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행기능곤란이 아동의 우울위축 및 공격행동에 미치는 영향: 화용언어능력은 조절효과인가 매개효과인가?
Impact of Executive Function Difficulties on Children’s Depressive Withdrawal and Aggressive Behavior: Is Pragmatic Language Ability a Moderator or Mediator?
Article information
Trans Abstract
Objectives
The aim of this study is to examine the relationships between executive function difficulties, pragmatic language ability, depressive withdrawal, and aggressive behavior in third-grade elementary school children.
Methods
Data from the 10th wave of the Panel Study on Korean Children (PSKC) were used. The study sample comprised 1,394 third-grade students. Multiple regression analysis was conducted using SPSS 26.0, and the PROCESS macro was employed to test mediation and moderation effects.
Results
First, executive function difficulties significantly predicted both depressive withdrawal and aggressive behavior. Second, pragmatic language ability mediated the relationship between executive function difficulties and depressive withdrawal but not the relationship between executive function difficulties and aggressive behavior. Third, pragmatic language ability moderated the effects of executive function difficulties on depressive withdrawal and aggressive behavior.
Conclusion
These findings highlight the importance of addressing executive function difficulties and enhancing pragmatic language skills to reduce depressive withdrawal and aggressive behaviors. Particularly, pragmatic language ability is significant in mitigating depressive withdrawal. Overall, both executive function and pragmatic language ability should be considered essential factors in preventing behavioral and emotional difficulties in children.
Introduction
집행기능(executive functions)은 목표 지향적 행동을 위해 특정 상황에 대한 인식, 행동 조절, 계획 및 조직화 등을 수행하는 인지적 과정으로, 아동 대상으로는 작업기억(working memory), 억제(inhibition), 전환(shifting)의 기능을 의미한다(Diamond, 2013, 2016; Miyake et al., 2000). 즉, 집행기능은 정서적 반응을 조절하고 충동을 억제하며 주의를 유지하고, 부적절한 행동을 수정함으로써 개인이 상황에 맞게 행동을 조절하는데 핵심적인 역할을 한다. 집행기능은 유아기부터 발달을 시작하지만, 만 7세에서 9세 사이에 집중적으로 발달하며 12세 무렵까지 점진적인 성숙 과정을 거쳐 청년기까지 지속적으로 발달하는 것으로 보고된다(Anderson, 2002; Diamond, 2016). 특히, 집행기능이 발달하는 시기의 아동은 학교라는 새로운 사회적 환경에 적응하고 또래와 관계를 형성하는 발달 과업을 수행하게 되므로, 이 시기 집행기능은 더욱 중요한 역할을 한다.
집행기능은 아동의 언어 이해, 학습, 추론, 문제 해결 등 다양한 인지능력의 발달뿐만 아니라(Barkley, 2000) 정서행동 문제에도 중요한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알려져 있는데(Ellis, Weiss, & Lochman, 2009; Friedman, du Pont, Corley, & Hewitt, 2018; Ha, 2021; J. Y. Kim, Kim, & Kang, 2021; Riggs, Blair, & Greenberg, 2004; Wang & Zhou, 2019), 주요한 문제로는 공격행동, 과잉행동, 우울, 불안, 위축 등이 있다. 집행기능곤란이 높은 아동일수록 정서 조절과 인지적 통제가 어려워져 내재화 문제를 경험할 가능성이 높다. 예를 들어, Eisenberg, Spinrad 와 Eggum (2010)은 자기조절 능력의 부족이 학령기 아동의 내재화 문제를 예측하는 주요 요인이라고 하였으며, Friedman 등(2018)은 불안장애 및 우울증을 가진 아동은 전반적인 집행기능과 억제, 작업기억 등 하위 기능에서 결함을 보인다고 하였다. Wang과 Zhou (2019)는 초등학교 1학년 시기의 집행기능 수준이 초등학교 6학년 시기의 위축, 우울불안 등 내재화 문제를 유의미하게 예측한다고 보고하며, 집행기능의 장기적인 영향력을 강조하였다. 이러한 결과는 집행기능곤란을 겪는 아동이 정서 조절, 자기 통제, 주의 전환과 같은 고차원적인 인지 과정에 제약을 받게 되어 부정적인 경험이나 감정에 주의가 고착되고, 이를 인지적으로 재해석하는데 어려움을 겪음으로써 내재화 및 외현화 문제에 취약해질 수 있음을 의미한다(Koster, De Lissnyder, Derakshan, & De Raedt, 2011; Patwardhan, Nelson, McClelland, & Mason, 2021). 즉, 정서를 유연하게 전환하거나 대안을 떠올리기 위해서는 작업기억 내에서 새로운 관점이나 규칙을 활성화하는 과정이 필수적이나(Diamond, 2016), 인지적 유연성이 원활하지 않을 경우 부정적 감정을 적절히 통제하지 못해 우울 및 불안과 같은 내재화 문제로 이어질 수 있다(S. J. Kim, 2018; Patwardhan et al., 2021; Snyder, Friedman, & Hankin, 2019; Stevens et al., 2023).
다음으로, 공격행동과 관련하여 Riggs 등(2004)은 만 6-9세 아동의 억제조절 능력이 높을수록 1년 후 외현화 문제행동이 감소한다고 하였고, Ellis 등(2009)은 초등학교 4-5학년 남아의 집행기능 중 반응 억제 및 계획 능력과 공격성의 유의한 상관을 보고하였다. 국내 연구에서도 만 7세에 측정된 집행기능곤란이 2년 후 아동의 공격행동을 예측하는 것으로 나타났으며(H. J. Kim, Yoon, & Park, 2021), 집행기능곤란이 지속적으로 증가하는 집단과 고수준을 유지하는 집단은 저수준을 유지하는 집단에 비해 문제행동, 과잉행동 및 부주의 문제가 더 심각한 것으로 보고되었다(Ha, 2021). 집행기능의 하위 구성요소인 인지적 유연성과 억제 조절은 충동적 반응 및 공격적 충동을 통제하고 대안을 탐색하는 과정에서 핵심적 역할을 수행한다. 이러한 기능이 저하된 아동은 집중을 요구하는 상황에서 자동화된 반응이나 충동을 억제하지 못하고, 그 결과 공격행동과 같은 외현화 문제로 표출될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된다(Diamond, 2016; Eakin et al., 2004; Ha, 2021; Patwardhan et al., 2021). 즉, 집행기능에 어려움을 겪는 아동은 적절한 대처 행동을 하기 어렵기 때문에 특정 상황을 적대적으로 해석하고 이에 따라 공격행동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Ellis et al., 2009; Hughes & Ensor, 2008; H. J. Kim et al., 2021).
