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troduction
디지털 1세대라고 할 수 있는 80∼90년대생 부모들은 페이스북, 인스타그램, 블로그 등과 같은 소셜미디어(social media)를 활용하여 육아와 관련된 정보와 의견을 나눈다(Duggan, Lenhart, Lampe, & Ellison, 2015). 소셜미디어에 자녀와 함께 지내는 일상을 공개하고, 육아용품에 대한 정보를 공유하며, 사적인 친분이 없는 사람과도 적극적으로 소통한다. 부모들이 온라인에서 자녀에 대한 정보와 사진을 공유하고, 타인과 적극적으로 소통하는 새로운 현상을 지칭하기 위해 셰어런팅(sharenting)이라는 새로운 신조어가 등장했다. 셰어런팅(sharenting)은 공유라는 의미의 셰어(share)와 육아(parenting)의 합성어로 부모가 소셜미디어에 아이의 사진이나 동영상, 그리고 자녀와 관련된 새로운 소식 등을 공유하는 행동을 의미한다(Marasli, Suhendan, Yilmazturk, & Cok, 2016).
셰어런팅이 새로운 양육 행동을 의미하는 신조어임에도 불구하고, 셰어런팅의 사전적 의미는 단순히 자녀의 일상과 정보를 공유하는 것을 넘어서 ‘습관적으로 (habitual; Collins Dictionary Online)’ 혹은 ‘너무 많이(too much; Urban Dictionary Online)’ 자녀의 이미지와 정보를 공유하는 것으로 정의될 만큼 부정적인 의미를 내포하고 있다. 선행연구 역시 셰어런팅이 자녀에게 많은 돈과 시간을 투자하는 ‘집중 육아(intensive parenting)’의 현상과 복합적으로 나타남에 따라 어머니의 희생이 요구되는 지나치게 열중하는 육아 문화를 강화하며 (Douglas & Michaels, 2005; Green, 2012; Orton-Johnson, 2017), 일부의 부모들은 자신을 과시하고 돋보이게 하거나 경제적 이익을 위해서 셰어런팅을 이용한다(Gross & Pattison, 2007)는 부정적인 측면을 주로 조명하였다. 아동이 부모의 과시용 사진을 찍기 위해서 특정한 행동이나 말을 하도록 요구받고 온라인상에 자신의 모습이 공개되는 경험을 하면 지나치게 타인의 시선을 신경 쓰거나 부정적인 자아상을 확립하게 되고 (Marasli et al., 2016), 부모의 요구사항과 자신의 욕구가 충돌 함에 따라 부모와의 갈등을 경험할 뿐만 아니라(Ouvrein & Verswijvel, 2019), 성인이 되었을 때 온라인상에 공유된 자신의 비밀이나 부끄러운 사진들로 인해 곤란을 겪을 수 있다 (Brosch, 2016; Steinberg, 2017). 실제로 2016년에 캐나다에 사는 13세 아동이 자신의 동의 없이 유아 시절의 사진을 공유한 것에 대해 부모를 고소한 사건이 발생하면서 온라인상에서 아동의 사생활 보호 및 개인정보 보호를 위한 법 규제나 사회적 인식의 변화가 필요하다는 문제 제기가 이루어졌다(Leaver & Highfield, 2018; Steinberg, 2017).
하지만 소셜미디어를 통해 부모가 양육 경험을 공유하고 정보를 나누며 타인과 소통하는 것은 부모에게 심리·사회적 지지가 된다는 긍정적인 측면도 존재한다. 자녀를 출산하고 양육하는 것은 행복과 보람을 주는 일이지만 그만큼의 육체적, 심리사회적 노력이 필요한 일이기 때문에 많은 여성이 산후에 고립감, 우울감 혹은 모호한 감정을 호소한다(Beck, 2001; B. Lee, Park, Han, & Chang, 2020). 특히 한국사회의 전통적인 가족주의와 자녀를 위해 헌신하는 이상적 어머니에 대한 문화적 신념은 고학력 여성들의 양육 스트레스를 가중 하고 있다(Anderson & Kohler, 2013; B. Lee et al., 2020; K-S. Park, 2008). 그런데 소셜미디어를 통해 자녀 양육에 대한 정보를 공유하고 다른 사람들로부터 정서적, 사회적 지지를 받는 것은 부모의 스트레스를 완화하고 심리적 건강성을 증진 할 수 있다(Bartholomew, Schoppe-Sullivan, Glassman, Kamp Dush, & Sullivan, 2012; Duggan et al., 2015). 부모들은 셰어런팅을 통해 자신의 양육태도나 행동에 대한 검증을 받고(Lopez, 2009), 다른 사람과의 공동체감을 느끼며(Morrison, 2011), 서로 연결되어 있고 연대하고 있다는 느낌을 경험하기 때문이다 (Latipah, Kistoro, Hasanah, & Putranta, 2020; McDaniel, Coyne, & Holmes, 2012). 실례로 페이스북과 인스타그램을 통해 셰어런팅을 하는 다수의 부모가 게시물과 함께 #육아소통, #육아정보, #육아필수템, #육아맘, #육아대디 등의 해시태그(#, hashtags)를 달아서 다른 부모들이 검색을 통해 자신이 올린 게시물에 쉽게 접근할 수 있도록 유도하는 것을 관찰할 수 있다.
더욱이 부모들은 자녀의 건강이나 안전과 같은 시급하게 해결해야 할 문제가 발생했을 때 더욱 적극적으로 셰어런팅에 참여한다(Moon, Mathews, Oden, & Carlin, 2019). 그리고 소셜미디어를 통해 즉각적으로 맞춤형 정보를 얻을 수 있게 되면서 의료전문가나 양육전문가의 조언을 기다리기보다는 여러 출처의 정보들을 수집하고, 자신과 비슷한 의견을 가진 사람들의 조언에 따라 의사를 결정하는 경향이 높아지고 있다 (Duggan et al., 2015; Moon et al., 2019). 다시 말해서, 셰어런팅은 단순히 육아 정보를 나누고 일상을 공유하는 것에서 더 나아가 비슷한 문제를 경험하고 있는 부모들끼리 연대하여 함께 문제를 해결하고자 하는 수단이 되기도 한다(Moon et al., 2019). 이 연구에서 집중하여 살펴보고자 하는 희귀난치성 질환 자녀를 키우는 부모들 역시 자녀의 건강이나 안전에 관련된 정보를 나누고 비슷한 어려움을 가진 다른 부모들과 연대하는 도구로서 셰어런팅에 참여할 수 있다. 희귀질환에 대한 정의는 국가마다 다르지만, 우리나라의 경우에는 2만 명 이하의 유병률이 낮은 질환을 희귀난치성 질환으로 정의한다 (Ministry of Health and Welfare, 2015). 난치성 질환으로 분류되는 질병의 80%는 유전적 요인에 의한 것으로 추정되는데, 희귀난치성 질환은 완치를 기대하기 어렵고 치료과정에서 질병의 예후에 대한 불확실성과 자녀의 미래에 대한 불안 등으로 부모의 질병 관리부담이 높다(Pinquart, 2013). 그리고 영유아기에 진단을 받으면 치료에 따르는 경제적인 부담이 증가하고 (Klinnert, Gavin, Wamboldt, & Mrazek, 1992), 가중된 부모역할에 대한 부담으로 부부관계 문제나 정서적 어려움을 경험할 수 있다(Quittner, Opipari, Regoli, Jacobsen, & Eigen, 1992). 질병이 있는 자녀를 키우는 부모의 양육 스트레스와 부담감이 높아지면 거부적이거나 통제적인 양육태도를 보일 경향이 높아지고, 자녀의 요구에 대한 민감성이 낮아짐에 따라 아동의 건강과 삶의 질뿐만 아니라 전반적인 발달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게 된다(Monaghan, Horn, Alvarez, Cogen, & Streisand, 2012). 게다가 희귀난치성 질환과 같은 만성질환은 신체 능력 과 수행 수준을 떨어뜨리며 오랫동안 치료를 받기 때문에, 질병을 앓는 아동은 그렇지 않은 아동에 비해 부정적인 정서를 더 많이 느끼고 학업이나 또래관계에도 어려움을 경험할 가능성이 크다(Maslow, Haydon, McRee, Ford, & Halpern, 2011). 따라서 질병이 있는 아동의 건강한 발달을 위해서는 부모-자녀 관계가 완충작용을 할 수 있도록 돕는 것이 중요하고, 이를 위해서는 부모의 건강과 삶의 질을 증진하기 위한 양육지원이 이루어질 필요가 있다(Florian & Krulik, 1991).
