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모의 과보호와 청소년기의 대인관계문제: 내현적 자기애와 실패공포의 매개효과
Parental Overprotection and Adolescents’ Interpersonal Problems: The Mediating Effects of Covert Narcissism and Fear of Failure
Article information
Trans Abstract
Objectives
This study examined whether covert narcissism and fear of failure mediated the relationship between adolescents’ perceptions of parental overprotection and interpersonal problems.
Methods
A total of 252 high school students completed a self-reported questionnaire. Serial multiple mediation analyses were conducted using SPSS PROCESS macro 4.1, and the significance of the indirect effects was assessed using bootstrapping.
Results
First, parental overprotection did not have a direct effect on interpersonal problems. Second, parental overprotection indirectly influenced adolescents’ interpersonal problems through covert narcissism. Higher levels of parental overprotection were associated with greater covert narcissism in adolescents, which in turn led to more interpersonal problems. Third, paternal overprotection influenced adolescents' interpersonal problems through fear of failure, whereas maternal overprotection did not significantly affect fear of failure. Specifically, paternal overprotection increaed fear of failure in adolescents, which subsequently led to more interpersonal problems. However, this effect was not observed with maternal overprotection. Finally, parental overprotection was found to influence adolescents' interpersonal problems through the sequential mediation of covert narcissism and fear of failure. Higher parental overprotection increased covert narcissism and fear of failure, ultimately contributing to adolescents’ interpersonal problems.
Conclusion
By examining the environmental factors of parental overprotection and individual factors, such as covert narcissism and fear of failure, this study provides a multifaceted analysis of the underlying causes of adolescents' interpersonal problems. These findings offer useful insights for developing parenting education and counseling programs aimed at preventing interpersonal problems during adolescence.
Introduction
인간은 사회적 동물로, 태어난 순간부터 타인과 끊임없는 상호작용을 통해 성장해 나간다. 따라서 친밀하고 성공적인 인간관계를 형성하는 것은 인간 발달의 핵심이며, 개인의 삶의 만족도에 중요한 영향을 미친다. 특히 청소년기는 대인관계에서의 변화가 두드러지는 시기로, 이 시기에는 개인의 사회적 네트워크가 점차 증가하고 (Wrzus, Hänel, Wagner, & Neyer, 2013), 지지와 소속감을 제공하는 주요 원천이 부모에서 또래로 점차 이동한다. 이에 따라 대인관계를 형성하고 유지하기 위해 필요한 태도와 기능을 습득하는 것은 청소년기의 중요한 발달 과업이라 할 수 있다. 그러나 관련 통계들은 많은 청소년이 대인관계에서 어려움을 경험하는 것으로 보고하고 있는데, 2020년부터 2022년까지 청소년들이 가장 많이 호소한 문제는 대인관계와 관련된 어려움이었다(Korea Youth Counseling & Welfare Institute, 2023). 청소년기에 이러한 어려움을 경험할 경우, 우울이나 비행과 같은 부적응을 경험할 가능성이 높고(J. S. Park, 2007), 타인과의 관계에서 공포나 불안감을 느끼며(S.-I. Kim & Kim, 2009), 자살과 관련된 사고, 행동 경향성을 더 보였다(King & Merchant, 2008). 또한, 청소년기 대인관계에서의 어려움은 낮은 자아존중감 및 행복감과도 연관이 있었다(Raboteg-Saric & Sakic, 2014). 따라서 청소년의 건강한 발달을 지원하기 위해 이들이 경험하는 대인관계에서의 어려움을 심층적으로 탐구하고, 이를 예측하는 요인을 규명할 필요가 있다. 이를 통해 대인관계문제의 원인을 밝히고, 예방 및 개입 방안을 마련하는 데 기여할 수 있을 것이다.
대인관계문제는 타인과의 상호작용에서 발생하는 문제로, 긍정적이고 원만한 관계형성에 어려움을 겪고 이로 인해 다양한 부정적 정서를 경험하게 되는 것을 의미한다(Horowitz, Rosenberg, Baer, Ureño, & Villaseñor, 1988). 청소년기 대인관계문제에 영향을 미치는 환경적 요인 중 가장 활발하게 연구된 것은 부모 요인으로, 부모에 대한 애착(J. Y. Hong & Han, 2015), 양육행동(Guo et al., 2024), 부모의 과보호(Jeong & Oh, 2016) 등의 영향이 확인되었다. 이 중 부모의 과보호는 자녀의 발달단계에 적절하지 않은 지나친 보호와 간섭으로 특징되며, K.-M. Chung과 Yoon (2015)은 한국 부모의 과보호를 자녀의 성취에 대한 지나친 기대와 타인의 시선을 의식하며 자녀를 통제하고, 자신과 자녀를 동일시하는 양육태도라 정의하였다. 본 연구에서는 크게 두 가지 측면에서 부모의 과보호에 주목하였는데, 먼저 부모의 과보호는 부모로부터 심리적으로 독립하여 자율성을 추구하는 청소년기의 발달적 특성에 부합하지 않은 양육 행동이라 할 수 있다. 이는 청소년의 심리적 독립을 방해할뿐 아니라, 개인의 웰빙과 정신 건강에 중요한 세 가지 기본심리욕구인 자율성, 유능성, 관계성을 좌절시켜 대인관계문제와 같은 부적응을 초래할 수 있다(Van Petegem, Antonietti, Nunes, Kins, & Soenens, 2020). 또한 높은 수준의 과보호에 지속적으로 노출될 경우 스스로 문제를 해결할 기회를 갖기 어려우며, 그 결과 갈등 상황을 두려워하거나 회피하려는 경향이 생기고(Goo & Song, 2018), 갈등이 발생했을 때에도 부적절한 방식으로 대응하게 되어 대인관계문제가 더욱 심화될 수 있다(Hoffman & Weiss, 1987). 관련 연구들에서는 부모의 과보호와 청소년의 대인관계문제 간의 관련성을 보고하고 있는데, 청소년이 부모의 과보호를 높게 지각할수록 대인관계문제(Y. K. Choi, 2015; Jeong & Oh, 2016)와 사회불안(Mathijs, Mouton, Zimmermann, & Van Petegem, 2023)을 더 경험하고, 내면화 문제행동과 외현화 문제행동을 높게 보이는 것으로 나타났다(de Roo, Veenstra, & Kretschmer, 2022).