이처럼 집행기능이 아동의 우울위축 및 공격행동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높다는 점은 다수의 선행연구를 통해 밝혀졌다. 그러나 우울위축과 공격행동이 실제로 어떤 방식으로 표현되는지는 아동 개인의 언어 능력에 따라 차이가 있을 수 있다. 언어는 사고와 행동을 중재하는 도구로서, 원활한 자기조절과 사회적 상호작용에 핵심적인 역할을 한다(Morgan, Farkas, Hillemeier, Hammer, & Maczuga, 2015). 이러한 언어의 내면화는 집행기능 발달 과정에서 공통적으로 나타나는 특징이며(Barkley, 2000), 선행연구에서는 집행기능을 통해 언어 능력을 예측할 수 있다고 보고하여(Weiland, Barata, & Yoshikawa, 2014) 집행기능과 언어능력 간의 밀접한 관계가 있음을 알 수 있다. 언어능력 중에서도 특히, 화용언어능력(pragmatic language ability)은 사회적 상황과 맥락에 적절한 언어를 사용하여 자신의 생각과 느낌을 표현하고, 상대방의 의도 및 감정을 이해하여 효과적으로 의사소통하는 능력을 의미하는 것으로, 아동의 정서행동 발달과 밀접하게 관련되어 있다(Fujiki & Brinton, 2017; H. J. Lee & Lim, 2023). 예를 들어, 화용언어능력이 높은 아동은 언어의 계획, 산출 및 이해의 영역이 고르게 발달되어 또래와의 원만한 언어적 상호작용이 가능하다. 반면, 화용언어능력이 낮은 아동은 또래와의 제한된 상호작용으로 인해 미숙한 감정 표현이나 사회적 해석의 오류를 보일 수 있으며, 이로 인해 또래로부터 거부를 경험하거나 내재화 및 외현화 문제를 보일 가능성이 높다(Bierman, 2004; E. J. Lee & Oh, 2019; H. J. Lee & Lim, 2022). 특히, 내재화 문제 중 우울위축은 사회적 위축과 정서 표현의 어려움을 의미하며(K. J. Oh, Lee, Hong, & Ha, 1997), 이는 사회적 맥락에서 적절하게 의사소통하고 감정을 표현하는 화용언어능력과 더욱 밀접하게 관련된다(Fujiki & Brinton, 2017). 실제로 화용언어능력이 낮을 경우 또래와의 상호작용에 어려움을 겪게 되며, 이는 위축과 우울 증상으로 이어지는 것으로 보고된 바 있다(E. J. Lee & Oh, 2019; H. J. Lee & Lim, 2023). 한편, 우울불안은 내면의 긴장이나 과도한 걱정과 같은 정서적 상태를 반영하는 개념으로 언어적 표현보다는 개인의 내적 사고와 관련이 있으며, 신체증상은 생리적인 반응이나 신체적 불편감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K. J. Oh et al., 1997). 즉, 내재화 문제를 구성하는 하위 영역 간에는 특성상 차이가 존재하며, 그중에서도 우울위축은 사회적 상호작용과 표현적 기능이 중요한 특성을 지니므로, 화용언어능력과 더 밀접한 관련이 있을 것으로 판단된다. 이와 관련한 선행연구를 살펴보면, H. J. Lee와 Lim (2022)의 연구에서 화용언어능력은 우울위축, 우울불안, 신체증상을 포함한 내재화 문제에 부적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나타났으며, Fujiki, Brinton, Morgan과 Hart (1999)의 연구에서도 표현언어와 수용언어를 포함하는 언어장애를 가진 아동은 일반아동보다 위축 수준이 더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Ketelaars, Cuperus, Jansonius과 Verhoeven (2010)은 만 4세 약 1,300 명을 대상으로 한 대규모 커뮤니티 샘플을 통해, 화용언어능력이 낮은 아동일수록 과잉행동과 낮은 친사회적 행동을 더 많이 보이는 것으로 보고하였다. 이 외 다수의 연구에서도 화용언어능력이 낮을 경우 공격행동, 과잉행동, 정서적, 사회적 위축 등의 어려움과 유의미한 관련이 있는 것으로 보고되기도 했다(Rescorla, Ross, & McClure, 2007; St Clair, Pickles, Durkin, & Conti-Ramsden, 2011).
앞서 살펴본 연구들을 종합해볼 때, 화용언어능력은 집행기능곤란과 아동의 우울위축 및 공격행동 간의 관계에서 매개 또는 조절 역할을 할 수 있는 중요한 변인으로 고려될 수 있다. 먼저, 집행기능곤란과 우울위축과의 관계에서 화용언어능력의 조절효과와 관련하여 살펴보면, 기존 연구에 따르면 집행기능 곤란은 우울불안 및 사회적 위축에 유의미한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보고된다(Choi, 2019; Stevens et al., 2023). 이러한 내재화 문제는 아동이 자신의 감정 상태를 인식하고 이를 적절히 표현하고 조절하는 능력과 밀접하게 관련되는 것으로 나타난다(Koster et al., 2011; Loevaas et al., 2018). 따라서 화용언어능력의 수준에 따라 감정 표현 및 조절 능력에도 차이가 나타날 가능성이 있다. 즉, 화용언어능력이 우수한 아동은 각 사회적 상황에 적절한 언어를 활용해 자신의 감정을 효과적으로 표현하고 조율함으로써 부정적 정서 경험을 완화할 수 있지만, 화용언어능력이 미숙한 아동은 적절한 표현의 어려움이나 반복적인 의사소통 실패로 인해 정서적 고립을 경험하게 되며, 이는 우울, 불안, 위축, 사고 및 주의 문제 등 다양한 내재화 증상으로 이어질 수 있다(Brenne & Rimehaug, 2019; Brownlie, Bao, & Beitchman, 2016; Rescorla et al., 2007). 집행기능곤란 수준이 높을 경우 공격행동에도 유의미한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보고된다(H. J. Kim et al., 2021). 공격행동과 같은 외현화 문제는 충동성, 분노 감정, 사회적 갈등 상황에서의 부적절한 반응과 관련이 있으며(Eisenberg et al., 2004), 이러한 상황에서 화용언어능력이 낮을 경우 언어적으로 갈등을 중재하거나 원만하게 의사소통하는 데 어려움을 겪게 된다. 그 결과 즉각적인 공격행동이나 규칙위반과 같은 외현화 문제로 표출될 수 있다(H. J. Lee & Lim, 2023). 따라서, 집행기능곤란이 아동의 우울위축과 공격행동에 미치는 영향은 화용언어능력의 수준에 따라 그 양상이 달라질 수 있음을 예측해볼 수 있다.
