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동기 학대경험 유형과 우울불안 및 공격성 발달 간 관계에 대한 연구
Longitudinal Study of Depression․Anxiety and Aggression in Children with Specific Profiles of Child Maltreatmen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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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rans Abstract
The main purpose of this study is to explore the relationship between latent classes of childhood maltreatment and depression․anxiety and aggression from childhood to adolescence. 1,785 participants in a sample form Seoul Panel Study of Children were used in this study. Using latent class analysis, three classes of child maltreatment were identified: ‘low maltreatment'(89.2%), ‘physical+emotional abuse+neglect'(1.9%), ‘physical+emotional abuse'(8.9%). Three developmental trajectories of depression∙anxiety were classified: ‘low depression․anxiety'(72.3%), ‘moderate depression․anxiety'(23.3%), ‘high depression∙anxiety’(4.4%). Two developmental trajectories of aggression were revealed: ‘low aggression'(89.3%), ‘high aggression'(10.7%). As estimated by latent transition probability, the multiple maltreatment classes were more likely to have higher levels of depression∙anxiety or aggression than the no maltreatment class. There appeared to be distinct profiles of maltreatment among adolescents that had differential associations to measures of internal and external problems. The implications for both practice and policy implications are also discussed.
Ⅰ. 서 론
1. 문제제기
아동학대는 아동의 신체적․정신적 건강, 인지발달, 사회 정서 발달 등 전반적인 아동발달영역에 영향을 미친다. 우리나라에서 2013년 한 해 동안 전국아동보호전문기관에 신고된 응급아동학대의심사례 및 아동학대의심사례는 10,857건이었다. 이 가운데 아동학대로 판정된 사례는 총 6,796건이었다. 2001년 신고된 아동학대의심사례는 2,606건, 2005년에는 5,761건, 2010년에는 7,406건, 2012년에는 8,979건으로 매년 증가하고 있다(Ministry of Health & Welfare, 2014). 그러나 이러한 자료는 아동학대 사례 가운데 아동의 생명이 위협받을 정도로 극히 심각한 사례만을 포함하고 있어, 실제 아동학대 발생 건수보다 신고된 사례의 수는 상당히 적을 것으로 예측된다.
아동학대는 한 가지 유형만이 발생하기보다는 여러 유형의 학대가 중복하여 발생하는 경우가 많다. 2013년 한 해 동안 전국의 아동보호전문기관에 신고되어 아동학대로 판정된 6,796건 사례 가운데 중복학대는 2,922건으로 아동학대 사례의 약 43.0%를 차지하였다(Ministry of Health & Welfare, 2014). 그러나 지금까지 아동학대 관련 연구들은 학대유형별로 아동학대의 영향력을 파악하거나(Lau, Leeb, English, Graham, Briggs, Brody, & Marshallf, 2005; Yeo, 2010), 단순히 학대경험 여부에 따라 집단을 구분하여 아동학대 영향력을 비교하였다(Kim & Chung, 2013; Lee & Kim, 2014). 이러한 연구결과들은 아동학대의 심각성을 설명하거나 아동학대 유형별 영향력을 비교하는데는 유용하지만, 실제로 아동들이 경험하고 있는 학대유형과 정도를 반영하는데 제한점이 있다. Herrenkohl과 Herrenkohl(2009)은 아동학대의 결과를 명확하게 설명하기 위해서는 여러 유형의 학대가 동시에 발생한 경우 이를 좀 더 정확하게 고려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하였다. 즉 아동학대 현상을 정확하게 이해하기 위해서는 단순히 학대경험 여부만으로 아동을 구분하거나 개별적인 학대유형별로 영향력을 설명하는 것이 아니라 중복학대를 고려하여 아동발달결과 간의 인과관계를 설명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중복학대 유형에 대한 외국의 연구들을 살펴보면, Pears 등(2008)은 공식적인 자료를 이용하여 위탁가정에 있는 아동을 대상으로 ‘방임과 정서적 학대’, ‘방임, 성학대 및 정서적 학대’, ‘방임, 신체적 학대 및 정서적 학대’, ‘방임, 성적, 신체적, 정서적 학대’를 받은 하위집단을 구분해냈다. Hazen 등(2009)은 자기보고 자료에 근거하여 정신건강 및 사회서비스를 받는 아동과 청소년을 대상으로 ‘낮은 학대’, ‘방임, 신체적 및 정서적 학대’, ‘방임, 성적, 신체적 및 정서적 학대’를 받은 집단을 구분하였다. Nooner 등(2010)은 청소년의 신체적 및 성적 학대에 대한 회고적 자기보고 자료를 이용하여 ‘신체적 또는 성적 학대가 없는 집단’, ‘높은 신체적 학대 및 낮은 성적 학대’, ‘중간 정도의 신체적 및 성적 학대’, ‘높은 신체적 및 성적 학대 집단’을 구분하였다. 국내연구에서도 자기보고에 의한 아동의 학대경험 정도에 따라 아동은 ‘학대가 발생하지 않은 집단’, ‘신체적, 정서적 학대 및 방임 발생 집단’, ‘신체적 및 정서적 학대 집단’ 등과 같이 구분되었다(Kim & Lee, 2010). 또 다른 연구에서는 ‘심각한 신체적 학대’, ‘체벌, 정서적 학대 및 지도감독 방임’, ‘정서적 학대 및 물리적 방임’, ‘비학대’ 집단으로 유형화되기도 하였다(Hyun, 2011).