부모의 과보호를 살펴본 선행연구들은 어머니에만 초점을 맞추거나, 어머니와 아버지를 분리하지 않고 전반적인 부모의 과보호를 측정하는 경향이 있었다. 그러나 아버지와 어머니는 자녀의 발달에 기여하는 방식과 영향력이 다를 수 있기 때문에(Paquette, 2004), 최근에는 아버지와 어머니의 과보호를 구분하여 살펴보려는 시도도 나타나고 있다. 이러한 연구들은 일관적인 결과를 보고하고 있지는 않은데, 일부 선행연구들(Bruysters & Pilkington, 2022; de Roo et al., 2022)은 어머니의 과보호가 아버지의 과보호보다 청소년의 부적응에 더 큰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보고하고 있다. 특히 국내의 경우, 어머니는 아버지보다 자녀와 더 많은 시간을 보내며, 일상적인 보호 및 통제에 보다 깊이 관여하는 경향이 있어(K.-H. Suh, Sin, & Moon, 2010), 어머니의 과보호의 영향이 더 클 가능성을 생각해 볼 수 있다. 하지만 청소년의 역기능적 분노 표현과 같은 일부 영역에서는 아버지의 과보호가 더 큰 영향을 미친다는 연구 결과도 보고되고 있으며(H. Kim, 2024), 아버지와 어머니의 과보호 간 영향력 차이를 확인하지 못한 연구도 존재한다(Arslan, Lucassen, Keijsers, & Stevens, 2023). 이에 본 연구에서는 청소년이 지각하는 아버지와 어머니의 과보호를 각각 측정하고, 아버지와 어머니의 과보호가 청소년의 대인관계문제에 미치는 영향에 차이가 있는지 탐색하고자 하였다.
부모의 과보호가 청소년의 대인관계문제에 영향을 미치는 기제를 보다 심층적으로 이해하기 위해서는 이들 간의 관계에서 중요한 역할을 담당하는 잠재적인 매개 변인을 탐색할 필요가 있다. 특히, 부모의 과보호는 청소년의 심리적 독립을 저해하고 발달적 욕구를 좌절시키는 방식으로 개인의 자율성과 유능감을 손상시키고(Unger, 2009), 취약한 자아상을 가지게 하여 자아에 위협이 되는 상황을 회피하려는 경향을 유발함으로써 타인과의 관계 형성에도 어려움을 초래할 수 있다. 이에 본 연구에서는 손상된 자율성과 유능감, 그리고 자아 위협에 대한 민감성을 특징으로 하는 내현적 자기애(covert narcissism)와 실패공포(fear of failure)에 주목하여(Derry, Ohan, & Bayliss, 2020), 이들이 부모의 과보호와 청소년의 대인관계문제 간의 관계를 매개하는지 살펴보았다. 각각을 살펴보면, 내현적 자기애는 겉으로는 소심하고 위축된 모습을 보이지만 내면에는 자신에 대한 거대 자기환상과 특권의식을 지니고 있는 것이 특징이다(Wink, 1991). 내현적 자기애가 높은 사람들은 취약한 자아상으로 인해 타인의 반응과 비판에 매우 민감하고, 타인의 행동을 악의적으로 해석하는 경향이 있어 대인관계에서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Dickinson & Pincus, 2003). 부모의 과보호를 경험할 경우 부모와의 정서적 분리가 어려워질 수 있으며, 이를 자신의 특별함이나 우월함으로 인식하게 되어 내현적 자기애의 특징 중 하나인 자기중심적 성향이 두드러질 수 있다(Leung, Shek, Fung, & Leung, 2021; Shane-Simpson, Schwartz, Abi-Habib, Tohme, & Obeid, 2020). 관련 선행연구들에서도 부모의 과보호 및 과대평가 수준이 높을수록 청소년의 내현적 자기애가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Y. Kim & Kwon, 2015; Yendell, Clemens, Schuler, & Decker, 2022). 청소년을 대상으로 내현적 자기애의 매개효과를 살펴본 연구는 찾아보기 어렵지만, 아버지와 어머니의 통제 및 과보호가 자기애, 마키아벨리즘, 정신병질(psychopathy)로 구성된 어두운 성격 3요소(dark triad personality)를 통해 청소년의 폭력 성향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나타난 연구(Yendell et al., 2022)나, 청소년이 지각한 부모의 과보호가 사회불안에 미치는 영향을 내현적 자기애가 매개한 것으로 보고한 연구(Lin & Oh, 2017)가 보고된 바 있다. 또한, 대학생을 대상으로 한 Kang과 Jin (2018)의 연구에서는 부모의 과보호가 내현적 자기애를 매개로 대인관계문제에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러한 연구들은 부모의 과보호가 내현적 자기애를 통해 청소년의 대인관계문제를 심화시킬 가능성을 시사한다.
