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래괴롭힘 피해경험이 초등학교 고학년 아동의 방어행동에 미치는 영향과 정서적 공감 및 사회적 지지의 다중가산조절효과 검증
Influence of Bullying Victimization on Defending Behavior Against Bullying Among Upper Elementary Students and the Multiple Additive Moderating Effect of Affective Empathy and Perceived Social Suppor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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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rans Abstract
Objectives
This study examined the effects of bullying victimization on defending behavior, and investigated whether perceived affective empathy and social support moderated the relationship between bullying victimization and defending behavior.
Methods
The participants were 210 children who were 4-6 graders from 11 elementary schools in Seoul, Incheon, and Gyeonggi-do. Data were analyzed using descriptive statistics and multiple regressions using PROCESS macro program (Model 2) by Hayes (2013).
Results
Results indicated that bullying victimization, affective empathy, and social support had positive influences on defending behavior. Further analysis on the moderating effect of social support showed that the positive influence of bullying victimization on defending behavior was greater when social support was high. In contrast, affective empathy had no moderating effect.
Conclusion
Affective empathy could increase defending behavior. Also, the significant moderating effect suggests that social support is an important role in conducting defending behavior especially among children who experienced bullying.
Introduction
또래괴롭힘은 사회적으로나 신체적으로 더 유리한 조건을 가진 개인이나 집단이 상대적으로 권력이 약한 학생에게 고의적이고 반복적으로 심리적, 신체적 상해 혹은 불편함을 끼치는 행동이다(Olweus, 1993). 최근 교육부는 초·중·고등학생들을 대상으로 학교폭력 실태를 조사하면서 또래괴롭힘이 같은 학급에 속한 아동에 의해 가장 많이 일어나며 또래괴롭힘이 많이 발생한 장소는 교실(30.6%), 복도(14.5%), 운동장(9.9%) 순이라고 보고하였다(Ministry of Education [MOE], 2019). 이러한 보고는 또래괴롭힘이 개인적으로 은밀히 진행되기보다 교실, 복도 등 많은 또래들이 목격하는 가운데 공개적으로 이루어지고 있다는 연구결과(Lambe, Hudson, Craig, & Pepler, 2017)를 뒷받침하는 것이라 할 수 있다. 이처럼 또래괴롭힘은 가해자와 피해자 간의 양자 관계가 아니라 그 상황에 있는 모든 주변인들이 포함된 하나의 집단 역동적 과정으로 이해되어야 한다(Lagerspetz, Björkqvist, Berts, & King, 1982; Salmivalli, Lagerspetz, Björkqvist, Österman, & Kaukiainen, 1996). Salmivalli 등(1996)은 가해자와 피해자 외에 또래괴롭힘 상황에 포함되어 있는 주변인들의 행동 특성을 고려하여 주변인을 강화자, 동조자, 방어자, 방관자 역할로 구분했다. 강화자와 동조자는 가해자의 괴롭힘 행동을 지지하거나 부추기는 행동을 하고, 방어자는 피해자를 보호하고 도와주는 행동을 하며, 방관자는 어떠한 개입도 하지 않고 침묵함으로써 가해자의 괴롭힘 행동을 방치한다.
또래괴롭힘이 발생할 때 주변 또래의 행동은 가해자 또는 피해자에게 힘을 실어주게 됨으로써 또래괴롭힘의 유지와 종결을 결정하는 중요한 역할을 한다(Gendron, Williams, & Guerra, 2011; Hawkins, Pepler, & Craig, 2001; Salmivalli, Voeten, & Poskiparta, 2011). 주변 또래의 행동 중에서도 피해자를 위로해주거나 괴롭힘을 멈추기 위해 문제 상황을 주변에 알리고 가해자의 괴롭힘 행동을 직접 막는 등 피해자를 보호하는 방어행동은 괴롭힘을 중단시킬 수 있을 뿐만 아니라 또래괴롭힘을 예방하고 피해자의 학교적응에 도움을 준다. 그러므로 주변 또래들의 방어행동을 증진하는 예측요인을 규명하고 그 기제를 밝히는 것은 또래괴롭힘 예방을 위한 매우 중요한 과제라고 할 수 있다.
지금까지 선행연구를 통해 방어행동과 관련이 있는 것으로 나타난 요인들로는 공감, 도덕적 판단, 또래괴롭힘에 대한 태도 등이 보고되고 있다. 특히 최근 몇몇 연구자들(Y. Park & Oh, 2018; Rigby & Johnson, 2006)은 피해자와 가해자 중 누구의 관점에서 괴롭힘 상황을 바라보고 공감하는지를 고려해야 한다는 점에서 아동 자신이 어떠한 방식으로든 또래괴롭힘에 연루되었던 경험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있다. 이는 또래괴롭힘을 목격하면서 아동 자신의 과거 경험이 상기되고 그와 관련된 단서들에 주목하며 그에 따른 감정이 유발되고 반응하게 되기 때문이다(Humphrey, 1922). 예를 들어, 과거 또래괴롭힘 피해경험이 있는 아동은 또 다른 괴롭힘을 목격하는 상황에서 피해아동이 보이는 고통의 단서들에 의해 과거 자신이 경험했던 고통과 불안의 감정들을 다시 떠올리게 되는 반면 가해경험이 있는 아동은 가해아동의 얼굴표정, 자세, 음성을 통해 자신의 가해경험을 떠올리며 괴롭힘을 장난으로 보고 즐거움과 같은 긍정적인 정서를 느낄 수 있다. 즉 또래괴롭힘 관련 경험 중에서도 피해경험이 있는 아동은 괴롭힘 상황과 피해아동의 고통을 목격하면서 불편한 감정을 경험하고, 괴롭힘 상황을 종결하거나 피해자를 돕고자 하는 동기가 유발되어 방어행동을 할 가능성이 커지게 된다는 것이다.