집행기능곤란과 우울위축 간의 관계에서 화용언어능력의 매개효과와 관련하여 살펴보면, 집행기능에 어려움을 겪는 아동은 지각과 사고, 행동 및 정서 조절에 어려움을 나타내며, 이로 인해 다양한 사회적 상황에서 맥락에 맞는 언어를 적절하게 사용하는 데 한계를 보인다. 따라서 집행기능곤란은 화용언어능력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게 된다(E. H. Kim, 2020). 그리고 낮은 화용언어능력은 감정 조절의 어려움, 적절한 정서 표현의 부족, 원활한 의사소통의 제한으로 이어져, 우울, 위축, 신체화 증상 등 내재화 문제에 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보고된다(E. J. Lee & Oh, 2019; H. J. Lee & Lim, 2023; Loevaas et al., 2018). 공격행동의 경우에도 초등학교 3, 4학년을 대상으로 한 연구에서 화용언어능력이 높을수록 공격행동・규칙위반 또는 행동문제・과잉행동・부주의로 정의된 외현화 문제에 부적인 영향을 준다는 연구결과가 있다(E. J. Lee & Oh, 2019; H. J. Lee & Lim, 2022, 2023). 그러나 초등학교 3학년 또는 8-13세 아동을 대상으로 한 연구에서는 화용언어능력이 공격 행동만으로 정의된 외현화 문제에 유의미한 영향을 미치지 않는 것으로 보고되기도 했다(Brenne & Rimehaug, 2019; Y. K. Oh & Jang, 2024). 이는 외현화 문제에 대한 조작적 정의 또는 아동의 연령에 따라, 화용언어능력이 공격행동에 미치는 영향이 달라질 수 있음을 시사한다. 외현화 문제 중에서도 특히, 공격행동은 규칙위반, 과잉행동, 부주의 문제와는 달리, 타인에게 언어적 또는 신체적으로 직접적인 해를 가하려는 의도적인 행동을 의미하는 것으로(Buss, 1966), 가장 높은 수준의 주의가 요구되는 외현화 문제라고 할 수 있다. 이러한 공격행동은 단순히 언어적 결함에서 비롯되기보다는, 충동 조절의 어려움, 인지적 왜곡, 정서적 반응성 등의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할 수 있다. 즉, 적절한 화용언어능력에 대한 개입은 우울위축과 같은 내재화 문제를 완화하는 데에는 기여할 수 있지만, 공격행동과 같은 외현화 문제에 대해서는 그 효과가 다소 제한적일 가능성이 있다. 다시 말해, 화용언어능력은 우울위축, 공격행동 모두와 관련될 수 있으나(Brenne & Rimehaug, 2019; H. J. Lee & Lim, 2023), 집행기능과 우울위축 및 공격행동과의 관계에서 화용언어능력의 매개효과는 서로 다른 양상을 보일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그동안 화용언어능력에 초점을 두어 아동의 정서행동 문제와의 관계에서 매개 역할을 하는지 또는 조절 역할을 하는지에 대해 검토한 선행연구는 다소 제한적인 것으로 확인된다. 먼저, 국외 연구를 살펴보면 Reilly와 Downer (2019)는 저소득층 가정 배경을 가진 만 4세 일반 아동을 대상으로 한 종단 연구에서, 언어능력이 정서 조절 발달에 유의미한 정적 영향을 미친다고 보고하였다. 특히, 집행기능 수준이 낮은 아동의 경우 언어능력이 정서조절의 보호요인으로 작용하는 조절효과가 나타났는데, 이는 집행기능이 낮더라도 언어능력이 높을 경우, 정서조절 능력을 비교적 높게 유지할 수 있음을 의미한다. 반면, 집행기능과 행동조절과의 관계에서 언어능력은 유의미한 관련을 보이지 않았다. 이러한 결과는 집행기능과 정서행동 문제 간의 관계에서 언어능력이 서로 다른 방식으로 작용할 가능성을 시사한다. Berenguer, Miranda, Colomer, Baixauli, & Roselló (2018)의 연구에서는 7-11세 아동을 대상으로 인지장애와 사회적 기능 간의 관계에서 화용언어능력이 유의미한 매개효과를 나타내는 것으로 보고한 바 있다. 이외에도 Leonard, Milich 와 Lorch (2011)는 ADHD 아동 대상 과잉행동과 부주의가 사회적 기술(social skills)에 미치는 영향에서 화용언어능력의 매개효과를 검증하였고, 그 결과 화용언어는 과잉행동, 부주의와 사회적 기술 문제 사이에서 유의미 한 매개 역할을 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국내 연구에서도 화용언어능력이 아동의 외현화 문제행동에 미치는 매개효과를 보고한 바 있다. H. J. Lee와 Lim (2022) 의 초등학교 4학년 일반 아동을 대상으로 한 단기 종단 연구에서는 화용언어능력이 자아존중감에 긍정적 영향을 미치고, 자아존중감은 외현화 문제행동을 감소시키는 방향으로 작용함으로써, 화용언어능력이 자아존중감을 매개로 외현화 문제행동에 간접적 영향을 미치는 매개 경로가 유의하게 나타난 것으로 보고되었다. 이 외 J. Y. Kim 등(2021)이 초등학교 2학년을 대상으로 한 연구에서는 집행기능곤란이 친사회적 행동에 미치는 영향에서 언어능력의 매개효과가 나타나, 아동의 친사회적 행동 발달에 개입 시 집행기능뿐만 아니라 언어능력도 함께 고려해야 함을 강조한 바 있다.
이상의 선행연구들은 화용언어능력이 집행기능의 결함을 보완하여 내재화 또는 외현화 문제에 미치는 영향에서 보호요인으로 기능할 수 있음을 강조한다. 실제로 아동의 내재화 및 외현화 문제는 집행기능과 밀접한 관련이 있고(Ha, 2021), 이들 관계에서 화용언어능력이 보호요인으로 작동할 가능성이 확인됨에도 불구하고, 아동의 주요한 정서행동 문제인 우울위축 및 공격행동을 중심으로 화용언어능력이 조절변수 또는 매개변수로서 어떻게 작용하는지에 대한 실증적 탐색은 여전히 미흡한 것으로 파악된다. 따라서, 아동의 집행기능과 우울위축, 공격행동과의 관계를 단순한 원인과 결과의 관점에서 탐색하기보다는, 화용언어능력이 이들 관계에서 어떠한 보호요인으로 작용하는지 살펴보는 연구가 필요하다. 이런 집행기능과 우울위축 및 공격행동 간의 관계에서 화용언어능력이 매개 또는 조절 변수로서 어떤 역할을 하는지에 대한 구체적인 이해는 아동의 정서행동 발달에 관한 이론적 지평을 확장하는 동시에 효과적인 개입 전략을 수립하는데 중요한 시사점을 제공할 것이다. 만약 화용언어능력이 매개효과를 보인다면, 집행기능이 낮은 아동은 의사소통 전략에 어려움을 겪어 우울위축 및 공격행동이 심화될 수 있으므로, 화용언어능력 향상을 위한 개입이 중요할 것이다. 반면, 조절효과를 보일 경우, 동일한 수준의 집행기능 결함을 지닌 아동이라도 화용언어능력이 높은 경우에는 보다 적절하게 상황에 대응할 수 있는 반면, 낮은 경우에는 문제행동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화용언어능력 수준에 따른 맞춤형 개입이 중요할 것이다.
본 연구에서는 초등학교 3학년(만 7-9세) 시기의 아동을 연구대상으로 설정하고자 한다. 이 시기는 화용언어능력이 성숙해지는 시기이자 집행기능이 집중적으로 발달하는 시기로 알려져 있어(Anderson, 2002; R. M. Do, Cho, Kim, Kim, & Shin, 2010; S. J. Oh, 2019), 이 시기의 아동을 대상으로 집행기능과 화용언어능력을 탐색하는 것은 정서행동 문제를 이해하는데 중요한 연구 접근이 된다. 구체적으로, 집행기능의 경우 발달 초기에는 작업기억, 주의집중, 행동 억제와 같은 하위 기능들이 행동상으로 뚜렷하게 구분되지 않지만, 아동기에서 청소년기로 이행하는 시기에는 뇌 신경망의 활성화 및 정교한 조율이 이루어지면서 이들 기능이 점차 조직화되고 분화되는 과정을 거치게 된다(Diamond, 2016). 화용언어능력의 경우, 보통 6-7세 무렵에는 자신의 의사소통을 성찰하는 메타화용능력(metapragmatic skills)이 발달하고(Andersen-Wood & Smith, 1997), 9-12세에는 대부분의 화용적 행동 발현과 간접적 요구의 이해 및 표현이 가능해지며(Y. T. Kim, Song, Kim, & Kim, 2018) 문제 상황에서 또래와 협상하거나 논쟁할 때 상대방의 입장을 이해하고 있음을 나타낼 수 있게 된다(Nippold, Mansfiled, & Billow, 2007). 즉, 만 7-9세 아동의 발달 시기상 집행기능이 효율적으로 조직화되고 화용언어능력이 성숙해지는 발달 시기로, 이러한 시기적 특성을 고려한 본 연구의 접근은 아동의 정서행동 문제 완화뿐만 아니라 타인과의 효과적인 의사소통 및 사회적 관계를 형성하는데 중요한 시사점을 제공할 수 있을 것으로 판단된다. 특히, 본 연구에서 활용한 한국아동패널의 경우 학령 전기에는 수용·표현어휘 능력을 중심으로 자료를 수집하였으나, 학령기 중기인 초등학교 3학년부터는 화용언어능력 척도(Children’s Pragmatic Language Checklist [CPLC]) 를 활용하여 아동의 의사소통 능력을 평가하였다(S. J. Oh, Lee & Kim, 2012). 이러한 자료수집의 특성 또한 고려하여 본 연구에서는 초등학교 3학년(만 7-9세) 아동을 대상으로 한 한국아동패널 10차 년도 자료를 활용하여 집행기능곤란과 우울위축 및 공격행동 간의 각 관계에서 화용언어능력의 조절효과와 매개효과를 살펴보고자 한다.