다음으로 실패공포는 실패 자체에 대한 두려움보다는 실패로 인한 결과에 대한 두려움을 의미하는 것으로, 실패할 가능성이 있는 상황에서 위협을 평가하고 불안을 느끼는 경향으로 정의된다(Conroy, Kaye, & Fifer, 2007). 실패공포는 타인의 시선을 중요시하여 그들 앞에서 수치심을 경험하거나 관심을 상실하는 것에 대한 두려움에서 비롯되기 때문에, 실패공포가 높을 경우 타인과의 관계 형성 및 유지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할 수 있다. 선행연구에 따르면, 실패공포 수준이 높을수록 낮은 사회적 의사소통 능력과 타인과 함께 있을 때 극도의 긴장감을 보여 대인관계에 어려움을 경험하였다(B. B. Lee, 2017). 실패공포는 사회적으로 구성되는 특성이기 때문에, 성장 과정에서 부모가 자녀의 실패경험을 어떻게 다루는지 여부와 밀접한 관련이 있다(Conroy, Willow, & Metzler, 2002). 특히, 과보호적 양육태도는 부모의 불안감을 반영하며, 자녀에게 위험을 최소화하려는 경향이 있어 활동을 제한하고 자율성 발달을 저해할 수 있다. 이러한 부모의 양육태도는 자녀에게 무가치감이나 무능력에 대한 신념을 심어주어, 실패에 대한 두려움을 유발할 수 있다(Abell & Gecas, 1997). 비록 청소년을 대상으로 한 연구는 드물지만, 대학생을 대상으로 한 연구에서는 과보호적 양육행동과 유사한 부모의 헬리콥터 양육이 실패공포에 미치는 영향을 확인할 수 있 었다(Schiffrin & Liss, 2017). 부모의 과보호가 청소년의 대인관계문제에 미치는 영향에서 실패공포의 매개효과를 직접적으로 탐색한 연구는 찾아보기 어려우나, 청소년이 지각한 부모의 과보호적 양육태도가 실수불안을 통해 대인관계문제에 유의한 영향을 미쳤다(M. H. Suh & Choi, 2023). 또한 대학생을 대상으로 부모의 과보호가 실패공포와 밀접하게 관련된 수치심(J.-S. Yu & Kim, 2019)과 완벽주의(Hwang, 2005)를 통해 대인관계문제에 영향을 미쳤다. 이러한 선행연구들을 바탕으로, 본 연구에서는 부모의 과보호가 청소년의 대인관계문제에 미치는 영향을 실패공포가 매개할 것으로 가정하였다.
한편, 본 연구에서 매개변인으로 가정한 내현적 자기애와 실패공포 간의 관련성 또한 선행연구에서 보고된 바 있다(Guo, Xu, Lim, & Kang, 2018). 내현적 자기애가 높은 사람은 타인의 기대에 부응하고자 하며, 타인의 평가와 반응에 취약하기 때문에, 실패를 경험할 경우 자신의 가치가 감소되고 타인이 자신을 덜 가치있게 여길 것이라 생각할 수 있다. 이를 바탕으로 부모의 과보호가 내현적 자기애와 실패공포를 순차적으로 매개하여 대인 관계문제에 영향을 미칠 것으로 가정할 수 있다. 관련 연구들을 살펴보면, 부모의 과보호와 유사한 과잉기대가 내현적 자기애를 높여 실패공포 수준이 높게 나타났으며(I.-S. Choi & Choi, 2013), 대학생의 내현적 자기애가 대인관계에 미치는 영향을 부정적 평가에 대한 두려움이 매개하였다(J. H. Kim, 2018). 또한 부모의 부정적 양육행동은 청소년의 내현적 자기애와 수치심을 순차적으로 매개하여 타인과 상호작용하는 상황에서 두려움을 느끼는 사회불안에 유의한 영향을 미쳤다(J. Kim, 2019). 이때 부정적 양육행동에는 과잉기대, 과잉간섭과 같이 과보호와 유사한 특성을 지닌 양육행동이 포함되었다. 이러한 연구들에 근거해 볼 때, 부모의 과보호가 청소년의 내현적 자기애와 실패공포에 영향을 주어 대인관계 문제를 심화할 가능성을 고려해 볼 수 있다.
종합하면, 본 연구는 청소년이 지각한 부모의 과보호가 청소년의 대인관계문제에 미치는 영향과, 이 과정에서 내현적 자기애와 실패공포의 역할을 탐색하였다. 특히, 아버지와 어머니 각각의 과보호를 측정함으로써 과보호가 청소년에게 미치는 영향에 대해 보다 세부적인 이해를 제공하고자 하였다. 이를 통해 청소년의 주요 호소문제인 대인관계문제의 원인에 대해 다각적으로 접근하고, 대인관계문제 해결을 위한 예방 및 상담을 위한 기초자료를 제공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였다. 본 문제의 연구문제와 연구모형(Figure 1)은 아래에 제시하였다.
연구문제 1
아버지와 어머니의 과보호는 대인관계문제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는가?
연구문제 2
아버지와 어머니의 과보호는 내현적 자기애를 매개하여 대인관계 문제에 영향을 미치는가?
연구문제 3
아버지와 어머니의 과보호는 실패공포를 매개하여 대인관계문제에 영향을 미치는가?
연구문제 4
아버지와 어머니의 과보호는 내현적 자기애와 실패공포를 순차적으로 매개하여 대인관계문제에 영향을 미치는가?
Methods
연구대상
본 연구의 대상은 수도권에 거주하는 고등학교 1-2학년생 남녀 청소년 252명이다. 청소년기는 자기중심적 성향이 강하게 나타나는 동시에(Bleiberg, 1994), 타인의 시선에 매우 민감하여 좌절감과 부정적 평가에 대한 두려움이 높으므로 내현적 자기애와 실패공포에 취약한 시기라 할 수 있다. 또한 한국 부모의 과보호는 입시 위주의 교육제도와 밀접한 관련이 있어, 고등학생 시기에 부모의 과보호의 영향이 더욱 두드러질 수 있어(E.-Y. Chung & Chang, 2008; K.-M. Chung & Yoon, 2015), 본 연구에서는 고등학생을 연구대상으로 선정하였다. 다만, 고등학교 3학년생은 수능을 앞두고 있다는 특수한 상황을 고려하여 연구대상에서 제외하였다. 연구대상자의 사회인구학적 특성을 살펴보면, 성별은 남학생 126명(50.0%), 여학생 126명(50.0%)이었으며, 학년은 1학년 126명(50.0%), 2학년 126명(50.0%)이었다. 아버지의 연령은 50-54세가 120명(47.6%)으로 가장 많았고, 45-49세가 89명(35.3%)으로 두 번째로 높은 비율을 차지하였다. 어머니의 연령은 45-49세가 138명(54.8%)으로 가장 많았고, 50-54세가 64명(25.4%)으로 두 번째로 많았다. 부모의 교육 수준은 아버지와 어머니 모두 대학교 졸업이 각각 146명(57.9%)과 141명(56.0%)으로 가장 많았고, 두 번째로 많은 경우는 고등학교 졸업으로 각각 72명(28.6%)과 82명(32.5%)이었다. 아버지의 직업은 사무직이 77명(30.6%)으로 가장 많았고, 그 다음으로는 사업(자영업)이 57명(22.6%)이었다. 어머니의 직업은 전업주부가 83명(32.9%)으로 가장 많았고 사무직이 45명(17.9%)으로 그 다음 순이었다.