선행연구에 따르면, 교육이나 치료 서비스 등의 공적이고 형식적인 지원뿐만 아니라 비슷한 장애나 질병이 있는 자녀를 키우는 다른 가족들과의 비공식적 모임, 그리고 친구나 이웃과 맺는 친밀한 관계가 부모의 양육스트레스를 완화하는 보호 요인으로 작용한다(H.-J. Park & Chung, 2010; Y.-J. Lee, Park., & Recchia, 2015). 특히 공통의 어려움을 가진 부모들이 구성한 자조모임은 서로의 어려움을 나누고 자녀의 병변뿐만 아니라 정서변화나 또래관계 등에 대한 다양한 정보를 나눔으로써, 자녀를 이해하고 자녀와의 의사소통과 관계를 개선하는 데 도움이 된다(Humphreys & Rappaport, 1994; Y. R. Kim & Park, 2010). 하지만 자조모임의 필요성과 효과성에도 불구하고 많은 자조 모임이 이내 소멸되거나 유명무실한 상태에 있는 경우가 많다 (J.-S. Kim, 2005). 서양과 달리 아시아 문화권에서는 자신의 문제를 인정하고 개인적 경험을 나누는 소집단에 참여하기 쉽지 않고, 구성원들 간의 협력과 참여가 부족한 상태에서 리더와 운영진에게 과도한 업무분담이 이루어지기 때문에 자조집단의 운영과 유지가 어려운 실정이다(J.-S. Kim, 2005; Oka, 2000). 특히 희귀난치성 질환은 유병률이 낮아 지리적으로 멀리 떨어져 있는 경우가 많고(Cardinali, Migliorini, & Rania, 2019), 희귀 질환이 있는 아동은 건강한 아동에 비해 매일 몇 시간 이상의 추가적인 돌봄과 지원이 필요하므로 부모들이 모임을 위한 일정을 조율하기가 쉽지 않다(Heyman et al., 2004).
하지만 앞서 언급했듯이, 양육에 대한 어려움을 다른 사람들과 나누고 연대감을 형성하는 것은 모든 부모에게 있어 정서적, 사회적 지지를 얻는 중요한 보호요인으로 작용한다. 더욱이 희귀난치성 질환이 있는 경우에 치료와 건강관리를 ‘일상적인 것’으로 당연하게 받아들이는 것이 아동과 가족의 기능을 증진하고 치료적 결과를 극대화할 수 있다고 알려진 만큼 (Knafl, Darney, Gallo, & Angst, 2010), 셰어런팅을 통해 육아 일상을 공유하는 것은 질병이 있는 자녀를 양육하는 부모의 스트레스를 경감시키고 타인의 사회적 지지를 얻을 수 있는 보호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 소셜미디어를 포함한 다양한 정보 통신기술(Information and Communication Technologies [ICTs])의 사용이 높아지고 있는 현시점에서 기술의 발전과 사용이 ‘헬스 커뮤니케이션’에 미치는 영향이 어떠한지 살펴보는 연구가 점차 이루어지고 있음에도 불구하고(Moorhead, Hazlett, Harrison, Carroll, Irwin, & Hoving, 2013), 희귀난치성 질환아를 키우는 부모의 셰어런팅의 현황과 의미를 살펴본 연구는 국내외를 통틀어 전무한 실정이다. 최근에 이루어지는 예방 및 개입은 다양한 정보통신기술을 활용하여 동시적이고 양방향적으로 이루어지는 특성이 있다. 희귀난치성 질환의 치료 역시 기존에 의료전문가들로부터 일방적인 서비스와 교육을 받았던 것과 달리, 환자와 그 가족들이 적극적으로 질병 관리와 치료지침에 대한 정보를 공유하고 비슷하게 경험하고 있는 문제를 공동으로 해결해 나가려는 경향이 점차 나타나고 있다(J.-S. Kim, 2005). 따라서 소셜미디어상에서 희귀난치성 질환이 있 는 자녀의 일상과 치료 방법 등에 대한 정보를 공유하는 부모들의 셰어런팅 현황과 그로부터 얻는 득과 실에 대해 면밀히 살펴볼 필요가 있다. 특히 희귀난치성 질환의 경우, 낮은 유병률로 인해 그동안 의학계 및 정치계에서 다른 질병이나 장애와 비교해 상대적으로 덜 주목받았으며, 희귀난치성 질환아와 그 가족을 위한 정책 및 서비스 역시 임시방편으로 이루어져 온 특성이 있다(Pelentsov, Laws, & Esterman, 2015). 이 연구는 희귀 난치성 질환이 있는 아동뿐만 아니라 그 부모의 양육을 지원할 수 있는 체계적이고 실효성 있는 개입방안을 마련하기 위한 기초자료가 될 것이다. 구체적인 연구 문제는 다음과 같다.
Methods
연구자
이 연구는 연구자가 소셜미디어에서 질병이나 장애가 있는 자녀를 키우는 부모들이 자녀와의 일상을 공개하고, 자녀가 가진 질병이나 장애에 대한 정보를 가감 없이 나누는 연대 현상을 포착하고 경험하면서 시작되었다. 연구자는 직접 운영하는 인스타그램과 페이스북 계정을 가지고 있으며 두 자녀를 양육하면서 알게 된 정보와 경험을 나누며 활발하게 셰어런팅에 참여하고 있다. 그 과정에서 질병이나 장애가 있는 자녀를 키우는 부모와도 서로의 계정을 팔로우하면서 친분을 쌓았고, 약 2년간 그들과 비공개 인스턴트메시지나 이메일 등을 통해 양육상담과 정보를 주고받았다. 연구자는 평소 장애나 질병이 있는 아동·청소년과 그 가족의 건강한 적응과 발달에 관심이 많았으므로, 낮은 유병률로 인해 다른 질병이나 장애와 비교해 덜 주목받았던 희귀난치성 질환아와 그 가족의 삶을 알리고, 희귀난치성 질환아를 양육하는 부모들이 소셜미디어상에서 셰어런팅을 하는 의미나 목적에 관해 연구하고자 하였다.
연구참여자
이 연구에서는 희귀난치성 질환이나 중증 만성질환을 앓은 자녀를 키우는 부모 중에서 해시태그로 자녀의 병을 알리면서 일상을 인스타그램과 페이스북 등의 플랫폼에 공유하는 어머니를 유목적적으로 표집하였다. 유목적적 표집에 의해 선정된 연구대상자들은 연구자가 관심을 두고 있는 현상에 대해 많은 정보를 제공해줄 수 있으며, 그 현상에 대한 통찰과 대안적인 해석을 제공한다는 장점이 있다(Quinn Patton, 2015). 다만, 연구자가 평소에 활발히 소통하였던 어머니의 경우에는 연구자로부터 상담이나 양육코칭을 받았기 때문에 힘의 관계에 있어서 동등한 위치에서 연구에 참여하기 힘들 것 같아서 연구 대상에서 제외하였으며(Karnieli-Miller, Strier, & Pessach, 2009), 개인적인 교류가 이루어지지 않았거나 해시태그 검색을 통해 새롭게 알게 된 어머니들에게 연구의 목적과 내용을 알리는 메시지를 보내서 모집하였다.