본 연구에서 보고자 하는 집행기능곤란과 아동의 화용언어능력을 중심으로 한 문제행동 경로를 보다 명확하게 규명하기 위해, 선행연구들을 바탕으로 아동의 정서 행동 문제에 영향을 미치는 주요 인구사회학적 요인들을 통제변인으로 포함하였다. 아동의 성별은 문제행동의 표현 양상에서 차이를 보이는 대표적인 요인으로, 외현화 문제행동은 남아에게, 내재화 문제는 여아에게 더 빈번하게 나타날 수 있음이 보고된 바 있다(Kang & Oh, 2011; H. S. Yoon, Kang, & Oh, 2011). 부모의 학력과 취업여부, 월평균 가구소득은 가정의 사회경제적 지위(SES)를 반영하는 주요 지표로 아동의 언어환경, 교육자원 접근성, 정서적 안정성 등에 영향을 미쳐 아동의 발달과 문제행동에 직·간접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J. Y. Lee & Kwak, 2008; Yim, Kim, Song, & Lee, 2022). 또한 부모감독은 아동의 일상생활과 행동을 직접적으로 조율하고 지지하는 환경적 요소로서, 낮은 부모감독 수준은 아동의 자기조절 능력 저하 및 행동 문제와 연관될 수 있다(Das, Dihingia, Bhuyan, & Bora, 2023; Hu & Wang, 2022). 따라서, 본 연구에서는 아동의 성별, 어머니의 취업 여부, 어머니의 최종학력, 아버지의 최종 학력, 월평균 가구소득, 부모감독을 통제 변인으로 설정하였다. 요약하면, 본 연구는 집행기능곤란과 우울위축 및 공격행동 간의 관계가 화용언어능력의 수준에 따라 차이가 있는지 분석하며, 우울위축과 공격행동이 지니는 특성 차이에 기반해 화용언어능력의 매개효과에 차이가 있는지 실증적으로 규명하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 이를 통해, 아동의 집행기능곤란 및 화용언어능력의 수준을 고려한 우울위축 및 공격행동 문제의 완화에 기여할 맞춤형 개입 방안을 제시하고자 한다. 나아가, 궁극적으로 아동의 심리적 적응과 사회적 발달을 지원하기 위한 기초자료를 제공하고, 학교 및 임상 현장에서 아동의 정서 행동 문제를 예방하고 개입하기 위한 효과적인 프로그램 개발에 기여하고자 한다.
Methods
연구대상
본 연구는 육아정책연구소의 한국아동패널(Panel Study on Korean Children [PSKC]) 10차 년도(2017년) 자료를 활용하였다. 해당 자료 시점의 아동은 초등학교 3학년으로 연령은 만 7-9세이다. 이 자료는 아동기의 화용언어능력에 대한 첫 조사이며, 분석에 필요한 모든 변수를 포함하고 있다는 점을 고려하여 선택하였다. 또한, 집행 기능이 집중적으로 발달하고 화용언어능력이 성숙해지는 아동기의 발달적 특성을 살펴볼 수 있는 자료라는 점에서(Anderson, 2002; Do et al., 2010; S. J. Oh, 2019), 본 연구의 문제의식과 분석 틀에 부합하는 자료로서 타당성을 지닌다고 판단하였다. 분석에 사용된 표본은 전체 1,480명 중 주요 변인에 대한 응답이 모두 존재하는 1,394명이다.
연구도구
종속변수: 우울위축, 공격행동
아동의 문제행동을 측정하기 위해 Achenbach (1991)가 개발한 Child Behavior Checklist (CBCL)의 한국어판(K-CBCL)을 활용하였는데, 해당 척도는 K. J. Oh, Lee, Hong과 Ha (1997)에 의해 표준화되었다. ‘우울위축’은 위축되고, 소극적인 태도, 주변에 대한 관심을 보이지 않는 것과 관련된 항목으로 “즐기는 것이 매우 적다.”, “숨기는 것이 많고 남에게 속을 털어놓지 않는다.” 등 8개 문항으로 구성되어 있다. ‘공격행동’은 언어적, 신체적으로 파괴적이고, 공격적인 행동을 하거나 적대적인 태도를 보이는 것과 관련된 문항으로, “말다툼을 많이 한다.”, “자기 물건을 부순다.” 등 18개 문항으로 구성되어 있다. 각 문항은 전혀 해당되지 않는다(0점)부터 자주 그렇다(2점)까지 3점 척도로 측정되며, 점수가 높을수록 우울위축, 공격행동의 수준도 높음을 의미한다. Cronbach’s α는 각각 .71, .86로 나타났다.
독립변수: 집행기능곤란
집행기능곤란은 Song (2014)이 초등학교 고학년을 대상으로 타당성을 검토한 간편형 자기보고식 척도를 활용하여 측정했으며, 해당 척도는 어머니의 보고를 바탕으로 평가되었다. 본 척도는 ‘계획-조직화 곤란’(11문항), ‘행동통제 곤란’(11문항), ‘정서통제 곤란’(8문항), ‘부주의’(10문항)의 네 가지 하위요인으로 구성되어 있다. 각 하위요인별 문항을 살펴보면, 계획-조직화 곤란은 “차근차근 순서대로 해야 되는 일을 하기 어려워한다.”, “목표를 세우고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실제 행동을 하는 것을 어려워한다.” 등 11개 문항으로 구성되어 있고, 행동통제 곤란은 “또래 다른 친구들과 비교해 볼 때 행동을 스스로 조절하는데 더 어려움이 있는 것 같다.”, “스스로 행동을 조절하는데 어려움이 있다.” 등 11개 문항으로 구성되어 있다. 정서통제 곤란은 “사소한 일에도 화를 쉽게 폭발한다.”, “상황에 따라 기분 변화가 심하다.” 등 8개 문항으로 구성되어 있고, 부주의는 “자신의 물건을 챙기지 못해 여기저기 흘리고 다닌다.”, “소지품이나 숙제 등을 잘 잃어버린다.” 등 10개 문항으로 구성되어 있다. 본 연구에서는 전체 문항의 평균값을 산출하여 분석에 활용하였고, 응답은 전혀 아니다(0)에서 자주 그렇다(2)까지의 3점 척도로 이루어지며, 점수가 높을수록 아동의 집행기능곤란이 크다는 것을 의미한다. Cronbach’s α는 .95이다.
