론적 근거와 FGI 결과를 바탕으로 본 프로그램의 주제를 도출한 후 교육의 내용을 구성하고 구체적인 교육 내용을 포함한 가상의 사례를 제작하였다. 넷째, 교육 내용과 제작된 사례를 애니메이션으로 구현할 수 있는 시나리오를 작성하였다. 이때 초등학교 고학년의 수준에서 또래의 자살 경고신호를 쉽게 식별할 수 있도록 평소와 달라진 친구의 모습을 찾으며 서로 비교해보도록 하는 다른 그림 찾기(spot-thedifference) 방식을 활용하였다. 다섯째, 작성된 시나리오를 바탕으로 애니메이션 제작을 의뢰하였으며, 3회 이상 협의를 통해 영상이 본 프로그램의 목적과 내용에 부합하게 구현될 수 있도록 수정 및 보완하는 과정을 거쳤다. 여섯째, 개발된 프로그램이 본 연구의 목적, 내용 및 아동기 발달적 특성을 적절하게 반영하였는지, 아동에게 적용하기에 적합한지, 잠재적으로 문제의 소지가 있는 표현이 포함되어 있지 않은지 등에 대한 검토를 위해 정신건강의 학과 교수 1인, 소아청소년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1인 및 자살예방 정신건강전문가 1인의 자문을 받았다. 전문가의 의견을 반영하여 교육 내용 및 사례 구성, 표현 방식 등을 수정 및 보완하였다. 일곱째, 제작된 애니메이션을 포함한 교육 PPT, 학생용 활동지(worksheets), 교사용 안내서를 함께 제작한 뒤 예비연구를 실시하였다. 예비연구 과정에서 학생들의 이해도, 흥미 등을 종합적으로 확인하여 프로그램의 일부 내용 및 표현을 수정하였다. 위와 같은 과정을 거쳐 최종적으로 ‘생명을 봄: 다른 그림 찾기’ 프로그램을 완성하였다.
학교기반 초등학생 생명지킴이 양성 자살예방교육 프로그램 효과 검증연구설계본 연구에서 개발한 학교기반 초등학생 생명지킴이 양성 자살예방교육 프로그램의 효과를 평가하기 위하여 사전-사후 통제집단 설계(pretest-posttest control group design) 를 적용하였다. 사전-사후 통제집단 설계는 학교, 병원 등과 같은 환경에서 집단 단위로 프로그램을 적용하고 평가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으며, 실험집단과 통제집단의 사전-사후 변화 차이를 비교함으로써 중재 효과를 검증할 수 있다. 또한 집단 단위로 배정이 이루어지는 경우, 동일 집단 내 참가자 간 상호작용으로 인해 발생할 수 있는 처치 확산 또는 오염 효과를 통제할 수 있다(E. Lee, Lee, & Park, 2006).
본 프로그램의 효과를 평가하는 데 있어 연구과정에 발생할 수 있는 독립변인과 종속변인 이외 변인들의 개입을 최소화하기 위하여 다음 사항들을 연구과정에 반영하였다. 첫째, 연구 참여자가 실험집단 또는 통제집단 배정을 사전에 알 수 없도록 은폐하고, 연구진 내에서 실험집단/통제집단을 배정하는 연구자와 연구참여에 대한 동의서를 받고 사전-사후검사를 실시하는 연구자를 독립적으로 운영하여 이들이 서로 정보를 알 수 없도록 하였다. 둘째, 연구자가 가진 동기와 기대가 연구 참여자에게 영향을 미치거나 편향을 일으키는 실험자 기대(experimenter expectancy) 효과와 참여자의 연구참여에 대한 동기나 지각이 연구결과에 영향을 미치는 참여자 효과를 통제하기 위한 방법으로 사후검사 시 실험집단의 프로그램을 실시한 진행자와 다른 연구자가 독립적으로 측정하고, 연구자료를 수집하는 연구자와 효과를 분석하는 연구자가 서로 알지 못하도록 운영하였다. 이러한 눈가림(blinding) 설계를 통해 연구의 비뚤림(bias) 현상을 최소화하여 정확한 프로그램의 중재 효과를 평가할 수 있도록 하였다.
이와 더불어 자살예방교육은 교육자의 전문성이나 대응 능력에 따라 교육 효과에 큰 차이를 보일 수 있으므로, 본 프로그램의 효과를 검증하는 과정에서 내적 타당도를 확보하기 위하여 연구의 각 단계에서 중재 충실도(fidelity)를 향상시킬 수 있는 방법을 다음과 같이 활용하였다(Putri et al., 2025; Schilling, Lawless, Buchanan, & Aseltine, 2014). 첫째, 프로그램 개발 시 교사용 안내서를 함께 제작하여 교육의 질을 보장하고 일관성 있는 교육이 실시될 수 있도록 하였다. 교사용 안내서에는 교사의 안내 및 지시사항, 주요발문, 학생의 예상 반응, 참고사항 등을 프로그램 단계별로 제시하였으며, 교사가 자살에 대하여 부적절하거나 왜곡된 표현을 언급하는 것을 예방하기 위한 유의사항도 포함하였다. 이에 대한 예시로 “교육 시 ‘자살’과 관련하여 부정적(예: 자살은 나쁜 것이다) 혹은 너무 가벼운 인식(예: 누구나 힘들면 자살을 할 수 있다)을 주지 않는 것이 중요합니다.”, “‘자살을 하는 것은 의지가 약해서이다.’와 같은 표현은 적절하지 않습니다.” 등이 있다. 둘째, 프로그램 실행 단계에서 프로그램을 실제 진행하는 진행자 4명을 대상으로 오리엔테이션 및 사전훈련을 실시하였다. 진행자 간 편차를 최소화하기 위하여 사전훈련 과정에서 중재 충실도 체크리스트를 활용하여 80% 이상이 될 때까지 훈련을 실시하고, 기준에 미달 될 경우 정신건강전문요원 1인이 슈퍼비전을 제공하였다.