그러나 외국연구에 비해 국내연구에서는 공식적 아동학대 자료에 대한 접근이 상당히 제한적이어서 이러한 자료를 활용하여 아동학대 경험을 유형화한 연구는 매우 드문 상황이다. 또한 아동의 학대경험에 대한 자기보고 자료를 활용한 국내연구들은 주로 아동의 학대경험 정도가 공격성(Park, 2014)이나 비행 등과 같은 외현화 문제행동(Jung & Kim, 2013), 우울불안 발달에 미치는 영향(Kim & Chung, 2013)을 살펴보거나, 신체적 학대와 언어적 학대 등과 같은 아동학대와 방임이 청소년의 문제행동에 미치는 영향(Park & Lim, 2014) 등을 설명하고 있어 실제 아동이 경험하고 있는 학대경험의 하위유형은 구체적으로 구분하지 않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편, 여러 선행연구를 통해 아동학대가 아동의 신체건강, 인지발달, 정신건강 등을 포함하여 아동발달 전반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친다는 증거가 축적되었다. 학대를 경험한 아동은 신체적 건강상태가 좋지 않고 정신질환이나 질병이 더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Arnow, 2004). 또한 아동학대가 아동의 신체 및 정신적 건강에 미치는 영향은 아동기나 청소년기에만 한정된 것이 아니라 성인기까지 지속된다. 아동기에 학대받은 성인은 그렇지 않은 성인에 비해 흡연, 알콜 및 약물중독(Simpson & Miller, 2002), 안전하지 않은 성관계 등을 포함하여 건강에 위험한 행동을 더 많이 하며, 전반적으로 건강 상태가 더 좋지 않고(Felitti, Anda, Nordenberg, Williamson, Spitz, Edwards, Koss, & Marks, 1998), 건강서비스를 더 많이 이용하는 것으로 나타났다(Finestone, Stenn, Davies, Stalker, Fry, & Koumanis, 2000). 또한 여러 연구에서 아동학대는 청소년기와 성인기의 자살시도와 상관관계가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아동기에 학대를 경험한 성인은 그렇지 않은 성인에 비해 자살을 시도할 가능성이 12배 이상 높았다(Felitti et al., 1998). 학대받은 경험이 있는 성인은 그렇지 않은 성인에 비해 심각한 우울증을 경험할 가능성이 2.5배 높고, 외상 후 스트레스를 겪을 가능성이 6배나 더 높았다(Afifi et al., 2009). 또 다른 연구에서 신체적 학대를 경험했거나 중복학대를 경험한 아동은 성인기 초기에 주요 우울장애를 경험할 가능성이 증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Widom, DuMont, & Czaja, 2007).
학대받은 아동은 공격적인 성향이나 비행행동 수준 또한 높았다(Kim & Chung, 2013; Lee & Kim, 2014; Park, 2014). 아동기에 나타나는 공격적인 성향은 청소년기의 비행행동이나 성인기 초기의 범죄행동 등으로 발전될 수 있는데, 가정 내에서 학대받은 아동은 내적 통제력이 약하고 대인관계에서 적대적 방어기제를 사용하게 될 가능성이 높아진다. 이는 다시 또래 거부 및 학교부적응에 영향을 미치고 비행집단에 속할 가능성을 높여 비행이나 일탈적인 행동을 할 가능성이 증가하게 된다(Park, 2014). 우울불안과 마찬가지로 아동학대는 아동기의 공격성이나 비행 등에 영향을 미칠 뿐만 아니라(Chung & Lee, 2013; Jung & Kim, 2013; Kim & Lee, 2010), 아동기를 거쳐 청소년기나 성인기 초기까지도 지속적으로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나타났다(Kim & Chung, 2013; Kim & Lee, 2010; Lee & Kim, 2014; Mersky & Reynolds, 2007; Park, 2014). 이와 같이 공격성은 생애전반에 걸쳐 지속되거나 변화되는 주요한 문제행동으로 볼 수 있으나, 아동학대에 노출된 아동의 공격성이 어떠한 형태로 지속 혹은 변화되는지 상대적으로 덜 알려져 있다(Park, 2014).
외국의 연구에서는 여러 가지 유형의 학대를 동시에 경험한 경우 학대를 경험하지 않았거나 한 가지 유형의 학대만을 경험한 경우보다 높은 수준의 트라우마를 경험하기 쉽고 성인기 발달 결과가 더욱 좋지 않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Richmond, Elliot, Pierce, Aspelmeier, & Alexander, 2009). 일부 국내 연구에서도 신체학대와 정서학대, 또는 방임과 같이 여러 유형의 학대를 경험한 아동이 학대를 받지 않은 아동에 비해 적응 수준이 더 낮은 것으로 나타났으나(Hyun, 2011; Kim & Lee, 2010), 아동이 경험한 여러 학대유형과 아동의 우울불안이나 공격성 발달 간의 관계를 종단적으로 설명한 연구는 많지 않은 실정이다.
한편, 아동학대가 아동발달에 전반적으로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기는 하나, 일부 피학대 아동은 이러한 트라우마나 스트레스 사건에도 불구하고 성공적으로 적응한다. 즉, 동일한 사건이나 원인에 노출되었어도 그 발달적 결과는 다르게 나타날 수 있다. 여러 실증적인 연구결과에서도 아동 청소년의 우울불안 및 공격성의 수준 또는 변화의 정도는 하나의 단일한 곡선이 아니라 알려지지 않은 하위집단에 따라 다양하게 구분되고 있었다. 예를 들어, 청소년을 대상으로 우울 발달궤적을 분석한 연구에서 우울의 종단적 변화는 매우 높고 안정적, 높은 수준에서 감소, 중간 수준에서 증가, 낮은 수준에서 증가하는 등 서로 다른 여러 개 곡선으로 구분할 수 있었다(Castelao & Kröner-Herwig, 2013; Dekker, Ferdinand, van Lang, Bonders, van der Ende, & Verhulst, 2007). 아동을 대상으로 한 공격성 종단연구에서도 공격성은 아주 낮거나 공격성이 없는 발달궤적, 높은 공격성 유지, 감소하는 발달궤적 등과 같이 하위집단별로 뚜렷하게 구분되었다(Kim & Kim, 2009; Petras, Masyn, & Ialongo, 2011).
아동기 학대경험이 이후 아동발달에 미치는 영향을 조사하는 것은 아동학대와 같이 예측 가능한 가족관계를 심각하게 벗어난 행동이 심리사회적 문제의 출현과 진행에 어떠한 역할을 하는지를 이해하는데 유용하다(Kim, Cicchetti, Rogosch, & Manly, 2009). 이러한 접근방법은 지금까지 알려지지 않고 숨어있는 중요한 아동기와 청소년기의 발달적 차이를 설명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우리나라에서는 아직까지 아동학대의 경험 유형에 따라 아동의 서로 다른 우울불안이나 공격성 등과 같은 문제행동의 발달 궤적이 어떻게 관련이 있는가를 설명한 연구는 많지 않은 실정이다.
따라서 이 연구에서는 실제 아동학대를 겪은 아동 가운데 극히 일부 사례만이 신고되는 것을 고려하여, 전체 아동을 대상으로 신체적 학대, 정서적 학대나 방임 등과 같이 아동학대의 하위유형과 학대의 정도를 동시에 반영하여 아동의 학대경험 실태와 아동발달결과 간의 관계를 설명하고자 한다. 회고적 자기보고 자료의 경우 타당성이 제한적인 반면, 공식적인 데이터는 회상으로 인한 편의는 적지만 민감도(sensitivity)가 떨어지는 단점이 있다(Everson, Smith, Hussey, English, Litrownik, Dubowitz, Runyan, 2008). 왜냐하면 학대로 신고된 아동만이 아동복지 체계 내에서 서비스를 받고, 신고되지 않은 아동은 아동복지기관에 의해 파악되지 않기 때문이다. 따라서 아동학대를 연구하는데 있어 아동의 자기보고 자료를 활용하는 것은 민감도를 증가시킬 수 있는 방법이 될 수 있을 것이다(Villodas, Litrownik, Thompson, Roesch, English, Dubowitz, Kotch, & Runyan, 2012).