매개변수, 조절변수: 화용언어능력
화용언어능력을 측정하기 위해 S. J. Oh, Lee와 Kim (2012)이 개발한 아동화용언어체크리스트(Children’s Pragmatic Language Checklis [CPLC])를 사용하였다. CPLC 척도는 ‘담화 관리 능력’(9문항), ‘상황 조절 및 적용 능력’(15문항), ‘의사소통 의도’(12문항), ‘비언어적 의사소통’(8문항) 등 네 가지 하위요인으로 구성되어 있다. 각 하위요인에 대해 살펴보면, 담화 관리 능력은 대화 중 주제를 조정하거나 실수를 수정하는 능력을 평가하는 것으로, “주제를 유지하면서 5회 이상 말을 주고 받을 수 있다.”, “먼저 대화를 시작하는 횟수가 다른 아이들과 비슷하다.” 등 9개 문항으로 구성되어 있다. 상황 조절 및 적용 능력은 맥락에 따라 대화의 내용과 표현 방식을 조절하는 능력으로, “대화 상대방의 지식이나 경험에 따라 말하는 내용을 조절할 수 있다.”, “다른 사람이 이야기하려고 하거나 집중해야 하는 상황에서 조용히 한다.” 등 15개 문항으로 구성되어 있다. 의사소통 의도는 의사소통에 내재된 기능의 다양성과 성숙도, 간접적 표현 등을 평가하며, “화해하거나 조정해야할 일이 있을 때 말로 협상할 수 있다.”, “궁금한 것이 있을 때 적절하게 질문한다.” 등 12개 문항으로 구성되어 있다. 비언어적 의사소통은 표정이나 제스처 등을 활용한 의사소통 능력을 평가하며, “다른 사람의 표정을 보고, 화남, 언짢음 등의 기분을 잘 파악한다.”, “필요할 때 적절한 제스처를 사용할 수 있다.” 등 8개 문항으로 구성되어 있다. 본 연구에서는 전체 문항의 평균값을 산출하여 분석에 활용하였고, 모든 문항은 전혀 그렇지 않다(0)부터 항상 그렇다(4)까지 5점 척도이며, 점수가 높을수록 화용언어능력이 높음을 의미한다. Cronbach’s α는 .79이다.
통제변수
통제변수로는 아동의 성별, 거주지역, 어머니의 취업 여부, 어머니의 최종학력, 아버지의 최종학력, 월평균 가구 소득, 부모감독을 변수로 투입하였다. 아동의 성별은 남자(1), 여자(0), 거주지역은 대도시(3), 중소도시(2), 읍면(1)으로 코딩하였다. 어머니의 취업 여부는 취업 및 학업 중(1), 미취업 및 미학업(0)으로 코딩하였고, 부모의 최종학력은 초등학교 졸업(1)부터 대학원 졸업(7)까지로 코딩하여 분석에 투입했다. 월평균 가구소득의 경우, 250만원 이하(1)부터, 1001만원 이상(5)까지로 코딩하였다. 부모감독은 M. S. Kim 등(2013)이 개발한 부모 양육 행동 척도 8문항 중에서 M. Y. Heo (2004)가 ‘부모 감독’에 해당하는 4문항을 수정 및 보완한 척도를 사용하였다. 문항은 “ㅇㅇ(이)가 몇 시에 오는지 알고 있다.”, “ㅇㅇ(이)가 어디서 누구와 함께 있는지 알고 있다.”, “ㅇㅇ(이)가 어른 없이 있을 때 무엇을 하는지 알고 있다.”, “ㅇㅇ(이)가 어른 없이 있을 때 연락을 주고 받는다.” 등 4개 문항으로 구성되었고, 전혀 그렇지 않다(0)부터 매우 그렇다(4)까지, 5점 척도로 점수가 높을수록 어머니가 자녀에 대한 지도감독 수준이 높다는 것을 의미한다. 부모감독의 Cronbach’s α는 .97이다. 연구 모형은 Figure 1과 같다.
자료분석
본 연구는 집행기능곤란이 아동의 우울위축, 공격행동에 미치는 영향을 분석하고, 이 관계에서 화용언어능력의 매개효과와 조절효과를 탐색하기 위해 다음과 같은 분석 절차를 수행했다. 첫째, 연구대상자의 일반적 특성을 파악하기 위해 빈도분석을 실시하고, 주요 변수에 대해 기술통계, 상관관계 분석을 수행하였다. 일부 통제변수 결측치에 대해서는 다중대체를 통해 처리하였다. 둘째, 집행기능곤란이 아동의 우울위축, 공격행동에 미치는 영향을 탐색하기 위해 회귀분석을 수행하였다. 셋째, Hayes (2013)가 개발한 PROCESS macro를 활용하여 집행기능 곤란이 우울위축, 공격행동에 미치는 영향에서 화용언어능력의 매개효과를 분석하였다. 또한 부트스트래핑을 활용하여 매개효과를 검증하였는데, 부트스트래핑은 기존 표본 데이터에서 복원 추출을 반복적으로 수행하여 표본 분포를 추정하는 통계적 방법이다. 이 방법은 모집단 분포에 대한 가정이 필요하지 않으며, 작은 표본에서도 통계적 유의성을 검증하는데 유용하다. 특히, 매개효과 분석에서 간접효과의 유의성을 검증할 때 널리 활용된다(Jeong, Jang, & Hong, 2021). 넷째, 집행기능곤란과 우울위축, 공격행동의 관계에서 화용언어능력의 조절효과를 분석하였다. 조절변수인 화용언어능력의 평균값과 ±1 표준편차에서 집행기능곤란이 우울위축, 공격행동에 미치는 영향을 검증하였다. 모든 분석은 SPSS 26.0 (IBM Co., Armonk, NY)을 활용하였다.
Results
연구대상의 인구사회학적 특성
본 연구의 연구 대상은 초등학생 3학년(평균 월령 112개월) 1,394명이며, 일반적 특성은 Table 1과 같다. 먼저, 성별은 남학생 705명(50.6%), 여학생 689명(49.4%)으로 비율이 거의 비슷하였다. 거주지역은 대도시가 769명(55.2%), 중소도시가 549명(39.4%), 읍면지역이 76명(5.5%)으로 나타나 대도시 비율이 가장 높았다. 어머니의 최종학력은 고등학교 졸업 이하 377명(27.2%), 2-3년제 대학 졸업 400명(28.8%), 4년제 대학 졸업 524명(37.8%), 대학원 졸업 87명(6.3%)으로 나타났다. 아버지의 최종학력은 고등학교 졸업 이하가 368명(26.5%), 2-3년제 대학 졸업이 285명(20.5%), 4년제 대학 졸업 577명(41.6%), 대학원 졸업 157명(11.3%)로 나타났다. 부, 모 모두 4년제 대학 졸업의 비율이 가장 높았다. 어머니의 취업 여부는 미취업 및 미학업 653명(47.7%), 취업 또는 학업 중 715명(52.3%)으로, 취업(학업) 중인 비율이 더 높았다. 월평균 가구소득은 250만원 이하 94명(7.5%), 251-500만원 이하 731명(58.2%), 501-750만원 이하 300명(23.9%), 751-1000만원 이하 106명(8.4%), 1001만원 이상 26명(2.1%)으로, 연구 대상자의 약 58%가 251-500만원 구간에 속하였다.
주요 변수 기술통계 및 상관관계
주요변수의 기술통계치를 분석한 결과 Table 2와 같다. 독립변수인 집행기능곤란은 평균 1.47 (SD = .33), 조절변수와 매개변수로 사용된 화용언어능력의 평균은 4.04 (SD = .49), 종속변수인 우울위축의 평균은 .20 (SD = .26), 공격행동의 평균은 .30 (SD = .24)으로 나타났다. 종속변수의 경우, 왜도, 첨도의 결과에 따라 평균값을 제곱근으로 변환하여 분석하였다. 모든 변수에서 왜도는 절대값 2미만, 첨도는 절대값 7미만으로 나타나 정규성 가정의 기준을 충족하였다(West, Finch, & Curran, 1995).
주요 변수의 상관관계를 살펴본 결과, 집행기능곤란은 우울위축(r = .37, p < .001), 공격행동(r = .51, p < .001) 과 정적(+) 상관관계, 화용언어능력(r = -.43, p < .001)과는 부적(-) 상관관계가 나타났다. 우울위축의 경우, 공격행동(r = .50, p < .001)과 정적(+) 상관관계가 나타났고, 화용언어능력(r = -32, p < .001)과는 부적(-) 상관관계가 나타났다. 화용언어능력과 공격행동(r = -.25, p < .001)은 부적(-) 상관관계로 나타났다.