자발적으로 연구에 참여하겠다고 동의한 어머니 가운데 일주일에 적어도 세 개 이상의 게시물을 올리며 활발히 셰어런팅을 하는 어머니 9명을 선정하였고(Table 1), 60∼90분에 해당하는 비대면 개별 심층 면담을 1 회기씩 진행하였다. 희귀난치성 질환의 경우, 아동의 병명과 증상에 따라 치료과정이 이질적임에도 불구하고 부모의 지원 요구는 동질적일 가능성이 크다는 선행연구(Pelentsov et al., 2015)에 기반하여 다양한 희귀난치성 질환을 포괄하여 연구대상자를 선정하였다. 구체적으로, 연구대상자의 평균연령은 35세(최소 27세에서 최고 42 세)였으며, 전일제 근로자 2명, 비전일제 근로자 3명, 전업주부 4명이었다. 희귀난치성 질환이 있는 자녀는 만 1세부터 만 7세의 영유아로, 여아 5명과 남아 형제 포함 5명으로 같은 비율이었다. 자녀의 질환에 따라 신체기능 및 활동 수준에 차이가 있었는데, 연구참여자 A, C, E, G 자녀의 경우에는 퇴행이 점차 진행되어 자력으로 이동하는 것이 불가능하고 주 양육자와의 상호작용이 거의 이루어지지 않는 상태로서 일상에서 간호의 비중이 크다. D의 두 형제는 일반 보육 . 교육 기관, H의 자녀는 특수학교, I의 자녀는 유치원 특수학급에 다니고 있으며, F의 자녀는 특수학교 진학을 유예하고 가정 보육 중이며 B의 자녀도 가정 보육 중이다. A, B, F, G, H의 자녀는 언어치료, 물리치료, 작업치료 등의 치료를 받고 있다. I의 자녀를 제외하고는 치료약물이 없어서 증상개선과 합병증에 대처하는 방식으로 질환을 관리한다.
자료수집과 분석
심층면담은 희귀난치성 질환아와 가족의 일상생활, 소셜미디어 사용 동기 및 현황, 그리고 어머니가 생각하는 주관적인 의미 등에 관한 내용을 포함하도록 구성된 반구조화된 질문지를 바탕으로 하였다(Table 2). Hastings 등(2005)의 연구자들이 중립적인 질문이나 긍정적인 용어 사용이 연구참여자들의 긍정적인 경험뿐만 아니라 폭넓고 다양한 생각과 경험을 끌어낼 수 있다고 강조하였듯이 이 연구에서도 희귀난치성 질환이 있는 자녀를 양육하면서 느끼는 어려움이나 스트레스 등에 초점을 맞추기보다는 긍정적인 질문으로 심층면담을 이끌었다. “아이와 함께 보내는 일과를 말씀해주세요”, “아이와는 주로 무엇을 하면서 시간을 보내십니까?”와 같은 개방형의 질문을 시작으로 자유롭게 이야기를 나눈 후, 연구자가 연구의 목적에 맞게 다루고자 하는 주요 질문과 관련하여 이야기를 확장해갔다.
개별 면담은 2021년 6월∼9월에 이루어졌고, 코로나바이 러스감염증(COVID-19)의 확산 방지를 위해 모바일이나 데스크톱으로 화상회의를 진행할 수 있는 클라우드 플랫폼인 ZOOM을 통해 진행하였다. 각각의 개별 면담은 연구참여자의 동의를 받아 녹화하였고 대화 내용은 모두 전사하였다. 그리고 심층 면담 이외에도 연구참여자의 동의하에 소셜미디어에 게시된 사진과 글 등을 분석자료로 활용하였다. 연구자가 파악한 게시글과 사진 등의 의미를 연구참여자에게 재차 확인 하였고, 게시물에 대한 추가적인 설명이 필요한 경우에는 소셜미디어의 계정을 통한 인스턴트메시지나 전화 통화를 통해 추가적인 정보를 수집하였다.
자료분석은 질적연구분석프로그램인 MAXQDA 2020 (VERBI Software, 2019)를 활용하여 코딩하였고, Braun과 Clarke (2006)의 주제분석(thematic analysis) 방법을 적용하여 전사자료를 여러 차례 읽으며 연구문제와 관련된 주요 주제를 도출하고, 각각 주제들의 속성과 주제들 사이의 관계가 적합한지 살펴보는 검토의 과정을 반복하였다. 자료분석의 타당성을 확보하기 위하여 부모 면담을 바탕으로 질적연구를 수행해 본 경험이 있는 아동학박사 1인, 특수교육학박사 1인과 여러 차례 의견을 교환하며 분석과정 전반에 대해 논의하고 연구 결과를 해석했다. 주제도출 과정에서 지속적인 정교화 작업과 수정을 반복하였으며, 연구참여자의 이야기를 왜곡 없이 이해하고 분석하였는지 확인하기 위하여 연구참여자들에게 코딩 범주와 도출된 주제에 관해 의견을 묻고 조율하는 과정을 거쳤다.
윤리적 고려
이 연구는 저자가 속해 있는 대학교의 생명윤리위원회의 심의를 받아 최종승인을 받은 후에 실시하였다(1040621-202105- HR-001). 연구자는 연구설계의 단계에서부터 자발적 참여, 고지된 동의, 비밀보장, 연구참여에 대한 보상, 자료의 저장 및 보관 등에 대한 연구윤리를 준수하였다. 연구자는 소셜미디어의 해시태그를 활용하여 #희귀난치성질환아동, #중증만성질 환아동, #난치성질환아동, #rarediseases 등으로 검색하여 알게 된 어머니를 대상으로 연구의 목적과 내용을 알리는 메시지를 보내서 모집하였다. 자발적으로 참여 의사를 밝힌 어머니에게는 다시 한 번 더 연구의 목적과 진행 과정을 설명한 후 구두로 동의를 받았으며, 연구내용을 사전에 숙지할 수 있도록 예상 질문목록을 이메일과 문자메시지로 공유하였다. 서면 동의서는 인터뷰 당일에 이메일을 통해 받았으며 연구참여자들에게는 소정의 사례비를 제공하였다. 연구참여자의 신분 보장을 위해 모든 자료에 ID로 표시하였고, 회의 녹화 파일은 전사 직후 폐기하였고 전사자료 및 문서자료 등은 비밀번호가 설정된 연구자의 컴퓨터에 보관하였다.
Results
주제분석 결과는 희귀난치성 질환아를 키우는 부모의 양육현황, 가족관계 및 자녀의 발달 상태, 소셜미디어를 활용한 셰어런팅 경험과 주관적 의미, 양육지원 요구 등을 포괄한 다양한 내용 중에서 연구 문제에 부합하는 유사한 주제를 함께 묶고 하위주제로 다시 범주화하는 작업을 거쳐 셰어런팅 경험과 의미, 정보통신기술을 활용한 양육지원 요구로 정리하였다 (Table 3).
소셜미디어를 활용한 셰어런팅의 경험과 의미
자녀의 질환을 수용하게 됨
누구나 자녀가 건강하게 태어나고 자라길 희망하기 때문에 자녀가 장애나 질환을 진단받게 되면 부모는 그것을 받아들이기가 쉽지 않다. 특히 희귀난치성 질환의 경우에는 생소한 병명과 낮은 유병률, 그리고 예후를 예측하기 어렵다는 점에서 초기 진단 시 부모의 상실감과 부담이 매우 높다(Currie & Szabo, 2019). 부모가 소셜미디어에 자녀의 병명을 공개하고 일상을 공유하기 시작했다는 것은 자녀의 질병을 수용하게 되었다는 상징적인 의미를 지닌다.