아동발달 결과에 있어서는 앞서 살펴본 바와 같이 아동학대로 인해 가장 많이 발생하는 정신병리 중 하나인 우울불안과 아동기뿐만 아니라 청소년기 및 성인기의 비행이나 범죄행동, 적대적 대인관계 등에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알려진 공격성의 다양한 발달궤적의 하위집단과 아동의 중복학대 경험 유형 간에 어떠한 관계가 있는가를 설명하고자 한다.
따라서 이 연구에서는 보다 현실에 가까운 중복학대를 경험한 아동 집단을 분류하고 우울불안과 공격성의 변화가 아동과 청소년 간에 다르게 나타나는 것을 설명하기 위하여 대상중심 연구방법(person-centered approach)을 이용하고자 한다. 최근 여러 연구에서 사용되고 있는 잠재적 프로파일 분석(latent profile analysis)이나 성장혼합모형(growth mixture model) 등과 같은 대상중심연구방법은 군집분석 등과 같은 전통적인 분석방법과 달리 연구자가 임의로 정한 기준점(cutoff points)이 아니라 자료에 기반하여 유형화를 한다. 즉 모집단에서 여러 학대 유형의 경험 정도를 동시에 고려하여 아동을 유형화하는 것을 가능하며, 이러한 유형화는 참여자들 간의 실제적인 차이를 더 반영하고 유의미한 분류가 가능하다.
이러한 연구를 통해 실제 학대고위험군 아동의 규모와 유형을 추정할 수 있고, 피학대 아동을 위한 개입전략을 세우는데 있어 유용한 정보를 제공할 수 있을 것이다. 이를 위해 이 연구에서는 다음과 같은 연구문제를 설정하였다.
첫째, 아동의 학대경험은 어떻게 유형화되는가? 둘째, 아동기부터 청소년기까지 우울불안 및 공격성의 발달궤적은 어떻게 유형화되는가? 셋째, 아동학대경험 유형과 우울불안 및 공격성의 발달궤적 유형 간의 관계는 어떠한가?
Ⅱ. 연구방법
1. 연구대상
이 연구에서는 아동기 학대경험과 아동기부터 청소년기동안 우울불안 및 공격성의 발달궤적을 유형화하고 아동기 학대경험 유형과 아동기부터 청소년기까지 우울불안 및 공격성의 발달궤적 유형 간의 관계를 설명하고자 하였다. 이를 위해 서울아동패널(Seoul Panel Study of Children) 1차년도∼8차년도 자료를 사용하였다.
서울아동패널은 2004년 서울지역 내 11개 초등학교에 재학 중인 4학년 아동 1,785명과 그 부모를 대상으로 하여 매년 1회 아동의 사회․정서적 발달, 학업성취, 건강, 생활경험 및 가족 환경 등을 조사한 자료이다. 1차년도 조사 당시 응답아동의 성별은 남자 아동이 52.0%, 여자 아동이 48.0%였다. 8차년도 조사당시 응답자는 고등학교 2학년에 재학 중이었다.
한편, 서울아동패널의 2-8차 표본유지율은 각각 92.9%, 86.6%, 82.6%, 80.7%, 79.2%, 76.6%, 75.0%였다. 대표적인 패널자료인 미국의 PSID, 영국의 BHPS, 한국의 노동연구원 KLIPS의 4차년도 응답률이 각각 83%, 80%, 77%인 것과 비교했을 때, 서울아동패널은 표본은 적절히 유지되고 있는 것으로 볼 수 있다(Lee, 2012).
2. 연구도구
1)아동학대
아동학대는 신체적 학대, 정서적 학대, 성적 학대 및 방임으로 구분할 수 있는데, 우리나라 아동복지법에서는 각 학대유형에 대해 다음과 같이 정의하고 있다. 첫째, 신체적 학대란 아동의 신체에 손상을 주거나 신체의 건강 및 발달을 해치는 행위를 말하며, 둘째, 정서적 학대는 아동의 정신건강 및 발달에 해를 깨치는 행위로 보호자나 양육자가 아동에게 행하는 언어적 모욕, 정서적 위협, 감금이나 억제, 기타 가학적인 행위를 모두 포함한다. 셋째, 방임은 자신의 보호감독을 받는 아동을 유기하거나 의식주를 포함한 기본적 보호․양육․치료 및 교육을 소홀히 하는 행위이다. 넷째, 성적 학대는 아동에게 음란한 행위를 시키거나 이를 매개하는 행위 또는 아동에게 성적 수치심을 주는 성희롱 등의 행위를 포함한다.
이 연구에서 서울아동패널 1차년도 자료 가운데 조사가 되지 않은 성적 학대를 제외하고, 아동학대를 신체적 학대, 정서적 학대, 방임으로 구분하여 측정한 문항을 사용하였다. 각 하위유형별 측정문항의 내용은 다음과 같다. 첫째, 신체적 학대는 ‘부모님이 나를 밀쳐서 벽에 머리를 부딪쳤다’, ‘부모님이 주위의 물건(재떨이, 그릇, 의자 등)을 던져서 내가 맞았다’ 등의 총 5개 문항으로 측정하였다. 둘째, 정서적 학대는 ‘내가 수치심과 모욕감을 느낄 정도로 부모님이 꾸짖은 적이 있다’, ‘부모님이 나에게 “너만 없으면 속이 편할 것이다”와 같은 말을 하였다’ 등의 총 3개 문항으로 측정하였다. 셋째, 방임은 ‘부모님이 외출하여 어두워질 때까지 나 혼자 집을 본 적이 있다’, ‘부모님이 내가 고열이 나거나 아파도 그냥 내버려 둔 적이 있다’ 등의 총 7개 문항으로 측정하였다.
아동학대에 대한 각 문항은 5점 리커트 척도(‘전혀 없었다 = 0’∼‘일주일에 1-2번 = 4’)로 측정하였으며, 각 하위유형별 문항의 점수를 총합하여 사용하였다. 점수가 높을수록 해당유형의 학대경험 정도가 높은 것을 의미하며, 본 연구에서는 학대유형별 하위문항의 수가 다른 것을 고려하여 하위유형별로 표준화된 총점을 사용하여 최종분석을 하였다.