구체적으로 또래괴롭힘 피해경험이 방어행동을 예측하는지를 검증한 선행연구들을 살펴보면, 자신이 또래괴롭힘 피해경험이 있는 경우에 다른 아동이 괴롭힘을 당하는 것을 목격했을 때 방어행동을 많이 하는 것으로 나타났다(Barchia & Bussey, 2011; Batanova, Espelage, & Rao, 2014; J. Oh & Park, 2019). 이와 같은 연구결과에 대해 연구자들은 괴롭힘 피해를 경험해본 경우 피해자의 입장에서 필요한 도움을 제공할 수 있는 자원이 있기 때문이라고 해석하였다. 또한, Batanova 등(2014)은 실제 피해경험이 없는 경우에는 피해자들의 어려움을 진정으로 이해하고 정서적으로 공감하는 것이 어려울 수 있기 때문에 방어행동이 나타날 가능성이 적을 수 있다고 설명하면서 또래괴롭힘 피해경험이 다른 아동을 위한 방어행동을 행할지를 결정하는 중요한 예측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음을 주장하였다.
그러나 일부 국내외 연구자들(Y. Park & Oh, 2018; Pozzoli & Gini, 2010; Rigby & Johnson, 2006)은 또래괴롭힘 피해경험이 방어행동을 할 가능성을 낮출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줌으로써 상반되는 연구결과를 제시하였다. 예를 들어, Pozzoli와 Gini (2010)의 연구에서는 괴롭힘 피해경험이 많을수록 방어행동보다는 방관행동을 더 많이 하는 경향을 보였으며, Rigby와 Johnson (2006)의 연구에서도 피해경험이 없는 학생들이 피해 경험이 있는 학생들보다 방어행동을 할 가능성이 더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러한 결과에 대해 연구자들은 괴롭힘 피해경험이 있는 경우 오히려 피해를 받을 수 있다는 두려움과 불안으로 방관자가 되는 경향을 보이기 때문이라고 설명하였다. 이처럼 또래괴롭힘과 피해경험 간의 관계를 살펴본 선행연구들을 고찰해보면, 또래괴롭힘 피해경험이 방어행동에 정적으로 영향을 미친다는 연구결과와 부적으로 영향을 미친다는 서로 상반되는 결과들이 혼재되어 있어 피해경험이 방어행동에 어떠한 영향을 미치는지 결론을 내리기 어려운 실정이다.
이상과 같이 또래괴롭힘 피해경험이 방어행동에 미치는 영향에 대한 비일관적인 연구결과들은 조절기능을 가진 요인의 작용으로 인해 피해경험이 방어행동에 미치는 영향이 강화되거나 약화되기 때문에 나타난 결과일 수 있다. 이 둘 간의 관계를 조절하는 역할을 할 수 있는 요인은 방어행동의 기제를 설명하는 대표적인 모델 중 하나인 각성: 비용-보상 모델(arousal: cost-reward model)에 기초하여 추론해볼 수 있다. 이 모델은 도움 행동을 촉진하는 요인과 억제하는 요인을 동시에 고려하여 인간의 도움 행동을 설명하기 때문에 또래괴롭힘을 목격한 주변인의 복잡한 심리적 과정과 반응을 예측하는 데 도움이 된다(Piliavin, Piliavin, & Rodin, 1975).
각성: 비용-보상 모델의 기본 가정은 다른 사람의 고통을 목격하면 공감적 각성이 일어나고, 피해자가 고통에서 벗어날 수 있게 도와주는 행동을 함으로써 공감적 각성으로 생긴 내면의 불편감을 해소하는 보상을 얻을 수 있다는 것이다(Schaller & Cialdini, 1988). 그러나 공감적 각성을 한 사람들이 모두 도움행동을 하는 것은 아니다. 이는 공감적 각성이 도움 행동으로 이어지는 과정에서 도움행동을 했을 때 발생하는 비용과 도움행동을 하지 않았을 때 감수해야 하는 비용에 대해 고려하게 되기 때문이다(Shaw, Batson, & Todd, 1994). 다시 말해, 도움행동을 했을 때 발생할 수 있는 비용(시간, 노력, 사회적 위험)이 크고 도움행동을 하지 않았을 때 발생할 수 있는 비용(예: 죄책감, 공감적 고통의 지속)보다 적게 지각되면 도움행동을 하게 되지만, 그 외에 경우에는 실제로 도움행동을 행하지 않을 수 있다(Fritzsche, Finkelstein, & Penner, 2000). 본 연구에서는 각성: 비용-보상 모델에 근거하여 또래괴롭힘 피해경험과 방어행동 간의 관계를 조절할 수 있는 조절변인을 고려하고 조절효과를 검증해보고자 한다.
우선 또래괴롭힘 피해경험이 방어행동에 미치는 영향은 피해아동의 고통을 자각하고 얼마나 더 정서적으로 동요가 일어나는지에 따라 다를 수 있다(Lucas-Molina, Pérez-Albéniz, Fonseca-Pedrero, & Giménez-Dasí, 2018). 각성: 보상-비용 모델에서 설명한 바와 같이 도움행동을 통해 부정적인 감정을 해소하고자 하는 동기가 높아지고, 도움행동을 하지 않았을 때 지속되는 심리적 고통과 같은 비용이 크게 지각되어 방어행동의 실천 가능성은 높아질 수 있다. 이러한 맥락에서 다수의 선행연구자들이 다른 사람의 입장에서 그 사람의 감정을 이해하고 유사하게 느끼는 능력인 공감에 주목했다. 공감은 다른 사람의 감정을 정확하게 읽어내는 인지적 요소와 타인이 경험하는 감정을 정서적으로 공유할 수 있는 정서적 요소로 구분된다(Bensalah, Stefaniak, Carre, & Besche-Richard, 2016; Davis, 1983). 방어행동과 공감 간의 관계를 살펴본 선행연구에서 인지적인 공감의 수준이 높더라도 정서적인 공감 수준이 낮으면 방어행동이 실천될 가능성이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대해 연구자들은 괴롭힘을 받는 대상의 고통을 지적으로 추론할 수 있다고 하더라도 그 고통을 마치 자신의 것처럼 느끼지 못한다면 괴롭힘 동조행동이나 방관행동으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하였다(Ding, Wellman, Wang, Fu, & Lee, 2015; Ghim, 2013). 즉 피해자를 위로하거나 돕는 방어행동에 있어서 타인의 감정을 대리적으로 느낄 수 있는 정서적 공감이 중요한 역할을 함을 보여주었다. 이상과 같은 설명에 근거해보면, 정서적 공감은 또래괴롭힘 상황에서 자신의 또래괴롭힘 피해경험이 떠오르며 경험되는 부정적인 정서를 더욱 크게 하여 이를 해소하고자 방어행동의 실천 동기를 높이는 조절요인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높다.