“애기를 낳고 처음에 (아이가) 아팠을 때는 저도 한 한 달 정도는 SNS를 아예 안 들어갔었던 거 같애요. 안 하려고 했었는데 그냥 그런데 이게 또 숨겨야 될 건 아니라고 생각을 하고 또 창피한 것도 아니라고 생각하기도 하고 또 남들의 시선이 무서우면 앞으로가 더 힘들어질 거 같애서 그냥 아예 애초에 지금 미리 다 이렇게 오픈하면 그 사람들은 또 저를 보는 그런 시선이 조금 더 좀 달라지지 않을까?” <어머니 C>
“우리 OO이가 희귀질환인 (질병 이름) 진단을 받았는지 삼 주 정도 됐다. 태어나서 처음 듣는 병명. 우리나라에 30명도 채 안 되는 질환이란다. 평생 못 걷고 자라지도 않고 평균수명 15살이란 거. 치료제도 아직 없는 희귀한 병. 심장, 장기, 눈 뼈, 골다공증 무수히 많은 병들이 기다리고 있다는데 조기에 발견한 OO이는 아직은 다행히 괜찮다. 그 동안 미친 듯이 울고 술로 모든 걸 잊으려 술을 달고 살았다. 우리 OO이는 내가 술 마시고 울고 할 땐 자기 때문인 줄 알고 주눅 들고 있었을 거다. 못난 어미는 그것도 모르고 내 기분만 생각했으니 (중략) 가족들만 알고 몇몇 지인들만 아는데 이제 슬슬 알려야 될 듯하다. 이 글을 읽는 내 지인들 따로 연락은 하지 말아줘요. 이제 맘잡고 괜찮은 줄 알았는데 연락 와서 얘기하다 보면 또 눈물 나니까 그냥 OO이 응원만 해주세요. #긴고백 #(질병이름) #희귀난치병 #유전병 #산정특례 #이겨내자 #하루하루가소중해 #행복하자내딸” <어머니 B의 인스타그램의 첫 게시글>
자녀의 질환과 치료에 대한 정보를 습득함
희귀난치성 질환은 대개 발병률이 높지 않기 때문에 질병에 대한 정확한 정보를 얻는 것이 어렵다. 진단 이후의 치료과정 에서도 질병의 예후를 정확히 예측할 수 없으며, 자녀가 성장함에 따라 새롭게 맞닥뜨리는 문제가 발생하고, 치료 방법에 대한 선택의 갈림길에 서기도 한다. 따라서 희귀난치성 질환아를 키우는 부모가 소셜미디어를 시작하게 된 계기나 동기는 자녀의 질환과 치료에 대한 정보를 얻기 위함으로 나타났다. 특히 희귀난치성 질환의 경우에 같은 질병이 있는 다른 아동의 일상과 치료과정에 관한 실제 사례를 보고, 경험을 바탕으로 한 정보를 주고받는 게 부모들에게 도움이 된다.
“그전에는 저 혼자만 이 병에 대해서 막 유튜브 이런 걸 찾아보면 죄다 외국의 아이들 영상밖에 안 나오고 제가 뭐 정보를 얻을 수 있는 게 (없고), 의사 선생님이 해주는 소리는 그 저희가 찾아보면 네이버 지식 백과사전에 있는 딱 그런 내용밖에 말씀 안 해주시니까…. 실생활에서 얘네들이 뭐 예를 들어서 치아가 이렇게 빠져 있고, 호흡기 질환에서 많이 뭐 힘들어하고…. 이런 사소한 거, 학교 다니는 거 이런 것들까지 막 다 저희는 알 수가 없잖아요. 그 인스타에서 그 엄마를 알고부터 되게 많이 정보 교류가 되고 여러 친구 엄마를 알게 돼가지고….” <어머니 F>
“저희 아이 진단명을 듣고 기관 절개는 또 뭐고 이런 부분에 대해서 막막하고 무섭고 굉장히 고통스럽고 좌절스러울 때, 그 진단명이 뭔지 과연 우리 아이가 어느 정도까지 발달할 수 있는지에 대해서 궁금했었어요. 실제로 이 수술한 아이들이 어떻게 살고 있는지…. 그래서 검색했더니 블로그 몇 개가 나왔었고 그 아이들이 자라는 모습을 보고 ‘어 그럼 우리 아이도 이렇게 좀 클 수 있지 않을까?’라는 그런 이제 약간 눈에 보여지는 그런 것들? 왜냐하면 아이가 이런 병명이면 내 아이는 과연 어떻게 자랄지 과연 몇 년 안에 어떻게 될지 막 이런 막막하고 두려움이 굉장히 앞서거든요.” <어머니 G>
자녀의 성장과 치료과정을 기록함
희귀난치성 질환이 있는 아동 중에서 상당수는 딱 맞는 치료약이 없어서 다양한 치료 방법을 적용해보거나 질병으로부터 유발되는 합병증을 완화하거나 조절하면서 치료하는 경우가 많다. 그리고 희귀난치성 질환이 있는 아동들은 면역력이 저하되면 쉽게 발생하는 질병이 있고, 그 발병 주기 역시 아동의 일상에 많은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자녀의 성장 과정이나 치료과정을 기록하고 열람하는 의미로 소셜미디어를 활용한다.
“저는 나름의 그런데 이제 인스타를 보면은 어 그니까 첫째에 대한 아팠던 것들을 한 번씩 올리는 편인데. 다음에 아 저번에 아팠던 게 기억이 안 났을 때 제가 그걸 찾아보거든요. (소셜미디어에) 언제 어떻게 아팠는지가 적혀 있기 때문에…. 그래서 약간 기록하는 개념도 약간 있어요.” <어머니 E>
“대부분 엄마들이 태아를 갖고 육아를 하면서 육아일기처럼 쓰기도 하잖아요. 근데 우리 아이는 그거보다는 좀 다른 아이이기 때문에 육아일기 비슷하게 그리고 제 아들 문제에 대해서 기록을 좀 남기고 싶었어요. 정말 병원에서는 제 생각보다 오래 살지 못할 거라고도 얘기했었고…. 저는 백일사진이나 돌 사진이나 이런 것들이 아이가 위험에 처할 수도 있기 때문에 큰 뭐 스튜디오에 가거나 그때 당시에는 너무 무서워서 제대로 된 사진조차 남겨줄 수 없었기 때문에…. 그럼 제가 찍은 사진으로나마 아이를 추억할 그런 계획도 있었고 그래서.” <어머니 G>
비슷한 경험을 가진 부모들과 정서적으로 지지 하고 연대함
소셜미디어에서 해시태그를 사용하여 자녀의 병을 알리며 육아 관련 일상을 공유하는 부모들은 서로의 고충을 이해하고 응원하는 심리·사회적 보호요인의 역할을 하고 있었다. 난치성 만성질환의 경우 치료와 건강관리를 위해 기울이는 노력을 ‘일상적인 것’, ‘당연히 해야 하는 것’으로 받아들이는 것이 치료의 효과를 극대화할 수 있다(Knafl et al., 2010). 그런데 희귀난치성 질환의 자녀를 키우면서 경험하는 소소한 일상을 소셜 미디어에 공유함으로써 석션, 위루관, 투약과 같이 누군가에게는 낯설고 번거로운 일들조차 익숙하게 느끼게 된다. 그리고 서로의 입장을 더욱 잘 알기 때문에 질병 관리에서 비롯되는 고충과 피로감을 이해하고 응원함으로써 정서적 지지자원으로 기능한다.