연구대상본 연구는 인천광역시 관내 초등학교에 재학 중인 초등학교 5, 6학년 아동 가운데 다음의 세 가지 선별기준을 동시에 만족하는 학급에서 선정하였다. (a) 이전까지 자살예방교육 중 생명지킴이 교육을 실시한 적이 없는 학급의 아동, (b) 당해에 자살예방교육을 실시한 적이 없는 학급의 아동, (c) 연구참여에 대해 본인 및 보호자가 동의하고 학급 담임교사가 연구협조에 동의한 아동이었다. 표집 아동 수를 결정하기 위해 G*Power 3.1.9.4 프로그램을 활용하여 본 연구의 조건에서(d = .5, α = .05, 1-β = .95) 필요한 최소 표본수를 산출한 후, 탈락률을 고려하여 총 12개 학급 250명을 모집하였다. 연구대상에 선정된 12개 학급 230명을 대상으로 생명지킴이(자살예방) 행동 준비도 사전검사 평균점수를 산출하여 내림차순으로 정렬한 후 인접한 2개 학급씩을 1개 쌍으로 배합하는 배합법(matching)을 적용하였다. 이는 선택 편향을 줄이면서도 초기 동질성을 강화하는 방법으로, 유사한 군집을 사전에 짝지어 배정함으로써 효율과 검정력을 높일 수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Stuart, 2010). 이후 각 배합쌍 내에서 컴퓨터 생성 난수를 이용해 1:1로 실험집단과 통제집단에 무선으로 할당(random assignment)하였다. 결석 등으로 사전 또는 사후검사에 미참여한 아동을 제외하고 최종적으로 실험 집단에는 5, 6학년 각 3학급 101명이 포함되었으며 남학생 44명(21.16%), 여학생 57명(27.40%)이었다. 통제집단도 5, 6학년 각 3학급 107명이었으며 남학생 50명(24.04%), 여학생 57명(27.40%)으로 구성되었다. 최종 분석에 포함된 연구대상의 집단배정 구성은 Table 1에 제시하였다.
연구도구자살 경고신호 식별아동이 또래의 자살 경고신호를 식별할 수 있는지 측정하기 위해 본 프로그램의 개발 단계에서 참고한 아동기 자살 경고신호 연구들에 기초하여 연구진이 국내 초등학생에게 적합한 자살 경고신호 식별 척도를 개발하였다. 아동기의 자살 경고신호는 청소년이나 성인의 자살 경고신호와는 질적으로 다르기 때문에 이들을 대상으로 한 측정 도구를 활용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으며(Becker & Correll, 2020; Dilillo et al., 2015), 이와 관련된 선행 연구(American Psychiatric Association, 2022; Sheftall et al., 2016), 실제 국내 아동의 자살 경고신호(Y. J. Lee et al., 2024) 및 Colucci, Jaroudy와 Rossmann (2022)의 제안을 근거로 본 프로그램에서 제시한 자살 경고신호의 특성을 얼마나 이해하고 언어적 신호, 행동적 신호를 식별할 수 있는지 측정하는 16개의 문항을 제작하였다.
제작된 문항을 아동전문가 1인의 검토를 받아 연구대상의 발달적 특성에 부합하는지 확인하였으며, 아동이 이해하고 응답하는 데 어려움이 없는지 확인하기 위한 1차 예비검사를 실시하였다. 아동 및 담임교사 의견을 바탕으로 ‘학업’, ‘자해’ 등의 일부 단어를 수정하여 2차 예비검사를 진행하였다. 2차 예비검사의 문항 신뢰도를 나타내는 KR (Kuder-Richardson)-20 계수가 .82로 나타나 양호한 수준임을 확인하였다. 이에 따라 2차 예비검사의 문항을 최종 문항으로 확정하여 본검사(사전, 사후검사)를 실시하였다. 문항의 예시로는 “사람들은 자살시도 전에 ‘자살’ 등 죽음에 대한 말을 자주 한다.”, “사람들은 자살하기 전에 평소와 다르게 학교에서 엎드려 잠을 자기도 한다.” 등이 있으며, 아동이 자기보고식으로 진위형(맞음 또는 틀림) 문항에 응답하도록 하여 각 문항의 응답 내용이 맞으면 1점 틀리면 0점으로 채점한다. 가능한 총점의 범위는 0-16점이며 총점이 높을수록 아동이 또래의 자살 경고 신호에 대해 더 많이 알고 있음을 의미한다. 본 연구에서 산출한 16개 문항에 대한 내적 합치도를 나타내는 KR-20 계수는 사전검사, 사후검사에서 각각 .86, .93이었다.
자살 위험성을 높이는 상황 식별또래의 자살 위험성을 높이는 상황에 대한 식별 정도를 측정하기 위한 척도 역시 위와 같은 방식으로 본 연구진이 개발하여 사용하였다. 아동기의 자살 위험성을 높이는 상황과 관련된 선행연구(Becker & Correll, 2020; Dilillo et al., 2015; Sheftall et al., 2016)에 기초로 하여 7개의 문항을 개발한 후 자살 경고신호 식별 척도와 같이 1차, 2차 예비검사를 실시하여 문항을 확정하였다. 2차 예비검사의 KR-20 계수는 .74로 양호한 수준이었다. 최종 문항은 “학업 스트레스가 심할 때 자살 가능성이 높다.”, “가족이나 친구 등 가까운 사람의 사망(죽음)을 경험하면 자살을 시도하기 쉽다.” 등을 포함하고 있으며, 아동이 자기 보고식으로 응답하는 진위형(맞음 또는 틀림) 척도이다. 각 문항에서 맞는 응답은 1점 틀린 응답은 0점으로 채점하여 가능한 총점의 범위는 0-7점이며, 총점이 높을수록 아동이 또래의 자살 위험성을 높이는 상황에 대해 더 많이 이해하고 있음을 의미한다. 본 연구에서 산출한 7개 문항의 내적 합치도 KR-20 계수는 사전검사, 사후검사 각각 .75, .84이었다.
생명지킴이(자살예방) 행동 준비도아동의 생명지킴이 행동 준비도 측정을 위하여 Wyman 등 (2008)이 성인을 대상으로 개발하고 J. E. Kim과 Kim (2020)이 한국어로 번안한 학교 자살예방 관련 지식, 태도 및 생명지킴이 행동 척도(Survey of Knowledge, Attitudes & Gatekeeper Behaviors for Suicide Prevention in School) 에서 생명지킴이 행동에 해당하는 8개 문항을 수정하여 사용하였다. 해당 척도는 생명지킴이 행동을 수행하기 위한 준비가 어느 정도 되어있는지를 측정하는 것으로 “자살을 생각하는 친구가 있다면, 나는 그 친구가 주변 사람에게 도움을 요청하도록 설득할 수 있다.”, “자살을 생각하는 친구가 있을 경우, 나는 그 친구에게 도움을 줄 수 있는 사람이나 전문기관에 도움을 요청할 수 있다.” 등의 문항을 포함하고 있다. 해당 척도의 문항들이 본 연구의 대상인 초등학교 5, 6학년 아동의 수준에서 수행할 수 있는 생명지킴이 행동인지 점검하여 아동전문가 1인의 검토를 받은 후, 아동이 충분히 이해하고 응답할 수 있는지 확인하기 위해 초등학교 5, 6학년 학생들을 대상으로 예비조사를 실시하여 문항의 단어를 일부 수정하였다. 수정 된 단어는 ‘대상자→친구’, ‘위험징후→경고신호’, ‘상부→선생님’ 등이었다. 각 문항은 아동이 자기보고식으로 전혀 준비되지 않음(1점)부터 매우 잘 준비되어 있음(5점)까지의 5점 Likert 척도에 응답하도록 되어 있다. 가능한 총점의 범위는 8-40점으로 총점이 높을수록 생명지킴이 행동을 더 잘 수행할 준비가 되어있음을 의미한다. 본 연구에서 산출한 8개 문항에 대한 내적합치도 계수 Cronbach’s α는 사전검사, 사후검사에서 각각 .89, .94이었다.