2)우울불안
아동의 우울불안은 일상생활에서 느끼는 슬픈 감정이나 두려움, 긴장, 걱정, 침울한 기분 등을 의미하며 Achenbach(1991)의 아동․청소년 행동평가척도를 오경자 등(1997)이 번안한 K-CBCL의 13개 문항을 사용하여 측정하였다. 이들 문항은 3점 리커트 척도로 측정되었으며, 총점이 높을수록 우울불안의 수준이 높은 것을 의미한다. 우울불안은 1차년도부터 8차년도까지 총 8개 시점에서 측정한 값을 분석에 사용하였다.
3)공격성
공격성은 다른 사람을 의도적으로 해롭게 하거나 그러한 행동을 하려는 욕구를 의미한다. 이 연구에서는 공격성을 K-CBCL의 6개 문항으로 측정하였으며, 각 문항은 3점 리커트 척도로 측정되었다. 총점이 높을수록 공격성 수준이 높은 것을 의미하며, 공격성은 1차년도부터 8차년도까지 총 8개 시점에서 측정되었다.
3. 자료분석
이 연구에서는 아동기의 학대경험 유형에 따라 아동․청소년기의 우울불안 및 공격성이 어떻게 다르게 변화하는가를 파악하고자 한다. 분석은 크게 3가지 과정으로 진행하였다. 첫째, 아동기 학대경험유형은 2004년 1차년도 자료를 이용하여 잠재적 프로파일 분석(latent profile analysis)을 실시하였다. 둘째, 아동․청소년기의 정신건강은 시기별로 수집된 종단자료인 우울불안, 공격성 자료를 각각 잠재적 계층 성장 분석(latent class growth analysis)을 실시하였다. 마지막으로 앞서 파악된 아동기 학대경험유형에 따라 아동․청소년기의 우울불안 및 공격성 발달궤적 유형이 어떻게 관련이 있는가를 살펴보았다.
잠재적 계층분석(latent class analysis)이나 잠재적 프로파일 분석, 잠재적 계층 성장 분석(latent class growth analysis)나 성장 혼합 모형(growth mixture model)은 모두 잠재적 변수 혼합 모형(latent variable mixture model)의 일종으로 볼 수 있다. 잠재적 변수 혼합 모형은 관찰 대상 중심의 접근방법(person-centered approaches)이다. 변수 간의 관계를 설명하는데 주로 초점을 두는 변수 중심의 접근방법(variable-centered approaches)과 달리 관찰 대상 중심의 접근방법은 개인 간의 관계에 초점을 두며, 좀 더 유사한 특성을 갖는 개인들을 구분해서 각기 다른 집단으로 유형화하는데 목적이 있다. 횡단 자료를 가지고 분석하는 경우 잠재적 계층 분석(종속변수가 범주형 변수일 때)이나 잠재적 프로파일 분석(종속변수가 연속 변수일 때)을 사용하게 되며, 종단 자료로 분석하는 경우 잠재적 계층 성장분석(하위집단별로 다른 성장곡선 추정, 단 초기치와 기울기의 분산은 고정)이나 성장 혼합 모형(하위집단별로 다른 성장곡선 추정, 초기치와 기울기의 분산을 고정하지 않음)분석이 가능하다. 잠재적 프로파일 분석이 횡단 자료를 가지고 관찰되지 않은 이질적인 하위집단을 파악하는 방법이라면, 잠재적 성장모형은 종단자료를 가지고 이질적인 유형을 파악하는 방법이라 할 수 있다.
잠재계층과 잠재적 계층 성장모형 분석에서 전체 모집단을 구성하는 미리 알려지지 않은 이질적인 하위집단의 수를 결정하는데 다음과 같은 기준을 사용할 수 있다. 첫째, 하위집단의 수를 하나씩 늘려가면서 분석했을 시, Akaike Information Criterion(AIC)와 Bayesian Information Criterion(BIC)는 값이 작을수록 모형이 자료를 더 적합하게 설명하고 있음을 의미한다. 둘째, Lo-Mendell-Rubin Likelihood Ratio test 값이 통계적으로 유의한 경우, k개 모형이 k-1개 모형보다 자료를 보다 잘 설명하는 것으로 볼 수 있다. 셋째, 엔트로피 값은 1에 가까울수록 선택한 모형이 자료를 잘 설명하는 것으로 볼 수 있는데, 엔트로피 값이 0.70 이상이면 유형의 분류가 비교적 정확한 것으로 볼 수 있다(Jung & Wickrama, 2008). 넷째, 유형화된 각 집단에 포함된 표본의 수가 전체 사례의 1% 미만인 집단이 없을 경우 선택한 모형이 자료에 잘 적합하는 것을 의미한다(Jung & Wickrama, 2008).
구체적인 분석모형에 대한 설명은 다음과 같다. 아동학대경험의 잠재적 계층은 초등학교 4학년 시점에서 측정된 값으로 분석하였다. 우울불안과 공격성은 초등학교 4학년부터 고등학교 2학년까지 8개 시점에서 측정된 종단 자료로 분석하였다. 우울불안과 공격성의 발달궤적은 선형함수(1차 함수)와 비선형함수(2차 함수)로 추정하여 자료를 가장 잘 설명하는 함수를 선택하였다. 이때 시간함수는 t = 0, 1, 2, 3, 4, 5, 6, 7의 값을 갖는다. 최종적으로 분류된 아동학대 경험의 잠재적 계층 유형과 우울불안과 공격성의 발달궤적 유형 간의 관계를 분석하였다.
연구모형은 Mplus 5.21을 사용하여 분석하였다. Mplus는 잠재적 프로파일 분석과 성장혼합 모형 분석이 모두 가능하며, 자료 내 결측이 발생했을 시 완전정보 최대우도법(full information maximum likelihood, FIML) 추정을 하여 분석 시 이용 가능한 자료를 모두 포함할 수 있도록 한다(Baraldi & Enders, 2009). FIML은 각 사례에 대해 모든 이용 가능한 자료를 사용하며, 자료가 무작위로 결측되었을 때 추정한 모수치가 편의되지 않고, 비정규 분포에서 강건(robust)하다(Enders, 2010; Schafer & Graham, 2002).