“제가 이제 저희 애 위루관 수술한다고 걱정이 너무 돼서 좀 응원 좀 해달라 그렇게 (게시물을) 올린 게 있었는데, 그거 보고 이제 어떤 분이 본인의 애기 위루관 수술한 내용이랑 그 수술 잘 끝났다는 내용이랑 해서 길게 해 가지고 ‘너무 걱정하지 말라고 계속 항상 지켜보고 있는데 너무 보기 좋다.’ 이런 식으로 되게 장문으로 메세지를 주신 거예요. 그래서 그거 보고 너무 힘이 됐었어요. 원래 되게 걱정하고 있었거든요.” <어머니 C>
“서로 어쨌든 보면 아이로 인해서 동질감을 느끼는 거잖아요. 그러다 보니 그냥 또 이제 얘기하면서 막 이런 부분은 우리 가족 내에서 있었던 일을 뭐 서로 얘기한다거나 이러면서 아 오늘 하루 뭐 어땠어요. 일상을 얘기하거나 이러면서 또 친해지는 것 같아요. 저희는 그런 거 하나하나가 저희한테는 다 공감대 형성이 되는 거죠 기본적으로. 그나마 이제 나의 어떤 기분이나 이런 것들을 얘기할 수 있 는 그런 엄마들인 거 같애요. 다 같이 서로 상처를 보듬어 주고 위로해 주기도 하고…. 서로 각자를 위로하는 거일 수도 있지만 아무래도 그렇게 얘기를 하면서 서로의 처지를 이해하면서 어느 부분은 그렇게 해서 많이 위로도 받아 요.” <어머니 G>
“친구 요청이 오는 거 보면은 거의 아픈 애들 엄마가 거의 8-90%. 근데 아무래도 저희는 일반 엄마들이 뭐 ‘힘내’하는 것보다는 서로 아프고 그런 엄마들이 서로 이렇게 힘이 되어주고 서로 이렇게 얘기하고 얼굴은 보지 못했지만 글로 이렇게 쓰고 하는 것도 힘이 되게 많이 되더라고요. (그 계정에) 가서 그 아이들의 일상도 보고. 뇌 병변 가진 애 가 있 는데, 한 발짝 한 발짝 걷는 거를 올렸다면은 내 일처럼 우리 OO이 일처럼 너무 가슴 막 벅찬 그런 거 있잖아요. 기쁘고. 그런 게 서로 잘 전해지는 것 같죠.” <어머니 B>
사회적 편견에 맞섬
물론 셰어런팅이 어머니들에게 항상 긍정적인 경험만을 주는 것은 아니다. 희귀난치성 질환을 앓는 아이들의 사진과 일상을 공유하는 것이 다른 사람에게는 불편감을 준다는 메시지를 받기도 하고, 병변이나 증상이 잘 알려지지 않아서 비슷한 연령대의 아이들과 비교되거나 무시를 받기도 한다. 어머니들은 이러한 부정적인 경험을 할 때마다 셰어런팅을 지속해야 할지 고민하고, 때로는 계정을 비공개로 전환하기도 한다. 하지만 어머니들은 소셜미디어상의 공간은 표현의 자유가 보장되는 사적인 공간이며, 셰어런팅의 순기능이 더 많아서 사회적 편견이나 부정적인 경험에도 불구하고 셰어런팅을 지속한다고 응답하였다.
“어떤 사람이 이렇게 아픈 게 자랑도 아닌데 그렇게 매번 이렇게 사진 올리고 그러냐고 (메세지를 보냈어요). 그런데 뭐 그 사람은 그 사람 생각인 거고. 그래서 그 사람한테 ‘신경 쓸 거 없지 않냐고…. 내 새끼 사진 내가 올리는 데 무슨 상관이냐고’ 그냥 그러고 말긴 했거든요. 근데 뭐 그런 생각을 하는 사람도 있긴 하겠지. 예쁜 사진은 아니잖아요. 애기가 항상 아파 보이는 사진, 콧줄하고 있는 사진 그러니까 보는 사람들 불편할 수는 있다고 생각을 하는데, 뭐 (그런 사람들은) 내 공간에 그럼 안 오면 되니까….” <어머니 A>
“‘우리 애는 이런 이런 병이다’ 라고 다 공개를 해두었죠. 그런데 그 병 자체가 아무래도 다른 사람들은 잘 모르니까…. 어떤 병인지 (자세히) 모르고 하니까 제가 다 써놨는데도, ‘애 아직도 못 걸어?’ ‘애 아직도 죽 먹어? 우리 애는 고기 먹는데.’ 막 그런 댓글들도 있고 쪽지들도 있고 하거든요. 그럴 때는 음…. 너무 속상하죠.” <어머니 B>
“사람들은 이제 보기가 뭐 불편할 수도 있고…. 음 아픈 애기인데도 저거를 왜 올릴까 이런 생각을 할 것 같은 생각을 한 번씩 했기는 했어요. 그래서 비공개로 전환을 할까 이런 생각도 했었는데…. 그런데 이렇게 공유하는 거는 부정보다는 긍정인 것 같아요. 이렇게 계속 공개하면서 저도 편견에 맞서 싸우고 당당해지기도 하고요.” <어머니 E>
셰어런팅을 통해 받은 만큼 공헌하고자 함
앞서 언급했듯이 희귀난치성 질환은 질병이나 치료과정에 대한 정보를 얻는 것이 어려우므로 희귀난치성 질환아를 키우는 부모들은 실질적인 도움이 될 만한 정보를 얻기 위해서 소셜 미디어를 시작하게 된다. 하지만 이 부모들은 자신에게 필요한 정보만 얻고 마는 것이 아니라, 자신과 비슷한 경험을 하는 다른 부모에게 자신이 가진 정보를 나누고 조금이나마 도움을 주기 위해서 소셜미디어를 지속적으로 활용하고 있었다.
“누군가는 내 블로그를 보면서 ‘아 이런 정보는 이렇게 찾아가야 되고, 아이들은 이렇게 발달할 수도 있겠다.’라는 그런 부분의 도움을 저는 주고 싶었어요. 왜냐하면 너무 저는 정보가 없었기 때문에 저라도 이걸 기록하다 보면 그래도 저보다는 저의 뒤에 이렇게 태어난 아이들에게 정보를 줄 수 있지 않을까라는 생각에.” <어머니 G>
“애기가 이제 원인 불명으로 아픈 엄마들이나 이런 유전자 질환을 가진 엄마들이 이제 그 동생 고민을 엄청 많이 하시더라구요. 근데 제가 애기를 어떻게 낳았고 어떤 방식으로 검사를 하고 뭐 이런 거에 대해서 문의를 하고 뭐 전화 와서 울기도 하시고 막 이렇게 하시는 거 보면서 ‘아, 내가 경험했던 거를 다른 사람한테 알려줌으로 해서 그 사람이 용기를 가질 수도 있고 위로를 받을 수도 있겠다’는 그런 생각 했었던 거 같애요.” <어머니 A>
“제가 먼저 진단받았으니까 아무래도 이제 저의 경험에 비추어서 (중략) 현재 상태나 과거에 제가 어떻게 했던 경험을 많이 서로 공유하고….” <어머니 I>
그리고 희귀난치성 질환의 경우에 육아와 간호를 병행하므로 특수아를 위해 제작된 육아용품이나 질병을 관리하는데 필요한 의료용 물품을 구매하는 것에서 경제적 부담을 호소하기도 한다(Klinnert, Gavin, Wamboldt, & Mrazek, 1992). 셰어런팅을 하는 부모들은 특수 육아용품이나 간호에 필요한 소모성 용품을 적은 비용에 사고팔거나 공유하기 위한 목적으로 소셜미디어를 활용하기도 하였다.