연구절차본 프로그램의 효과를 검증하기 위한 연구는 먼저 가천대 길병원 생명윤리위원회(Institutional Review Board [IRB])의 승인을 받은 이후 사전검사, 프로그램 실시, 사후검사 순서로 진행되었다.
구체적으로 첫째, 본 연구의 목적과 내용 및 절차 등에 대한 안내를 받고 본인과 법정대리인(보호자) 1인, 담임교사가 연구참여에 모두 동의한 학급을 모집하여 총 12개 학급을 선정하였다. 연구대상 아동 모집을 위하여 2025년 6월 2일부터 12일까지 교육청의 협조를 받아 공문을 발송하여 2개 초등학교 12개 학급의 아동 230명을 선정하 였으며, 이 중 결석 등으로 사전검사와 사후검사에 모두 응답하지 못한 22명을 제외한 208명(실험집단 101명, 통제집단 107명)의 자료가 최종 분석에 활용되었다. 본 연구에서 개발한 자살 경고신호, 자살 위험성을 높이는 상황 식별 척도, 그리고 생명지킴이(자살예방) 행동 준비도 척도의 문항은 아동이 내용을 충분히 이해할 수 있는지 확인하기 위하여 초등학교 5학년 아동 47명을 대상으로 1차 예비검사를 실시하고 그들의 담임교사를 통해 피드백을 받았다. 다음으로 문항의 신뢰도를 확인하기 위한 목적으로 초등학교 5, 6학년 아동 232명을 별도로 모집하여 2차 예비검사를 실시 및 분석한 후 효과 검증에 참여하는 아동 대상으로 본검사(사전 및 사후검사)를 진행하도록 하였다. 둘째, 모집을 통해 선정된 12개 학급의 연구대상 아동에게 7월 3일부터 4일까지 사전검사에 응답하도록 하였다. 셋째, 생명지킴이(자살예방) 행동 준비도 사전검사 학급 평균 점수가 높은 순서대로 배합하여 실험집단과 통제집단에 학년별로 각각 3개 학급씩 무선으로 할당하였다. 넷째, 7월 7일부터 15일까지 실험집단 6개 학급을 대상으로 1회기의 프로그램을 실시하였으며, 통제집단에는 어떠한 개입도 실시하지 않았다. 다섯째, 실험집단의 프로그램이 종료된 이후 사전검사와 동일한 방법으로 실험집단과 통제집단 모두 사후검사를 실시하였으며, 이를 통해 개입 전과 후의 변화를 비교하여 프로그램의 효과를 검증하였다. 프로그램 효과 검증을 위한 이상의 절차는 Figure 1에 제시하였다.
또한 연구윤리와 관련하여 자살이라는 민감한 연구주제임을 고려해 교육 프로그램이나 설문지 작성 시 불편감을 느끼는 등의 경우 언제든지 연구참여를 철회하고 상담을 통해 지원을 받을 수 있다는 점을 연구대상자 설명문에 포함하여 안내하였다. 또한 연구 참여에 대한 보상으로 모든 참여 아동에게는 10,000원 상당의 보상품을 지급하였으며, 프로그램에 참여하지 않은 통제집단 중 본 프로그램의 참여를 원하는 학급에는 사후검사가 완료된 이후에 교육 프로그램에 참여할 수 있도록 하거나 본 프로그램의 교육 자료를 제공하여 교육의 기회를 보장하였다.
자료분석본 연구에서 수집된 자료는 SPSS 29.0 (IBM Co., Armonk, NY) 프로그램을 활용하여 다음과 같이 분석하였다.
첫째, 실험집단과 통제집단의 사전 동질성을 평가하기 위해 각 집단 사전검사 점수를 대상으로 독립표본 t 검정(independent samples t-test)을 실시하였다. 둘째, 프로그램의 효과를 검증하기 위하여 실험집단과 통제집단 각각의 자살 경고신호, 자살 위험성을 높이는 상황 식별과 생명지킴이 행동 준비도 사전-사후검사 점수에 대한 이원배치 반복측정 분산분석(two-way repeated measures ANOVA)을 실시하였다. 이때 본 프로그램이 자살 경고신호, 자살 위험성을 높이는 상황 식별 및 생명지킴이 행동 준비도의 증가에 미친 효과의 크기를 평가하기 위하여
Results학교기반 초등학생 생명지킴이 양성 자살예방 교육 프로그램프로그램 목표 및 주요 학습주제본 학교기반 초등학생 자살예방교육 프로그램은 생명지킴이를 양성하기 위한 선행 프로그램들(Gould & Kramer, 2001; Tompkins et al., 2010)을 근거로 하여 ‘또래의 자살 경고신호 및 자살 위험성을 높이는 상황을 식별하여 자살 고위험군을 조기 발견하고 전문가에게 연계하기’를 목표로 설정하였다. 이러한 목표를 달성하기 위한 학습주제는 ‘자살예방을 해야 하는 이유 알아보기’, ‘자살 경고신호 및 자살 위험성을 높이는 상황 식별하기’, ‘자살 경고신호를 보이는 또래를 돕는 방법을 이해하고 실천하기’ 세 가지로 도출되었다. 특히, 본 프로그램이 아동을 대상으로 한다는 점을 감안하여 자살에 대한 상세한 내용을 다루기보다는 초등학교 5, 6학년 아동의 수준에서 자살 경고신호 또는 위험성을 높이는 상황을 인식하여 적절한 도움 행동을 실행할 수 있도록 하는데 초점을 두었다.
이와 더불어 아동의 발달적 특성에 적합한 프로그램을 개발하기 위해 아동기 자살 경고신호 및 자살 위험성을 높이는 상황에 대한 선행 연구(Becker & Correll, 2020; Dilillo et al., 2015; Y. J. Lee et al., 2024; Sheftall et al., 2016)에 따라 대표적인 자살 경고신호와 자살 위험성을 높이는 상황 목록을 추출하고, 자살예방 행동에 대한 선행 연구(Korea Association for Suicide Prevention, 2011; Wyman et al., 2008)에 기초하여 또래의 자살을 예방하기 위한 행동에 대해 정리하여 작성하였다.