집행기능곤란이 우울위축 및 공격행동에 미치는 영향과 화용언어능력의 매개효과
집행기능곤란이 우울위축과 공격행동에 미치는 영향에서 화용언어능력의 매개효과를 검증하기 위해 SPSS Process Model 4를 활용하여 분석하였고(Hayes, 2013), 그 결과를 Table 3에 제시하였다. 먼저, 독립변수인 집행기능곤란이 종속변수인 우울위축에 미치는 직접효과는 통계적으로 유의하게 나타났다. 또한 집행기능곤란과 우울위축의 관계에서 화용언어능력을 매개변수로 투입했을 때 직접효과는 통계적으로 유의한 것으로 나타났다(B = .22, p < .001). 매개효과 검증을 위해 화용언어능력의 간접효과를 분석한 결과, 집행기능곤란이 화용언어능력에 유의한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나타났고(B = -.61, p < .001), 화용언어능력은 우울위축에 통계적으로 유의한 것으로 나타났다(B = -.11, p < .001). 따라서, 집행기능 곤란이 우울위축에 미치는 영향에서 화용언어능력의 매개효과가 있음을 알 수 있다. 또한 간접효과를 검증하기 위해 부트스트래핑을 통해 검증한 결과, Table 4와 같이 화용언어능력의 상한값과 하한값 사이에 0이 존재하지 않아, 95% 신뢰구간 기준에서 간접효과가 통계적으로 유의한 것을 알 수 있다. 다음으로, 집행기능곤란과 공격행동 간의 관계에서 화용언어능력의 매개효과를 검증한 결과, 집행기능곤란이 공격행동에 미치는 직접효과는 통계적으로 유의하였으나(B = .36, p < .001), 화용언어능력을 통한 간접효과는 유의하지 않아 매개효과는 확인되지 않았다.
The Mediating Effect of Pragmatic Language on the Relationship Between Executive Function Difficulty and Depressive Withdrawal / Aggressive Behavior
집행기능곤란이 우울위축 및 공격행동에 미치는 영향과 화용언어능력의 조절효과
집행기능곤란이 우울위축 및 공격행동에 미치는 영향에서 화용언어능력의 조절효과를 검증하기 위해 Process Model 1을 활용하여 분석하였고(Hayes, 2013), 조절효과 분석의 3단계 결과를 Table 5에 제시하였다. 집행기능곤란은 우울위축에 통계적으로 유의한 것으로 나타났다(B = .56, p < .001). 조절변수인 화용언어능력은 우울위축에 직접적인 유의한 영향은 미치지 않았으나, 집행기능곤란*화용언어능력 상호작용항이 우울위축에 통계적으로 유의한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나타나(B = -.09, p < .01), 화용언어능력의 조절효과를 확인하였다. 이 연구모형은 통계적으로 적합한 것으로 나타났다(F = 27.03, p < .001).다음으로, 집행기능곤란과 공격행동간의 관계에서 화용언어능력의 조절효과를 검증한 결과는 Table 5와 같다. 집행기능곤란은 공격행동에 유의미한 영향을 미치지 않았으나, 조절변수인 화용언어능력이 공격행동에 유의한 영향을 미치고(B = -.10, p < .05), 집행기능곤란*화용언어능력 상호작용항도 공격행동에 유의한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나타났다(B = .06, p < .05). 즉, 집행기능곤란과 공격행동 간의 관계에서 화용언어능력의 조절효과가 검증되었다. 이 연구모형은 통계적으로 적합한 것으로 나타났다(F = 46.24, p < .001).
Moderating Effect of Pragmatic Language on the Relationship Between Executive Function Difficulty and Depressive Withdrawal / Aggressive Behavior
집행기능곤란이 우울위축과 공격행동에 미치는 효과인 단순기울기가 유의한지 검증하였고, 그 결과를 Table 6에 제시하였다. 먼저, 우울위축을 살펴보면, 집행기능곤란이 우울위축에 미치는 단순기울기는 화용언어능력이 낮은 경우(M - 1SD) .24, 평균의 경우(M) .20, 높은 경우(M + 1SD) .17으로 점차 감소하였고, 이 단순기울기는 통계적으로 유의하였다. Figure 2를 보면, 화용언어능력이 높을수록, 집행기능곤란이 우울위축에 미치는 부정적 영향이 약해지는 경향을 보였다. 즉, 화용언어능력의 수준에 따라 집행기능곤란이 우울위축에 미치는 영향이 달라짐을 알 수 있다.
Significance of Simple Regression Based on the Mean, Mean ± Standard Deviation of Pragmatic Language
Moderating effect of pragmatic language on the relationship between executive function difficulty and depressive withdrawal.
다음으로 집행기능곤란이 공격행동에 미치는 단순기울기는 화용언어능력이 낮은 경우(M - 1SD) .34, 평균의 경우(M) .37, 화용언어능력이 높은 경우(M + 1SD) .39로 나타났고, 이 단순기울기는 통계적으로 유의하였다. Figure 3을 살펴보면, 집행기능곤란 정도가 낮을 경우, 화용언어능력이 낮은 집단이 높은 집단에 비해 공격행동이 높게 나타났다. 그러나 집행기능곤란 정도가 높아질수록 화용언어능력의 수준에 따른 공격행동의 차이는 점차 줄어드는 것으로 나타났다.
Moderating effect of pragmatic language on the relationship between executive function difficulty and aggressive behavior.
이러한 결과는 화용언어능력의 수준에 따라 집행기능 곤란이 우울위축과 공격행동에 미치는 영향력이 달라질 수 있음을 의미한다.
Discussion
본 연구는 초등학교 3학년 아동의 집행기능곤란이 우울위축, 공격행동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분석하고, 이들 관계에서 화용언어능력의 매개효과와 조절효과를 살펴보았다. 본 연구의 결과를 논의하면 다음과 같다.
첫째, 집행기능곤란은 우울위축과 공격행동 모두에 유의미한 정적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집행기능곤란이 높을수록 아동의 우울위축과 공격행동이 증가함을 의미한다. 즉, 집행기능이 높은 아동의 경우 부정적 정서를 적절히 통제 및 전환하여 우울이나 불안한 상황에서 왜곡되게 사고할 가능성이 낮고 긍정적으로 사고할 가능성이 더 높아 우울위축과 같은 내재화 문제의 발현 가능성이 낮다(Gong & Lim, 2012). 그러나 집행기능이 낮으면 목표 지향적 행동 및 정서 통제에 어려움을 겪게 되는데, 이로 인한 좌절 경험이 개인의 내적 특성에 따라 우울위축으로 이어질 수 있고(Snyder et al., 2019; Stevens et al., 2023), 행동 억제조절 등의 어려움으로 바람직한 행동대신 공격행동으로 나타나는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R. M. Do & Eo, 2022; Hughes & Ensor, 2008). 즉, 집행기능의 전환, 억제조절과 같은 기능이 원활하게 작동하지 않으면 신중한 반응 및 전환, 행동 통제가 어렵기 때문에(Diamond, 2016; Ha, 2021; S. J. Kim, 2018; Patwardhan et al., 2021) 우울위축, 공격행동에 유의미한 영향을 주는 것으로 판단된다.