연구도구
부모의 과보호
청소년이 지각한 부모의 과보호를 측정하기 위해서 K.-M. Chung과 Yoon (2015)이 제작한 고등학생용 한국 과보호 양육척도(Korean-Parental Overprotection Scale [K-POS])를 사용하였다. K-POS는 성취지향(4문항), 체면중시(4문항), 통제(4문항), 동일시(3문항)의 네 하위요인으로 구성되며, 본 연구에서는 아버지와 어머니의 과보호를 각각 측정하였다. 각 하위요인의 문항의 예를 살펴보면, 성취지향에는 “나의 성적이 기대에 못 미치면 실망하신다.” 등의 문항이, 체면중시에는 “타인의 평가를 의사결정의 잣대로 삼으신다.” 등의 문항이 포함된다. 통제에는 “내가 누구와 어디에서 무엇을 하는지 항상 확인하신다.” 등의 문항이, 동일시에는 “본인의 성공보다는 나의 성공을 우선시하신다.” 등의 문항이 포함된다. 각 문항은 5점 Liket식 척도로 응답되었으며(1 = 전혀 그렇지 않다, 5 = 매우 그렇다), 하위요인별 문항을 합산한 후 평균을 산출하여 각 하위요인의 점수가 높을수록 청소년이 지각한 부모의 과보호 수준이 높은 것을 의미한다. 성취지향, 체면중시, 통제, 동일시 각각의 문항 간 내적합치도(Cronbach's α)는 아버지의 경우 .78, .75, .81, .47이었고, 어머니의 경우 .82, .80, .89, .60이었다. 전체 문항에 대한 신뢰도는 아버지 .94, 어머니 .86이었다.
내현적 자기애
내현적 자기애를 측정하기 위하여 Akhtar와 Thomson (1982)의 ‘자기애적 성격장애의 임상적 특성’에 기반하여, Gang과 Chung (2002)이 제작한 내현적 자기애척도 (Covert Narcissism Scale)를 사용하였다. 본 척도는 대학생을 대상으로 개발 및 타당화되었지만, 청소년을 대상으로도 널리 활용되었다(S. Y. Park & Jo, 2011; Seo & Nam. 2021). 하위요인에는 목표불안정(9문항), 인정욕구/거대 자기환상(9문항), 착취/자기중심성(9문항), 과민/취약성(10문항), 소심/자신감 부족(8문항)이 포함된다. 각 하위요인의 문항의 예를 살펴보면, 목표불안정(α = .88)에는 “나는 내가 다음에 무엇을 하게 될지 전혀 모르겠다.”, 인정욕구/거대 자기환상(α = .84)에는 “항상 다른 사람들로부터 인정받고 지지받고 싶다.”, 착취/자기중심성(α = .85)에는 “기회가 된다면, 나는 죄책감없이 다른 사람들을 이용할 것이다.”, 과민/취약성(α = .88)에는 “나는 창피한 일을 당하면, 두고두고 생각하며 괴로워하는 편이다.”, 소심/자신감 부족(α = .80)에는 “나는 혼자서 결정을 잘 내리지 못하는 것 같다.” 등이 있다. 각 문항은 5점 Liket식 척도로 응답되었으며, 전체 문항에 대한 신뢰도(Cronbach's α)는 .94이었다.
실패공포
실패공포는 Conroy 등(2002)이 제작한 PFAI-R (Performance Failure Appraisal Inventory-Revised)을 Lim (2006)이 번안한 것을 사용하여 측정하였다. 본 척도는 수치심과 당황을 경험하는 것에 대한 공포(7문항), 자신이 평가절하되는 것에 대한 공포(4문항), 불확실한 미래에 대한 공포(4문항), 중요한 타인의 관심 상실에 대한 공포(5문항), 중요한 타인을 속상하게 하는 것에 대한 공포(5문항)가 포함되며, 총 25문항이다. 각 문항은 어떤 일을 잘 수행하지 못하고 있을 때 떠오르는 생각에 대해 묻고 있으며, 하위요인별 문항의 예를 살펴보면, 수치심과 당황을 경험하는 것에 대한 공포(α = .86)에는 “다른 사람이 이를 보고 있다면 나는 당황한다.”, 자신이 평가절하되는 것에 대한 공포(α = .84)에는 “내가 충분한 재능을 갖고 있지 못한 것은 아닌가 두려워한다.”, 불확실한 미래에 대한 공포(α = .65)에는 “나의 미래는 불확실해 보인다.”, 중요한 타인의 관심 상실에 대한 공포(α = .85)에는 “어떤 사람들은 나에 대해 더 이상 관심을 갖지 않는다.”, 중요한 타인을 속상하게 하는 것에 대한 공포(α = .83)에는 “내게 중요한 사람들은 그런 나에 대해 실망한다.” 등이 있다. 각 문항은 5점 Liket식 척도로 응답되었으며, 전체 문항 간 내적합치도(Cronbach's α)는 .94였다.