프로그램의 학습주제에 따른 내용구체적인 프로그램의 내용은 아동기 후기에 해당하는 초등학교 5, 6학년 아동의 발달 수준에 적합하도록 다음과 같이 구성하였다.
첫째, 프로그램의 도입 단계에서 생명이 왜 소중하며, 왜 자살을 예방해야 하는지 이해할 수 있도록 안내하였다. 여기에서 “자살은 나쁜 것이다.”, “자살을 하는 것은 의지가 약해서이다.”, 혹은 “누구나 힘들면 자살을 할 수 있다.” 등 자살에 대해 잘못된 인식을 가지고 있는 경우 바로잡을 수 있도록 하였다. 다음으로 프로그램의 목표가 되는 생명지킴이의 정의와 역할에 대해 안내하고 또래들이 평소와 다른 모습이나 행동을 보일 경우 이를 잘 살펴보아야 할 필요가 있음을 안내하였다.
둘째, ‘자살 경고신호 식별하기’에 따른 교육의 내용 구성을 위하여 초등학교 고학년 수준에서 자살 경고신호 및 자살 위험성을 높이는 상황에 대해 보다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하여 또래가 평소와 어떻게 다른 모습을 보이는지 비교하는 다른 그림 찾기 형식으로 구성하였다. 이어서 본격적으로 앞서 고찰하였던 선행 연구들에 기초하여 아동기 자살 경고신호들을 포함한 하나의 가상 사례를 제작하여 제시하였다. 이때, 일상에서 나타날 수 있는 여러 가지 자살 경고신호를 언어적 신호(예: SNS의 사진이나 메시지가 죽음과 관련된 것을 나타내는 것), 행동적 신호(예: 평소 아끼던 물건을 친구들에게 나누어주는 것) 및 자살 위험성을 높이는 상황(예: 가족 및 또래관계 갈 등)으로 구분하여 안내함으로써 학생이 자살 경고신호나 자살 위험성을 높이는 상황의 하위유형에 대해 구조화할 수 있도록 하였다.
셋째, ‘자살 경고신호를 보이는 또래를 돕는 방법을 이해하고 실천하기’에 따른 교육 내용의 경우, 또래 생명지킴이의 가장 중요한 역할이 전문가 또는 전문기관으로의 연계이므로 이를 위한 실천 방법을 이해하고 실천하는 것에 초점을 두었다. 구체적으로, 친구의 이야기 들어주고 공감하기, 가족이나 선생님(예: 담임교사 또는 전문상담교사)이나 전문기관(예: 모바일상담[다들어줄개], 정신건강 복지센터, 자살예방센터)에 도움을 요청할 수 있도록 안내하기, 가족이나 선생님 또는 전문기관에 직접 연계하기의 총 세 가지 방법을 제시하였다. 이와 더불어 학생용 활동지를 통해 도움 찾기 지도를 완성해보고 이야기 속 주인공의 친구가 되어 도움주기 연습을 해 볼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였다.
이 과정에서 아동이 구체적으로 어떠한 말과 행동을 통해 도움을 제공할 수 있는지 교사와 함께 실제 연습할 수 있도록 구성하였으며, 특히 친구와 직접 대화하는 것이 어렵더라도 성인에게 알리는 것만으로 충분히 도움이 된다는 점을 강조함으로써 아동이 느낄 수 있는 심리적 부담을 완화하였다. 더불어 자살 경고신호를 보이는 또래가 심각한 수준의 우울을 경험하고 있는 경우에는 이를 돕기 위한 생명지킴이(자살예방) 행동을 잘 실천했음에도 불구하고 친구가 말을 하지 않거나 오히려 거절하는 반응을 보일 수도 있다는 것을 함께 안내하였다. 이러한 상황에서는 “넌 혼자가 아니야.”라고 말하여 함께 있다는 마음을 전달하고 친구에게 관심을 표현하거나, “널 응원하고 있어. 네가 이야기하고 싶어지면 말해줘.” 등의 말을 통해 친구가 도움을 요청할 때 언제든지 도움을 줄 수 있다는 것을 알려주면 된다는 내용을 함께 제시하였다. 이를 통해 학생이 실제 상황에서도 당황하거나 생명지킴이 행동을 포기하지 않고 적절하게 대처하며 행동을 직접 실천하는 데 보다 유능감을 가질 수 있도록 계획하였다.
프로그램 실시 및 진행과정본 프로그램의 교육 내용을 효과적으로 전달하기 위한 방법과 절차를 현직 교사 대상 FGI 결과에 따라 다음과 같이 구성하였다.
첫째, 현행 초등학교 교육과정 상 자살예방교육 시수가 거의 대부분 1차시로 편성되어 운영되는 상황을 반영하여 본 프로그램은 1차시(40분)의 단일 회기로 구성하고, 2차시로도 활용할 수 있도록 선택활동을 포함하여 제시하였다. 실제로 자살예방이나 우울 관련 중재에는 단일 회기 개입(single-session intervention [SSI]) 프로그램들이 다수 개발되어 있으며(Franklin et al., 2016; Schleider et al., 2022; Schmidt et al., 2017), 그 중에서도Schleider와 Weisz (2017)는 아동 및 청소년 정신의학 문제의 SSI 효과를 평가한 메타분석에서 아동의 경우 청소년보다 효과가 더욱 큰 것으로 보고하기도 하였다.
둘째, 초등학교 5, 6학년 아동에게 친숙하면서도 교육 내용을 쉽고 빠르게 이해할 수 있도록 돕기 위해 시나리오를 애니메이션으로 구현하였다. 애니메이션은 아동 친화적이며 접근이 용이한 매체로서 민감한 내용을 안전하고 구조화된 방식으로 전달하는 데 적합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Nair et al., 2021; Patel et al., 2021). 이때, 아동의 집중력 수준과 교육 효과를 고려하여 두 가지의 학습주제에 따른 애니메이션 영상을 각각 5분 내외 두 편으로 나누어 제작하였다.
셋째, 본 프로그램의 애니메이션은 아동의 발달적 특성을 고려하여 가상의 등장인물을 중심으로 시나리오를 구성하였다. 아동이 이야기의 서사에 이입하여 등장인물과 동일시할수록 내용의 메시지 저항이 감소함으로써 교육적 설득 효과가 증가한다는 선행 연구(Moyer-Gusé, 2008)에 근거하여 등장인물은 현실과 유사하게 구현하였다. 이 과정에서 아동이 애니메이션을 시청하면서 특정 개인을 연상시키는 것을 예방하기 위하여 중의적인 의미(숫자 하나, 둘, 셋)가 포함된 하나, 두나, 세나를 등장인물 이름으로 선정하였다.