Ⅲ. 연구결과
1. 주요변수의 기술적 통계분석결과
본 연구에서 사용된 주요변수들의 기술통계 분석결과는 Table 1과 같다. 연구대상자가 초등학교 4학년에 재학 중이었던 1차년도 시점에서 신체적 학대의 평균은 0.70(SD = 1.55), 정서적 학대의 평균은 1.09(SD = 1.97), 방임의 평균은 1.24(SD = 1.99)였다.
우울․불안의 경우 1차년도 시점에서의 평균이 19.46(SD = 4.80)이었으며, 시간이 갈수록 우울․불안의 평균은 약간 감소하다 고등학교 1학년 시점인 7차년도와 고등학교 2학년인 8차년도에서는 평균이 각각 17.18(SD = 4.38), 17.48(SD = 4.62)로 약간 증가하였다. 공격성의 경우 1차년도에서의 평균은 7.57(SD = 1.64)이었으며, 시간이 가면서 공격성은 약간씩 감소하여 8차년도 평균은 6.45(SD = 1.12)이었다.
2. 아동학대경험의 잠재적 프로파일 분석결과
아동학대경험에 대한 잠재적 프로파일 분석결과는 Table 2와 같다. 집단의 수를 하나씩 증가시킬 때마다 AIC와 BIC 값은 감소하고 있으나, LMRT 값은 집단이 2개와 3개인 모형에서만 유의미하였다. 따라서 LMRT 값이 유의미하면서 AIC와 BIC 값이 가장 작은 3개 집단 모형이 자료를 가장 잘 설명하고 있는 것으로 볼 수 있다. 이때 엔트로피 값은 0.98로 1에 상당히 근접하게 나타났다.
최종적으로 선택된 3개 집단 모형에서 각 유형별 신체적 학대, 정서적 학대, 방임의 표준화된 점수의 평균은 Table 3과 같다. 첫 번째 유형은 세 집단 가운데 신체적 학대, 정서적 학대와 방임의 평균이 각각 -0.28(SE = 0.01), -0.19(SE = 0.02), -0.09(SE = 0.02)로 학대경험 수준이 가장 낮았으며, 전체적으로 학대를 거의 경험하지 않은 집단으로 볼 수 있다. 전체 대상자 가운데 약 89.2%가 이 집단에 속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두 번째 유형은 신체적 학대, 정서적 학대, 방임의 평균이 각각 5.07(SE = 0.29), 3.07(SE = 0.39), 1.55(SE = 0.40)이었다. 이 집단은 세 집단 가운데 모든 유형의 학대경험 수준이 가장 높았으며, 대상자의 약 1.9%가 이 집단에 속하였다. 이 집단은 크기는 가장 작으나 여러 가지 유형의 학대가 복합적으로 발생하였고, 학대의 정도가 가장 심각한 집단으로 볼 수 있을 것이다.
세 번째 유형은 신체적 학대, 정서적 학대, 방임의 평균이 각각 1.73(SE = 0.15), 1.25(SE = 0.13), 0.53(SE = 0.11)로 신체적 학대와 정서적 학대 수준이 약간 높고 방임은 평균에 가깝게 나타났다. 전체 대상자 가운데 약 8.9%가 이 집단에 속하였다. 두 번째 유형에 비해 학대 수준이 다소 낮기는 하나 이 집단 또한 여러 유형의 학대가 동시에 발생한 집단으로 고위험 집단으로 분류할 수 있을 것이다.
앞서 구분된 아동학대경험에 대한 이질적인 세 집단 유형은 Figure 1과 같이 나타낼 수 있다. 이들 집단은 각각 다음과 같이 명명하였다. 첫 번째 집단은 ‘낮은 학대’ 집단, 두 번째 집단은 심각한 중복학대가 발생한 ‘신체+정서학대+방임’, 세 번째 집단은 경미한 수준의 중복학대가 발생한 ‘신체+정서학대’ 집단으로 구분하였다.
3.우울불안 및 공격성의 발달궤적 잠재적 계층 성장 모형 분석결과
먼저 초등학교 4학년부터 고등학교 2학년까지 우울불안의 잠재적 계층 성장 분석 결과는 Table 4와 같다. 집단의 수를 하나씩 증가시키면서 분석한 결과, AIC와 BIC는 점차 감소하였다. 그러나 LMRT 값은 우울불안의 발달궤적을 두 개와 세 개 집단으로 구분했을 때만 유의미하였다. 한편, 우울불안의 종단적 변화를 1차 함수로 추정한 모형과 2차 함수로 추정한 모형의 -2LL 값의 차이는 522.46(df = 3, p < .01)로 2차 함수로 추정한 비선형모형이 자료에 더 적합한 것으로 나타났다. 따라서 LMRT 값이 유의미하면서 AIC와 BIC 값이 가장 작은 비선형 함수로 추정한 3개 집단 모형이 자료를 가장 잘 설명하고 있는 것으로 볼 수 있다. 이 때 엔트로피 값은 0.87로 적절한 수준으로 나타났다.
둘째, 초등학교 4학년부터 고등학교 2학년까지 8개 시점에서 측정한 공격성의 발달궤적에 대한 잠재적 계층 성장 분석 결과는 다음과 같다. AIC와 BIC는 집단의 수를 증가시킬 때마다 약간씩 감소하나, LMRT 값은 선형함수모형에서는 집단의 수가 2개일 때만 p < .05에서 유의미하였으며, 비선형함수 모형에서는 집단의 수가 2개일 때 p = 0.052로(marginally) 유의미한 것으로 나타났다. 한편 공격성의 종단적 변화를 1차 함수로 추정한 선형함수와 2차 함수로 추정한 비선형함수 모형의 -2LL 차이는 156.96(df = 2, p < .01)으로 비선형함수 모형이 자료에 더 적합한 것으로 나타났다. 따라서 공격성의 발달궤적은 비선형함수 모형으로 추정한 2개의 잠재 계층으로 구분할 수 있으며, 이때 엔트로피 값은 0.91이었다.
우울불안 발달궤적에 대한 잠재적 계층 성장 분석에 따라 나타난 각 발달궤적 유형에 대한 설명은 다음과 같다. 첫째, 우울불안의 첫 번째 유형은 세 집단 가운데 우울불안의 초기치가 가장 낮았고 시간이 가면서 우울불안이 약간 감소하다가 고등학교 2학년 시기에는 약간 증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전체 대상자 가운데 약 73.6%가 이 유형에 속했다. 두 번째 유형은 우울불안의 초기치가 중간 정도였으며, 첫 번째 유형과 유사하게 시간이 가면서 우울불안의 수준이 약간 낮아졌다가 고등학교 2학년 시점에는 약간 증가하는 형태를 보였다. 전체 대상자의 약 22.3%가 이 유형에 속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세 번째 유형은 우울불안의 초기치 수준이 세 유형 중 가장 높았으며, 다른 유형과 달리 시간이 지나면서 높은 우울불안이 계속 유지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전체 대상자 가운데 약 4.1%가 이 유형에 속하는 것으로 나타나, 집단의 크기는 가장 작았다.