대인관계문제
대인관계문제는 Horowitz (1979)의 IIP (Inventory of Interpersonal Problem)를 Alden 등(1990)이 IPC-C (Inventory of Interpersonal Problems-Circumplex Scale)로 재구성한 것을 S.-H. Hong 등(2002)이 국내에서 타당화한 한국판 대인관계문제원형 척도-단축형을 사용하여 측정하였다. 본 척도는 사람들에게 향함(15문항), 사람들에게 맞섬(10문항), 사람들에게서 멀어짐(15문항)의 세 하위요인을 포함하며, 총 40문항이다. 사람들에게 향함(α = .92)에는 “자기주장이 강한 사람들과 같이 있으면 내 주장을 내세우기가 어렵다.”, 사람들에게 맞섬(α = .88)은 “의견 차이 때문에 다른 사람들과 자주 다툰다.”, 사람들에게서 멀어짐(α = .93)은 “다른 사람들과 어울리기가 어렵다.”와 같은 문항이 포함되어 있다. 각 문항은 5점 Liket식 척도로 응답되었으며, 전체 문항 간 내적합치도는 .95였다.
연구절차
본 연구에서 사용된 자료는 온라인 리서치 업체를 통하여 수집되었다. 연구대상인 수도권에 거주하는 고등학교 1, 2학년생에게 설문조사가 공지되었으며, 온라인 조사의 특성상 서면으로 동의서를 받지는 않았지만 참여 전 연구의 목적 및 배경, 연구참여에 따른 손실과 이에 대한 보상, 동의 및 철회 절차, 개인정보 수집 및 보호를 위한 대책 등을 확인할 수 있도록 연구참여 설명문을 제시하였다. 이에 동의할 경우 질문지에 응답하도록 하였으며, 총 252부가 수집되었다.
자료분석
수집된 자료는 SPSS 26.0 (IBM Co., Armonk, NY)과 SPSS PROCESS macro 4.1 프로그램을 이용하여 분석하였다. 연구대상자의 사회인구학적 특성은 빈도와 백분율을 산출하여 살펴보았고, 내적 합치도를 살펴보기 위해서 Cronbach's α값을 산출하였다. 변인 간의 관계는 Pearson의 적률상관계수를 산출하여 살펴보았다. 마지막 로, 내현적 자기애와 실패공포의 순차적 이중매개효과를 살펴보기 위해서 SPSS PROCESS macro 프로그램의 Model 6번을 통해 연속다중매개분석을 실시하였다. 간접효과가 유의한지 여부는 부트스트랩핑(bootstrapping)을 신뢰구간 95%에서 5,000번으로 실시하여 검증하였다. 신뢰구간 안에 0이 포함되지 않을 경우 유의함을 의미한다.
Results
상관관계분석
청소년이 지각한 부모의 과보호, 청소년의 내현적 자기애, 실패공포 및 대인관계문제 간의 상관관계를 살펴본 결과는 Table 1에 제시하였다. 청소년의 내현적 자기애, 실패공포 및 대인관계문제의 하위요인 간 상관은 모두 유의하였으나, 부모의 과보호의 경우 내현적 자기애, 실패공포 및 대인관계문제와 일부 하위요인 간 상관이 유의하지 않았다. 각 변인의 왜도는 –0.27∼0.66, 첨도는 –0.65∼0.39로, 모두 정규성 기준을 충족하였다(George & Mallery, 2019).
부모의 과보호가 청소년의 대인관계문제에 미치는 영향에서 내현적 자기애와 실패공포의 매개효과
내현적 자기애와 실패공포가 부모의 과보호가 청소년의 대인관계문제에 미치는 영향을 매개하는지 살펴보기 위하여, 아버지의 과보호와 어머니의 과보호 각각에 대한 모형을 설정하여 분석하였다. 청소년이 지각한 부모의 과보호, 내현적 자기애, 실패공포 및 대인관계문제 각각의 하위요인 간 상관이 유의하여(Table 1), 매개효과 분석에서는 각 변인의 평균값을 산출하여 사용하였다. 먼저 아버지의 과보호의 영향을 살펴본 결과(Table 2, Figure 2), 첫째, 아버지의 과보호가 청소년의 내현적 자기애에 미치는 영향을 살펴본 회귀모형은 통계적으로 유의하였고(F (1, 250) = 23.53, p < .001), 모형의 설명력은 8%였다. 아버지의 과보호를 더 지각할수록 청소년의 내현적 자기애 수준이 높았다(B = .31, p < .001). 둘째, 실패공포에 대한 아버지의 과보호와 내현적 자기애의 영향을 살펴본 회귀모형은 유의했으며(F (2, 249) = 334.70, p < .001), 모형의 설명력은 72%였다. 아버지의 과보호를 높게 지각하고(B = .09, p < .05), 내현적 자기애 수준이 높을수록(B = 1.01, p < .001) 청소년이 실패에 대한 공포를 높게 보였다. 마지막으로, 아버지의 과보호, 내현적 자기애 및 실패공포가 대인관계문제에 미치는 영향을 살펴본 결과, 회귀모형은 통계적으로 유의하였고(F (3, 248) = 134.24, p < .01), 모형의 설명력은 61%였다. 청소년이 지각한 아버지의 과보호는 대인관계 문제에 유의한 영향을 미치지 않았지만, 내현적 자기애(B = .51, p < .001)와 실패공포(B = .27, p < .001)가 높을수록 청소년이 대인관계문제를 더 경험하였다. 매개변인이 포함되지 않았을 때 아버지의 과보호가 대인관계문제에 영향을 미치는 총효과를 살펴본 모형은 통계적으로 유의하였고(F (1, 250) = 23.33, p < .001), 설명력은 8%였다. 아버지의 과보호 수준이 높을수록 청소년이 대인관계에서의 문제를 더 경험하였다(B = .33, p < .001).
Covert Narcissism and Fear of Failure as Mediators in the Relationship Between Paternal Overprotection and Interpersonal Problems
Mediation of covert narcissism and fear of failure in the relationship between paternal overprotection and interpersonal problems. The unstandardized regression coefficient (B) before the arrow indicates the total effect in the absence of mediators, whereas B after the arrow represents the direct effect after accounting for mediaors. *p < .05. ***p < .001.