또래괴롭힘 피해경험과 방어행동 간의 관계에서 정서적 공감의 역할과 관련하여 또래괴롭힘 피해경험을 한 경우, 자신이 겪은 피해경험이 또다른 피해자의 입장에 대한 정서적 공감을 촉진하여 방어행동을 할 가능성을 증가시킨다는 주장도 있었으나(Batanova et al., 2014), 피해경험 자체가 정서적 공감 수준을 높이기보다는 정서적 공감이 피해경험과 방어행동 간의 관계를 조절하는 역할을 했을 가능성이 크다(Cialdini & Kenrick, 1976). 다시 말해, 정서적 공감 수준이 높은 아동이 직접 경험한 어려움과 유사한 경험을 하고 있는 타인을 보면서 그 대상이 경험하는 정서를 더욱 크게 지각하고 부정적인 정서가 심화되어 방어행동의 동기가 더욱 높아질 수 있는 것이다. 즉 괴롭힘 피해경험이 있는 아동은 괴롭힘 상황을 지켜보면서 자신이 직접 경험했던 고통이 떠올라 부정적인 감정이 유발될 수 있는데, 정서적 공감수준이 높은 경우 자신이 직접 경험한 어려움과 유사한 경험을 하고 있는 피해자의 정서를 공유하면서 심리적 고통의 정서가 더 심화되어 방어행동을 실천할 가능성이 커질 수 있다. 따라서, 또래괴롭힘 피해경험이 방어행동에 미치는 영향에서 실제로 정서적 공감이 조절효과를 가지는지 검증해볼 필요가 있다.
다른 한편으로는 또래괴롭힘 피해경험을 한 아동은 자신이 소속되어 있는 학급 혹은 학교에서 위협을 받거나 구성원으로서 역할 수행에 제약을 받는 등 소외된 경험이 있기 때문에 방어행동을 했을 때 감수해야 하는 비용이 괴롭힘 피해경험과 방어행동 간의 관계에서 또 다른 중요한 조절기능을 할 수 있다. 각성: 보상-비용 모델에서 설명하듯이 피해아동을 도와주고자 하는 동기가 있더라도 힘의 차원에서 우월한 지위에 있는 가해자를 보고 자신의 무력함과 약한 처지를 인식하면서 자신도 괴롭힘의 피해자가 될지도 모른다는 사회적 위험이라는 비용을 높게 인식하게 되면 방어행동이 억제될 수 있다(S.-M. Lee, Yu, & Son, 2008; Pozzoli & Gini, 2010). 따라서 방관하지 않고 피해자의 편에서 도움행동을 수행하는 데에는 가해자의 위협으로부터 보호받고 괴롭힘을 당할지도 모른다는 두려움을 낮출 수 있는 심리사회적 자원이 중요할 수 있는데(S. Lim & Park, 2020; J. Oh & Park, 2019), 피해경험이 있는 경우 그 가능성은 더 크다고 할 수 있다.
이러한 맥락에서 또래괴롭힘 피해경험과 방어행동 간의 관계를 강화하는 역할을 할 수 있는 요인 중 하나는 아동이 지각하는 학급 내 사회적 지지이다. 사회적 지지란 개인이 사회적 상호작용을 통해 대인관계로부터 얻을 수 있는 관심, 도움, 인정, 격려 등의 모든 긍정적 자원(Cobb, 1976)으로 정의된다. 아동이 학급 내 누군가가 필요한 자원을 제공해 줄 것이라고 지각하는 경우, 즉 사회적 지지가 충분하여 자신이 방어행동으로 인한 위험으로부터 보호받을 수 있다고 지각할 경우 위축되지 않고 또래괴롭힘 상황을 중단시키기 위해 실제로 방어행동을 실천할 동기가 촉발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이와 반대로 또래괴롭힘 피해경험이 있는 아동이 자신과 유사한 괴로움을 겪는 대상을 보고 피해자의 입장에서 도와주는 행동을 하는 것이 필요하다는 것을 인지하고 방어행동을 시도하였다가 또 다시 자신이 괴롭힘의 대상이 될 수 있다는 사회적 위험이 더욱 높다고 지각된다면 방어행동을 했을 때 비용이 더욱 크게 지각되어 실제 방어행동을 할 가능성은 낮아질 것이다. 이는 위협적인 상황이라도 지각된 자원에 따라 다르게 반응할 수 있으며, 객관적인 자원보다 자원에 대한 주관적인 지각이 대처행동을 더 정확하게 예측한다는 주장에 근거한 것이다(Harber, Yeung, & Iacovelli, 2011). 이처럼 아동의 또래괴롭힘 피해경험이 방어행동에 미치는 영향이 학급의 사회적 지지에 따라 강화될 수도 있고 약화될 가능성도 있다.
이상의 근거와 필요성을 바탕으로 본 연구에서는 초등학교 고학년의 또래괴롭힘 피해경험, 정서적 공감, 그리고 사회적 지지가 또래괴롭힘 방어행동에 영향을 미치는지 알아보고, 정서적 공감과 사회적 지지가 초등학생의 또래괴롭힘 피해경험이 방어행동에 미치는 영향을 조절하는지 검증하고자 한다. 또래괴롭힘 피해경험이 방어행동에 미치는 영향이 정서적 공감이나 지각된 사회적 지지에 의해 달라지는지 경험적으로 입증해본다면, 아동의 또래괴롭힘 피해경험을 방어행동으로 전환하는 데에 있어서 어떠한 개입을 해야 하는지에 대한 유용한 정보가 될 것이다. 이때 친사회성에서 사회화의 차이로 여학생이 남학생보다 또래괴롭힘 상황을 더 민감하게 알아차리는 경향이 있어서 방어행동을 더 많이 한다고 보고한 선행연구(Eisenberg-Berg & Lennon, 1980; Y. Park & Oh, 2018)와 학년이 높아질수록 자신의 도움행동에 대한 한계나 잠재적인 위험을 판단하는 인지능력의 발달로 방어행동을 덜 보인다는 연구 결과(Pozzoli & Gini, 2010; Rigby & Johnson, 2006)에 근거하여 성과 학년을 통제변인으로 분석에 포함시켰다. 본 연구에서 설정한 연구문제는 다음과 같다.