앞서 살펴본 우울불안의 잠재적 발달궤적 유형은 Figure 2와 같다. 이들 유형을 다음과 같이 명명하였다. 첫 번째 유형은 ‘낮은 우울불안 집단’, 두 번째 유형은 ‘중간 우울불안 집단’, 세 번째 유형은 ‘높은 우울불안 집단’으로 구분하였다.
다음으로 공격성의 경우 Table 7에서와 같이 발달궤적이 두 가지 유형으로 구분되었다. 첫 번째 유형은 공격성의 초기치 수준이 낮았고 시간이 가면서 공격성의 수준이 약간 감소하는 형태를 보였다. 전체 대상자 가운데 약 89.3%가 이 유형에 속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두 번째 유형은 공격성의 초기치 수준이 높았고, 시간이 지나도 이 수준이 비교적 안정적으로 유지되었다. 전체 대상자의 약 10.7%가 이 유형에 속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공격성의 잠재적 발달궤적 유형은 Figure 3과 같이 나타낼 수 있으며, 첫 번째 유형은 ‘낮은 공격성 집단’, 두 번째 유형은 ‘높은 공격성 집단’으로 명명하였다.
4. 아동학대의 잠재적 유형과 우울불안 및 공격성 발달궤적 잠재적 계층 간 관계
초등학교 4학년 시점에서 경험한 아동학대의 잠재적 유형과 초등학교부터 고등학교까지의 우울불안 및 공격성 발달궤적의 잠재적 유형 간의 관계를 분석한 결과는 Table 8과 같다. 이는 아동학대의 잠재적 유형과 우울불안 및 공격성의 잠재적 유형 간 전이확률(transition probability)을 구하고 아동학대 유형별 우울불안 및 공격성 발달궤적의 유형에 대한 전이확률의 차이를 비교한 것이다.
첫째, 아동학대 유형과 우울불안 유형 간 전이확률 분석결과는 다음과 같다. ‘낮은 학대 집단’의 경우 우울불안 발달궤적의 잠재적 유형 가운데 ‘낮은 우울불안 집단’이 될 조건부 확률이 0.74로 가장 높았다. ‘신체+정서학대+방임’집단의 경우도 ‘낮은 우울불안 집단’이 될 조건부 확률이 0.42로 가장 높았지만 다른 학대유형 집단에 비해 우울불안 수준이 낮은 집단에 들어갈 조건부 확률이 가장 낮았다. 또한 다른 학대 유형에 비해 ‘높은 우울불안 집단’에 들어갈 조건부 확률이 0.21로 다른 학대유형에 비해 높게 나타났다. ‘신체+정서학대’ 집단의 경우 ‘낮은 우울불안 집단’이 될 조건부 확률이 0.61로 가장 높았다. ‘낮은 학대’집단에 비해 ‘높은 우울불안 집단’에 들어갈 조건부 확률이 높게 나타났으나, ‘신체+정서학대+방임’집단에 비해서는 낮았다.
둘째, 아동학대 유형과 공격성 유형 간 전이 확률 분석결과는 다음과 같다. ‘낮은 학대’ 집단은 ‘낮은 공격성 집단'에 들어갈 조건부 확률이 0.91로 매우 높았다. ‘신체+정서학대+방임’집단의 경우 ‘낮은 공격성 집단’에 들어갈 조건부 확률이 0.58로, 다른 학대 유형에 비해 공격성이 낮은 발달궤적 유형에 속할 가능성이 낮았다. 반면, ‘높은 공격성 유지’집단에 속할 조건부 확률은 0.42로 세 가지 학대 유형 가운데 가장 높았다. 마지막으로 ‘신체+정서학대’ 집단은 ‘낮은 공격성 집단’에 속할 조건부확률이 0.82였다. ‘높은 공격성 집단’에 속할 조건부 확률은 0.18로 ‘신체+정서학대+방임’집단보다 낮았으나, ‘낮은 학대’ 집단보다는 2배 정도 높았다.
지금까지 살펴본 바와 같이 아동기에 학대를 거의 경험하지 않은 아동에 비해 신체적 학대, 정서적 학대나 방임 등 여러 유형의 중복학대를 경험한 아동은 아동기부터 청소년기 동안 높은 수준의 우울불안이나 공격성 발달궤적 유형에 속할 가능성이 높았다. 특히 다른 학대유형과 함께 방임을 동시에 경험한 아동은 높은 수준의 우울불안이나 공격성 발달궤적 유형에 속할 가능성이 학대경험이 없거나 신체적 학대와 정서적 학대만을 경험한 아동에 비해 2배에서 4배 이상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즉 아동학대가 단순히 학대받은 시점에서만 아동에게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것이 아니라 청소년기에 이르기까지 상당히 장기간 영향을 미치며, 여러 유형의 학대를 동시에 경험한 중복학대 피해 아동의 경우 발달에 특히 부정적인 영향을 더욱 많이 받는 것을 알 수 있었다.
Ⅳ. 논의 및 결론
이 연구에서는 아동기의 학대경험 유형이 아동 청소년기 우울불안 및 공격성에 미치는 영향을 설명하고자 하였다. 이를 위해 서울아동패널 1,785명의 1차년도부터 8차년도 자료를 이용하여 잠재적 프로파일 분석과 잠재성장계층분석을 실시하였다. 분석결과는 다음과 같이 요약할 수 있다.