내현적 자기애와 실패공포가 어머니의 과보호가 청소년의 대인관계문제에 미치는 영향을 매개하는지 살펴본 결과는 Table 3과 Figure 3에 제시하였다. 첫째, 어머니의 과보호를 높게 지각할수록 청소년의 내현적 자기애 수준이 높았다(B = .26, p < .001). 회귀모형은 통계적으로 유의하였고(F (1, 250) = 19.67, p < .001), 모형의 설명력은 7%였다. 둘째, 실패공포에 대한 어머니의 과보호와 내현적 자기애의 영향을 살펴본 회귀모형은 유의하였으며(F (2, 249) = 332.78, p < .001) 모형의 설명력은 72%였다. 어머니의 과보호의 영향은 유의하지 않았으나, 내현적 자기애 수준이 높을수록 (B = 1.02, p < .001) 실패에 대한 공포도 높게 나타났다. 마지막으로, 어머니의 과보호, 내현적 자기애 및 실패공포가 대인관계문제에 미치는 영향과 관련된 회귀모형은 통계적으로 유의하였고(F (3, 248) = 134.14, p < .01), 모형의 설명력은 61%였다. 어머니의 과보호는 대인관계문제에 유의한 영향을 미치지 않았으며, 내현적 자기애(B = .52, p < .001)와 실패공포(B = .27, p < .001)가 높을수록 청소년이 대인관계문제를 더 경험하였다. 매개변인이 포함되지 않았을 때의 어머니의 과보호의 총효과는 유의하여(B = .28, p < .001), 청소년이 어머니의 과보호를 높게 지각할수록 대인관계문제를 더 경험하였다. 회귀모형은 유의하였으며(F (1, 250) = 19.74, p < .001), 설명력은 7%였다.
Covert Narcissism and Fear of Failure as Mediators in the Relationship Between Maternal Overprotection and Interpersonal Problems
Mediation of covert narcissism and fear of failure in the relationship between maternal overprotection and interpersonal problems. The unstandardized regression coefficient (B) before the arrow indicates the total effect in the absence of mediators, whereas B after the arrow represents the direct effect after accounting for mediators. ***p < .001
내현적 자기애와 실패공포가 부모의 과보호가 청소년의 대인관계문제에 미치는 영향을 유의하게 매개하는지 부트스트랩핑 방법을 통해 살펴본 결과(Table 4), 아버지의 과보호가 대인관계문제에 미치는 영향에서 내현적 자기애(B = .16, 95% CI = [.07, .26])와 실패공포(B = .03, 95% CI = [.00, .05]) 각각의 매개효과뿐 아니라 두 변인의 순차적 매개효과가 유의하였다(B = .08, 95% CI = [.03, .15]). 어머니의 과보호가 대인관계문제에 미치는 영향의 경우, 내현적 자기애(B = .14, 95% CI = [.06, .23])의 매개효과와 내현적 자기애와 실패공포의 순차적 매개효과가 유의하였다(B = .07, 95% CI = [.03, .13]). 반면, 실패공포의 매개효과는 유의하지 않았다.
Discussion
본 연구는 청소년의 대인관계문제에 영향을 미치는 환경적, 개인적 요소를 살펴보기 위하여, 청소년이 지각한 부모의 과보호가 내현적 자기애와 실패공포를 순차적으로 매개하여 대인관계문제에 영향을 미치는지 살펴보았다. 본 연구의 핵심 결과를 정리하고 이에 대해 논의하면 다음과 같다.
첫째, 부모의 과보호가 청소년의 대인관계문제에 미치는 직접적인 영향은 유의하지 않았다. 이러한 결과는 청소년이 부모의 과보호를 높게 지각할수록 대인관계에서 어려움을 더 경험하고(Y. K. Choi, 2015; Jeong & Oh, 2016; D. Lee, 2012), 대학생 자녀에 대한 부모의 과보호 및 헬리콥터 양육이 대인관계에서 어려움과 관련이 있다는 선행연구들(Bak, 2022; Petrowski et al., 2009)과 일치하지 않는다. 그러나 청소년이 지각하는 부모의 과보호는 대인관계문제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지 않았으며, 분노를 통한 간접적 영향만 유의하게 나타난 K. Yu와 Ahn (2019)의 연구와는 유사한 결과를 보였다. 이는 부모의 과보호 자체가 대인관계문제를 야기하기보다는, 내현적 자기애나 실패공포와 같은 개인 내적 변화로 이어질 경우 대인관계에서 어려움을 겪을 가능성이 높아진다는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특히 집단주의 문화권의 경우 부모와 자녀 간의 관계성이 보다 강조되어, 자녀가 부모의 요구에 대해 더 관대하게 반응할 가능성이 있기 때문에(Markus & Kitayama, 2003), 과보호 자체만으로는 문제가 나타나지 않을 수 있음을 시사한다. 또한, 본 연구에서는 부모의 과보호를 하위요인의 평균을 통해 측정하였는데, 과보호의 하위요인 중 성취지향과 동일시는 자신의 성공과 행복을 위한 부모의 노력으로 지각되어 사랑과 관심으로 받아들일 가능성이 있는 반면, 통제는 자율성이 증가하고 부모로부터 독립하려는 욕구가 강해지는 청소년기에 더욱 부정적으로 인식될 수 있다. 따라서 후속 연구에서는 부모의 과보호가 표현되는 방식에 따라 그 부정적인 영향에 차이가 있는지 탐색해보는 것도 의미 있을 것이다.