연구문제 1
또래괴롭힘 피해경험, 정서적 공감, 사회적 지지가 초등학교 고학년 아동의 또래괴롭힘 방어행동에 영향을 미치는가?
연구문제 2
초등학교 고학년 아동의 정서적 공감과 사회적 지지는 또래 괴롭힘 피해경험이 방어행동에 미치는 영향을 조절하는가?
Methods
연구대상
본 연구는 서울시, 인천광역시, 경기도 소재의 11개 초등학교에 재학 중인 4-6학년 학생으로서 또래괴롭힘을 목격하거나 들은 적이 있는 아동 210명을 대상으로 하였다. 연구대상은 편의표집 방식으로 선정하였다. 본 연구대상은 남학생 103명(49.0%), 여학생 107명(51.0%)로 비슷한 분포를 보였으며, 학년별 분포는 4학년 45명(21.4%), 5학년 77명(36.7%), 6학년 88명(41.9%)이었다.
연구도구
또래괴롭힘 방어행동
초등학교 고학년 아동의 또래괴롭힘 방어행동을 측정하기 위하여 Salmivalli 등(1996)이 개발하고 M. Seo (2008)가 번안한 참여자 역할 질문지(Participant Role Questionnaire) 중 방어자 역할에 관련된 6개 문항을 사용하였다. 각 문항은 전혀 그렇지 않았다(1점)부터 항상 그랬다(5점)까지의 5점 리커트 척도에 응답하도록 되어 있으며, 가능한 점수범위는 6점에서 30점이다. 합산 점수가 높을수록 또래괴롭힘 상황에서 피해자를 방어하기 위한 행동을 자주 보임을 뜻한다. 문항의 구체적인 예로는 “나는 괴롭힘을 당하는 아이를 위로해주었다.”, “나는 괴롭힘 당하는 아이를 도와주기 위해 괴롭힘 상황을 선생님께 말씀드렸다.” 등이 있다. 본 연구에서 산출한 내적합치도 계수 Cronbach’s α는 .87이었다.
또래괴롭힘 피해경험
초등학교 고학년 아동의 또래괴롭힘 피해경험을 알아보기 위해 J.-Y. Lim (1997)이 번안한 Crick과 Grotpeter (1996)의 사회경험 질문지(Social Experience Questionnaire)를 사용하였다. 이 척도는 외현적 괴롭힘, 관계적 괴롭힘, 친사회적 행동소외의 세 가지 하위요인으로 구성되어 있다. 세 가지 하위요인 중 친사회적 행동소외는 도움이 필요할 때 또래로부터의 지지를 경험하지 못함을 의미하는데, 또래로부터의 직접적이거나 관계적인 괴롭힘 경험을 측정하고자 한 본 연구의 목적에 따라 친사회적 행동소외 문항을 제외하고 사용하였다. 외현적 괴롭힘과 관계적 괴롭힘은 각 5개 문항씩 총 10개 문항으로 구성되었으며, 전혀 그렇지 않다(1점)에서 항상 그렇다(5점)까지 5점 리커트 척도로 평정하게 되어 있다. 구체적인 문항의 예로는 “친구들이 나를 밀거나 넘어뜨린 적이 있다.”, “어떤 친구가 나에 대해 나쁜 소문을 퍼뜨려서 다른 친구들이 나를 싫어하게 한 적이 있다.”가 있다. 가능한 점수범위는 10점부터 50점까지이고 또래괴롭힘 피해경험 점수가 높을수록 또래로부터 의도적인 신체적, 언어적 괴롭힘이나 사회적 관계를 손상시키는 괴롭힘을 받은 경험이 많다는 것을 의미한다. 본 연구에서 산출된 또래괴롭힘 피해경험 척도의 문항 내적합치도 계수 Cronbach’s α는 .86으로 나타났다.
정서적 공감
초등학교 고학년 아동의 정서적 공감 측정을 위해 사용된 도구는 Auyeung 등(2009)이 개발한 아동용 공감지수(EQ-C)를 C. O. Park과 Ghim (2010)이 한국어로 번안하고 수정한 한국어판 아동용 공감지수(EQ-C) 척도였다. 이 척도는 정서공감, 인지공감, 사회기술을 측정하는 세 가지 하위요인으로 구성되어 있는데, 이 중 다른 사람을 걱정하거나 염려하는 정서 반응인 정서적 공감을 측정하는 총 8개 문항을 사용하였다. 정서적 공감을 측정하는 문항은 “나는 다른 사람이 기분 나빠 하면 걱정된다.”, “나는 다른 사람이 울거나 고통 받는 것을 보면 슬퍼진다.” 등을 포함하고 있다. 각 문항은 전혀 그렇지 않다(1점)에서 매우 그렇다(5점)까지 5점 척도로 응답하게 되어 있다. 가능한 점수 범위는 8점에서 40점으로, 점수가 높을수록 타인의 입장에서 생각하고 느끼는 것과 동일하게 경험하는 정도가 크다는 것을 의미한다. 본 연구에서는 정서적 공감 척도의 문항 내적합치도 계수 Cronbach’s α는 .75로 나타났다.
사회적 지지
사회적 지지 수준을 측정하기 위해 I. S. Oh (2011)가 번안한 Dubow와 Ullman (1989)의 사회적 지지평가 척도(SSAS)에서 또래와 교사의 사회적 지지를 측정하는 10개의 문항을 사용하였다. 문항의 예로는 “우리 반에는 나를 좋아하는 친구가 있다.”, “담임선생님은 내가 도움을 요청하면 잘 도와주신다.” 등이 있다. 각 문항 내용에 동의하는 정도에 따라 전혀 그렇지 않다(1점)에서 매우 그렇다(5점)까지 5점 척도로 구성되어 있으며 점수가 높을수록 또래, 교사와의 관계로부터 얻을 수 있는 관심, 도움, 인정, 격려 등의 긍정적 자원이 높다고 지각함을 의미한다. 본 연구에서 산출된 내적합치도 계수 Cronbach’s α는 .88로 나타났다.