넷째, 학교 이야기(외부 이야기) 안에 주인공의 자살 경고신호 사례(내부 이야기)가 들어가 있는 액자식 내러티브 구성(frame narrative) 방식을 활용하여 아동이 가상 사례에 대한 실제감을 더욱 느낄 수 있도록 하였다. 구체적으로 외부 이야기인 학교 장면에서 현실감이 높은 일상 에피소드가 전개되면서 학습자로 하여금 주인공과 자신을 유사하게 지각하도록 하였다. 그 후 특정 장면에서 자살 경고신호와 자살 위험성을 높이는 상황이 포함된 내부 이야기를 제시함으로써 위험징후의 단서를 뚜렷하게 부각시켰다(Gasser, Dammert, & Murphy, 2022; Hinyard & Kreuter, 2007).
다섯째, 핵심적인 교육 내용을 강조하기 위하여 이야기 사례 속에 캐릭터가 등장하여 이들이 서로 대화하면서 교육 내용에 대해 안내하도록 하였으며, 자살 경고신호를 보다 효과적으로 전달하기 위하여 또래의 평소 모습과 자살 경고신호가 될 수 있는 모습 두 가지를 대비하여 설명하는 방식을 채택하였다. 사례의 대비(contrasting cases)는 핵심적인 특징을 효과적으로 식별할 수 있도록 하는 검증된 교수 전략으로 알려져 있다(Rittle-Johnson & Star, 2009; Schwartz & Martin, 2004). 이상의 프로그램 구성에 대한 예시는 Figure 2에 제시하였다.
본 프로그램은 앞서 언급한 것과 같이 단일 회기 40분으로 운영하며 도입(5분), 활동 1(10분), 활동 2(10분), 적용(10분), 정리(5분) 단계로 구성되었다. 프로그램을 진행하는 동안 교육용 PPT와 애니메이션 영상, 학생용 활동지를 활용하며 여기에는 주요 학습주제에 따른 내용을 그림과 함께 포함하고 있다. 이상에서 제시한 프로그램의 목표와 학습주제에 따른 교육 내용, 실시 및 진행과정을 정리하면 Table 2와 같다.
학교기반 초등학생 생명지킴이 양성 자살예방교육 프로그램 효과 검증실험집단과 통제집단 간 사전 동질성 검증본 연구에서 개발한 프로그램을 실시하기 전 실험집단과 통제집단의 자살 경고신호 식별, 자살 위험성을 높이는 상황 식별 및 생명지킴이(자살예방) 행동 준비도 점수에 대한 동질성을 검증하기 위하여 독립표본 t 검정을 실시하였다. 그 결과, Table 3에 제시된 바와 같이 자살 경고 신호 식별, 자살 위험성을 높이는 상황 식별, 생명지킴이 행동 준비도 사전검사 비교에서 두 집단 간 유의한 차이가 없는 것으로 나타나 실험집단과 통제집단이 동질한 집단임을 확인할 수 있었다.
사전-사후검사 비교본격적으로 본 프로그램의 효과를 확인하기 위하여 집단(실험집단, 통제집단)과 시점(사전검사, 사후검사)의 주효과 및 상호작용 효과를 검증하는 이원배치 반복측정 분산 분석을 실시한 결과는 Table 4에 제시된 바와 같다. 구체적으로 첫째, 자살 경고신호 식별의 경우 집단 주효과(A)가 유의하여 두 집단의 평균 수준에 차이가 있었으며(F = 31.37, p < .001), 시점 주효과(B) 또한 유의하여 사전-사후검사 점수 간 차이가 나타났다(F = 93.20, p < .001). 집단과 시점의 상호작용 효과(A × B)가 유의한 것으로 나타나 두 집단 변화 양상이 서로 다름을 확인할 수 있었다(F = 52.62, p < .001). 둘째, 자살 위험성을 높이는 상황 식별의 경우 집단 주효과는 유의하지 않았으나, 시점 주효과(F = 35.44, p < .001)와 집단과 시점의 상호작용 효과(F = 21.88, p < .001)가 유의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두 집단 간 전체 평균 수준 차이는 크지 않았지만 사전-사후 변화 정도가 집단에 따라 다르게 나타났음을 의미한다. 셋째, 생명지킴이 행동 준비도는 집단 주효과(F = 5.01, p < .05)와 시점 주효과(F = 37.69, p < .001)가 모두 유의하 였으며, 집단과 시점의 상호작용 효과(F = 45.73, p < .001) 역시 유의한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본 프로그램의 효과 크기를 정량적으로 평가하기 위한 방법으로
이원배치 반복측정 분산분석을 통해 확인한 상호작용 효과를 보다 구체적으로 해석하기 위하여 사후비교를 실시하였다. 실험집단과 통제집단 간 사후검사 점수 차이를 비교하는 독립표본 t 검정 결과, 자살 경고신호 식별(t = 8.36, p < .001), 자살 위험성을 높이는 상황 식별(t = 3.69, p < .05), 생명지킴이 행동 준비도(t = 4.09, p < .001) 모두에서 유의한 차이를 보였으며 분석 결과는 Table 5에 제시된 바와 같다.
이와 더불어 각 변인의 점수 추이를 살펴보기 위하여 실험집단과 통제집단의 사전검사와 사후검사 점수를 그래프로 시각화한 결과는 Figure 3에 제시하였으며, 각 집단의 평균 검사점수와 함께 95% 신뢰구간을 나타내는 오차막대를 포함하였다.
Discussion본 연구는 초등학생을 위한 학교기반 생명지킴이 양성 자살예방교육 프로그램을 개발하고 그 효과를 검증하는 데 목적이 있다. 이를 위하여 초등학교 5, 6학년 학생을 대상으로 하는 학교기반의 1차시 생명지킴이 양성 프로그램을 개발하였으며, 개발된 교육 프로그램의 효과를 검증하기 위해 사전-사후 통제집단 설계를 적용하여 초등학생들이 타인의 자살 경고신호를 인식하도록 돕고, 자살 위험성을 높이는 상황을 식별하도록 함으로써 생명지킴이 행동 준비도에 변화가 있는지 분석하였다. 본 연구의 결과를 연구문제에 따라 요약하고 논의하면 다음과 같다.