첫째, 아동의 학대경험은 ‘낮은 학대’집단(89.2%), ‘신체+정서학대+방임’집단(1.9%), ‘신체+정서학대’집단(8.9%) 등과 같이 세 개의 하위집단으로 구분할 수 있었다. 대부분의 아동은 학대경험이 낮거나 거의 없었으나, 전체 아동의 약 11%는 학대를 경험한 것으로 나타났고, 이들 아동들은 모두 한 가지 유형의 학대를 경험한 것이 아니라 여러 유형의 학대를 동시에 경험하였다. 이 연구에서는 신체적 학대는 정서적 학대나 방임을 동반한 것으로 나타났다. 선행연구에서도 아동학대가 발생한 경우, 단일유형보다는 방임이나 신체 및 정서적 학대가 동시에 나타나거나 신체적 학대와 정서적 학대, 성적 학대가 중복해서 나타났는데(Hazen et al., 2009; Hyun, 2011; Nooner et al., 2010), 유형이나 유형별 크기는 다소 차이를 보였다. Hazen 등(2009)의 연구에서는 아동학대경험 정도에 따라 낮은 학대 집단, 성적+신체적+정서적 학대 집단, 신체적+정서적 학대 집단으로 구분되었는데, 집단별 크기는 각각 81.9%, 8.7%, 9.4% 였다. Hyun(2011)의 연구에서는 심각한 신체적 학대 집단이 1.9%, 체벌+정서적 학대+지도감독 방임 집단이 2.5%, 정서적 학대+물리적 방임이 14.4%, 비학대 집단이 81.2%로 나타났다. Nooner 등의 연구(2010)에서는 비학대 집단이 85.1%, 높은 신체적 학대+낮은 성적 학대 집단이 6.2%, 중간 정도의 성적 학대 집단이 5.8%, 높은 신체적 학대+높은 성적 학대 집단이 2.9%로 나타났다. 이러한 차이는 각 연구마다 아동학대를 측정하기 위해 사용된 학대의 하위유형이나 문항 그리고 연구대상의 차이에서 비롯된 것으로 보인다. 특히 이 연구에서는 아동학대를 측정하는데 있어 성적 학대를 포함하지 못한 한계가 있어 추후 연구에서는 성적 학대를 포함하여 아동의 학대경험을 유형화할 필요가 있을 것이다. 한편, 이 연구의 결과는 실제 아동복지제도 내에서 알려진 아동학대 사례는 전체 아동학대사례의 일부이며, 상당수의 아동학대사례는 신고되지 않고 있음을 보여주는 것이기도 하다. 이 연구에서는 전체 아동을 대상으로 아동학대 고위험집단의 규모를 실증적으로 추정하였으며, 특히 아동학대경험의 정도와 유형을 모두 고려하여 보다 실제에 가깝게 아동학대 발생 현상을 설명했다는 측면에서 의의가 있다.
둘째, 아동․청소년기 동안 우울불안 발달궤적 또한 서로 다른 하위집단으로 구분할 수 있었다. 구체적으로 아동은 ‘낮은 우울불안 집단’(72.3%), ‘중간 우울불안 집단’(23.3%), ‘높은 우울불안 집단’(4.4%)로 구분되었다. 즉 대부분의 연구 대상자들은 아동기와 청소년기동안 낮은 수준의 우울불안을 보였으며 시간이 지나면서 이 수준은 급격하게 변화하지는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아동기에 우울불안의 초기치가 높았던 높은 우울불안 집단은 시간이 지나면서 우울불안 수준이 약간 더 증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선행연구에서도 아동과 청소년의 우울은 그 정도에 따라 각기 다른 집단으로 구분되었는데, 예를 들면 낮은 우울 수준 증가 집단(62.5%), 중간 수준의 우울 증가 집단(28.3%), 높은 우울 수준 감소 집단(8.1%), 매우 높은 우울 수준 유지 집단(1.1%)으로 구분되거나(Castelao & Kröner-Herwig, 2013), 매우 낮은 우울 집단(5.8%), 중간 우울수준 감소 집단(34.0%), 높은 우울 수준 감소 집단(35.9%), 높은 우울 수준 유지 집단(24.3%)으로 구분되기도 하였다(Stoolmiller, Kim, & Capaldi, 2005). 즉 선행연구와 일관되게 이 연구에서도 아동과 청소년의 우울불안 수준에 따라 이질적인 하위집단으로 구분되었으나, 각 유형별 발달궤적의 형태나 집단의 크기는 다소 차이를 보였다. 이는 연구별로 연구대상자의 연령이나 자료수집의 기간, 추정 함수의 차이 등과 관련이 있을 수 있으므로, 이를 감안하여 비교할 필요가 있을 것이다.
셋째, 공격성의 경우, ‘높은 공격성 집단’(10.7%)과 ‘낮은 공격성 집단’(89.3%)으로 구분할 수 있었다. 즉 대부분의 연구 대상자는 아동기와 청소년기 동안 공격성의 수준이 낮았지만, 10.7%의 아동은 시간이 흘러도 높은 수준의 공격성이 계속 유지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선행연구에서는 청소년의 공격성 정도에 따라 높은 공격성 지속(13.0%), 낮은 공격성 빠른 증가(1.3%), 낮은 공격성 지속(3.8%), 높은 공격성 빠른 감소(4.6%), 중간 공격성 지속(24.1%), 높은 공격성 약간 감소(53.3%) 등과 같이 6개의 집단으로 구분되거나(Kim & Kim, 2009), 연령이나 성별에 따라 공격성 증가 집단(남아 49.7%, 여아 59.7%), 공격성 감소 집단(남아 50.3%, 여아 40.3%), 높은 공격성 감소 집단(남아 48.9%, 여아 31.5%), 낮은 공격성 유지 집단(남아 51.1%, 여아 68.5%) 등으로 구분되었다(Petras et al., 2011). 우울불안과 마찬가지로 아동기부터 청소년기 동안의 공격성 수준에 따라 이질적인 발달궤적이 발견되었으며, 대체로 낮은 수준의 공격성 발달궤적의 집단 크기가 더 큰 것으로 나타났다.
이와 같이 구분된 아동학대의 잠재적 유형과 우울불안, 공격성의 잠재적 유형 간에 어떠한 관계가 있는가를 분석하였다. 이를 위해 아동학대의 잠재적 유형과 우울불안 및 공격성의 잠재적 유형 간 전이확률을 구하고, 아동학대 유형별로 우울불안 및 공격성 유형에 대한 전이확률 차이를 비교하였다. 먼저 ‘낮은 학대’ 집단의 경우, 우울불안이나 공격성 수준이 모두 낮은 집단에 들어갈 조건부 확률이 가장 높았다. 즉 학대경험이 거의 없거나 낮은 아동들은 청소년기까지 정신건강 문제 수준이 낮을 것으로 예측할 수 있었다. 반면, ‘신체+정서학대+방임’집단의 경우 세 가지 유형의 학대 경험 집단 가운데, 우울불안 및 공격성의 수준이 모두 높게 지속 또는 증가하는 집단에 들어갈 확률이 가장 높았다. 특히 공격성의 경우 ‘낮은 학대’집단에 비해 ‘높은 공격성’집단에 속할 확률이 거의 4배 이상 높았다. 외국의 연구에서도 학대경험이 없는 경우에 비해 중복학대를 경험한 경우 심리적 증상에 대한 점수가 더 높고(Hazen et al., 2009), 정신분열증, 성격장애 등의 문제가 더 많이 발생하는 것으로 나타났다(Ruggiero, Smith, Hanson, Resnick, Saunders, Kilpatrick, & Bestto, 2004). 마지막으로 ‘신체+정서학대’집단 또한 ‘낮은 학대’집단에 비해 우울불안 및 공격성의 수준이 모두 높은 집단에 속할 가능성이 높았다. ‘신체+정서학대+방임’집단에 비해서는 정신건강 고위험 집단에 속할 가능성이 다소 낮았으나, 학대경험이 없는 집단에 비해 아동기부터 청소년기에 걸쳐 우울불안과 같은 심리적 적응과 행동 문제 측면에서 어려움을 겪을 가능성이 더 높은 것을 알 수 있었다. 이러한 연구결과를 통해 실제 발생하는 아동학대 유형과 아동 및 청소년의 정신건강 간의 인과관계를 보다 정확하게 설명할 수 있었다. 또한 중복학대가 아동발달에 미치는 영향의 심각성과 비교적 경미한 수준의 아동학대 또한 그 영향력이 장기간 지속될 수 있음을 보여주었다.