연구절차
본 조사는 연구자가 임의로 선정한 서울시, 인천광역시, 경기도 소재의 11개 초등학교에서 실시되었다. 우선 연구자가 담임교사에게 연구 목적과 절차를 설명하여 일차적 동의를 구한 후 참여에 동의하지 않더라도 잠재적 불이익이 따르지 않을 것임을 아동에게 설명하고 자발적으로 참여 의사를 표시할 수 있도록 하였다. 참여에 동의를 한 초등학생을 대상으로 질문지를 배부하였고 아동들이 자기보고식으로 응답하도록 한 후 응답이 완료된 질문지를 회수하였다. 배부된 총 760부의 질문지 중 735부가 회수되었고, 회수율은 약 97%였다. 회수한 질문지 중에서 또래괴롭힘을 목격한 적이 있거나 들은 경험이 있다고 응답한 214명의 아동을 분석 대상으로 선정하였다. 그중에서 한 척도 이상 응답하지 않았거나 두 개 이상의 척도에서 동일번호에 응답한 자료를 제외하고 210부의 질문지를 최종 분석에 사용하였다. 응답 중 발생한 결측치는 해당 척도의 평균으로 대치하였다.
자료분석
본 연구에서는 SPSS 25.0 (IBM Co., Armonk, NY)프로그램과 PROCESS macro version 3.3 (Model 2) 프로그램을 사용하여 수집된 자료를 다음과 같이 분석하였다. 첫째, 측정변인들의 일반적 경향을 살펴보기 위해 기술통계치를 산출하였다. 둘째, 또래괴롭힘 피해경험과 정서적 공감, 그리고 사회적 지지가 방어행동에 미치는 영향과, 또래괴롭힘 피해경험과 방어행동 간의 관계에서 정서적 공감과 사회적 지지의 다중가산조절효과(multiple additive moderation effect)를 검증하기 위하여 PROCESS macro 프로그램(Model 2)을 사용하여 통제변인인 성과 학년을 포함한 다중회귀분석을 실시하였다(Hayes, 2013). 위계적 다중회귀분석에서는 조절변인의 값이 일정한 상태에서 독립변인이 종속변인에 미치는 영향이 편상관관계로 독립변인의 회귀계수는 조절변인에 의존하지 않는 한계가 존재했다. PROCESS macro 프로그램은 이러한 한계점을 보완하며 본 연구에서 살펴보고자 하는 조절변수가 두 개인 경우의 다중가산조절효과를 분석할 수 있는 검증방법을 제공한다(H.-K. Lee, 2016). 다중가산조절모형은 각각 한 개의 독립변인과 종속변인, 두 개의 조절변인으로 이루어진 모형으로 본 연구에서 설정한 연구 모형은 Figure 1과 같다.
Results
측정 변인들의 일반적 경향
본 연구의 주요 변인인 초등학교 고학년 아동의 또래괴롭힘 방어행동, 또래괴롭힘 피해경험, 정서적 공감, 그리고 사회적 지지의 점수 범위, 평균 및 표준편차, 그리고 문항평균은 Table 1에 제시된 바와 같다.
먼저 초등학생의 방어행동을 살펴보면 문항평균이 2.80점으로 나타났다. 이는 연구대상으로 포함된 초등학생의 방어행동 평균이 척도의 중간점수인 3점에 가까운 점수로 중간 수준보다 약간 낮은 편임을 알 수 있다. 다음으로 또래괴롭힘 피해경험의 문항평균은 1.82점으로 본 연구대상으로 포함된 초등학생의 괴롭힘 피해경험 수준은 척도의 거의 아니다(2점)에 가까운 점수로 피해경험이 많지 않은 편이었다. 그 다음으로 정서적 공감의 문항평균은 3.68점이었으며 연구에 참여한 초등학생들의 정서적 공감수준은 높은 편임을 보여준다. 마지막으로 사회적 지지의 경우에는 문항평균이 3.64점으로 나타나 본 연구대상인 초등학생들이 사회적지지를 지각하는 수준은 다소 높은 편이었다.
초등학교 고학년 아동의 또래괴롭힘 피해경험이 방어행동에 미치는 영향에 대한 정서적 공감과 사회적 지지의 조절효과
초등학교 고학년 아동의 또래괴롭힘 피해경험, 정서적 공감, 그리고 사회적지지가 방어행동에 미치는 영향을 검증하기 위하여 먼저 기초분석으로서 변인들 간의 상관관계를 알아보기 위해 Pearson의 적률상관계수를 산출하였으며, 분석 결과는 Table 2와 같다.
초등학교 고학년 아동의 또래괴롭힘 피해경험과 정서적 공감과 사회적 지지, 그리고 방어행동의 관계를 알아보기 위하여 PROCESS macro version 3.3 (Model 2)을 통해 다중회귀분석을 실시한 결과는 Table 3에 제시된 바와 같다. 분석을 위해 통제변인인 성과 학년, 독립변인인 또래괴롭힘 피해경험과 정서적 공감, 사회적 지지를 투입하였다. 독립변인인 또래괴롭힘 피해경험(coeff. = .15, p < .01)과 조절변인인 정서적 공감(coeff. = .48, p < .001)과 사회적 지지(coeff. = .16, p < .001)가 방어행동에 미치는 영향은 유의한 것으로 나타났다. 즉, 또래괴롭힘 피해경험이 많을수록, 정서적 공감 수준이 높을수록, 그리고 사회적 지지 수준이 높을수록 방어행동을 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을 의미한다. 반면 통제변인인 성과 학년이 방어행동에 미치는 영향은 유의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다중가산조절효과 검증을 위한 상호작용항의 유의성 검증 결과, 또래괴롭힘 피해경험과 사회적 지지의 상호작용항이 방어행동에 미치는 영향은 유의하였으나(coeff. = .01, p < .05) 또래괴롭힘 피해경험과 정서적 공감의 상호작용항은 통계적으로 유의하지 않았다. 이와 같은 결과는 또래괴롭힘 피해경험이 방어행동에 미치는 영향은 아동이 지각한 사회적 지지 수준에 따라 다름을 의미한다. R2 값은 .35이었고, 모형에 투입된 변인들은 또래괴롭힘 방어행동 총 변량의 35%를 설명하였다(F = 20.22, p < .001).