먼저 연구문제 1과 관련하여 본 연구에서는 아동이 또래의 자살 경고신호와 자살 위험성을 높이는 상황을 보일 경우 이를 조기에 식별하여 전문가에게 연계하는 행동, 즉 생명지킴이 행동을 적절하게 수행할 수 있도록 하는 교육 프로그램을 개발하였다. 본 프로그램의 내용과 실시 방법, 절차가 선행 프로그램들과 어떤 차별성을 가지는지, 그리고 그 이유는 무엇인지 서술하고자 한다. 첫째, 본 연구에서 개발한 교육 프로그램은 또래의 자살 경고신호 및 자살 가능성을 높이는 상황 식별하기, 자살 경고신호를 보이는 또래를 돕는 방법을 이해하고 실천하기 두 가지로 구성되었다. 이는 대표적인 생명지킴이 양성 프로그램인 QPR (Quinnett, 2026), ASIST (Living Works Education Inc., 2026) 등의 목표 및 내용과 일부 유사하다. 그러나 선행 프로그램들의 제한점을 보완하기 위해 본 프로그램은 아동기의 고유한 발달 수준에 적합한 내용과 방식으로 개발되었으며, 선행연구(Becker & Correll, 2020; Dilillo et al., 2015; Sheftall et al., 2016)와 실제 2015년부터 2021년까지 국내 자살사망 아동・청소년의 심리부검 결과 분석(Y. J. Lee et al., 2024)을 통해 밝혀진 자살 경고신호 및 자살 위험성을 높이는 상황들을 반영하였다. 예를 들어, ‘예전과 다르게 준비물, 숙제 등을 가져오지 않거나 수업에 잘 참여하지 않는 것’, ‘갑자기 짜증이나 화를 자주 내는 것’ 등이 이에 해당한다. 이처럼 본 프로그램은 초등학교 아동의 발달적 특성을 고려하였을 뿐 아니라 국내의 문화적 맥락과 특수성까지 반영하였다는 점에서 중요한 의의가 있다. 둘째, 기존의 선행 프로그램들과는 달리 본 프로그램에서는 생명지킴이 행동 단계를 보다 강조하였다는 점에서 또 다른 차별성을 지닌다. 구체적으로 프로그램 후반부 자살 경고신호를 보이는 또래에게 도움을 제공하는 과정에서 본인의 도움에도 또래가 반응하지 않거나 거절하는 경우 등 흔히 발생할 수 있는 어려움과 그 대처방법까지 함께 제시함으로써 아동이 실제 생명지킴이 행동에 대한 부담감을 완화시키도록 돕고, 학습한 내용을 다양한 상황에 확장하여 적용할 수 있도록 구성하였다. 셋째, 초등학교 기반 프로그램의 특성 상 활용도를 최 대화하기 위하여 학급의 담임교사가 직접 실시할 수 있도록 하는 교육 프로그램을 개발하였다. 기존의 프로그램들은 주로 교육용 PPT, 학생용 활동지 정도를 포함하였으나 본 프로그램에서는 중재 충실도를 확보하기 위하여 ‘교사용 안내서’를 추가로 개발하였다. 이는 프로그램의 개발 의도에 따라 표준화된 교육이 이루어질 때 중재의 효과를 확보할 수 있다는 Putri 등(2025)과 Schilling 등(2014)의 제안에 따른 것으로, 교육 프로그램이 일관적으로 실시될 수 있도록 하고 자살예방교육 시 자살에 대해 부정적 또는 너무 가벼운 인식을 줄 수 있는 부적절한 내용을 전달하는 것을 예방하는 효과도 가진다. 넷째, 프로그램의 실시 및 진행과정 측면에서 아동에게 민감할 수 있는 교육 내용을 애니메이션 기반으로 구현하여 보다 안전하고 구조화된 방식으로 전달할 수 있도록 하였다. 여기에서 아동의 주의집중과 학습의 효율적 측면을 고려하여 5분 내외의 짧은 애니메이션을 2편으로 나누어 제시하고, 평소의 모습과 자살 위험징후를 보이는 모습을 대비하여 반복 제시함으로써 인지적 부담을 감소시키는 동시에 핵심 메시지를 강조하였다(Rittle-Johnson & Star, 2009; Schwartz & Martin, 2004). 또한 아동의 몰입감을 증가시켜 교육 효과를 극대화하기 위하여 액자식 내러티브 구성을 도입하고 애니메이션의 등장인물은 현실과 유사한 맥락에서 자연스럽게 묘사하는 전략을 채택하였다. 이러한 방식은 아동이 애니메이션을 시청하는 과정에서 등장인물과 자신을 동일시하여 주도적으로 자살 위험징후를 탐색해나갈 수 있도록 도울 수 있다(Gasser et al., 2022; Hinyard & Kreuter, 2007; Moyer-Gusé, 2008).
다음으로 연구문제 2와 관련하여 본 연구에서 개발한 학교기반 초등학생 생명지킴이 양성 자살예방교육 프로그램의 효과를 검증하기 위해 사전-사후 통제집단 설계를 기초로 한 실험연구를 진행하였다. 구체적으로 연구문제 2-1에서 먼저 본 프로그램 실시 전후로 실험집단 아동의 자살 경고신호 식별이 유의하게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러한 결과는 이전의 성인이나 청소년 대상 프로그램들(Isaac et al., 2009; Korea Association for Suicide Prevention, 2011; Quinnett, 2026)과 유사한 것이다. 즉, 본 프로그램에서 아동을 대상으로 하여 애니메이션 속의 이야기에서 자살 경고신호를 찾아보고 연습해보는 활동이 실제 또래의 자살 경고신호를 식별하는 데에도 효과적일 수 있음을 보여주었다. 또한 본 프로그램을 통하여 실험집단 아동의 자살 위험성을 높이는 상황 식별 또한 유의하게 증가하였다. 실험집단 아동에서 측정된 여러 가지의 자살 경고신호들 중에서 각 문항별 변화 정도에 차이가 있는지 확인하기 위한 추가분석을 실시한 결과, 모든 문항에서 사전검사 점수에 비해 사후검사 점수에서 유의한 증가를 보였다(p < .001). 이와 같이 실험집단 아동의 사후검사 평균 점수가 사전검사 평균점수에 비해 전반적으로 상승하였을 뿐 아니라 자살 경고신호를 나타내는 모든 문항에서 유의미한 상승을 하였다는 점에서 학교에서 또래의 자살 경고신호를 실제로 찾을 수 있는 능력을 증진시키는 데 효과적이라는 본 프로그램의 의의를 찾을 수 있었다. 이처럼 교육 프로그램에 참여한 아동에게서 또래의 자살 경고신호와 자살 위험성을 높이는 상황에 대한 식별이 증가하였다는 결과는 본 프로그램이 아동으로 하여금 또래 자살 위험군을 조기에 식별할 수 있도록 하는 데 효과가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처럼 본 프로그램을 통하여 실험집단 아동의 자살 경고신호 및 자살 위험성을 높이는 상황 식별이 증가할 수 있었던 이유는 본 프로그램의 내용, 방법 및 절차의 측면에서 찾아볼 수 있다. 