“(저희 아이는) 항문이 문제여서 항문 관련해서 검색해서 알게 됐어요. 그때 다른 지역에 사시는 분이 ‘수술하게 되면 이게 꼭 필요하실 거예요. 제가 외래 날이 그날에 맞으니까 (그날 가져다드릴게요)’ 하고 병원에 오셨어요. 그래서 뭐 그 크림이나 이런 걸 막 다 갖다 주셨는데 정말 그다음 날 되게 필요했던 거예요.” <어머니 D>
“#휠체어유모차 혹시 중고로 살 인친분계시려나요. 지금도 165(만원)정도 가격대네요. 하하 저는 15(만원) 정도 생각합니다. #유모차형휠체어 #나눔” <어머니 A의 인스타그램 글>
정보통신기술을 활용한 양육지원 요구
다양한 지원정책 및 서비스의 통합적 안내
희귀난치성 질환의 경우 부모가 직접 지원받을 수 있는 정책 및 서비스 등을 어머니 스스로 알아보고 신청하는 등의 고충을 경험한다고 토로하였다. 그리고 지원 서비스에 대한 정보가 산발적으로 제공되어 있어서 한눈에 확인할 수 있을 만한 모바일 애플리케이션이나 인터넷 홈페이지 등이 구축되고, 서비스에 대한 신청 절차를 간소화할 수 있는 장치가 마련되기를 바란다는 의견이 있었다.
“그 복지로라는 앱이 있잖아요. 근데 너무 어려워요. 그리고 내가 원하는 정보를 찾기가 너무 힘들어요. 그리고 거기서 받는 정보를 가지고 동사무소에 가도 동사무소 사람들도 잘 몰라요. 그러니까 만약에 그런 일이 생기면은 내가 소속되어 있는 자치단체랑 연결이 되어 있어서 내 상태, 내 상황은 이런데 나는 어떤 혜택 같은 거 받을 수 있는지, 어떤 뭐 바우처를 받을 수 있는지 이런 거를 좀, 음 내가 그 앱에 등록해놓으면 나한테 이렇게 계속 거기다가 쪽지 알림처럼 이렇게 보내주는 그런 서비스가 있었으면 좋겠어요.” <어머니 A>
“일단은 뭘 하나 신청하려면 서류가 열댓 개가 필요한데. 저 같은 경우는 이제 뭐 애기 낳고 운전 배우고 뭐 해서 데리고 다니고 막 이런 성향인데 그렇지 못하는 분들도 분명히 있잖아요. 얘네를 데리고도 일단 밖에 나가는 자체가 위험인데 그 서류를 하나 떼러 왔다가 갔다가 왔다 갔다 해서 모아서 갖다 주고 떨어지면, 다시 또 (서류를 떼러 왔다가 갔다가).” <어머니 H>
쌍방향적 소통이 가능한 전문의료 상담
희귀난치성 질환이 있는 환아와 그 가족들은 질병 관리와 치료지침에 대한 정보를 적극적으로 공유하고, 비슷하게 경험하고 있는 문제를 공동으로 해결해 나가려는 경향을 보인다(J.-S. Kim, 2005). 그리고 자녀의 건강이나 안전과 같은 시급하게 해결해야 하는 문제가 발생했을 때, 셰어런팅을 통해 자발적으로 정보를 구하고 문제를 해결한다(Moon et al., 2019). 그런데도 어머니들은 전문 의료진이 없는 상황에서의 응급처치나 의료행위에 대해서는 전문적인 조언이나 실시간 상담이 필요하다고 응답하였다. 그리고 그러한 서비스는 자녀의 상황에 맞는 맞춤형, 개인형으로 제공되기를 원하고 있었다.
“의사 선생님한테 바로 뭐 대답은 못 들어도 뭔가 이제 궁금한 점이 있을 때 이렇게 올려놓으면…. 그래도 이제 진짜 저희가 믿는 전문가인 거잖아요. 그거 있으면 진짜 좋은 것 같아요. 전문가 Q&A.” <어머니 F>
“아이를 봤던 병원에서 조금 그런 부분들을 답변을 해주시거나 바로바로는 약간 쫌 물론 힘들겠죠. 24시간 동안 서비스를 받거나 이런 부분도 굉장히 힘들 거 같긴 하지만…. 그래도 최대한 빨리 어떤 그 나의 그런 불안함이나 이런 것들을 좀 잠재워질 수 있는 그런 의료적인 도움이나 조언 아니면 이런 부분들을 좀 해주시면 정보나 이런 걸 주실 수 있으면 굉장히 엄마들한테 도움이 될 거 같더라구요.” <어머니 G>
“이제 애가 아프면은 어느 정도 진짜 엄마가 반의사가 되거든요. 어느 정도 (시간이 흐르면) 케어가 이렇게 딱딱 되는데, 처음에는 애만 아프면 막 응급실로 계속 뛰어다녔어요. 음 119에 전화를 해도 119에서도 모르겠다. 그럼 (병원에) 가셔야죠 이렇게 얘기하고. ‘아 뭐 요런 경우에는 그렇게 하셔도 될 거 같긴 한데 조금 더 심해지면 병원에 가세요.’ 이렇게 얘기해 주실 수 있는 곳이 있으면 훨씬 좋은 거 같애요.” <어머니 A>
병원 간의 정보공유와 연계
희귀난치성 질환아의 경우에 가벼운 감기, 장염 등에 걸려도 집에서 가까운 1, 2차 의료기관을 이용하지 못하고 상급종합 병원에 가야 하는 고충이 있다. 희귀난치성 질환아를 양육하는 부모들은 병원 간에 아동의 질병정보를 공유하고 연계할 수 있는 체계가 마련되어 있다면 집에서 가까운 의료기관에서 치료를 받을 수 있고, 여행이나 이동 역시 자유로워질 수 있어 삶의 질이 높아질 것으로 기대하고 있었다.
“이제 저는 제일 불편한 게 병원을 한 군데만 계속 다니고 있잖아요. 그런데 시댁이 대구거든요. 근데 뭐 대구를 갈 때나 뭐 다른 어느 지역을 놀러 가거나 이럴 때마다 막 ‘얘가 갑자기 경련을 하면 어떡하지’라는, 생각은 늘 하고 가거든요. 그랬을 때 지방에 있는데 서울로 다시 올 수가 없으니까. 만약에 그런 상황이 일어나서 새로운 병원을 가게 된다면 이 아이에 대해서 이 아이는 지금 경련를 해서 빨리 멈춰야 되는데 이 아이에 대해서 설명을 하고 있어야 되잖아요. 새로운 병원에 가면…. 그래서 그런 것들이 제일 좀 불안하고 불편해요.” <어머니 E>
“병원 이런 것도 말하자면 병원 간 공유가 너무 안된다 그래야 되나…. 음 병명 희귀질환일수록 너무 모르는 그런 거에 대한 어…. 너무 답답해요. 처음부터 끝까지 다 얘기 해야 되고. 그래서 예를 들어서 가까운 소아과를 가더라도 이건 처음부터 끝까지 계속 다 설명을 해야 되니까 그냥 이사를 왔는데도 예전 집 있던 소아과를 엄마들이 다 다니고 있어요 저뿐만이 아니라. 네 이거 정말 힘든 거 같아요. 그냥 뭐 하나 이렇게 병명을 치면 뭔가가 좀 이 아이들에 대한 공유가 좀 됐으면 좋겠는데….” <어머니 F>
시공간을 초월한 비대면 심리상담