둘째, 부모의 과보호가 대인관계문제에 미치는 영향에서 내현적 자기애의 매개효과를 살펴본 결과, 아버지와 어머니 모두에서 유의한 매개효과가 나타났다. 즉, 부모의 과보호를 높게 지각할수록 청소년이 내현적 자기애를 더 보였으며, 그 결과 대인관계문제를 더 경험하였다. 이는 부모의 과보호가 내현적 자기애를 통해 청소년의 사회불안에 영향을 미친 연구(Lin & Oh, 2017)나 부모의 부정적 양육태도와 사회불안 간의 관계를 내현적 자기애가 매개한 것으로 보고한 연구(J.-W. Kim & Lee, 2021)와 유사한 맥락으로 볼 수 있다. 이러한 결과는 부모가 자녀에게 필요 이상으로 과도한 양육을 제공할 경우, 청소년이 자신을 특별하고 우월하다고 인식하여 자기중심성이 높아질 수 있으며(Leung et al., 2021), 이에 따라 타인의 비판이나 부정적인 평가에 적응하지 못해 대인관계에서 어려움을 경험할 가능성이 있음을 시사한다. 즉, 부모의 과보호는 청소년의 심리적 독립과 자율성을 저해할 뿐 아니라, 내현적 자기애를 높여 궁극적으로 타인과의 긍정적인 관계를 형성하고 유지하는 데에도 어려움을 초래할 수 있다. 따라서 청소년기 자녀를 둔 부모는 이 시기 발달적 특성에 대한 이해를 바탕으로, 자녀의 심리적 독립에 대한 욕구를 존중하고, 스스로 결정하고 시행착오를 경험할 기회를 제공함으로써 건강한 발달을 지원할 필요가 있다.
셋째, 실패가 가져오는 결과에 대한 두려움을 의미하는 실패공포는 아버지의 과보호가 대인관계문제에 미치는 영향을 매개하여, 청소년이 아버지의 과보호를 높게 지각할수록 실패에 대한 두려움을 더 경험하고, 이는 대인관계문제로 이어졌다. 반면, 어머니의 과보호는 실패 공포에 유의한 영향을 미치지 않아 매개효과가 나타나지 않았다. 이러한 결과는 아버지의 과보호보다 어머니의 과보호가 자녀의 적응 문제와 더 밀접하게 관련된다고 보고한 선행연구들(Bruysters & Pilkington, 2022; de Roo et al., 2002)과는 일치하지 않으나, 자녀의 역기능적 분노표현(H. Kim, 2024)이나 완벽주의(Casale, Fioravanti, & Ghinassi, 2023)와 같은 일부 영역에서는 아버지의 과보호의 영향이 더 크게 나타난 연구들과는 유사한 양상을 보인다. 이러한 차이는 부모-자녀 관계의 특성과 문화적 맥락을 고려하여 해석해 볼 수 있는데, 예를 들어, 문화에 따라 어머니의 과보호는 자녀에 대한 관심이나 일상적인 돌봄으로 인식되기도 한다(Casale et al., 2023). 또한, Petrowski 등(2009)은 어머니는 아버지보다 더 높은 수준의 통제나 과보호를 보이는 동시에, 정서적으로는 더 온정적인 태도를 나타내고, 거부적 양육행동은 상대적으로 덜 보이는 것으로 보고하였다. 이처럼 어머니의 과보호는 통제적이면서도 온정성이 높은 양면성을 지니고 있어, 그 부정적인 영향이 상대적으로 덜 나타날 가능성이 있다. 반면, 아버지는 자녀의 생활을 통제하거나 조언을 통해 실질적인 정보를 제공하는 등 다소 권위적인 방식으로 상호작용하는 경향이 있으며(S. Lee,Lee, & Kim, 2008), 이러한 특성으로 인해 아버지의 과보호는 자녀에게 과잉개입이나 과잉통제로 받아들여질 가능성이 있다. 실제로 Casale 등(2023)의 연구에서도 아버지의 과보호는 자녀의 자율성을 저해하여 자기비판적인 완벽주의 성향을 높이는 것으로 나타났다. 본 연구의 결과 역시 이와 유사하게, 아버지의 과보호가 자녀에게 잘 해내지 못할 것이라는 불안감을 전달하여, 실패에 대한 두려움을 강화하는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음을 시사한다. 즉, 아버지의 과보호는 타인과의 비교, 수행에 대한 부담, 실패에 대한 불안 등으로 이어져 자녀의 실패 공포를 더욱 심화시키는 요인이 될 수 있다. 따라서 향후 연구에서는 부모의 과보호뿐 아니라, 자녀가 인식하는 부모의 온정성과 같은 다양한 양육 차원을 함께 고려하여, 이들 간 상호작용 효과를 종합적으로 탐색할 필요가 있다.
넷째, 부모의 과보호가 청소년의 대인관계문제에 영향을 미치는 과정에서 내현적 자기애와 실패공포가 순차적 매개 역할을 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두 매개변인인 내현적 자기애와 실패공포 간 유의한 관계가 확인되었으며, 내현적 자기애 수준이 높을수록 청소년이 실패공포를 더 많이 경험하였다. 이는 내현적 자기애가 높은 청소년이 실패에 대한 두려움을 더 경험한다는 선행 연구들(An, 2022; Guo et al., 2018; M. Lee, 2020)과 일치하며, 부모의 부정적 양육행동이 청소년의 내현적 자기애와 내면화된 수치심을 통해 사회불안에 영향을 미친다는 연구(J. Kim, 2019)와도 유사한 맥락으로 해석될 수 있다. 내현적 자기애가 높은 청소년은 타인의 비판에 민감하게 반응하기 때문에, 실패 상황에서 주변의 부정적인 평가를 예상하고 이에 대한 두려움을 더욱 크게 경험할 수 있다. 또한, 본 연구에서는 부모의 과보호 모두에서 내현적 자기애와 실패공포의 순차적 매개효과가 유의하였는데, 특히 어머니의 과보호는 실패공포에는 영향을 미치지 않았지만, 내현적 자기애를 통해 간접적으로 실패공포에 영향을 미치고, 이는 다시 대인관계문제로 이어졌다. 이는 앞서 설명한 것처럼 어머니의 과보호가 높은 온정성과 낮은 거부와 결합될 경우 과보호의 부정적 영향이 직접적으로 드러나지 않을 가능성을 제시한다. 하지만 높은 온정성이나 낮은 거부가 과보호로 인해 나타날 수 있는 자아중심성, 특권의식, 우월감 등의 형성을 효과적으로 억제하지 못할 경우, 내현적 자기애가 강화되고 이는 다시 실패공포를 매개로 하여 청소년의 대인관계문제를 심화시킬 수 있음을 시사한다.