첫째, 본 프로그램에서는 애니메이션 영상을 활용해 핵심내용을 전달하는 방법을 사용함으로써 아동의 정서적 부담을 경감시킬 수 있도록 구성하였다. 대부분의 아동이 지금까지 직접적인 자살예방교육을 경험한 적이 없기 때문에 자살과 자살 경고신호라는 본 프로그램의 주제는 이들에게 생소하게 받아들여지거나 거부감 혹은 두려움을 일으킬 수 있는 가능성도 존재한다. 따라서 아동에게 친숙함을 주기 위해 교육 내용을 애니메이션 영상으로 구현하고, 이야기 속 주인공을 실제 본인과 가깝게 지각하도록 하기 위하여 등장인물은 모두 초등학교 6학년으로 설정하였다. 둘째, 아동이 자살 경고신호와 자살 위험성을 높이는 상황을 더욱 주도적으로 찾아볼 수 있도록 하기 위해 다른 그림 찾기 형식을 적용하였던 점이 아동으로 하여금 프로그램에서 제시한 경고신호나 상황을 보다 명확하게 식별할 수 있도록 하는데 기여한 것으로 보인다. 이때, 아동이 등장인물의 평소와 다른 모습에 대해 먼저 찾아보도록 하고 그 다음에 자살 경고신호 개념을 귀납적으로 도입하였다. 즉, 추상적인 개념을 설명하기에 앞서 구체적인 사례를 먼저 제시함으로써 아동의 이해도를 높일 수 있었던 것으로 사료된다. 또한 평소의 모습과 자살 경고신호를 보이는 모습을 그림으로 동시에 제시하여 시각적으로 대비시킴으로써 아동이 직관적으로 인식할 수 있도록 구성하였다. 이러한 시각적 대비가 별도의 설명 없이도 아동이 내용에 대해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할 뿐만 아니라 그림 속 내용이 각인되어 이를 기억하도록 하는 데에도 도움을 준 것으로 판단된다.
연구문제 2-2에서는 본 프로그램 실시 전후로 실제 실험집단 아동의 생명지킴이 행동 준비도가 유의하게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와 같은 결과는 성인(Korea Association for Suicide Prevention, 2011; S.-C. Park et al., 2020; Wyman et al., 2008)과 청소년(E.-J. Lee et al., 2024; Mann et al., 2005; S. W. Park et al., 2020)을 대상으로 한 기존 생명지킴이 양성 프로그램들의 결과와 유사한 결과이다. 그러나 본 연구에서 개발된 프로그램은 아동기의 자살에 나타날 수 있는 고유한 위험징후를 반영하여 이를 식별하고 생명지킴이(자살예방) 행동을 실천할 수 있도록 개발되었다는 점에서 그 가치가 크다고 하겠다. 실험집단 아동의 전체 평균점수 뿐만 아니라 학급별 사전-사후검사 점수의 변화는 어떠한지 추가분석한 결과, 실험집단에 포함된 모든 학급의 점수가 유의미한 상승을 보였으며 심지어 점수가 6점 이상 상승한 학급도 있었다(p < .001). 이는 생명지킴이 행동 검사점수의 분포가 8-40점임을 고려하면 상당히 큰 변화라고 볼 수 있다. 이상과 같이 본 연구에서 아동의 생명지킴이 행동 준비도가 실제로 증가하였다는 결과는 본 프로그램을 통하여 아동이 또래 자살 위험군을 조기에 식별할 수 있게 될 뿐만 아니라 이들을 직접 전문가에게 연계하는 행동에 대한 인식과 준비도를 효과적으로 향상시킬 수 있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이와 같이 본 프로그램이 실험집단 아동의 생명지킴이 행동 준비도에 유의미한 증가를 가져올 수 있었던 요인에 대해 분석해보면 다음과 같다. 첫째, 아동의 실질적인 행동 변화를 이끌어내기 위하여 생명지킴이(자살예방) 행동이 적절하게 이루어졌을 경우의 긍정적 효과에 보다 초점을 맞추었다. 예를 들어, 애니메이션 후반부에 등장인물들이 주인공의 자살 위험징후를 성공적으로 포착하여 생명지킴이 행동을 실천하는 모습을 보여주고, 학교와 전문 기관의 도움을 받아 주인공이 다시 행복한 일상으로 돌아가는 모습을 결말로 제시하였다. 이렇게 성공적인 이야기의 결말은 아동이 생명지킴이 행동을 수행하고자 하는 동기를 증진시키는 데 도움이 되었을 것으로 판단된다. 둘째, 본 프로그램에서 가장 핵심이 되는 생명지킴이 행동에 대한 내용을 다양한 방법으로 반복 제시하여 학습의 효과를 높이고자 하였다. 애니메이션 영상, 교육용 PPT, 교사 질문 및 학생 발표, 학생용 활동지 등의 여러 방법을 활용해 핵심 내용을 반복하여 전달함으로써 아동의 생명지킴이 행동에 대한 준비도가 효과적으로 증진될 수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셋째, 생명지킴이 행동 후 예상되는 또래의 반응을 함께 포함하여 교육함으로써 학습한 행동을 직접 수행하는 것에 대한 부담감을 경감시킬 수 있도록 구성하였다. 특히, 생명지킴이 행동을 하였음에도 또래가 별 반응이 없거나 이를 거부하는 가상의 상황을 포 함하고(Mueller-Williams et al., 2023), 이러한 상황에서 아동이 또래에게 할 수 있는 적절한 말까지 직접 연습해봄으로써 부정적인 결과에 대한 두려움이나 불안을 최소화하여 보다 자신감을 가지고 생명지킴이 행동을 해야겠다고 생각하도록 도움을 준 것으로 사료된다.
한편, 이러한 실험집단 아동의 자살 경고신호 및 자살 위험성을 높이는 상황 식별 증가, 생명지킴이 행동 준비도 증가에도 불구하고, 통제집단 아동의 경우에는 유의한 긍정적 변화가 나타나지 않았다. 심지어 생명지킴이 행동 준비도의 사후검사 점수의 평균은 사전검사 평균에 비해 감소하기도 하였다. 통계적으로 유의할 만큼의 큰 감소 폭은 아니었지만 이러한 결과는 생명지킴이 행동 준비도를 증진시키기 위한 어떠한 개입도 실시하지 않을 경우, 아동의 생명지킴이 행동이 그대로 유지되거나 감소할 가능성도 있음을 시사한다. 또한 이와 동시에 자살예방 행동 증진을 위하여 보다 적극적인 교육이나 중재가 필요하다는 것을 뒷받침하는 결과이다.