상호작용항 투입으로 인한 R2 변화량은 Table 4에 제시된 바와 같다. 또래괴롭힘 피해경험과 사회적 지지의 상호작용항이 투입됨에 따라 방어행동에 대한 설명력은 2% 증가하는 것으로 나타났으며 그 변화량은 통계적으로 유의미하였다. 그러나 피해경험과 정서적 공감의 상호작용항 투입으로 인한 R2 변화는 통계적으로 나타나지 않았다.
위와 같은 분석결과에서 더 나아가 구체적으로 또래괴롭힘 피해경험과 방어행동 간의 관계가 사회적 지지 수준에 따라 어떻게 달라지는지를 알아보기 위해, Aiken과 West (1991)가 제안한 방법으로 조절변인인 사회적 지지의 평균값과 평균값의 ±1 표준편차값을 기준으로 3개의 집단으로 구분한 후, PROCESS macro version 3.3 프로그램에서 각 집단 별로 조건부 효과크기의 경향성 검증과 효과크기에 따른 조절변수의 경향성 검증을 실시하였다. 그 결과는 Table 5에 제시된 바와 같다. 사회적 지지가 평균이상의 집단에서 또래괴롭힘 피해경험이 방어행동에 미치는 영향은 더욱 크게 나타났다. 반면 사회적 지지 평균값에서 –1SD 집단은 또래괴롭힘의 피해경험의 영향이 유의하지 않았다.
Discussion
본 연구에서는 초등학교 고학년 아동을 대상으로 또래괴롭힘 피해경험과 정서적 공감, 그리고 사회적 지지가 또래괴롭힘 방어행동에 어떠한 영향을 미치는지 알아보고, 정서적 공감과 사회적 지지 수준에 따라 또래괴롭힘 피해경험이 방어행동에 미치는 영향이 다른지 그 조절효과를 검증하였다. 본 연구를 통해 얻은 주요 결과들을 논의하고, 결과에 대한 시사점을 연구문제에 따라 서술하면 다음과 같다.
연구문제 1과 관련한 본 연구결과 초등학교 고학년 아동의 또래괴롭힘 피해경험이 많을수록, 정서적 공감 수준이 높을수록, 사회적 지지가 높다고 지각할수록 방어행동을 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우선 또래괴롭힘 피해경험이 많을수록 괴롭힘 상황에서 피해자를 도와주기 위해 친구 또는 교사에게 괴롭힘 상황을 알리거나 피해자를 위로하는 등의 방어행동을 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나타난 본 연구결과는 또래괴롭힘 피해경험이 있는 경우에는 피해자의 관점에서 괴롭힘 상황을 바라볼 수 있기 때문에 방어자의 역할을 할 수 있는 자원을 가지고 있다는 Camodeca와 Goosens (2005)의 주장을 지지하는 것이다. 이는 Humphrey (1922)가 설명한 바와 같이 타인이 경험하는 고통을 보면서 과거에 자신이 겪은 고통과 유사성이 있는 단서들에 주의를 기울이게 되고, 또래괴롭힘에 대한 거부적인 태도나 감정이 불러일으켜 질 수 있으며 피해자를 도울 수 있는 개입행동을 할 동기가 높아지기 때문을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이와 같은 결과는 초등학교 고학년 아동들이 또래괴롭힘 상황에서 방어행동을 할 가능성을 높이기 위해서는 또래괴롭힘을 피해아동의 관점에서 바라보고 피해아동이 보이는 고통의 단서를 알아차릴 수 있도록 하는 교육이 필요하다는 점을 시사한다.
Olweus 또래괴롭힘 예방 프로그램(Olweus, 2005)과 같이 기존에 개발된 일부 또래괴롭힘 예방 프로그램들은 괴롭힘 상황 역할극을 통해 피해자의 입장을 체험해보는 활동을 포함하고 있다. 구체적인 활동의 예로 조각기법을 활용하여 가해학생의 표정과 몸동작을 취하는 가해자 역할과 피해자 역할로 나누어 차례대로 피해자 역할을 해봄으로써 피해자 입장을 경험하게 하는 것이다. 그리고 일정 시간동안 소외를 경험하는 ‘투명인간 체험’ 등 다양한 형태의 또래괴롭힘을 교사나 상담사의 지도 감독 하에 경험하는 활동이 있다(Ryu, 2015). 나아가 최근 현실이 아닌 것을 현실처럼 받아들이도록 하는 것과 같은 가상현실(virtual reality) 기술을 적용하여 또래괴롭힘을 사이버와 물리적 공간 사이에서 체험해볼 수 있는 프로그램을 개발할 필요가 있다. 이와 같이 안전하고 체계적인 환경에서 피해경험이 없거나 가해경험이 있는 아동들이 괴롭힘 피해경험을 실제와 같이 체험해볼 수 있다. 또한, 괴롭힘 피해를 체험하는 과정에서 피해자의 입장에서 괴롭힘 행동이나 장난들이 어떻게 받아들여지고, 어떠한 감정이 느껴질 수 있고, 그러한 감정은 어떻게 표현될 수 있는지 인식해보는 과정이 포함된다면 차후에 또래괴롭힘 상황에서 아동들이 역할극에서 직접 경험했던 피해자의 입장, 감정, 시각을 떠올리며 그러한 단서에 주목하고, 피해자의 고통과 어려움을 알아차려 방어행동을 할 가능성을 높이는 효과를 기대해볼 수 있다.