이와 관련하여 H. J. Kim 등(2021)의 연구에서는 집행기능곤란이 아동의 공격행동에 정적인 영향을 주는 것으로 보고하였고, 국외 종단연구에서는 학령기 초기의 집행기능곤란이 2-3년 후의 공격행동에 정적인 영향을 주는 것으로 보고된 바 있다(Jacobson, Williford, & Pianta, 2011; Rohlf, Holl, Kirsch, Krahé, & Elsner, 2018). 또한 Gong과 Lim (2012)의 연구에서는 집행기능곤란이 높을수록 아동의 내재화 및 외현화 문제행동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며, Wang과 Zhou (2019)의 연구에도 집행기능곤란은 우울불안, 위축, 신체증상에 유의미한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나타나, 본 연구의 결과를 뒷받침한다.
따라서, 집행기능곤란은 아동의 우울위축 및 공격행동에 부정적 영향을 줄 수 있으므로, 이를 예방하고 완화하기 위한 개입이 중요하다. 집행기능은 대체로 만 5-12세 사이에 활발하게 발달하기 때문에 조기 진단과 개입의 중요성이 강조된다. 특히, 학령기 초기에 나타나는 집행기능곤란은 내재화 및 외현화 문제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은 만큼(M. N. Heo & Kim, 2023) 사전 예방 및 개입이 필수적이다. 이러한 측면에서 학교 및 임상 현장에서는 집행기능 검사를 통해 아동의 정서행동 문제를 조기에 사정할 수 있으며(Ha, 2021) 이는 예방 및 중재의 시작점이 될 수 있을 것이다. 부모 역시 자녀가 집행기능곤란으로 인해 정서행동 문제를 겪고 있는지 민감하게 살펴볼 필요가 있다. 이에 따라, 초등학생 자녀를 둔 부모교육 프로그램에 아동의 집행기능곤란과 정서행동 문제와의 관련성을 설명하고, 이에 대한 효과적인 양육 및 지도 전략을 포함하는 것이 중요할 것이다. 구체적으로는 일상생활에서 아동이 집중할 수 있는 환경의 조성, 충동적 행동 대신 기다리는 방법, 좌절에 대한 정서적 지지와 격려, 문제해결을 위한 선택지를 단순화하여(Diamond, 2016) 긍정적 경험이 축적될 수 있도록 돕는 접근 등의 교육을 고려할 수 있다. 아울러, 보건복지부와 아동권리보장원(Ministry of Health and Welfare., & National Center for the Rights of the Child, 2021, 2024)에서 배포한 집행기능 향상을 위한 도구 활용 매뉴얼 및 워크북 등을 가정과 학교, 현장에서 개입 자료로 활용하는 방안도 고려할 수 있겠다. 이러한 다면적 접근을 통해 아동의 집행기능 발달을 효과적으로 지원하고, 궁극적으로 아동의 정서행동 문제를 예방 및 완화하는데 실질적인 기여를 할 수 있을 것이다.
둘째, 집행기능곤란이 우울위축에 미치는 영향에서는 화용언어능력의 매개효과가 나타났으나, 공격행동에 미치는 영향에서는 매개효과가 나타나지 않았다. 즉, 집행기능에 어려움이 있는 경우에는 언어적 자극이 주어지더라도 이를 효과적으로 조직화하거나 처리하는 데 어려움을 겪게 되며(J. Y. Kim et al., 2021), 이러한 집행기능곤란은 화용언어능력의 저하로 이어질 수 있다. 그 결과, 사회인지 능력에 기반한 사회적 의사소통이 원활하지 않아 적절한 표현과 의사소통에 어려움을 겪게 되고(E. H. Kim, 2020; S. J. Oh, 2019), 이는 우울위축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친 것으로 해석된다. 낮은 화용언어능력이 내면화 문제에 부정적인 영향을 주는 것으로 보고한 Brenne와 Rimehaug (2019)의 연구와 맥락을 같이 한다. 반면, 집행기능곤란이 높을수록 화용언어능력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지만(E. H. Kim, 2020), 본 연구에서 화용언어능력은 공격행동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지는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집행기능곤란과 우울위축 및 공격행동 간의 관계에서 화용언어능력의 매개효과에 차이가 있기 때문으로 해석된다. 우울위축은 부정적 감정에 대한 정서 조절 및 표현의 어려움과 관련된 것으로(Loevaas et al., 2018), 화용언어에 대한 개입을 통해 자신의 감정 표현과 정서 조절을 도와 긍정적 효과가 나타날 수 있지만, 공격행동은 타인에게 해를 끼치려는 의도를 가진 언어적, 신체적 행동을 의미하는 것으로(Buss, 1966), 언어적 측면의 소통과 표현에 대한 개입만으로는 불충분하기 때문에 나타난 결과로 해석된다. 또한, 화용언어능력이 공격행동과 밀접한 관련이 있는 것으로 알려져 왔지만(Ketelaars et al., 2010; H. J. Lee & Lim, 2023), 공격행동의 유발은 화용언어능력보다는 상대방의 의도를 적대적으로 해석하는 인지적 오해석(Orobio de Castro, Veerman, Koops, Bosch, & Monshouwer, 2002), 억제조절 등의 집행기능과 더 큰 관련성이 있을 수도 있다(Diamond, 2016). 또한, 화용언어능력이 공격행동에 미치는 영향은 성별 차이가 있을 가능성이 있으며(Chung, 2019), 학령기 이전 연령에서는 그 영향력이 크지만(Han & Joo, 2019; Ketelaars et al., 2010) 청소년기로 갈수록 그 효과가 약화되어(St Clair et al., 2011) 초등학교 3학년 시점에서는 그 효과가 두드러지지 않아 나타난 결과일 가능성도 있다. 이와 관련하여, 화용언어능력과 공격행동 간의 부적 상관관계는 존재하지만, 통제변수를 포함한 인과 분석에서는 직접적인 영향이 나타나지 않는다고 보고한 Y. K. Oh와 Jang (2024)의 연구와 유사한 결과라고 할 수 있다. 이 외 H. J. Lee와 Lim (2022, 2023)의 연구에서 화용언어능력은 외현화 문제행동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보고되기도 했으나, 이들 연구에서는 외현화 문제행동을 공격행동과 규칙위반으로 정의하였고, 본 연구에서는 공격행동으로만 조작적 정의하여 측정하였다는 점에서 결과에 차이가 나타난 것으로 보인다.
따라서, 집행기능곤란, 화용언어능력 저하, 우울위축으로 이어지는 부정적 영향 고리를 차단하기 위해서는 앞서 제언한 바와 같이 우선적으로 학령기 초기부터 집행기능의 어려움을 예방하고 감소시키는 개입과 함께 화용언어능력의 강화 전략이 중요할 것이다. 화용언어능력의 결함은 낮은 인지능력, 관련 교육훈련 부족, 또래와의 상호작용 경험 부족 등이 주요 원인이 되므로(Ki & Lee, 2022), 실생활에서 적절한 의사소통 상황에 아동이 충분히 노출되도록 하는 것과 더불어, 필요한 의사소통 방법에 대한 교육 및 훈련을 제도적으로 제공하는 것이 효과적인 개입 방안이 될 수 있다. 예를 들면, 임상 현장에서 아동의 우울위축에 대한 평가와 함께 화용언어능력 평가도 함께 수행하고, 이를 기반으로 아동이 자신의 감정과 욕구를 적절한 언어로 표현하도록 교육 훈련하면, 우울위축의 예방 및 완화를 도울 수 있을 것이다. 반면, 공격행동의 경우, 화용언어능력에 대한 개입에 앞서 충동적 행동을 억제하고 조절하는 집행기능의 강화를 우선적으로 고려할 필요가 있다. 따라서 앞서 논의한 바와 같이, 집행기능을 강화하는 개입을 통해 공격행동의 완화를 도모할 수 있을 것이다.