본 연구의 제한점을 밝히면서 후속 연구에 대한 제언을 하자면 다음과 같다. 첫째, 본 연구의 목적은 초등학교 현장에서의 적용 가능성에 초점을 맞춘 학교기반 생명지킴이 양성 자살예방교육 프로그램을 개발하는 것이었다. 현행 초등학교의 자살예방교육이 거의 대부분 1차시로 편성되어 있다는 FGI 결과에 따라 본 프로그램을 단일 회기로 구성하였다. 물론 2차시로도 운영할 수 있도록 프로그램 내에 선택활동을 포함하기는 하였으나, 아동에게 자살예방에 필요한 정보를 모두 제공하거나 목표행동을 충분하게 반복하여 연습하도록 하는 데에는 제한적일 수 있다. 또한 단일 회기 프로그램이 실제적 효과를 가져온 것으로 일반화하기에는 여전히 한계가 존재하며 본 연구는 학교 현장의 적용 가능성에 대한 초기 단계의 효과를 검증한 연구라고 할 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본 연구에서 1회기 교육만으로 생명지킴이(자살예방) 행동에 대한 준비도가 유의하게 증가하였다는 점을 고려할 때, 추후 연구에서는 보다 심도있는 내용을 체계적으로 전달하여 자살위험이 높은 대상을 변별하고 생명지킴이 행동을 더욱 효과적으로 증진시키기 위한 다회기 심화 프로그램의 개발도 가능할 것으로 기대된다. 이와 더불어 앞으로 학교기반 자살예방교육 프로그램의 효과에 대한 근거를 보다 체계적으로 축적해나갈 수 있도록 반복측정 연구설계를 적용한 검증 등이 지속적으로 시도되어야 할 것이다. 둘째, 본 연구는 앞서 언급하였듯이 학교 현장에서의 활용을 최대화하기 위한 목적으로 프로그램의 진행자를 초등학교의 학급 담임교사, 전문상담교사 또는 자살예방 전문가로 상정하여 개발하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연구 대상을 모집하는 과정에서 다양한 지역의 학교를 표집하지 못하였으며, 표집된 학급의 담임교사나 해당 학교의 전문상담교사에게 프로그램 실행을 위한 훈련 및 중재 실행까지 요청하는 것에는 현실적인 어려움이 있었다. 추후에는 이러한 제한점을 보완하고 본 연구를 확장하기 위한 방안으로 여러 지역의 학교를 대상으로 하여 해당 학급의 담임교사가 프로그램을 실시하는 경우의 효과를 추가로 검증하는 것을 제안할 수 있다. 셋째, 본 연구에서 개발한 프로그램의 효과를 검증하기 위한 도구 중 자살 경고신호 식별과 자살 위험성을 높이는 상황 식별 척도는 본 연구진이 직접 개발하여 활용하였다. 아동의 자살 경고신호나 자살 위험성을 높이는 상황에 대해 식별하는 척도는 선행연구에서 찾아보기 어렵거나 본 연구의 목적 및 내용과 부합하지 않았으며, 청소년이나 성인의 경고신호나 상황과는 질적으로 다르므로 이를 수정해서 사용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Becker & Correll, 2020; Dilillo et al., 2015; Sheftall et al., 2016). 이에 따라 개발된 측정도구의 신뢰도를 확보하기 위한 방안으로 1차 및 2차 예비검사 실시를 통해 문항을 작성하고 수정하였지만, 해당 도구의 타당도에 대한 충분한 증거를 제시하는 것까지는 한계가 있었다. 그러나 추후 연구를 통하여 국내 초등학교 고학년 아동이 자살 경고신호와 자살 위험성을 높이는 상황을 식별하는 척도에 대한 신뢰도 및 타당도의 반복검증을 시도해 볼 필요가 있다.
이와 같은 제한점에도 불구하고 본 연구가 가지는 의의와 시사점은 다음과 같다. 먼저 학문적 측면에서, 현재 거의 대부분 청소년 이상을 대상으로 자살예방교육이 이루어지고 있어 초등학생 자살예방교육 프로그램이 시급하게 필요한 상황에 아동의 발달적 특성에 적합한 학교기반의 프로그램을 개발하고 그 효과에 대한 경험적 근거를 제시하였다는 데 의의가 있다. 그러므로 본 연구는 이론적인 근거에 기초하여 아동에게 효과적인 생명지킴이 양성 자살예방교육에 필요한 구성요소와 전략들을 제시하였다는 점에서 중요한 의미를 지닌다. 다음으로 임상적 측면에서는, 본 연구에서 개발한 프로그램이 아동으로 하여금 또래의 자살 경고신호 및 자살 위험성을 높이는 상황에 대하여 식별할 수 있도록 학습하며 실제 이러한 신호나 상황을 발견하였을 때 생명지킴이 행동으로 이어질 수 있도록 하는데 효과적이라는 것을 보여주었다. 특히, 본 프로그램의 개발 과정에서 현행 초등학교 교육과정 및 교육 환경을 면밀하게 검토한 후 이를 체계적으로 반영하였기 때문에 국내 초등학교 현장의 자살예방교육에 널리 활용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마지막으로 정책적 측면에서도, 본 연구는 자살예방을 위한 국가 정책의 방향에 부합하는 실천적 기반을 마련하였다는 의의를 지닌다고 할 수 있다. 본 프로그램은 정부의 제5차 자살예방 기본계획(Ministries Jointly Announce Framework Plan, 2023)에서 제시한 생애주기별 맞춤형 지원 정책에 해당하는 것으로, 초등학교 아동의 발달 단계와 그 특성을 고려한 교육 프로그램을 통해 자살 위험요인 및 정신건강에 대한 인식을 제고하고 생명존중 문화를 형성해나가는 기반을 마련하였다는 점에서 가치가 크다고 할 수 있다. 이상과 같이 본 연구는 우리나라의 학생자살 문제를 예방하는 데 있어 학문적 측면뿐만 아니라 임상적, 정책적 측면에서도 크게 기여할 수 있을 것으로 사료된다.
NotesFigure 3Figure 3Trends in scores among the experimental and control groups. EG = experimental group; CG = control group. pre = pretest; post = posttest. Error bars represent 95% confidence intervals. Table 1General Characteristics of the Experimental and Control Groups
Table 2Education Contents and Methods Table 3Pre-Homogeneity Verification of Experimental Group and Control Group Table 4Two-Way Repeated Measures ANOVA Results for Group and Time
Table 5Post Score Difference Between Experimental Group and Control Grou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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