이 연구에서는 이러한 연구결과를 근거로 하여 다음과 같은 실천적 제안을 도출하였다. 첫째, 중복학대를 경험한 아동은 학대경험이 없는 아동에 비해 아동기부터 청소년기동안 높은 우울불안이나 공격성 문제를 갖기 쉬운 것으로 나타났는데, 특히 방임을 동반하는 학대를 경험한 아동이 심리적 문제나 행동 문제 수준이 더욱 높을 가능성이 있었다. 겉으로 드러나는 심각한 상처를 유발하는 신체적 학대에 비해 방임은 아동학대라는 인식이 애매모호하며, 상대적으로 덜 심각한 학대행위라고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 따라서 방임을 포함한 아동학대에 대한 인식을 증진시키고, 빈곤가정이나 한부모 가정 등과 같이 돌봄 기능이 상대적으로 약한 가정의 아동을 대상으로 방임여부를 모니터링하고 필요한 돌봄 서비스를 적절히 연계하여 방임을 예방하고 조기 발견할 필요가 있을 것이다. 또한 고위험가족을 대상으로 부모교육 및 양육기술훈련 등을 보다 효과적으로 제공할 필요가 있을 것이다.
둘째, 전체 아동집단으로 대상으로 분석한 결과 아동은 학대경험에 따라 여러 집단으로 구분할 수 있었다. 이는 아동학대에 대한 아동의 자기보고가 아동학대경험에 대해 비교적 타당하게 설명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것이며, 지속적으로 아동을 대상으로 아동학대경험여부를 파악하여 고위험집단을 규명할 필요가 있음을 보여주는 것이다. 또한 아동기에 학대를 경험한 경우 청소년기에 높은 공격성이나 우울불안 문제를 경험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나타나, 이들 고위험집단은 단순히 아동기에만 모니터링 및 관리하는 것이 아니라 이후 발달단계에 따라 지속적으로 모니터링할 필요가 있을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아동학대에 대한 체계적인 종단연구자료 수집 및 관리가 함께 이루어져야 할 것이다.
셋째, 학대를 경험한 아동을 대상으로 추가적인 학대가 발생하거나 학대가 반복되지 않도록 개입할 필요가 있다. 중복학대로 인한 우울불안과 공격성 문제 등과 같은 부정적인 아동발달결과를 예방하기 위한 프로그램과 개입 방안을 구체적으로 마련해야 할 것이다. 이를 위해 아동학대 분야 전문가들은 아동학대 문제에 개입할 때 중복학대의 심각성을 인지하고, 이를 반영하여 개입계획을 구상할 필요가 있을 것이다.
넷째, 아동 청소년 대상 정신건강 및 심리 문제 전문가들은 아동학대에 대한 이해가 선행되어야 하며, 아동 및 청소년 상담과 진단 시 경험 여부를 반드시 파악할 필요가 있을 것이다. 특히 공격성 등의 문제로 의뢰된 아동이나 청소년들의 경우 반드시 아동학대 경험을 파악하고, 심각한 학대 발생 사실이 확인되는 경우 이에 대한 개입 계획이나 다른 관련 전문가 및 기관에 대한 연계 등의 조치를 해야 할 것이다.
마지막으로 피학대아동에 대한 개입과 서비스 전달 시 반드시 정신건강 관련 분야의 진단 및 개입 계획이 있어야 할 것이다. 중복학대를 경험한 아동은 장기간 우울불안 수준이 높은 경향이 있으며, 이러한 우울불안은 추후 심각한 정신질환문제나 자살시도 등을 야기할 수 있다. 이로 인한 사회적 비용을 줄이기 위해서도 아동학대와 정신건강 문제 간의 인과관계를 보다 정확히 이해하고 개입할 필요가 있다. 따라서 아동학대 문제를 위한 서비스 및 정책적 제안과 서비스 전달 과정에서는 아동학대 관련 전문가뿐만 아니라 정신건강분야 전문가가 반드시 포함되어야 할 것이다.
이와 같은 함의에도 불구하고 이 연구는 다음과 같은 제한점이 있다. 첫째, 성학대의 경우 아동발달에 미치는 영향이 다른 학대유형과는 다소 차이가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러나 이 연구에서는 자료의 제한으로 성학대를 포함하지 못하였다. 추후 우리나라 성학대 피해 아동의 발달결과와 성학대를 포함한 모든 학대경험을 반영하여 학대를 유형화화여 비교할 필요가 있을 것이다. 둘째, 이 연구에서는 아동의 학대경험 유형에 대한 분석결과 학대를 경험하지 않은 아동이 전체 대상자 가운데 89.2%를 차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국내외 선행연구결과 비학대집단의 비율은 82%(Hyun, 2011)에서 85%로(Nooner et al., 2010) 연구마다 다소 차이를 보였다. 이 연구에서는 다른 연구에 비해 비학대집단이 좀 더 많은 것으로 나타났는데, 추후 연구에서는 다른 자료를 이용하여 우리나라 아동의 학대경험 정도와 중복학대경험 유형을 비교하여 설명할 필요가 있을 것이다. 셋째, 향후 연구에서는 이 연구에 포함하지 못한 다른 적응 문제와의 인과관계를 설명할 필요가 있을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보다 장기적인 관점에서 아동학대 관련 정보를 어떻게 수집하고 구축할 것인가에 대한 고민과 계획이 필요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