둘째, 다른 사람의 감정을 공유할 수 있는 능력인 정서적 공감 수준이 높은 아동이 또래괴롭힘 상황에서 방어행동을 할 가능성이 높게 나타난 본 연구결과는 정서적 공감이 도움 행동의 강력한 예측 변인 중 하나라는 선행연구들(Nickerson, Aloe, & Werth, 2015; Yang & Chung, 2015)과 맥을 같이 한다. 정서적 공감수준이 높으면 또래괴롭힘 상황에서 고통스러운 상황에 처해있는 피해자의 부정적인 감정을 이해하고 동정심을 느껴 피해자를 고통에서 벗어날 수 있게 도와주고 싶은 동기가 생기는 동시에 자신에게 전이된 개인적 고통을 감소시키고자 방어행동을 하게 된다는 것이다(Gaertner & Dovidio, 1977; Hoffman, 2000). 그러므로 피해자의 입장에서 경험하는 심리적 고통을 정서적으로 공유할 수 있는 정서적 공감 능력을 증진시키는 것이 초등학교 고학년 아동의 방어행동을 높이는 방법이라는 것이 반복 확인되었다.
본 연구결과에 기초하여 기존의 공감 증진을 목표로 한 다양한 감정을 배우기, 조망 취하기와 다른 사람의 감정 알아맞히는 등 타인의 감정을 정확하게 읽어내는 능력을 촉진하는 활동들에서 더 나아가 피해자의 고통을 걱정하는 공감적 염려와 개인적 고통과 같은 정서 반응 등 정서적 공감을 높일 수 있는 방법에 모색을 확대할 필요가 있다. 이를 위해 앞서 제안한 역할극이나 가상경험과 같은 활동을 하면서 피해자의 고통을 체휼해보고 유발된 자신의 감정과 신체적인 반응을 알아차릴 수 있도록 개입하여 이후에 괴롭힘을 당하는 또래의 감정 반응을 보고 정서적으로 공명할 수 있도록 도울 수 있다. 이때, 방어행동을 통해 공감적 고통이 완화될 수 있다는 것을 경험하도록 하는 것이 중요할 수 있음을 보여주었다.
셋째, 초등학교 고학년 아동이 사회적 지지를 지각하는 수준이 높을수록 또래괴롭힘 방어행동을 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러한 결과는 선행연구(I. H. Lee, 2012)와 일치하는 것으로써 사회적 지지를 높이 지각하는 사람은 자신이 도움이 필요할 때 주변 사람들로부터 필요한 도움을 받을 수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에(Cohen & Wills, 1985) 상대적으로 힘이나 권력의 우위에 있는 급우의 괴롭힘 행동에 위축되지 않고 적극적으로 괴롭힘 행동을 말리거나 피해아동을 격려할 수 있는 것이다. 따라서 평소 또래들 간에, 그리고 학생과 교사 간에 긍정적인 정서적 상호작용을 통해 자원이 원활하게 교류되는 기회를 제공하는 것이 결과적으로 또래괴롭힘 상황에서 방어행동을 실천할 주변인을 확보하는 방법 중 하나가 될 수 있다.
방어행동을 촉진하기 위해 아동이 사회적 지지를 지각하는 수준을 높이기 위한 구체적인 방안을 구상할 때 다음과 같이 사회적 지지 수준이 높은 아동의 특성들을 고려해볼 수 있다. 우선 지각된 사회적 지지의 수준이 높은 아동은 고민을 털어놓고 이야기를 할 수 있고 자신의 생각이나 말에 관심을 가지고 들어주는 급우나 교사가 있다고 느낄 수 있다. 또한, 어려움이 있을 때 도움을 요청하면 도움을 줄 것이라고 예상되는 친구와 교사가 있다는 생각이 들 때 사회적 지지를 많이 받는다고 지각할 수 있다. 이를 바탕으로 사회적 지지 수준을 높일 수 있는 개입방법의 구체적인 예시로는 급우들 간 친밀감을 증진시킬 수 있는 다양한 소그룹 활동을 강화하는 것이 도움이 될 수 있다. 교사 역시 문제가 있는 상황이 아니더라도 평소에 개별 아동과 순차적으로 면담하는 시간을 가지고 학생과 신뢰감을 증진시키는 것이 중요할 것이다.
연구문제 2와 관련하여 또래괴롭힘 피해경험이 방어행동에 미치는 영향에서 지각된 정서적 공감과 사회적 지지의 다중가산조절효과를 검증한 결과, 사회적 지지의 조절효과만이 유의하였다. 이와 같은 결과는 각성: 보상-비용 모델로 설명해보면, 또래괴롭힘 상황을 목격하면서 피해경험이 떠오르고 부정적인 정서가 경험될 수 있는데, 도움행동을 하지 않았을 때 심리적으로 불편한 감정이 지속되는 비용보다 도움행동을 했을 때 발생할 수 있는 사회적 위험에 대한 비용이 적게 지각되는 것이 실제 방어행동이 더욱 실천될 수 있다는 것이다. 즉, 또래괴롭힘 피해경험은 괴롭힘 상황에서 주변인으로 방어행동을 할 가능성을 높일 수 있는데, 주변 또래와 교사와의 상호작용을 통해 활용 가능한 심리적 자원이 충분히 지각하는 경우 실제로 방어행동을 실천할 가능성이 더욱 높아질 수 있다. 이러한 경향은 Cowie (2014)가 언급한 것과 같이 방어행동의 동기를 높이는 개인적 특성을 보유하고 있어도 아동이 지각하는 주변 또래를 포함한 환경에 따라 또래괴롭힘 주변인들을 딜레마에 빠지게 된다는 설명에 기초하여 해석해볼 수 있다. 과거에 자신이 직접 경험한 괴롭힘 피해경험이 있는 아동이 또래괴롭힘 상황을 목격할 때 회상되는 부정적인 감정과 자신이 경험한 유사한 어려움을 겪고 있는 그 급우를 위한 방어행동을 행하는 데에 있어서 사회적 지지는 자신이 경험할 수도 있는 잠정적인 피해에 대한 두려움을 낮춤으로써 방어행동의 가능성을 높일 수 있다는 것이다. 피해자의 입장을 옹호하였다가 사회적 지위가 상실될 수 있다는 두려움이 클 수 있는 괴롭힘 피해경험이 있는 아동에게 방어행동에 따르는 비용에 대한 인식을 낮출 수 있는, 즉 사회적 지지에 대한 지각을 높일 수 있는 개입의 중요성이 강조되어야 함이 시사된다.