희귀난치성 질환아를 양육하는 부모들은 가중된 양육스트레스와 질병 관리에 대한 부담으로 인해 부부관계 문제나 정서적 어려움을 경험할 수 있다(Quittner et al., 1992). 따라서 부모의 건강과 삶의 질을 증진할 수 있는 상담에 대한 요구가 높은 편이다. 특히 코로나-19의 확산 이후에 일상생활에서 디지털 기술의 활용이 높아짐에 따라 다양한 정보통신기술을 활용한 시간과 공간을 초월해 이루어질 수 있는 상담에 대한 요구도가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상담이 진짜 제일 좋은 것 같아요. 뭐 일 대 일이든 그룹이든 뭐 그렇게 하게 되면 엄마들이 더 터놓고 얘기할 곳도 좀 생기고 사실 가족한테 얘기 못 하는 것도 엄청 많거든요. 그런 부분에 대해서도 조금 지원이 있고…. 뭐 형제 자매들 (대상으로) 있는 걸로 알고는 있거든요. 나라에서 지원해주는 게. 근데 그게 뭐 횟수가 정해져 있고 뭐 기관이 정해져 있고 막 그럴 거란 말이야. 근데 이게 상담이라는 거는 마음이 맞는 사람이 분명히 있을 건데 그거를 찾는 것도 좀 힘들고 기관을 정해놔 버리니까 좀 별로였던 거 같애요. 기관이 정해져 있고 대기도 해야 되고 뭐 내 마음 대로 할 수 있는 게 없고 나는 언제나 을이고 그러니깐요. 거리도 멀고 그런 거 있을 거 같아요. 아니면 이렇게 이동을 못 하면 집에 오셔가지고 해주시거나 이렇게 비대면으로 하는 것도 좋을 것 같아요.” <어머니 A>
“엄마들도 사실은 상담이 필요하거든요. 왜냐하면 정신적인 충격뿐만 아니라 신체적으로도 굉장히 힘들고 아이를 아픈 아이를 키우다 보면 왠지 외딴 섬에 남아 홀로 갇혀 있다는 느낌이 굉장히 들 때가 많아요. 새벽에 나 홀로 아픈 아이를 보면서 ‘어, 내가 지금 과연 잘하고 있는지’, ‘나때문에 얘가 잘못되는 건 아닌지’라는 그런 무서움과…. 그 뒤에 다른 아이들과 정상적으로 발달하는 아이들을 보면서 좌절감도 느끼고 허탈하다고 말하긴 좀 그렇지만 굉장히 ‘만약에 제대로 태어났으면 저렇게 발달하지 않았을까’ 라는 그런 부분들…. 그러니까 정서적으로 약간 상담을 받을 수 있는 그런 서비스가 있었으면.” <어머니 G>
희귀난치성 질환아의 부모만 소통할 수 있는 안전한 친목의 장
희귀난치성 질환에 대한 치료정보를 얻고, 같은 상황에 있는 다른 부모와 소통하기 위해서 적극적으로 소셜미디어 활동을 하고 있지만, 질병의 종류가 다양하고 소셜미디어를 통해 공유되는 정보의 질을 가늠하는 것이 어려우므로 희귀난치성 질환아의 부모가 자유롭게 소통하면서 질 높은 정보를 얻을 수 있는 친목의 장(場)이 마련되면 좋겠다는 의견이 있었다.
“장애별로도 조금 나눠질 수도 있는 거고. 어차피 엄마들은 소통을 해서 정보를 얻을려고 하는 게 엄청 많거든요. 그렇기 때문에 거기에서 그렇게 (질병에 따라 나눠서 소통)하다 보면은 다들 들어와서 볼걸요, 그런 게 있으면. 근데 이제 아마 정보가 좀 더 정확할수록 엄마들 가입 수가 더 많아지는 것 같아요. 정보가 좀 더 정확하고 유익할수록 내한테 도움이 많이 될수록.” <어머니 A>
“병 있는 사람들 모임이 또 있어가지고 거기 가입을 했었거든요. 근데 세상에 거기 있는 사람한테 연락이 와서 한 달에 30만 원을 내야 한대요. (웃음) 아 너무 삼십만 원은 너무 비싼 것 같다고 말씀드렸더니 그러면은 까페에서 나가라고 하더라고…. 그래가지고 그냥 나갔어요. 그러니까 모두 다 돈이야. 뭐 정보를 얻을려고 해도 돈, 뭘 하려고 해도 돈 하니까 진짜 마음 편하게 그런 정보들을 나눠주고 하고 있으면은 저희도 들어가서 보고 더 좋죠.” <어머니 B>
희귀난치성 질환에 대한 사회적 홍보와 관심
희귀난치성 질환에 대한 사회적 인식의 부족으로 편견에 맞서야 하는 경험은 희귀난치성 질환아를 양육하는 부모의 심리·사회적 어려움을 가중한다. 특히 희귀난치성 질환은 다른 질병이나 장애와 비교해서 자녀 돌봄에 대한 부담이 높으므로 사회적으로 목소리를 내는 것도 여의치 않은 상황이다. 어머니들의 소셜미디어 활동 역시 사회적 편견에 맞서 자신의 아이들과 비슷한 처지에 있는 가족을 찾아 연대하려는 마음이 반영되어 있으며, 희귀난치성 질환에 대한 사회적 홍보와 관심이 높아지기를 바라는 마음이 있었다.
“발달장애인들은 엄마들이 대부분이 나와서 참여를 하기때문에 발달장애인들 복지는 굉장히 잘 돼 있어요. 하지만 저희의 목소리는 (너무 작죠). 왜냐하면 저희는 대부분 아이 옆에 붙어 있어야 되기 때문에 그런 활동을 나가서 할수가 없어요. 아이 안전이 우선이기 때문에 나갈 수가 없는 거예요. 그 부분도 그렇지만 중증 장애인들이 굉장히 많거든요. 이런게 (소셜미디어를 통해서) 좀 알려지면 (좋죠).” <어머니 G>
“제가 자꾸 나가는 이유도 사실 알리고 싶어서 나가는 거거든요. OO이 데리고 다니는 것도 OO이를 위해서, OO이 한테 많은 걸 보여주고 경험하고 경험하게 해주고 싶어서도 있지만 이런 애도 (있다고 알리고 싶어요). 저는 진짜 몰랐거든요. 이런 세계가 있는 줄은. 장애인이라고 하면 휠체어 타고 다니는 그런 장애인만 보고 살았기 때문에 이런 세계가 있는지는 전혀 몰랐고 그래서 앞으로는 좀 많이 아셨으면 좋겠어요. 남들이 이제 모든 사람이 ‘이런 애도 있어, 이런 장애인도 있어’ 막 이런 거 알았으면 좋겠어서 많이 나가서 이제 대놓고 석션하고 하거든요.” <어머니 H>
Discussion
이 연구에서는 희귀난치성 질환아를 양육하는 디지털 1세대 부모가 소셜미디어를 통해 육아 일상과 정보를 공유하고, 타인과 소통하는 셰어런팅의 현황과 의미에 대해 살펴보았다. 그리고 다양한 정보통신기술이 발달한 만큼 희귀난치성 질환아를 키우고 있는 부모와 가족을 지원할 수 있는 새로운 방식의 교육 및 개입의 방향을 모색하였다. 이를 위해 만 1세-만 7세 희귀난치성 질환이 있는 아동을 양육하는 어머니 9명을 심층 면담하였고, 연구목적에 맞게 ‘소셜미디어를 활용한 셰어런팅의 경험과 의미’, ‘정보통신기술을 활용한 양육지원 요구’ 라는 두 가지 큰 주제로 연구 결과를 정리하였다.