종합하면, 본 연구는 고등학생을 대상으로 이들이 지각하는 아버지와 어머니의 과보호를 측정하고, 각각이 내현적 자기애와 실패공포를 통해 대인관계문제에 미치는 영향을 분석하였다. 특히, 청소년의 대인관계문제를 설명하는 데 있어 환경적 요인인 부모의 과보호와 개인적 특성인 내현적 자기애와 실패공포를 동시에 살펴봄으로써, 부모의 과보호가 개인의 심리적 기능을 손상할 경우 대인관계문제로 이어질 수 있음을 밝혔다. 또한, 부모의 과보호를 살펴본 선행연구들이 대부분 아버지와 어머니를 구분하지 않거나 어머니를 대상으로 실시된 반면, 본 연구에서는 아버지와 어머니의 과보호가 미치는 영향을 각각 분석하여, 특히 실패공포에 미치는 영향에 차이가 있음을 확인하였다. 청소년의 건강한 심리사회적 성장과 적응을 돕기 위해, 학문적으로는 아버지와 어머니의 과보호가 각각 미치는 독립적인 영향뿐만 아니라 다른 양육차원과의 상호작용을 탐색하는 후속 연구가 필요하다. 또한, 청소년기 과보호를 완화하기 위해 부모가 심리적 독립과 자율성을 추구하는 청소년기의 발달적 특성을 이해하고, 자율성을 지지하는 방향으로 양육 방식을 조정할 수 있도록 돕는 교육적 접근이 요구된다. 이를 위해 과보호의 부정적 영향에 대한 부모의 인식을 높이고, 실제 양육 상황에서 자녀의 자율성과 책임감을 점진적으로 확대해 갈 수 있는 전략을 제공하는 부모교육 프로그램이 마련될 필요가 있다. 특히, 본 연구에서 아버지의 과보호만이 청소년의 실패공포에 유의한 영향을 미친 점을 고려할 때, 아버지를 대상으로 한 부모교육에는 자녀의 실패나 좌절을 수용하고 과잉개입을 줄이도록 돕는 차별화된 개입 전략이 포함되어야 할 것이다. 더불어, 본 연구에서는 부모의 과보호가 내현적 자기애와 실패공포를 순차적으로 매개하여 대인관계 어려움에 영향을 미치는 경로가 확인되었으므로, 내현적 자기애를 완화하는 것이 실패공포에서 대인관계 어려움으로 이어지는 경로를 차단하는 데 기여할 수 있을 것이다. 이를 위해 내현적 자기애가 높을 경우 보일 수 있는 타인의 비판에 대한 과민한 민감성과 타인의 행동에 대한 악의적 해석을 줄이기 위해 인지적 재구조화 기법을 통해 왜곡된 생각을 점검하고 조절하는 훈련 등을 시행할 수 있을 것이다. 마지막으로, 부모의 인식변화와 청소년 자녀의 인지적, 정서적 조절 훈련뿐 아니라 부모-자녀관계 개선을 위한 가족 중심 개입이 함께 이루어진다면, 청소년의 대인관계문제를 예방하거나 완화하는데 보다 실질적인 효과를 기대할 수 있을 것이다.
본 연구의 제한점과 이에 기반하여 후속 연구를 위한 제언을 내려보면 다음과 같다. 첫째, 본 연구는 질문지 법을 사용하여 청소년이 모든 문항에 응답하도록 하였다. 청소년기 부모의 양육행동의 경우 청소년이 지각하는 양육행동이 청소년의 적응과 더 관련이 있는 것으로 보고되기도 하였지만(Reidler & Swenson, 2012), 청소년이 모든 문항에 응답할 경우 변인 간 상관이 과잉추정되거나 사회적 바람직성(social desirability)이 작용하여 왜곡된 응답이 나타날 가능성이 있다. 따라서 추후 연구에서는 부모가 보고한 양육행동과 청소년이 지각한 양육행동 각각의 영향 및 둘 간의 차이를 살펴보는 것도 의미 있을 것이다. 둘째, 본 연구에서는 국내에서 개발된 고등학생용 과보호 양육척도를 사용하여 부모의 과보호 수준을 측정하였다. 전체 문항 간 신뢰도는 우수하였지만, 하위요인별 신뢰도를 분석한 결과 동일시의 신뢰도가 아버지 .47, 어머니 .60으로 다소 낮게 나타났다. 이는 동일시를 측정하는 문항의 수가 적기 때문인 것으로 보이며, 본 연구에서는 전체 문항의 평균을 사용하였으나, 과보호의 개별 하위요인을 살펴보는 후속 연구에서는 문항수 이외에도 신뢰도를 저해하는 요인이 있는지 점검하여 척도의 전반적인 신뢰도를 검토할 필요가 있다. 마지막으로, 본 연구는 횡단적 연구설계를 사용하여 변인들 간의 관계를 살펴보았기 때문에, 변인 간 방향성을 규명하거나 부모의 과보호의 누적적 효과를 살펴보기 어렵다는 제한점이 있다. 후속 연구에서는 종단 연구를 통해 본 연구에서 설정한 변인의 방향성을 보다 명확히 검증하고, 청소년기 동안 부모의 과보호가 지속적으로 영향을 미치는지 또는 시간이 지나면서 그 부정적인 영향이 더욱 심화되는지 탐색할 필요가 있다.
Notes
This article is a part of the first author’s master’s thesis submitted in 2024.
Conflict of Interest
No potential conflict of interest relevant to this article was reported.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