셋째, 집행기능곤란이 우울위축과 공격행동에 미치는 영향에서 화용언어능력은 두 종속변수 모두에 대해 조절효과를 보였다. 먼저, 우울위축의 경우 집행기능곤란이 높을수록 우울위축 수준도 높게 나타났지만, 화용언어능력의 수준에 따라 그 영향이 달라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화용언어능력에 따른 맞춤형 개입을 통해 집행기능곤란이 우울위축에 미치는 영향을 완화할 수 있음을 시사하며, 집행기능과 정서조절 관계에서 언어능력이 보호요인으로 작용함을 보고한 Reilly와 Downer (2019)의 연구와 유사한 맥락이라고 할 수 있다. 다음으로, 공격행동에 미치는 영향은 집행기능곤란이 낮을 경우 화용언어능력의 수준에 따라 유의미한 차이가 나타났다. 이는 집행기능곤란이 매우 높은 수준이 아니라면, 화용언어능력의 향상을 통해 공격행동보다는 언어적으로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음을 의미한다. 반면, 집행기능곤란 수준이 매우 높을 경우에는 화용언어능력이 기능적으로 작동하지 못하며(E. H. Kim, 2020), 공격행동에 미치는 영향의 차이가 점차 줄어드는 것으로 나타났다. 즉, 집행기능곤란 수준이 매우 높다면 아무리 화용언어능력을 높이고자 해도 공격행동을 완화하는데 한계가 있음으로 설명된다. 다시 말해, 집행기능곤란과 공격행동의 수준이 낮을 경우 화용언어를 통한 개입이 효과적일 수 있으나, 집행기능곤란과 공격행동 수준이 높을 경우에는 언어적인 개입만으로는 문제해결이 어렵다는 것이다(Ketelaars et al., 2010; Seo, 2012).
따라서, 집행기능곤란으로 인해 우울위축과 공격행동이 나타나는 경우, 개입 과정에서 아동의 화용언어능력 수준을 고려한 맞춤형 접근으로 문제행동을 완화시키는 것이 중요하다. 화용언어능력이 낮은 아동을 조기에 선별하고, 이들의 언어적 소통 능력을 향상시킬 수 있는 집중 개입 프로그램을 제공하는 것이 예방적 관점에서 중요할 것이다. 이를 위해 현재 학교에서 실시하고 있는 학생정서・행동검사(Ministry of Education, Division of Student Health Policy, 2018)에 화용언어능력과 관련된 문항을 추가함으로써 조기개입 방안을 꾀할 수 있겠다. 혹은 사후 대응 방안으로 정서행동검사 결과에서 문제가 확인된 아동에게는 화용언어능력 검사를 추가적으로 실시함으로서 해당 아동의 언어적 특성까지 반영한 종합적이고 개별화된 개입 전략을 수립할 수 있을 것이다. 특히, 공격행동의 경우 집행기능곤란 수준이 높아질수록 화용언어능력의 조절효과가 점차 줄어드는 것으로 나타났기 때문에, 조기 개입의 필요성이 더욱 강조된다고 할 수 있겠다. 즉, 집행기능곤란이 높거나 공격행동이 높게 나타나는 경우, 공격행동의 특성상 인지적, 정서적, 행동적 개입이 함께 요구되며 단순히 화용언어능력을 강화하는 것만으로는 충분한 개입 효과를 기대하기 어려울 수 있다. 따라서, 전술한 바와 같은 화용언어능력에 대한 개입과 함께 충동을 조절할 수 있는 집행기능 강화 전략, 그리고 공격행동의 다양한 원인들에 대한 이해와 공격행동의 원인이 되는 분노감정을 인식하고 다루는 인지행동치료 등(H. J. Kim, Park, & Cheon, 2023)이 병행될 필요가 있을 것이다.
정리하면, 본 연구는 집행기능곤란이 우울위축 및 공격행동에 미치는 영향에서 화용언어능력의 매개효과와 조절효과를 살펴보았다. 그 결과, 집행기능곤란과 우울위축의 관계에서 화용언어능력은 매개변수이자 조절변수로 작용함을 확인하였다. 이는 집행기능곤란으로 인해 우울위축을 경험하는 아동에게 화용언어능력을 강화하는 개입이 필요하며, 특히 화용언어능력 수준에 따른 맞춤형 개입이 이루어진다면 더욱 효과적일 수 있음을 시사한다. 반면, 집행기능곤란과 공격행동의 관계에서는 화용언어능력이 매개변수보다는 조절변수로 작용하였다. 특히 집행기능곤란과 공격행동이 높을수록 화용언어능력의 효과가 점차 감소하였으므로, 집행기능곤란과 공격행동 수준이 낮을 때 화용언어능력에 대한 개입이 효과적일 수 있음을 시사한다.
기존 연구들은 내재화 및 외현화 문제의 원인과 개입 방안을 논의할 때, 주로 가정과 학교 등 아동을 둘러싼 환경적 요인의 영향을 강조해왔다(Ahn & Jang, 2014; Nam, Seong, & Kwon, 2014; H. M. Yoon & Park, 2005). 그러나 본 연구는 아동의 정서 및 행동 문제를 감소시키기 위해 아동의 개인 내적 특성 중 인지적 특성인 집행기능과 화용언어능력에 초점을 두었다는 점에서 기존 연구와의 차별성이 있다. 또한 기존 연구들이 주로 ADHD, 장애아동을 대상으로 화용언어능력을 연구해왔던 것과 달리(Fong & Larocci, 2020; Freeman, Locke, Rotheram-Fuller, & Mandell, 2017), 본 연구는 일반 아동을 대상으로 화용언어능력의 중요성을 규명했다는 점에서도 의의를 지닌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본 연구에는 몇 가지 한계가 있으며, 이를 보완하기 위한 후속 연구를 제안하고자 한다. 첫째, 집행기능은 아동기부터 청년기까지 지속적으로 발달하는 특성을 가지며, 발달 단계에 따라 기능 수준이 변화할 가능성이 있음에도 불구하고(Diamond, 2016), 본 연구는 횡단자료를 기반으로 분석을 수행하여 이러한 발달적 변화를 충분히 반영하지 못하였다. 따라서, 아동의 발달단계를 고려한 종단분석을 통해 본 연구의 결과를 보완할 수 있을 것이다. 둘째, 집행기능과 화용언어 능력의 각 하위요인을 구분하여 종속변수와의 관계를 탐색하지 못한 한계점이 있다. 이에 따라, 향후 연구에서는 집행기능의 하위요인 중 어떤 요인이 우울위축, 공격행동과의 유의미한 관계를 보이는지 규명하고, 그 과정에서 화용언어능력의 조절효과가 어떻게 나타나는지 추가적으로 검증하는 연구가 이루어진다면 보다 구체적인 개입 방안을 마련하는데 기여할 수 있을 것이다. 셋째, 본 연구는 아동의 집행기능, 화용언어능력, 정서행동문제와 같은 개인 내적 발달 요소에 초점을 맞추었으나, 분석자료의 특성상 아동의 성격적 특성, 기질, 언어 및 정신건강 관련 임상 진단 이력 등을 분석에 포함하지 못하였다. 향후 연구에서는 관련 임상 이력을 포함할 수 있는 현장 기반 연구를 병행한다면, 본 연구의 결과를 보다 실증적으로 보완하고, 교육 및 임상 현장 실제에 적용 가능한 통합적 개입 전략 개발로 연결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Notes
Acknowledgements
This study was supported by the Pioneer Research Center Program through the National Research Foundation of Korea funded by the Ministry of Science, ICT & Future Planning (RS-2024-00451947).
This article was presented at the 2024 Fall Academic Conference of the Korean Academy of Speech-Language Pathology and Audiology
Conflict of Interest
No potential conflict of interest relevant to this article was reported.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