먼저, 희귀난치성 질환아를 양육하는 어머니들의 셰어런팅은 개인적으로 얻는 긍정적인 효과뿐만 아니라 공익적인 목적으로 운용된다는 것을 파악할 수 있다. 셰어런팅에 관한 선행연구는 좋은 어머니에 대한 문화적 표상이나 ‘집중육아’ 현상을 강화하고(Green, 2012; Orton-Johnson, 2017), 자녀의 성장과 발달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며(Brosch, 2016; Marasli et al., 2016; Ouvrein, & Verswijvel, 2019), 아동의 개인정보 유출과 인권침해를 가속한다(Leaver & Highfield, 2018)는 부정적인 측면을 강조해왔다. 하지만 희귀난치성 질환아를 양육하는 부모의 셰어런팅의 의미를 살펴본 이 연구에서는 자녀의 병명을 공개하고 일상을 공유하는 것이 자녀의 질병을 있는 그대로 수용하고, 자녀의 질환과 치료에 대한 정보를 얻고, 자녀의 성장과 치료과정을 기록하고 열람하는 수단이 되며, 다른 부모들과 정서적인 지지와 연대를 나누는 긍정적인 효과가 있음을 알 수 있었다. 이는 일반 아동을 양육하는 부모를 대상으로 이루어진 선행연구에서 셰어런팅이 부모의 양육스트레스를 완화하고 (Bartholomew et al., 2012; Duggan et al., 2015), 연대감(McDaniel et al., 2012)이나 정서적 지지(Latipah et al., 2020)를 경험할 수 있도록 기능한다는 내용과 일치한다. 또한, 이 연구에서는 희귀난치성 질환아를 양육하는 부모가 셰어런팅을 통해서 자신과 비슷한 경험을 하는 다른 부모를 지지하고, 자신이 가진 정보를 적극적으로 나누려는 공익적인 의미가 있음을 파악할 수 있었다. 선행연구에서도 자녀의 질병이나 장애는 위험요인으로 기능하기보다는, 오히려 가족 구성원의 긍정적인 성격 강점을 개발하고, 높은 연대감을 가진 성숙한 사람으로 성장시키는 기능을 한다고 나타난다(Ati, Matulessy, & Rochim, 2018; Martin, Clyne, Pearce, & Turner, 2019). 그리고 감사하는 마음 (graditude)과 공동체적 연대감을 가지는 것은 자녀의 질병으로 부터 발생하는 부정적인 영향을 완충시키는 탄력성(resilience) 으로 작용한다(Martin et al., 2019; Timmons, Ekas, & Johnson, 2017). 따라서 희귀난치성 질환아를 양육하는 부모의 셰어런팅은 긍정적인 인지.정서적 경험을 증진할 뿐만 아니라, 성숙한 연대감을 발휘할 기회를 제공함으로써 궁극적으로 건강한 양육을 지원하는 데 도움을 준다고 분석할 수 있다.
다음으로 희귀난치성 질환아를 양육하는 부모들은 기존에 이루어지던 물리적인 지원과 더불어 정보통신기술을 활용한 디지털 방식의 지원이 함께 이루어지는, 일종의 하이브리드식 지원 요구를 가지고 있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구체적으로, 시간과 공간을 초월하여 쌍방향적 소통이 이루어지는 ‘헬스 커뮤니케이션’과 정보공유와 시스템 연계를 통한 통합적 지원정책 및 제도 마련으로 정리할 수 있다. 전통적으로 제공되던 사회복지 사업들은 지리, 근무시간, 전달체계, 비용 등의 측면에서 제한적일 수밖에 없었다(Berzin, Singer, & Chan, 2015). 하지만 정보통신기술(ICTs) 기술은 이러한 장벽을 넘어 더욱 많은 사람이 인터넷, 휴대폰, 소셜미디어, 인스턴트 메시지와 채팅, 게임과 가상현실, 로봇, 웨어러블 기술 등을 통해서 서비스를 받을 수 있도록 해준다(Brownlee, Graham, Doucette, Hotson, & Halverson, 2010; Goldkind & Wolf, 2015). 즉, 교통수단이 부족하거나 이동이 자유롭지 않은 사람들, 음성 커뮤니케이션보다 서면 커뮤니케이션이 필요하거나 선호 하는 사람들, 다양한 시간대에 생활하는 사람들 등 그동안 서비스에서 소외되거나 배제되어왔던 사람에게도 개별화된 맞춤형 서비스를 유연하게 제공할 수 있다는 의미이다(Berzin et al., 2015). 특히 코로나-19의 확산으로 본격화된 사회 전반의 디지털화는 이러한 변화에 대한 요구를 심화하였다(Pink, Ferguson, & Kelly, 2020). 따라서 희귀난치성 질환아를 돌보는 부모와 가족을 위한 지원은 전통적 방식의 지원과 더불어 정보통신기술(ICTs) 기술을 활용한 디지털화된 지원이 함께 제공될 필요가 있다고 제안한다.
이 연구는 다른 질병이나 장애와 비교해 상대적으로 덜 주목받았던 희귀난치성 질환이 있는 아동을 양육하는 부모의 셰어런팅 현황과 양육지원 요구를 살펴보았다는 점에서 의의가 있다. 희귀난치성 질환은 대개 발병률이 높지 않기 때문에 질병에 대한 정확한 정보를 얻는 것이 어렵고, 부모의 질병 관리 부담이 높다(Pinquart, 2013). 그런데도 낮은 유병률로 인해 그동안 의학계나 정치계에서 다른 질병이나 장애와 비교해 상대적으로 덜 주목받았으며, 지원정책 및 서비스 역시 임시방편으로 이루어져 왔다(Pelentsov et al., 2015). 이러한 상황에서 희귀난치성 질환아를 양육하는 부모들은 소셜미디어를 활용한 셰어런팅을 통해 정보를 주고받거나, 서로 연대하고 지지함으로써 다양한 양육지원 요구를 스스로 채워나가고 있다. 하지만 희귀난치성 질환아의 건강한 발달과 치료를 지원하기 위해서는 아동 개인뿐만 아니라 부모의 건강과 삶의 질을 지원할 수 있는 다양한 노력이 필요하다(Cohen, Underwood, & Gottilieb, 2000). 특히 최근에 이루어지는 예방과 개입은 다양한 정보통신기술(ICTs)을 활용하여 동시적이고 양방향적으로 이루어지며, 개별 대상에 맞게 개별화.맞춤화된다는 특성이 있는 만큼, 이 연구는 희귀난치성 질환아와 함께 생활하고 있는 부모와 가족을 지원할 수 있는 새로운 방식의 교육 및 개입의 방향을 모색하는데 실증적인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한다.
마지막으로, 이 연구의 한계와 앞으로의 연구 방향에 대해 제언하고자 한다. 먼저, 이 연구에서는 희귀난치성 질환아를 양육하는 어머니라는 특정한 대상에 초점을 맞추어 셰어런팅의 경험을 분석하였으므로 일반적인 의미의 셰어런팅과는 다른 맥락에서 해석할 필요가 있다. 그리고 1회기의 면담과 그들의 소셜미디어 게시글에 대한 주관적인 의미만을 중심으로 분석하였기 때문에 셰어런팅의 긍정적, 부정적 측면을 포괄적으로 살펴보지 못하였고, 심도 있는 분석과 논의가 이루어지지 않은 방법론적 한계가 있다. 이러한 한계를 보완하기 위하여 다양한 소셜미디어 플랫폼에서 이루어지는 셰어런팅의 내용을 토픽모델링이나 네트워크분석 등을 적용하여 살펴본다면 더욱더 객관적이고 심층적으로 셰어런팅의 동기, 목적, 기능 등을 분석할 수 있을 것이다. 또한 아동의 성장과 발달과정에는 여러 환경체계와의 상호작용이 이루어짐에도 불구하고, 어머니의 관점만을 반영하였다는 한계가 있다. 앞으로는 아버지, 형제자매 등의 다른 가족원, 아동을 치료하는 의료서비스 종사자, 유아교육기관의 교사, 그리고 아동 당사자 등 아동을 둘러싼 환경 전반의 관점을 고려하는 통합적인 시각의 연구가 이루어질 필요가 있다. 끝으로, 희귀난치성 질환은 병명과 증상에 따라 치료과정이 이질적임에도 불구하고 부모의 지원 요구는 동질적일 가능성이 크다는 선행연구(Pelentsov et al., 2015)에 기반하여 다양한 희귀난치성 질환을 포괄하여 연구 대상자를 선정하였다. 하지만 연구참여자 자녀들의 건강 상태에 따라 신체기능, 활동, 참여의 수준이 상이하였으며 그에 따른 지원 요구가 달라질 수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따라서 앞으로는 희귀난치성 질환이 아동의 신체기능과 일상생활 참여 및 활동 수준에 미치는 영향을 고려하여 조금 더 세심한 관점으로 접근할 필요가 있다고 제안한다.