또래괴롭힘 피해경험과 방어행동 간의 관계에서 사회적 지지의 조절효과가 나타난 결과는 방어행동을 높이기 위한 안전한 개입 방안을 제시할 수 있다. 비록 괴롭힘 피해경험이 방어행동을 높이는 예측 요인이기는 하지만, 이것이 의도적으로 아동에게 괴롭힘 경험을 제공하는 것이 방어행동을 증진시키는 방법으로 적합하거나 가능함을 의미하지 않기 때문이다. 피해경험이 있는 아동에게 방어행동을 요구할 수 없기 때문이다. 대신 Shon과 Lee (2015)의 연구에서 한 아동이 방어행동을하게 되면 주변 친구도 피해자를 돕는 행동에 참여하고 방어행동에 대한 인정을 받는 경험을 하는 것으로 보고되기도 하는데, 이와 같이 사회적 지지를 높이기 위해 개입하는 것이 또래괴롭힘 피해경험이 있는 학생의 적응도를 높이면서도 이후 방어자를 늘릴 수 있는 효과적인 접근이 될 수 있다. 앞서 제시한 학급 내 친밀한 사회적 교류의 기회를 마련해주는 방법과 함께 또래상담을 활용하는 것은 사회적 지지를 높일 수 있는 또 다른 방안이 될 수 있다. 또래상담에서는 정서적 공감, 수용, 정보제공, 문제해결을 위한 조력 등이 이루어짐으로 사회적 자원이 활성화될 수 있다(M. Seo & Park, 2017). 학교에서 이루어지는 또래상담은 교사가 추천한 학생이나 자발적으로 자원한 학생이 또래상담자가 되어 일정한 교육을 받고 또래상담활동을 하게 된다. 또래 상담자가 하는 활동은 내담자인 또래에게 다가가 친밀한 관계를 맺고 대화하면서 내담자에게 필요한 도움을 제공하는 것이다(H. M. Lee & Kim, 2013).
한편, 정서적 공감은 다른 사람의 정서와 상황을 이해하고 공유할 수 있는 개인의 특성으로서 방어행동을 예측하는 요인이지만, 괴롭힘 피해경험이 있는 아동이 방어행동에 따를 수 있는 위험부담을 감소시켜 방어행동을 더욱 실천하도록 하는 기제는 아닌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자신이 직접 경험한 또래괴롭힘 피해경험을 하고 있는 타인을 보면서 그 대상이 경험하는 정서를 더욱 크게 지각하고 촉발된 강한 감정을 해소하는 한 가지 방법이 방어행동일 수 있다는 점을 고려하면, 힘든 마음을 보상받을 수 있는 다른 방법을 사용했을 가능성이 있다. 따라서 후속연구에서 이러한 가능성을 탐색해볼 필요가 있다.
마지막으로 본 연구에 대한 제한점을 밝히면서 후속 연구를 위한 제언을 하면 다음과 같다. 첫째, 또래괴롭힘에 참여하는 역할은 고정된 것이 아니므로 피해경험에 다양한 유형이 있을 수 있다. 특히, 피해-가해 집단은 독특한 심리적 특성과 반응을 나타내는 것으로 보고된 바 있어(Y. Park & Oh, 2018) 후속 연구에서는 피해경험을 더 면밀하게 조사하여 방어행동을 예측해보는 것을 제안한다. 둘째, 본 연구의 자료는 자기보고식 척도를 사용하여 수집되었기 때문에 응답자가 사회적 바람직한 방향으로 응답하였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따라서 후속 연구에서는 교사나 또래의 보고를 포함하거나 관찰방법을 적용하는 등 다양한 측정방법을 통해 보다 객관적인 자료를 수집하여 연구가 이루어져야 할 것이다.
이상과 같은 제한점에도 불구하고, 본 연구가 지니는 의의는 다음과 같다. 본 연구는 또래괴롭힘 피해경험이 괴롭힘 상황에 놓인 피해자의 어려움을 인식하고 그들의 입장에서 필요한 도움을 제공할 수 있는 예측 요인이 될 수 있음을 확인하였다. 또래괴롭힘이 저연령화되고 언어적 괴롭힘과 같이 교묘한 방법의 괴롭힘이 증가하면서 초등학교 고학년 시기 아동의 약 80%가 또래괴롭힘을 경험한 적이 있는 것으로 보고되는(Hanish, Kochenderfer-Ladd, Fabes, Martin, & Denning, 2004) 현실에서 피해경험을 방어행동으로 전환할 수 있는 방법을 모색하는 것의 필요성을 강조하였다. 동시에 또래괴롭힘 피해경험이 방어행동에 미치는 영향에 있어서 비일관적인 선행연구 결과에 대해 추가적인 정보를 제공하였다. 구체적으로 괴롭힘의 피해경험이 방어행동을 높이거나 또는 낮춘다는 선행연구결과에 대해 연구자들은 두 가지의 가능성을 제기하였다. 그 중 하나는 개인의 정서적 공감 수준의 차이였고, 다른 하나는 괴롭힘 상황에 개입에 따른 잠정적인 피해에 대한 두려움을 낮출 수 있는 요인의 영향에 대한 가정이었다. 이러한 두 가지 가능성을 검증해본 결과는 또래괴롭힘 피해경험은 괴롭힘 피해자의 어려움을 알기 때문에 방어행동을 할 가능성이 있는데, 개인의 정서적 공감 능력보다는 방어행동에 따른 위험 부담이나 두려움을 누그러뜨리는 것이 더 핵심 조절 기제라는 것을 보여주었다. 또래들로부터 괴롭힘을 받은 경험이 피해자를 돕도록 하는 하나의 요인이 될 수 있지만, 사회적 지지가 충분하여 자신이 방어행동으로 인한 위험으로부터 보호받을 수 있다고 지각할 경우에 아동은 위축되지 않고 또래괴롭힘 상황을 중단시키기 위해 방어행동을 실제로 행할 가능성이 더 높은 것으로 나타난 본 연구결과는 방어행동 증진을 위한 학급 차원의 심리적 지원의 필요함을 시사하며 궁극적으로 또래괴롭힘을 감소하고 예방하는 방안을 고안하는 데에 도움을 줄 수 있을 것이다.
Notes
This article was presented as a poster at the 2020 Annual Spring Conference of the Korean Association of Child Studies.
Conflict of Interest
No potential conflict of interest relevant to this article was report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